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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8] 코고에리 :: 잠들지 않는 7일의 저택

毛利 2022. 10. 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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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코고로 x 아가씨 에리 주종관계 AU로 다녀왔습니다🥰

중세 서양 배경으로 코고에리의 영어판 공식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플레이 타임 약 12시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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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도입 :: The Cat Returns OST - Neko to Ohanashi https://youtu.be/zbDQyBc80U8
서재 조사 :: Tranquil Reflection https://youtu.be/LuSU2yvC2xs
아가씨 재우기 :: Johannes Brahms - Wiegenlied Op. 49 No. 4 (Lullaby) https://youtu.be/EBIKYRXGz2k

기상 :: 두 번째 달 - 봄이다 https://youtu.be/oLBDnjWJep8
아가씨의 비밀 정원 :: Kiki's Delivery Service OST - A Town with Ocean View https://youtu.be/auhTY_3xuM4
귀가 후 아가씨 재우기 :: ARIA OST - 満月のドルチェ 
안개 속 뒷모습 :: メアリと魔女の花 OST - A Strange Flower https://youtu.be/HJHAmxlYdis
붙잡은 손 :: Mrest - 夢想 https://youtu.be/4PEZa2s7LxA

사라진 사용인들 :: Penny Dreadful OST - Closer Than Sisters https://youtu.be/a4omnq4YETA
아가씨 방의 유혈 :: Ólafur Arnalds - Happiness Does Not Wait https://youtu.be/KXavqUUIl6I
익숙한 뒷모습 :: Please Save My Earth OST - Bathing Day https://youtu.be/H6TYi9u-jOo
함께하는 마지막 밤 :: BGM President - TinkerBell https://youtu.be/WpWq06wUifY
안개 속 기약 :: Twinkle, Twinkle, Little Star - Piano Reharm https://youtu.be/KrxzFXhbk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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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 04. 03
 
분주한 대저택의 하루 일과가 끝이 났습니다.
 
모든 정리를 마친 리처드는 한적해진 2층 복도를 걸어갑니다.
 
댁의 주인어른과 부인, 다른 식구들은 런던에 용무가 있어 한동안은 이 깊은 숲속 저택에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고, 저택에 남은 하나뿐인 막내 아가씨는……
 
Eva Kadan:아, 안 잔다니까!"
 
또 시작입니다.
 
침대 밑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느니, 꿈에 괴물이 나온다느니, 잠자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느니, 온갖 핑계를 들어가며 잠들지 않으려고 하는 저 아가씨 말이에요.
 
이미 3일째 꼴딱 밤을 새운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고집을 부리는 걸까요.
 
발치에서 보이는 에바는 이 저택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메이드와 실랑이를 벌이며 자신의 방문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보수가 월등히 많은 탓에 이 깊은 숲속까지 들어와 저 막무가내 아가씨의 어리광을 몇 년째 받아주고는 있지만, 이젠 정말 관둘 때가 된 것인지……
 
어이없는 광경에 잠시 고뇌하고 있으면, 신입 메이드가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리처드를 쳐다봅니다.
 
당신이라고 수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다른 사용인에 비해 에바는 당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니까요.
 
당신은 저 막무가내 아가씨의 곁으로 향합니다.
 
당신이 가까이에서 쳐다보면 에바는 단호하게 말을 던집니다.
 
Eva Kadan:그렇게 쳐다봐도 안 자.
 
Richard Moore:왜 안 주무시는데요?
 
Eva Kadan:…… 꿈에 괴물이 나와서? (시선 도르륵…….)
 
Richard Moore:무슨 괴물? (시선 쫓아감) 아가씨가 안 주무시면 저 하녀는 쫓겨나게 될 텐데……. (눈치 줌.)
 
Eva Kadan:그래도 어쩔 수 없어. (흥) 무슨 수를 써도 나는 잠에 안 들 거니까. 마음대로 해. (여전히 방 앞 가로막음)
 
Richard Moore:제가 아가씨 곁에서 괴물을 무찔러도요? (냉큼 안아듬) 사람은 안 자면 죽는답니다. 괴물 때문에 죽으면 얼마나 서러울까요.
 
Eva Kadan:(작게 꺅 소리를 내며 꼭 끌어안는다.) 거짓말. 리처드는 한 번도 내 꿈에 나온 적 없어. 내려줘!
 
Richard Moore:꿈 속에서 불러 주긴 하셨고요? (이 소악마. 퉁명스레 대답한다.) 그럼 자지 말고 밤새 공부나 합시다. 아가씨.
 
Eva Kadan:…… 나는 늘 리처드가 보고 싶었는데? (저도 똑같이 퉁명스러운 얼굴) …… 고, 공부하면 잠 오잖아…….
 
Richard Moore:거짓말이에요. 엄청 엄청 간절하게 불러야 온답니다. (토닥이며 문 손잡이를 돌린다.) 음……. 오늘은 아가씨가 절 가르쳐 주신다거나?
 
Eva Kadan:…… 더 간절해야 하는 건가……? (어떻게? 라고 생각) …… 내, 내가? …… 그럼 나 잘하는 거 있어.
 
Richard Moore:평소처럼 리처드!!! 하고 화를 내시는 정도론 안 된다는 거죠. (안으료 쇽 들어감!) 어떤 건데요? (솔직히 배울 생각도 없다.)
 
Eva Kadan:내가 언제 그렇게 화만 냈어! (작게 바둥) 내려 줘. 가지구 올게.
 
Richard Moore:(내려 주고 침대에 가볍게 걸터앉는다. 역시 비싼 침대는 푹신하구만.) 네에. 네. 그런데 제가 먼저 잠들면 어떻게 하시려고.
 
Eva Kadan:(도도도 뛰어가서 양손에 인형 두 개 가지고 걸어온다.) 공주님 꾸미기.
 
Richard Moore:……? (?) 공주님 꾸미기요? (갸…… 웃.)
 
Eva Kadan:응. 화장하는 법도 알려 줄게. (붓칠 세트도 가져옴)
 
Richard Moore:공부를 가르쳐주실 줄 알았는데요……. (일단 인형 두 개 전부 침대에 곱게 앉힘)
 
Eva Kadan:이것도 공부야! 공주님이 되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지. 그리고 공주님의 집사도 공부해야 하는 거야. (허리에 손 얹고 설교만 늘어놓다가 네 무릎 위에 탈싹 앉았다.)
 
Richard Moore:공주님이 되고 싶으세요? 아가씨. (일단 그건 글러먹은 것 같은데. 속으로 생각하며 널 쳐다보다 네 몸을 한쪽 허벅지에 옮겨 앉히고 빈 허벅지엔 인형을 앉힌다.) 전 주인님의 집사인데요?
 
Eva Kadan:미래의 공주님의 집사지. (한 손에 제 인형을 들고서 다른 인형을 가리킨다.) 지금부턴 리처드도 공주예요. 같이 파티에 간답니다.
 
Richard Moore:리처드는 공주 말고 메이드가 좋다네요. (투덜) 공주님, 화장해야 하니까 눈 감으세요. (인형 눈 감기는 척)
 
Eva Kadan:…… 메이드가 좋아? 왜? (네 말은 들은 척도 않고 째릿)
 
Richard Moore:같은 공주면 아가씨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드릴 수 없잖습니까. (당당!)
 
Eva Kadan:…… 그렇지만 메이드들은 화장 안 해. 드레스도 안 입는단 말이야. (입술 삐죽)
 
Richard Moore:저는 안 해도 아가씨는 공주님이니 화장도 하고 드레스도 입을 수 있잖아요.
 
Eva Kadan:그럼 가르쳐 주는 의미가 없자나! (막무가내로 자기 인형을 리처드 인형에게로 흔든다.) 리처드 공주님, 안녕하시와요.
 
Richard Moore:(뭘가르쳐주기나하든가이꼬맹이가) (어쩔 수 없이 같이 인형을 흔든다.) 어머, 안녕하셨는지요. 에바 공주님? (가성 작렬함)
 
Eva Kadan:지, 징그러……. (작게 중얼) …… 네. 리처드 공주님, 이 드레스 어떤 것 같아요? 어제 새로 갈아입었답니다. (휙 드레스 치마 들춰줌)
 
Richard Moore:아가씨세상어느공주님이속옷을보여준답니까. (급하게 인형 치마 내려줌;) ……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 나오질 않네요, 공주님. 하늘의 구름을 잡아다 만든 것 같아요~ 호호호.
 
