사랑은 병이다.
코고로는 침대에 몸을 파묻으며 생각했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결국 머릿속에 이 녀석 하나만 남았던 걸 보면 확실하다. 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주변이 차분해진 지금 다시 조사를 해 볼까 싶다가도 심신이 지쳐 몸을 일으키기 싫었다. 미열만을 남긴 채 고른 숨을 뱉으며 잘만 자고 있는 에리의 몸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아무래도 좋아. 아프지만 않으면 돼. 추정컨대 감기는 곧 자취를 감출 것이다. 코고로는 눈을 감았다. 자고 싶다.
그러나 잠드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거실에 있던 구급상자로 대충 응급처치를 했더니 다친 손등이 욱신욱신 저려왔다. 오늘 벌어진 일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차라리 다 꿈이라면 좋을 텐데. 아내가 하던 말들을 천천히 곱씹었다. 비웃으러 왔느냐, 한심한 여자라 생각하느냐, 결국 전부 당신 때문이지 않느냐……. 따지고 보면 전부 맞는 말들이다. 코고로 자신은 결코 섬세하지 않았다. 척을 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인이 지나가면 절로 눈이 돌아갔고 아내의 허점이 보이면 냅다 비꼬느라 바빴다. 고치려고 한들, 긴 세월 그러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그게 될 리가. 가끔 기회가 보일 때마다 최대한 납작 엎드리는 게 코고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사실, 내가 싫어진 게 아닐까.
에리 못지않게 코고로도 자주 하는 생각이다. 새장 속에 가둔 새는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갔다 여기고 있다. 그러나 실상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새장은 잠겨 있지 않았으니까. 잠깐 나들이를 나갔을 뿐이다. 새 한 마리쯤 마음만 먹으면 바로 목을 움켜쥘 수 있지 않나. 그것도 완전히 길이 든 새라면. 코고로가 고민하는 건 포획이 아니었다. 새장의 질이다. 몸을 살짝 일으켜 에리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늘 네 속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그랬지만 그거 다 거짓말이야. 하나도 모르겠어.
아직도 내가 좋아? 나랑 같이 있고 싶어? 밉기만 한 건 아니고? 잠든 이에게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없다. 같은 질문에 대한 코고로의 대답은 에리의 기억 속에서 흐려지고 있을 것이다. 차라리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지금이 낫다. 실제로 질문해도 변변찮은 답만 돌아오겠지. 어떤 일들은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딱 맞다. 정말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거든.
아, 역시. 사랑은 병이다.
코고로는 다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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