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고에리] 필로우 토크
희미한 불빛이 창문 밖에서 스며들었다. 남자는 여자를 부드럽게 끌어안은 자세 그대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천장만을 응시했다. 여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만족한 표정으로 남자의 허리를 만지작거렸다. 남자의 몸은 예나 지금이나 군살 하나 없이 만지기 좋았다.
분해.
왜?
나는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찐다구요.
그래서 이렇게 운동도 가르쳐 주잖냐.
그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남자가 뒤늦게 여자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웃었다. 원래 남자는 잠자리를 가지고 나면 반응이 무뎌지곤 했다. 여자가 초반부터 진이 빠져 허덕이는 걸 생각하면 한 번 정도는 칭찬을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칭찬에 박했다. 특히 이런 류의 칭찬에.
그냥 좋다고 할 것이지.
죽어도 싫네요.
죽어도?
당신도 그렇죠?
그건 그래.
무뎌져서일까, 남자는 순순히 수긍하며 몸을 옆으로 틀었다. 여자가 그 품에 얼굴을 기대려다 말고 고개를 들자 남자는 여자의 안경을 벗겼다. 하도 부딪혀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진 몸이 어긋난 조각을 맞추듯 들어맞았다. 남자의 가슴 사이로 입술이 가까스로 닿지 않을 만큼 얼굴을 묻으면 희미하게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삶을 확인하고 각자의 존재를 다시 인식한다. 거칠고도 다정한 행위의 보상이다. 남자가 이불을 바짝 끌어올렸다. 목과 턱 언저리까지 덮인 이불이 불편할 만도 한데 여자는 아무런 항의의 말이 없었다. 그 대신 투정을 부렸다.
오늘은 너무 아팠어.
어디가?
손이랑, 가슴이랑, 허리랑, 엉덩이…… 하고, 발목이랑.
그게 끝?
말 안 할래요.
미안.
그거 말고.
여자는 기껏 기댄 얼굴을 들었다. 그러면 그 잠깐 사이 다시 천장을 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시선에 들어왔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여자는 알 수 없다. 사실 남자도 잘 몰랐다. 어쩌면 그저 담배가 피우고 싶어서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역시나 남자는 한 박자 느리게 움직였다. 여자의 이마 위로 거친 입술이 닿으면 손을 올려 그 입술을 가볍게 훑었다. 관리 좀 하라는 말이 나오지 않은 것은, 그 뒤의 흐름이 뻔해서다.
하지만.
응?
좋아하잖아.
누, 누가.
나도 말 안 하련다.
남자는 일견 무심해 보여도 종종 이렇게 타이밍을 잘 잡았다. 남자에겐 일부러가 많았다. 이것도, 저것도, 돌이켜보면 전부 일부러다. 고약하기 짝이 없다. 남자의 손바닥이 여자의 엉덩이 위를 감쌌다. 여자는 작게 앓았다.
으응.
안 되나?
흘러나와…….
…… 아.
괜찮지만요.
아픈 데 뽀뽀는 아침에 해 줄게.
왜요?
졸려. 여자가 진위 여부를 파악하려 다시금 고개를 드니 남자는 정말 졸린 눈을 하고 있었다. 말까지 군데군데 허술해진 걸 보면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 타이밍을 못 잡는 남자라고, 여자는 결론지었다. 어쩔 수 없네요. 새침하게 대꾸한 여자는 남자의 품에 얼굴을 문지르다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