Eva Kadan:…… 어, 리처드 공주님의 드레스도 멋져요. 음, …… 어. (뭔가 나도 멋진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 마치 스프 위에 뿌려진 크루통 같아요.
 
Richard Moore:……. (스프 위의 크루통? 맛있어 보인다는 뜻? 얼굴이 빵같다는 뜻?) 감사합니다아. 그래도 에바 공주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어요.
 
Eva Kadan:…… 왜 리처드가 나보다 잘 해? 리처드도 공주님 되고 싶어?
 
Richard Moore:제가 더 잘하긴요. 아가씨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나 우아함에 따라가려면 백 년은 멀었죠. 아이고, 저는 집사로 충분합니다.
 
Eva Kadan:……. (왠지 놀림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시시해진 얼굴로 인형을 협탁 위에 아무렇게나 툭 둔다.) 하나도 재미없어. 내가 알려 줄 것도 없잖아.
 
Richard Moore:…… 죄송합니다. (X됐다. 잘리는 건 내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럼 책을 읽어 드릴까요? 아니면 방에 괴물이 있는지 확인해 드릴까요?
 
리처드는 '에바가 평소에 동화나 시를 읽어주면 잠을 잘 잤었다' 라는 사실을 기억해냅니다.
 
물론 동화를 읽어줬던 건 몇 년 전이라, 이제는 다 컸다며 진저리칠 게 뻔하지만요.
 
Eva Kadan:…… 책은 됐어. 괴물 있나 봐 줘. 침대 밑, 옷장, 그리고 창밖이랑……. (여기저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Richard Moore:네에. 괴물 쫓는 동안 아가씨는 이불 속에 잘 숨어 계세요. (호다닥 침대 안에 봉인한다.)
 
Eva Kadan:(일단 눕기는 하지만 눈 부릅뜨고 천장만 쳐다보고 있다.)
 
Richard Moore:침대 밑부터 보지요. (침대 밑을 샅샅이 확인한다. 매일 청소하는데 괴물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지.)
 
당연히 아무것도 없습니다.
 
Eva Kadan:(누워서 콧노래 흥얼거리며 내려뒀던 인형 두 개를 다시 가지고 놀고 있다.)
 
Richard Moore:……. (나는 결혼해도 애 안 낳는 게 좋겠다. 이렇게 귀찮은데. 옷장 문을 열고 옷을 하나하나 젖혀가며 전부 본다.)
 
역시나 아무것도 없네요.
 
Richard Moore:아가씨, 다리 파닥거리지 마세요. (중간중간 잔소리를 하며 창문을 열고 창틀의 먼지며 창밖 풍경까지 확인한다. 아니진짜왜이러고있어야하는거야.)
 
Eva Kadan:왜. 리처드는 너무 깐깐해.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고 해. (보란 듯이 이불 안으로 파닥파닥)
 
Richard Moore:왕자님들은 얌전한 공주님들을 좋아하신답니다. (대충 아무 말이나 지어냄) 아가씨, 오늘은 괴물이 없나 본데요?
 
Eva Kadan:……. (얌전) …… 원래 괴물은 사람이 혼자 있을 때 나타나는 거야. 리처드는 그런 것도 몰라?
 
Richard Moore:저는 괴물을 본 적 없거든요. 그럼 밤새 같이 있으면 괴물이 안 올까요? (침대로 돌아감)
 
Eva Kadan:…… 정말? 밤새 같이 있어 주려구? (화색)
 
Richard Moore:아가씨를 돌보고 지켜드리는 게 제 일인걸요. 아가씨. (쓰담)
 
Eva Kadan:그럼 마다하지 않을게. 사실 리처드도 잠이 안 오는 거 아니야?
 
Richard Moore:…… 아가씨, 저는 하루에 23 시간도 잘 수 있답니다. (진짜로.)
 
Eva Kadan:…… 잠꾸러기!
 
Richard Moore:잠을 자는 순간만이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시간이라고요.
 
Eva Kadan:흐음. 평소에는 자유롭지 않은 것처럼 말하네. (힐끔)
 
Richard Moore:아무것도 안 한다는 뜻이죠. 아가씨 투정 듣기나, 아가씨에게 머리 쥐어뜯기기나, 아가씨에게 혼나는 일 같은 거 말입니다.
 
Eva Kadan:내, 내가 언제……! (하지만 생생히 기억나는 일들이라 곧바로 입을 다문다.) 어, 어리광쟁이 취급하지 마…….
 
Richard Moore:어리니까 어리광을 부리는 거지요. 당연한 일이고 그러시는 게 저도 좋습니다. 아가씨. (어느새 자세 잡고 토닥토닥…….)
 
Eva Kadan:(꾸벅꾸벅…… 핫. 다시 눈 뜬다) 다른 사람에게 어리광 부리는 건 싫어. 리처드가 제일 좋아.
 
Richard Moore:주인님이나 마님보다도요? (피식 웃고서 더 부드럽게 토닥토닥.)
 
Eva Kadan:음, ……. (고민) (아예 다시 일어나 앉았다.) …… 전부 좋아. 똑같이 전부 좋아.
 
Richard Moore:그거 영광이군요. (다시 이불에 잘 싸맨다…….) 자꾸 뒤척이면 괴물이 아가씨가 여기 있다는 걸 눈치챌 거예요.
 
Eva Kadan:…… 재울 생각하지 마. (흥) 깨어 있으면 괴물은 안 올 거니까 괜찮아. 리처드, 괴물이 무서워? 후후.
 
Richard Moore:괴물은 안 무섭지만, 며칠 동안이나 잠을 안 자는 바람에 건강이 나빠져서 공주님이 될 수 없게 된 아가씨의 모습을 보고 싶진 않군요. (현란한 말재간) 같이 잠들면 같은 꿈에 들어가게 될까요? 그럼 전부 물리쳐 드릴 텐데.
 
Eva Kadan:…… 으음, 물론 리처드의 그런 말들은 싫지 않은데 말이야……. 흔들리긴 하지만. …… 리처드랑 같이 자고 싶기도 하지만! (작게 발 파닥파닥) 그래도 안 잘 거야. (꿋꿋!)
 
Richard Moore:흐음……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발 언저리를 꾸욱 잡으면, 조그만 양쪽 발이 한 손에 전부 들어온다.) 비밀 하나 알려 드릴까요, 아가씨?
 
Eva Kadan:(얌전) …… 뭔데?
 
Richard Moore:사람은 안 자면 죽어요.
 
Eva Kadan:(못 들은 척)
 
Richard Moore:그럼 아가씨와 다시 만날 수 없겠군요.
 
Eva Kadan:(네 말에 눈이 커져서는 곰인형을 네 얼굴에다 던진다.) …… …… 왜 그런 말을 해!
 
Richard Moore:왜긴요. 저는 매일매일 에바 아가씨를 모시고 싶으니까요. 아가씨가 멋진 어른이 되셔서, 공주님이 되고, 혼인을 하고 가족을 꾸리는 모습까지 보는 게 소박한 꿈이랍니다. (곰인형을 다시 품에 안겨준다.)
 
Eva Kadan:……. (이미 울먹울먹한 얼굴로 곰인형을 꼭 끌어안았다.) …… 역시 리처드랑 같이 밤 새우는 거 관둘래.
 
Richard Moore:(후후……. 계획대로군.) 그럼 같이 잘까요, 아가씨?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드리겠습니다.
 
Eva Kadan:아뇨. 내 방에서 나가란 소리. (홱 등지고 돌아 눕는다.)
 
Richard Moore:네? (???) …… 그럼 하녀를 들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va Kadan:싫어! 아무도 들어오게 하지 마. …… 혼자서 밤 새울 거야.
 
Richard Moore:그건 안 됩니다. 아가씨. 계속 고집만 부리시면 저도 주인님께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어요.
 
Eva Kadan:…… 마음대로 해라, 뭐어. 지금은 이 집에 나밖에 없는걸.
 
Richard Moore:그러니 더더욱 문제라는 겁니다……. 계속 고집만 부리시면 저도 이 저택에서 내쳐지게 되겠지요. (동정심 유발 작전으로 선회한다.)
 
Eva Kadan:……. (말없이 가만히 있다가) …… 싫어. 리처드는 내 거야. 아무 데도 못 가.
 
Richard Moore:…… ……. (아무 대답도 않고 웃기만 한다.)
 
Eva Kadan:……. (아무 대답도 안 들리자 휙 뒤돌아본다.) …… 왜, 왜 아무 말도 안 해!? 그렇다고 해야 할 거 아냐……!
 
Richard Moore:아가씨 마음대로 하시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쓸쓸한 표정 연기…….)
 
Eva Kadan:……. (우울해진 얼굴) 대답 안 할 거면 나가. 왜 아직도 안 나가는 거야?
 
Richard Moore:쫓겨나더라도 마지막까지 아가씨를 돌봐드려야 하거든요. 저 대신 유모라도 들일 생각이 없으시다면 계속 버틸 수밖에요.
 
Eva Kadan:그럼 리처드 마음대로 해요. (말똥말똥하게 천장 올려다봄) 돌봐 준다고 하면서 내 말은 하나도 안 들어 주는 고집쟁이 콧수염.
 
Richard Moore:그리고 저는 나이가 있어서 밤도 못 샙니다. (거짓말이다. 의자를 하나 끌어와 거기 앉는다.) 예절 공부 시간을 늘려야겠군요.
 
Eva Kadan:……. (입술을 삐쭉 내민다.) 재미없는 리처드. 공부 같은 건 안 할 거야. 그럼 곁에서 밤 새워 줄 수 있는 사람은 있어? 누구든.
 
Richard Moore:뭐 언제는 재미있었답니까. (팔짱 낌) 있기야 하겠지만…… 누가 됐든 내일 일을 할 수 없겠죠?
 
Eva Kadan:…… 그 정도는 내가 모르는 척 좀 해 주면 되지. 안 이를 거야. 낮에 조금 자더라도. …… 그럼 리처드가 나가고 밤 새워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불러 주면 되겠네. 그럼 되는 거 맞지? (힐끔)
 
Richard Moore:불러 드리겠습니다. 다만 저보다 더 억세게 재우려고 할 겁니다. (하녀장 생각 중.) 제 탓 하시면 안 돼요?
 
Eva Kadan:그, 그러니까 날 재우지 않고 밤을 새워 줄 사람을 찾아오란 거잖아!
 
Richard Moore:있겠습니까?
 
Eva Kadan:왜 없어? …… 흐음. …… 그럼 아까 새로 들어온 메이드는 어때?
 
Richard Moore:그 녀석은 아가씨 재우려다가 울기 직전이었는데요?
 
Eva Kadan:그래도 리처드보다 말은 잘 들을걸?
 
Richard Moore:그리고 내일부터 얼굴을 볼 수 없겠죠?
 
Eva Kadan:이익, 진짜! 어떻게 하라는 거야!
 
Richard Moore:주무시면 되지요. (간단명료!)
 
Eva Kadan:그 선택지를 빼고 말하란 말이야.
 
Richard Moore:꿈 속에서 괴물 물리치기?
 
Eva Kadan:하아……. 말이 안 통하네.
 
Richard Moore:대체 어떤 괴물이길래 그럽니까?
 
Eva Kadan:몰라, 몰라. 아주 징그럽게 생겼어. 그게 다야. (대충 대답하고 누워서 인형이나 갖고 논다.) 그럼 아무도 부르지 말고 리처드도 자러 가.
 
Richard Moore:징그럽게요? (아리송) 그게 안 된다니까 자꾸 그러시네…….
 
Eva Kadan:그럼 리처드가 해야 할 선택지는 두 개야. 나랑 같이 수다 떨면서 밤 새워 주든지, 아니면 나가든지. (흥)
 
Richard Moore:수다 떨다가 제가 먼저 잠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자세를 고쳐 앉는다.)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으신지 궁금하긴 하네요.
 
Eva Kadan:잠들면 모르는 척 내 침대에서 재워 줄게. 리처드라면 특별히……. (하품) 내 침대에서는 아무도 못 자지만 리처드라면 괜찮아.
 
Richard Moore:아가씨는 제 팔도 못 당기시면서? (쬐금 귀엽다. 대화하다 보면 알아서 잠드려나?) 아가씨가 더 어리실 땐 종종 그러곤 했지요…….
 
Eva Kadan:…… 그랬나? 기억 안 나는데……. 리처드랑 같이 잤어?
 
Richard Moore:어릴 때부터 유모보다 저를 좋아하셨잖아요? 졸지에 유모 일까지 떠맡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허허…….)
 
Eva Kadan:그, 그건……. (우물쭈물) 내가 어릴 때의 기억은 머릿속에서 다 지워버려. …… 나 시집 못 간단 말이야.
 
Richard Moore:왕자님께는 비밀로 해 드릴게요. (다시 이불 잘 덮어줌) 시집가고 싶으세요? 저한테 시집 갈 거라고 한참 떼를 쓰시는 바람에 주인님께서 엄청 화가 나셨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Eva Kadan:…… 왜 그런 것까지 기억해! 바보. (얼굴 빨개져서 곰인형 꼬옥) …… 리처드는? 리처드도 나랑 결혼하고 싶어?
 
Richard Moore:저는 평생 결혼 못 합니다. 아가씨. (장난을 치며 몸 위로 토닥토닥) 대답은 비밀로 하지요.
 
Eva Kadan:그…… 그런 거야? …… 비밀로 한다고 하니까 더 궁금하잖아.
 
Richard Moore: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리처드는 '에바가 평소에 동화나 시를 읽어주면 잠을 잘 잤었다' 라는 사실을 기억해냅니다.
 
물론 동화를 읽어줬던 건 몇 년 전이라, 이제는 다 컸다며 진저리칠 게 뻔하지만요.
 
Richard Moore: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내일 아침엔 비밀을 알려드릴 수 있을지도요. (사실 네가 결혼하고 나서도 답은 모를 것이다. 그거야 나도 모르겠는걸. 자리에서 일어난다.) 예전처럼 동화책이라도 읽죠, 아가씨.
 
Eva Kadan:동화책? 싫어. 내가 애도 아니구. 다 컸단 말이야.
 
분명 동화책이나 시집은 서재에 있었죠.
 
담당구역이 아니기에 서재에 자주 갈 일은 없지만, 서재는 3층 왼쪽 복도 끝에 있습니다.
 
Richard Moore:다 읽고 나서 어른이 된 아가씨의 의견을 듣고 싶거든요. 잠깐 다녀오는 동안 별 일은 없겠지요?
 
Eva Kadan:…… 진짜 동화책 가져오려구!?
 
Richard Moore:네에. 같이 가시겠어요?
 
Eva Kadan:……. (고민) 아니야. …… 늦지 않게 와야 해.
 
Richard Moore: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오셔야 해요. (방문을 잘 열어둔다.)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거면 온 집안 사람들을 다 깨워도 잘못이 아니니까요. 아시겠지요?
 
Eva Kadan:…… 알았어. 나 어린애 아니거든? (샐쭉한 얼굴로 누워 네가 나가는 쪽을 바라본다.) 리처드도 괴물이라도 만나면 나한테 도망 와.
 
Richard Moore:그렇게 하겠습니다. (뭔 괴물인지. 정말.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다. 그나저나 유모나 선생들은 교육을 어떻게 했길래 여태 아가씨가 잠도 못 이루시는 거야?)
 
리처드는 먼지 하나 없는 계단을 밟고 3층으로 올라갑니다.
 
기본적으로 항상 쓸고 닦아 과하게 광이 나는 저택이지만, 최근 며칠 새에 저택의 구석구석이 눈에 띄게 낡아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던 도중,
 
Richard Moore: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리처드는 계단 벽에 붙어있는 초상화에서 이상한 위화감이 듭니다.
 
Richard Moore:(초상화 봄) (지긋)
 
하루아침에 종이의 빛이 바래 누렇게 뜨고, 물감이 덩어리져 그림의 상당 부분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이제 사람을 그린 초상화라기보다는 마치…… 얼굴 없는 괴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리처드는 알 수 없는 기괴함을 느낍니다. SanC (0/1)
 
Richard Moore: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집사장에게 말해서 전부 족쳐야겠네……. (중얼거리며 그림을 쓸어본다.)
 
더 만졌다간 너덜너덜해질 것 같습니다.
 
Richard Moore:(이미 너덜너덜한데; 계속 걷는다.)
 
3층 왼쪽 복도 끝에 다다릅니다.
 
서재의 문을 열면, 벽면을 가득 채운 어마어마한 크기의 책장과 수많은 책들이 먼저 눈에 띕니다.
 
창밖은 이미 어둑해져 있으며, 고급진 책상 위에는 여러 문서와 필기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습니다.
 
리처드는 [창문/책상/책장]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Richard Moore:(창문부터 조사한다.)
 
늦은 저녁도 저녁이지만, 창밖은 짙은 안개가 끼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며칠간은 밤낮없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심한 것 같은데……
 
이 정도의 안개는 이 저택에서 일하게 된 이래로 처음인 것 같죠?
 
Richard Moore:괴물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괜히 신경이 쓰이네……. (책상을 조사한다. 그런데 주인님 물건 마구 만져도 되나?)
 
댁 주인어른의 책상입니다. 책상 서랍은 굳게 닫혀있고, 책상 위에는 각종 문서와 서신이 수없이 쌓여있으나 깔끔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문서가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냥 대충 차곡차곡 쌓기만 한 것 같네요.
 
대체 여기 담당이 누구였죠? 정리해두지 않으면 담당 사용인이 크게 혼날 게 뻔하네요.
 
Richard Moore:음……. (잠깐 정도는 괜찮겠지. 숙련된 손놀림으로 착착 정리한다.)
 
서류를 정리하며 <자료조사> 판정.
 
Richard Moore: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어디에도 분류해 놓기 어려운 이질적인 문서 두 장을 발견합니다.
 
한 장이 더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마지막 페이지는 누락된 건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Richard Moore:어쩔 수 없나? (이질적인 문서를 팔락거리다 따로 분류해 놓는다. 슬쩍, 내용을 살핀다.)
 
핸드아웃 <이질적인 문서>가 공개됩니다.
 
Richard Moore:???? (아가씨의 이름을 보고선 눈이 홀쭉하게 가늘어진다. 물어봐야겠네. 문서를 내려놓고 책장으로 돌아선다. 동화책, 동화책…….)
 
몇 가지 개인적인 서신은 책상 서랍에 넣어두는 게 좋을 텐데, 웬일인지 책상 서랍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평소에 번거롭다며 서랍장을 잠그지 않는 분인데 말이에요……. 다른 사용인이 모르고 잠가둔 걸까요?
 
Richard Moore:……. (보통 열쇠를 어디에 두더라? 열심히 짱구 굴림)
 
Richard Moore: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한번더 ㄱㄱ
 
Richard Moore:
기준치: 70/35/14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리처드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열쇠를 발견합니다.
 
Richard Moore:(열쇠를 주워 서랍을 연다.)
 
서랍 안에는 주인어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처음 보는 수첩이 놓여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기묘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Richard Moore:……. (펼쳐본다.)
 
같은 사람이 썼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한 필체의 라틴어와 기괴하고 기하학적인 원 모양, 출처를 알 수 없는 붉은 얼룩이 가득합니다.
 
SanC (0/1)
 
Richard Moore: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자고로 영국의 신사이자 지식인이라면 라틴어에 능해야 하는 법이니…… 주인 어른이 수첩에 라틴어로 쓰셨다고 해도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쓰여있는 모양새가 너무도 섬뜩합니다.
 
역시 많은 부분이 손상되어 읽기도 힘들 뿐더러, 왼쪽에 이 원은 대체 무엇일까요?
 
라틴어, 혹은 크툴루 신화 판정이 가능합니다.
 
Richard Moore:(아무것도몰르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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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d3 판정
 
Richard Moore:
rolling 1d3
 
(
3
 
)
 
 
=
3
 
눈에 띄는 단어들만 겨우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cm의 탑, 제물, 양자…….
 
전혀 연관성 없어보이는 단어입니다.
 
탑? 제물? 양자?
 
뒷장을 더 넘겨보면, 이젠 라틴어가 아닌 전혀 알 수 없는 문자들만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자고로 귀족 저택 사용인의 덕목이라면 첫째도 침묵, 둘째도 침묵입니다. 이것이 무엇이든 못본 척, 서랍을 닫는 게 좋겠네요.
 
Richard Moore:(기분 나쁘네. 서랍을 닫고 열쇠를 주머니에 쇽 넣었다. 이제 진짜로 책 찾아야지.)
 
온갖 장르의 책들이 꽂혀있는 거대하고 고급스러운 목재 책장이 보입니다.
 
얼마나 큰지, 책을 꺼내기 위한 간이 사다리까지 구석에 놓여있을 정도입니다.
 
분명 에바가 예전에 읽던 동화책들도 어딘가에 꽂혀있을 텐데 말이에요.
 
Richard Moore:하……. (기다리다 애 자겠네. 최대한 열심히 두리번거리며 익숙한 제목을 찾아본다…….)
 
자료조사 혹은 관찰 판정
 
Richard Moore: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엄마 거위가 아기 거위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표지의 책을 발견합니다.
 
Richard Moore:(동화 속의 동화 속의 동화. 책을 꺼내든다.)
 
책의 제목은 '마더구스(mother goose)'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Richard Moore:(힐끔) (무슨 내용인지 기억 안 남) 빨리 돌아가야지…….
 
서재의 조사를 마친 후, 리처드는 마더구스라는 동요집을 들고 다시 에바의 방으로 향합니다.
 
방문을 열면 에바는 여전히 뜬 눈으로 당신을 맞이합니다.
 
Eva Kadan:내가 몇 살인데 동요집을 가져오는 거야.
 
예상대로 에바는 투덜거리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게 마지막 희망이니까요.
 
Richard Moore:세 살? (농담하며 침대맡에 앉는다.) 참, 아가씨.
 
Eva Kadan:전혀 아니야! (삐죽 입을 내밀고서 힐끔) 왜?
 
Richard Moore:비밀 이야기 하나 해도 됩니까?
 
Eva Kadan:(금세 눈을 반짝반짝) …… 뭔데?
 
Richard Moore:진짜 비밀입니다. 아가씨와 저만의 비밀. 진짜 진짜 진짜 비밀.
 
Eva Kadan:응, 응. 비밀. 진짜 진짜 진짜 비밀. (꾸닥꾸닥)
 
Richard Moore:최근에 어떤 종이에 이름 쓰신 적 있습니까? (소곤)
 
Eva Kadan:…… 무슨 종이?
 
Richard Moore:계약서요. 이름하고 서명한 적 있으세요? (집요함)
 
Eva Kadan:으응……? (얼떨떨)
 
Richard Moore:그러니까. 종이 제일 밑에 아가씨 이름하고, 어르신 이름하고, 마님 이름을 적은 적이 있냔 말씀입니다.
 
Eva Kadan:……. (눈동자가 이리저리 한참 동안 움직인다.) …… 기억 안 나는데…….
 
Richard Moore:꿈에서 그런 걸수도 있지요. 생각나거든 말씀해 주세요. (너무 겁먹게 했나. 토닥토닥…….)
 
Eva Kadan:…… 으응.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로 이불을 턱끝까지 덮는다.) 그런 거 어른들이 하는 거 아니야?
 
Richard Moore:아가씨도 다 크셨다면서요? (그럼 그건 대체 뭐지. 잠시 눈가를 실룩이다 동요집을 펼친다.)
 
자장가나 짧은 동화가 여러 편 실려있는 책입니다.
 
리처드가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눈에 띄는 동요를 하나 찾습니다.
 
Richard Moore:아가씨. 눈 감으세요. (눈에 걸린 동요를 빤히 살핌)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va Kadan:……. (여전히 눈 뜬 채로 네 얼굴만 빤히 보고 있다.)
 
Richard Moore:(이건 아가씨 정서에 너무 나쁜데. 다른 괜찮은 건 없나? 조금 더 살펴본다.)
 
리처드는 뒷장에서 평범하고 아기자기한 노래 가사를 발견합니다.
 
반짝반짝 작은 별이네요. 다행히 책의 뒤쪽에도 무난한 가사의 노래나 동화가 많이 실려있습니다.
 
Richard Moore:아가씨가 말을 안 들으면 무서운 걸 읽을 거예요. (살짝 겁을 주곤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대고 편히 앉는다. 헛기침을 해 목을 가다듬은 후 동요를 느릿느릿 낮은 목소리로 읽는다.)
 
리처드가 약간의 흥얼거림을 섞어가며 동요를 불러주면, 에바는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은근슬쩍 귀를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Eva Kadan:…… 리처드 목소리는 정말 좋아.
 
반짝반짝 작은 별, 런던 다리 무너진다, 거미가 줄을 타고…….
 
그럼에도 여전히 에바는 잠에 들지 않습니다.
 
점차 밤은 깊어가고, 리처드는 서서히 눈이 감깁니다. 아, 아직 에바를 재우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Richard Moore:동쪽 하늘……. (쿠울) …… 아. (급히 입가를 닦고 제 뺨을 찰싹찰싹 때린다.)
 
Eva Kadan:……. (네 몸을 손으로 토닥토닥 느리게 두드려 준다.)
 
결국 먼저 잠에 들게 될 것만 같습니다.
 
Richard Moore:아, 안 돼요, 아가씨. (;;) (고개를 마구 젓다가 결국 마더구스를 읽기 시작한다…….)
 
리처드는……. 이제 글자도 잘 보이지 않네요.
 
Eva Kadan:잘 자라 우리 아가~……. (토닥토닥)
 
Richard Moore:……. (드르렁~ 커어억~ 드르렁~ 커어억~)
 
리처드가 완전히 수면에 잠길 무렵,
 
Richard Moore: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 잘 자."
 
, 낯설지만 어딘지 모르게 귀에 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 것도 같습니다.
 
1866. 04. 04
 
구름에, 붕 뜬 기분입니다. 몸에 감기는 감촉이 푹신합니다.
 
Richard Moore:(드르렁)
…… 스읍. (제 코 고는 소리에 놀라서 깬다.)
 
눈을 떠보면 리처드는 에바의 고급지고 푹신한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누워있습니다.
 
Richard Moore:아가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언제 잠든 거지???)
 
고개를 돌려보면, 에바는 리처드가 앉아 있었던 의자에 턱을 괴고 앉아 당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고용인의 침대를 차지하고 잠에 들어버리다니, 리처드는 산치체크를 해야 마땅합니다. SanC (0/1)
 
Richard Moore: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심지어 자명종 시계를 살펴보면 벌써 정오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저택의 사용인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게 보통인데…….
 
오늘 당장 짤려도 할 말이 없습니다.
 
Richard Moore:죄, 죄송합니다. 아가씨. (호다닥 침대에서 내려와 머리를 조아린다.)
 
Eva Kadan:잘 잤어? 아쉽게 23 시간은 안 됐네…….
 
Richard Moore:전 잘 생각이 없었는데요……. 그게…….
 
Eva Kadan:리처드, 정원 산책 가자. (폴짝 의자에서 내려온다.)
 
Richard Moore:예? 하지만, ……. (점심도 드셔야 하고, 공부도 하셔야 하고, 무엇보다또밤을꼴딱샌건지여쭤야하는데.)
 
Eva Kadan:오늘은 리처드 쉬게 해줄 거라고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말 해뒀어. (태평한 얼굴로 대답한다.)
 
누가 누굴 쉬게 해준다는 건지, 어제보다 한층 더 피곤한 건지 혈색이 점점 어두워져 오늘따라 더 안쓰러워 보이는 에바입니다.
 
또 밤을 새운 것 같은데, 대체 왜 잠을 자지 않는 걸까요.
 
Richard Moore:아가씨. 얼굴이……. 이러다간 공주님이 못 되실 겁니다. (걱정스레 다가가 얼굴을 만지작거린다.)
 
Eva Kadan:나는 공주님에 안 어울려? (네 얼굴을 빤히 올려다본다.) 후후, 리처드는 굉장히 말끔해 보여. 내 침대가 그렇게 편했어?
 
Richard Moore:어울리지만요, 아름다운 얼굴을 망치면 슬프잖습니까.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피한다.) …… 사용인 침대는 딱딱하니까요. 저도 모르게…….
 
Eva Kadan:후후. 리처드, 귀엽다. 그렇게 쿨쿨 자는 리처드 얼굴 처음 봤어. 오늘도 내 침대에서 자도 돼. (까치발을 들어도…… 쓰다듬을 수가 없다. 팔을 슥슥 문질러 준다.)
 
Richard Moore:아닙니다. 그랬다간 정말 목을 백 번 잘려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머쓱하게 네 모습 보다가 다시 곧게 선다.) 괴물이 나올까 봐 두려우신 거면 다른 곳에서 주무시는 것도 안 되나요?
 
Eva Kadan:리처드는 내 거니까 내 침대에서 자도 아무도 뭐라 못 해. (네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손을 잡아 이끈다.) 얼른 정원으로 가자. 나도 리처드에게 내 비밀을 알려 줄게.
 
Richard Moore:……. (미치겠네……. 대체 왜 안 자는 거야. 어쩔 수 없이 끌려가면서도 속이 탄다.) 무슨 비밀이길래 정원까지 가는 겁니까?
 
어쩔 수 없이 에바의 손에 이끌려 저택 문밖으로 나서면, 아침임에도 여전히 안개가 끼어있습니다.
 
저택 근처 이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요. 정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에바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거대한, 안개 낀 정원을 익숙하게 지나갑니다. 어린 풀냄새와 이르게 핀 꽃향기가 리처드의 코를 맴돕니다.
 
어느새 프리지아 꽃이 만개한 곳에 멈춰선 에바는 나무담장 틈새로 리처드를 안내합니다.
 
Eva Kadan:짠. 이쪽으로 들어가면 돼. (개구멍처럼 생긴 곳 가리킴)
 
Richard Moore:웬 안개가……. (대낮인데? 의아함을 풀풀 드러내다 개구멍을 본다.) 손 꼭 잡고 계세요. (먼저 개구멍 속으로 몸을 밀어넣는다. 끙.)
 
Richard Moore:
크기
기준치: 70/35/14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못 들어갈 정도는 아니지만, 몸이 조금 끼는 것 같은데요......
 
Richard Moore:으그그극. (몸을 마구마구 욱여넣는다. 들어가라!)
 
Eva Kadan:리처드, 미…… 밀어 줄까!? (뒤에서 서성거림)
 
Richard Moore:네. 구멍이 너무 작아요…….
 
Eva Kadan:에잇. 들어가라. 에잇! (양손으로 리처드 엉덩이 팡팡)
 
Richard Moore:아가씨? 아무리 밀어도 엉덩이는?! (땀 뻘뻘) 차라리 발로 걷어차세요!!!
 
Eva Kadan:뭐!? 그, 그건 좀……. 내가 못된 계모라도 된 것 같잖아.
 
Richard Moore:남자 엉덩이 만지고 그러면 시집 못 갑니다?!
 
Eva Kadan:그, 그럼 어떡해. 벼, 별로 만진 거 아니잖아! 때린 거야. (팡팡)
 
Richard Moore:아가씨가 손으로 때려도 꿈쩍 안 해요……. (끙끙)
 
Eva Kadan:(온 힘을 실어 꾸우욱 힘줘서 밀기 시작) 이, 이렇게에……! 하면! 들어가질지도……!
 
Richard Moore:……! (더 끙끙거리며 몸을 웅크린다. 들어가라. 들어가라!)
 
리처드는 무사히 틈새 안으로 들어갑니다.
 
Richard Moore:됐다……! (바닥에 털썩 쓰러진다.)
 
Eva Kadan:(손쉽게 엉금엉금 기어서 들어간다.) 영차. 리처드는 너무 커다래.
 
Richard Moore:아가씨가 너무 작은 거예요……. (지쳤다.)
 
Eva Kadan:후후. (네 곁에 앉아 안쪽을 가리킨다.) 여기가 나만 알고 있는 비밀 정원이야.
 
Richard Moore:비밀 정원이요? (그런 게 있을 리가. 사실 정원 일은 잘 모른다.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밀 정원 안으로 들어가면, 맨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작은 오두막과 벤치입니다.
 
그 주변에 가득 핀 라일락 나무와 이름 모를 들꽃들이 어우러져 마치 소담한 공간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저택의 정원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요?
 
어쩐 일인지 유독 이곳에만 안개가 끼지 않아,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이 맑습니다.
 
문이 없어 햇살이 잘 드는 오두막 안에는 간이침대와 테이블, 간단한 취사도구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Richard Moore:이게 대체……. (갑자기 날도 맑아진 데다가, 정말 무슨 아지트처럼 꾸며진 모습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Eva Kadan:깜짝 놀랐지? (네 반응에 뿌듯한 얼굴로 올려다본다.)
 
Richard Moore:예. 엄청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바닥에 쭈그려 앉아 네 옷을 탈탈 털어준다.)
 
Eva Kadan:후후. (익숙하게 네 손길을 받으며 얼굴을 발그레하게 붉힌다.) 나 이제 시집 못 가니까 리처드가 책임져 줄 거야?
 
Richard Moore:정말 못 하는 말씀이 없으셔. (나중엔 너도 다 잊어버릴 일이다. 마저 다 털어주곤 번쩍 들어올려 침대에 앉힌다.) 매일 여기 오십니까?
 
Eva Kadan:아니이. 공부하기 싫을 때만 가끔 도망 오는 정도……. 비밀이야. (검지를 세워 보이고 작게 웃는다.) 왜 대답 안 해 줘? 리처드 때문에 시집 못 가는 거니까 책임져 줘야 해. 알았지?
 
Richard Moore:여기서라면 낮잠 자도 괴물이 못 오겠네요. 너무 예뻐서요. (같이 검지를 세운다.) 왜 안 하긴요. 만진 게 아니라 때린 거니까 시집은 갈 수 있는 거 아닙니까?
 
Eva Kadan:…… 그, 그런 건가? ……. (잠시 진지하게 고민에 빠진 얼굴) 그, 그럼 만질까……?
 
Richard Moore:떽. 엄한 생각 하지 마세요. (오두막 안의 물건들을 하나씩 만져본다. 그러다 네 얼굴을 본다.) 아가씨, 배는 안 고프세요?
 
Eva Kadan:…… 치. 리처드 바보. (제 배 만지작) …… 조금. 리처드도 배고파?
 
Richard Moore:저도 조금요. 뭐 좀 만들어 드릴까요? (취사도구 달그락) 아니면 제가 저택에서 가져와도 되고요.
 
Eva Kadan:안 돼. 리처드는 여기 있어. 또 엉덩이 밀어 줘야 하잖아. 내가 가져올게. 달걀이랑 빵 같은 거 몰래 조금 가져올까? (신난 듯이 다리 달랑달랑)
 
Richard Moore:그러다 하녀장이나 집사장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전전긍긍) 나중에 비상식량을 조금씩 가져다 두는 것도 괜찮겠네요.
 
Eva Kadan:후후. 이러니까 둘만의 아지트 같다. (다시 얼굴 발그레) 나중에 결혼할 마음이 생겼을 때 리처드가 쫓겨나면 나랑 여기서……. (자기가 말해놓고 부끄러운지 호다닥 나감) 먹을 거 가져올게!!!
 
Richard Moore:아가씨!!! (갑자기 혼자 남겨졌다. 이 아가씨는 뭐가 좋다고 이렇게 엉겨붙는 건지 모르겠다. 하긴 어린애니까……. 침대 옆 바닥에 앉아서 널 기다리다가, 다시 꾸벅꾸벅 존다. 아직 졸리네…….)
 
Eva Kadan:(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바구니 안에 식기와 함께 달걀과 빵, 과일을 담아 돌아온다.) 핫……. (리처드 자고 있네. 조심조심 테이블 위에 바구니를 낑낑 올려둔다.)
 
Richard Moore:(이번엔 코를 골지 않고 색색거리기만 하다가, 인기척이 느껴지자 퍼뜩 눈을 뜬다.) …… 언제 오셨어요?
 
Eva Kadan:미안……. 깼어? 안 깨우려고 했는데. 방금 전에. (의자에 탈싹) 침대에서 자도 되는데.
 
Richard Moore:잠깐 졸았을 뿐이에요. (일어나서 바구니 살핌) 침대는 절대 안 돼요. 으음……. 토스트 만들어 드릴까요, 아가씨?
 
Eva Kadan:응. 혹시 몰라서 버터도 조금 잘라 왔어. 리처드가 가져 오라고 시켰다고 하니까 주던걸. (이름 팔아먹음) 리처드가 해 주는 점심이다아.
 
Richard Moore:비 오는 날에 먼지 날 만큼 털리게 생겼네. (중얼) 네에. 사과도 토끼 사과로 깎아 드릴게요. 얌전히 앉아 계세요.
 
Eva Kadan:신난다. (다리 달랑달랑) 리처드는 못 하는 게 없어.
 
Richard Moore:하인이니 당연히 그래야죠. (치지직…… 차르륵…… 지글지글…….) 다 먹고 나면 낮잠 잡시다.
 
Eva Kadan:다 먹고 나면 할 일 있어. 리처드도 도와야 하는 거야. (양손으로 턱 괴고 네 뒷모습 빤히) …… 리처드가 뭐든 잘하니까 뭐든 잘하는 여자가 좋은 건가? 후음…….
 
Richard Moore:무슨 일이요? (금세 토스트 완성) 여자는……. 뭐어. 예쁘면 좋고, 몸매가 좋으면 좋고, 성격이 좋으면 좋고. 그런 겁니다.
 
Eva Kadan:아직 비밀이야. ……. (제 몸 내려다봄) …….
 
Richard Moore:네에. (그릇에 예쁘게 담는 중) 그리고 굳이 꼽자면 연상이 좋을까…….
 
Eva Kadan:……. (쿠궁) (더 암담해진 얼굴)
 
Richard Moore:연상은 뭔가, 어른스러운 매력이 있다 해야 하나요? (웃으며 그릇을 테이블에 놓는다. 네 맞은편에 앉아 사과부터 사각사각 깎는다.)
 
Eva Kadan:…… 너무 구체적이잖아. ……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 (힐끔힐끔)
 
Richard Moore:…… 제가 이미 결혼했을 거란 생각은 안 하십니까? (토끼 사과들을 보기 좋게 올리고 네 몫의 토스트를 한 입 크기로 썰었다.) 주인님이 안 계시니까 잘라 드리는 거예요. 아가씨.
 
Eva Kadan:……. (토스트는 쳐다는 보지도 않고 네 얼굴만 가만히 바라본다.) …… 결혼했어?
 
Richard Moore:음……. 이거 다 먹고 낮잠도 주무시면 알려 드릴게요. (왜인지 같은 수법만 쓰는 것 같다.)
 
Eva Kadan:…… 됐어. 알려 주지 마. (메롱) 나도 안 알려 주면 밥 안 먹을 거야.
 
Richard Moore:…… 그렇게 하세요. (예뻐만 하면 분명 더 심해지게 되겠지. 성실한 집사 노릇도 참 힘드네. 옛날처럼 대충대충 살고 싶다. 다른 과일을 깎아 조각조각 제 입에 넣는다.)
 
Eva Kadan:……. (안 넘어오네. 우울해진 얼굴로 토스트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꼬르륵)
 
Richard Moore:(가만히 보더니 토스트에 달콤한 시럽을 왕창 뿌린다. 포크로 한 조각 콕 찔러 네 입가에 가져간다.) 아아.
 
Eva Kadan:……. (힝. 입술을 잔뜩 삐죽이다 결국 입을 벌려 받아먹는다.) …… 아아.
 
Richard Moore:착해요. 아가씨. (웃으며 입에 쏙쏙 넣어준다.) 아이, 예쁘다.
 
Eva Kadan:……. (착실하게 냠냠 잘 받아먹음) 리처드는 내가 말 잘 들을 때만 예뻐해 줘. 리처드가 들어야 하는데.
 
Richard Moore:다 아가씨께 보탬이 되는 일들이에요. (능숙한 손길로 계속 먹임)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으면 쓰러질 겁니다.
 
Eva Kadan:그럼 뭐해. …… 나이를 더 많이 먹지는 못 하는데. (작게 투덜거리며 우물우물)
 
Richard Moore: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으세요? 전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던걸요. (계속 예뻐하며 달램)
 
Eva Kadan:…… 마흔 살 되고 싶어. (입 삐죽)
 
Richard Moore:…… 마흔 살? 왜요? (입가의 시럽을 닦아 주느라 바쁘다.)
 
Eva Kadan:…… 리처드 바보!!! (눈 질끈)
 
Richard Moore:네네. 그 소리도 벌써 몇 번째인지……. (이제 다시 과일 깎는 중)
 
Eva Kadan:리처드는 아무것도 몰라. 여자의 마음 같은 거 몰라. 그러니까 결혼 같은 것도 했을 리 없어. (사과 아삭아삭)
 
Richard Moore:글쎄요~? 어쩌면 아가씨랑 나이가 비슷한 딸이 있을 수도 있고. (끝없이 늘어나는 토끼 과일들…….)
 
Eva Kadan:……. (충격받은 얼굴) (사과 투욲 떨어뜨림)
 
Richard Moore:아이고, 아가씨! (사과 집어들어 다시 접시에 올림)
 
Eva Kadan:(머엉) 거, 거짓마알……!
 
Richard Moore:네에. 거짓말이에요. 애인도 아내도 아이도 없으니까 얼른 마저 드세요.
 
Eva Kadan:…… 왜, 왜 그런 거짓말을 해……! 놀리면 못 써! (눈에 띄게 안심한 얼굴로 사과 집어먹는다.)
 
Richard Moore:아가씨가 계속 이상한 질문만 하시니 그렇죠. (저도 과일 몇 조각을 더 먹는다.) 대답했으니 낮잠도 주무셔야 합니다?
 
Eva Kadan:리처드가 낮잠 자는 거라면 지켜봐 줄 수 있어. (시치미) (냠냠) …… 이제 배불러.
 
Richard Moore:괴물이 그렇게 무서우세요? 그럼 오 분 마다 깨워드릴 테니까요. (냠냠냠) 그럼 무리하지 말고 그만 드시죠.
 
Eva Kadan:…… 그치만 리처드가 깎아 준 거잖아. (냠) …… 안 잘 거야. 할 일이 있어서 리처드를 여기 데려온 거라구.
 
Richard Moore:자고 나서 해도 되는 거잖아요? 그러다 배탈 나요. (그릇을 제 쪽으로 끌어온다.)
 
Eva Kadan:글쎄 싫대도. 자꾸 자라고 하면 이 비밀 정원에 리처드는 출입 금지 만들어 버릴 거야. (달라는 듯 쭈욱 손 뻗음) 자라는 말 금지.
 
Richard Moore:그럼 저는 아가씨가 절 보는 걸 금지해야 하나요? (치사한 작전으로 맞불 놓음) (제 입에 남은 사과 와르륵) (까득까득)
 
Eva Kadan:앗! (다 먹었다…….) (힝) 리처드 먹보. …… 그래서? 그럼 할 일 안 도와 줄 거야?
 
Richard Moore:도와드릴 거예요. 자기 싫으면 누워서 조금 쉬기라도 하세요. (웅얼거리며 무서운 얼굴!)
 
Eva Kadan:힉. ……. (소심하게 찌릿 노려봄) 콧수염 도깨비……. (웅얼웅얼)
 
Richard Moore:진짜 도깨비 보고 싶으세요?!
 
Eva Kadan:……. (계속 무어라 구시렁거리다 타박타박 침대로 걸어감)
 
Richard Moore:(옳지. 그릇을 대강 치우고 저도 침대로 간다.) 어서요.
 
Eva Kadan:(침대 옆자리 팡팡) 리처드도 들어올 거야?
 
Richard Moore:그러는 게 좋으시면요. (옆자리에 앉는다.)
 
Eva Kadan:(이불 들춤) 들어와.
 
Richard Moore:(슉 들어가서 누움)(팡팡) 누우세요.
 
Eva Kadan:(옆에 쏘옥 붙어서 누움) 후후……. 이 침대도 내 침대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푹신해.
 
Richard Moore:엄청나게 푹신한데요……. (자장자장) 자, 눈 감고 쉽시다.
 
Eva Kadan:리처드도 쉬는 시간에 여기 마음대로 써. 여기는 내가 주인이니까 허락해 줄게. 쿨쿨 자도 돼. (눈 부릅) 재우려고 하면 뛰쳐나갈 거야.
 
Richard Moore:쉬는 시간에 자면 못 일어나잖습니까. (어깨 으쓱) 자는 게 아니라 그냥 쉬는 거라니까요?
 
Eva Kadan:그럼 눈은 안 감을 거야. …… 리처드도 토닥토닥 해 줄까? 어젯밤처럼?
 
Richard Moore:저는 너무 많이 자서 괜찮아요. 이 이상 자면 밤에 못 자니까요. 그리고, 어젯밤 같은 일이 벌어지면 깨우셨어야죠. 아가씨.
 
Eva Kadan:그치만 리처드 자는 얼굴, 처음 보기도 했고 귀여웠는걸. 뭣하러 깨워.
 
Richard Moore:……. (우리 아가씨 취향이 이상해.) 저는 아가씨를 재우러 간 거지 제가 자러 간 게 아니거든요?!
 
Eva Kadan:…… 그런데 잠들었잖아?
 
Richard Moore:저도 왜 잠들었는지 모르겠다구요…….
 
Eva Kadan:…… 늙어서……?
 
Richard Moore:…… …… 너무하시네…….
 
Eva Kadan:리, 리처드가 그랬잖아! 나, 나는 나쁜 뜻으로 말한 거 아니다 뭐! (황급히 손사래)
 
Richard Moore:저도 제가 늙은 거 압니다…….
 
Eva Kadan:커다랗고 늙은 집사가 공주 침대에서 쿨쿨 자고.
 
Richard Moore:…… 역시 저택을 떠나야겠죠…….
 
Eva Kadan:어, 어째서!? 싫어! (양손으로 멱살 잡음)
 
Richard Moore:읏, 그거야, 절대 해선 안 될 일을 했으니…….
 
Eva Kadan:리처드가 떠나면 난 어떡해!
 
Richard Moore:예? 뭐, 저 말고도 사용인은 잔뜩 있고요……?
 
Eva Kadan:……. (울상으로 노려본다.)
 
Richard Moore:아, 안 나갈 테니까요. 주인님이 모르시면 아마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Eva Kadan:말 안 할 거야. 말할 리가 없잖아. (퉁명스럽게 대답하더니 뒤돌아 눕는다.) 리처드 미워.
 
Richard Moore:아가씨…….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네.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Eva Kadan:리처드한테는 내가 그냥 귀찮은 꼬맹이일지도 모르겠지만. …… 나는 이 저택의 사람들 하나하나가 중요해. 그중에서도 리처드가 나한테는 제일 특별한데…… (이불 꼬옥 둘러싸맨다.)
 
Richard Moore: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가씨. 제가 너무 예의 없게 굴었습니다. 앞으로는, …… 상처 받으실 일 없도록 힘쓰겠습니다. (뒤로 슬슬 물러난다.)
 
Eva Kadan:…… 됐어. …… 괜찮아. 예의 차리라는 이야기 아니야. (가볍게 한숨 내쉬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 역시 그만 쉬고 일어날래.
 
Richard Moore:예. (아예 오두막 바깥쪽까지 물러난다. 아예 오늘은 돌아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더 어릴 적부터 가까이에서 지내는 바람에 이상한 감정까지 품게 만든 모양이다. 떨어지는 게 정리가 빠르다.)
 
Eva Kadan:(꾸물꾸물 일어나 네가 있는 쪽을 바라본다.) …… 어디 가? …… 가려고?
 
Richard Moore:(아무리 생각해도 네게 있어 제가 가장 특별해져선 안 된다. 그저 주인과 사용인으로 남아야 한다. 입술을 질근 깨물다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은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가씨.
 
Eva Kadan:…… 왜? (금세 다시 울상이 되어 침대에서 내려온다.) …… 내가 뭐라고 해서? …… 내가 리처드 귀찮게 해서 그래?
 
Richard Moore:…… 아가씨. 아닙니다. 제 문제예요. (고개를 젓고서 시선을 피한다.) 원하신다면 저택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Eva Kadan:……. (울먹울먹) …… 나, 나는 오늘……. (저도 시선을 바닥으로 떨군다.) 리처드랑 같이 여기서 놀고 싶어서…….
 
Richard Moore:죄송합니다. (역시 난 글러먹은 집사가 아닐까. 애초에 아이를 돌보는 일엔 재주도 없다. 마른세수를 하곤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저도 다른 이들과 다를 거 없이 아가씨의 하인 중 하나일 뿐입니다.
 
Eva Kadan:…… 왜 그런 말을 해?
 
Richard Moore:아가씨가 다른 마음을 먹게 만들면 만들수록 힘들어지는 사람도 아가씨니까요.
 
Eva Kadan:…… 왜 계속 날 밀어내는 거야. 내가 미워졌어? (네 앞으로 다가가 양손으로 옷깃을 꽉 쥐고 올려다본다.) 이제 다시 리처드한테 이상한 말 안 할게. 그러니까 가지 마. …… 잘못했어.
 
Richard Moore:애초에 가까워져선 안 되는 사이입니다. 격이 다르고, 사는 세계도 다르고, 맞닿아서도 안 되지요. 하인으로서 부려 주십시오. 사과하지도 마세요. (희미하게 웃었다.) …… 너무 어려운 이야기였네요. 죄송합니다.
 
Eva Kadan:…… 나도 그 정도는 알아. 전부 알아들을 수 있어. ……. (붙잡았던 옷깃을 놓고 네 손끝을 소심하게 만지작거렸다.) …… 난 그래도 리처드가 소중해. …… 제일 소중해.
 
Richard Moore:아가씨……. 말씀드렸지만 아가씨가 훌륭하게 성장하시는 모습만 볼 수 있다면 전 어떻게 되어도 좋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공주님이 되어서, 모난 곳 하나 없는 왕자님과 결혼하시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 (들리지 않게 한숨을 쉬고 널 안아든다.) 그런 말도 하시면 안 돼요. 저택으로 돌아가지요. 돌아가서 다른 사용인들을 부르겠습니다.
 
Eva Kadan:…… 싫어. 가지 마. 가지 마, 리처드. (고개를 세게 젓는다.) 조금만 더 같이 있어. 응? …… 안 돼? 리처드…….
 
Richard Moore:그리고, 아가씨. 가장 소중한 건 아가씨예요. 항상 아가씨를 먼저 생각하셔야 해요. 그래야 아무도 아가씨를 지켜줄 수 없을 때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답니다. (부드럽게 달래며 걸음을 옮긴다.) …… 이대로 조금만 걷죠.
 
Eva Kadan:그런 건……. (네 말에 입술을 꾹 깨물다 어깨를 작게 때린다.) 그런 건 나도 알고 있어! …… 그렇지만 정말로 아무도 없을 때에는, 혼자 나를 돌봐도 아무런 소용 같은 거 없어……. (울음 섞인 목소리를 내다 입을 다물었다.) …… 그냥 내려줘.
 
Richard Moore:……. (곧이곧대로 내려주지 않고 눈물을 다 닦아주고 나서야 바닥에 내려주었다. 보세요, 아가씨가 하는 말씀도 못 알아듣겠어요. 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어느새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Eva Kadan:……. (눈물을 다 닦아내고서 저도 굳은 얼굴로 발치만 내려다본다. 어느 정도 침묵이 흐르고서 네 얼굴을 외면한 채 묻는다.) …… 돌아갈 거야? …… 나랑 더 있기 싫어?
 
Richard Moore:…… 명령하시는대로 하겠습니다. (그 외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그렇다고 해도 독이고, 아니라고 해도 독이다.)
 
Eva Kadan:리처드가 그러기 싫으냐고 묻고 있는 거야. …… 평소에는 내 말 하나도 안 들으면서…….
 
Richard Moore:그거야말로 아무 소용 없는 겁니다. 에바 아가씨. …… 할 일을 도와드리고 갈까요?
 
Eva Kadan:…… 그래.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오두막으로 타박타박 걸어간다. 그리고는 작은 모종삽 하나를 꺼내들고 다시 나온다.) …….
 
Richard Moore:네. (책임이니 뭐니 할 때엔 그저 아이의 장난이겠거니, 아이다운 생각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뒤늦게 깨달았다. 아무리 아이의 생각이라도, 가벼운 일이었다 해도 귀족과 하인의 세계는 땅과 별의 거리만큼 멀지 않나. 잘 돌봐서 모시기만 하면 된다. 쓸데없이 편하게 대하지 말자. 굳게 입을 다문 채 네 뒤를 따른다.)
 
Eva Kadan:(말없이 주위를 둘러보다 근처에 쪼그려 앉아 삽으로 조금씩 땅을 파냈다.) ……. (한참 동안 파내다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 여기가 아닌가…….
 
Richard Moore:……. (저도 네 근처에 쭈그리고 앉아 맨손으로 땅을 헤집는다. 옷이나 손은 씻으면 그만이지.) 뭘 찾고 계세요?
 
Eva Kadan:…… 여기 어딘가에 묻어 뒀었는데…….
 
Richard Moore: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자물쇠가 걸려있는 작은 나무상자가 묻혀 있는 것이 보입니다.
 
Richard Moore:(상자를 조심스레 꺼내 네게 내민다.) 아가씨.
 
Eva Kadan:아……! (화색이 조금 밝아져 네게서 상자를 받아든다.) 열쇠는……?
 
열쇠는 보이지 않네요.
 
Richard Moore:…… 상자를 부숴도 괜찮다면 열어 드리겠습니다.
 
Eva Kadan:…… 그래도 괜찮아? (조심스럽게 상자를 네 쪽으로 내민다.)
 
근력 판정이 가능합니다.
 
Richard Moore: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947611
+2: 극단적 성공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나무 상자 안에는 곳곳에 아름다운 푸른 보석이 박힌 금제 회중시계가 들어있습니다.
 
Richard Moore:(열린 상자를 다시 네게 내민다.) 찾고 계시던 물건이 맞나요?
 
Eva Kadan:…… 응. (흙을 탈탈 털어내고 소중하게 회중시계를 감싸쥐어 네게 내민다.) …… 이거, 리처드 줄게.
 
Richard Moore:네? 아, 아닙니다. 제가 감히……. (머리를 푹 수그린다.)
 
Eva Kadan:…… 주려고 꺼낸 거야. 받아 줘. (손을 거두지 않고 계속해서 네게 쭉 내밀었다.)
 
Richard Moore:……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방에 잘 놔둘 테니 필요가 생기면 말씀해주세요. (조심스레 시계를 받아 다시 상자에 넣는다.)
 
예사롭지 않은 세공 솜씨와 박혀있는 보석으로 보아 상당히 귀한 시계일 테죠. 아가씨는 왜 이런 걸 당신에게 건넸을까요.
 
Eva Kadan:응. 소중하게 간직해 줘야 해. …… 잃어버리거나 하면 안 돼.
 
Richard Moore:네. …… 어떤 물건인가요? 이 시계.
 
Eva Kadan:…… 이건 말이야. 행운을 가져다 주는 시계야나한테는 더 이상 필요가 없으니까 리처드가 대신 가져 줬으면 좋겠어. …… 알겠지?
 
Richard Moore:…… 그렇다면 더더욱 받을 수가 없는데요…….
 
Eva Kadan:…… 왜? …… 내가 주는 거니까 부담스러워서?
 
Richard Moore:아뇨. 세상의 그 어떤 행운이든 아가씨의 손에 놓였으면 해서요.
 
Eva Kadan:…… 나는 이미 운이 좋아. 리처드 같은 집사가 내 곁에 있으니까……. (작게 중얼거리고서 상자를 바라보더니 벌떡 일어섰다.) 참, 좋은 생각이 났어.
 
Richard Moore:그건 따지자면 불운에 가깝죠. (상자를 닫아 대충 흙을 털고 주머니에 넣는다.) …… 무슨 생각 말입니까?
 
Eva Kadan:싫어. 그런 소리 하지 마. 진짜로 화낼 거야. (째릿 흘겨보고서 오두막으로 종종 들어가더니, 연필과 쪽지 두 개씩을 가지고 온다.) …… 그거, 내 타임캡슐이었거든. 그 타임캡슐에 리처드와 나만의 새 타임캡슐을 만들고 싶어.
 
Richard Moore:…… 하지만 사실이니까. (네가 들어가고 나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발소리가 들려오자 널 쳐다본다. 역시 어린아이다.) …… 타임캡슐이요? 대체 언제 이런 걸 묻으셨습니까?
 
Eva Kadan:…… 옛날에? (배시시 웃고서 네게 연필과 종이를 건넸다.) …… 롤링 페이퍼 쓰자. 상자에 담아서 넣고, 십 년 후에 서로 바꿔서 읽어보는 거야.
 
Richard Moore:……. (믿기 힘들지만 캐물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조용히 네게서 연필과 종이를 받아 잠시 멍하니 바닥을 쳐다본다.) …… 글은 잘 못 씁니다.
 
Eva Kadan:(벌써 혼자서 삐뚤빼뚤한 글씨로 'TO.리처드'라고 쓰고 있다.)
 
Richard Moore:…… 하아. (느릿느릿 글자를 적어 내려간다. 아름답게 자라셨겠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늘 감사했습니다 따위의 뻔한 말이었지만 제게 있어선 진심이었다.)
 
Eva Kadan:(꼬깃꼬깃하게 쪽지를 접고 나서 뿌듯한 얼굴을 했다.) 다 썼다. …… 리처드도 다 썼어?
 
Richard Moore:…… 네. 다 썼어요. (종이를 두 번 접었다.) 그런데 상자가 없습니다만…….
 
Eva Kadan:아까 그 상자 줘. (손 척)
 
Richard Moore:…… 부쉈는데요?
 
Eva Kadan:…… 자, 자물쇠가 없어도 여닫는 건 되지 않을까? …….
 
Richard Moore:그런가요……. (십 년이 되기 전에 여길 갈아엎으면 끝인데. 별 말 없이 주머니에서 상자를 꺼내 건넨다.)
 
Eva Kadan:(기쁜 듯이 제 쪽지를 넣고 네게도 상자를 건넸다.) …… 십 년 뒤까지 여기서 일해야 해. 내 곁에서.
 
Richard Moore:…… 네. (조용히 상자에 쪽지를 넣고 원래 있던 자리에 묻는다.) 덮을까요?
 
Eva Kadan:응. (네게 모종삽까지 건네 준다.) 후후. …… 리처드. …… 고마워. 어울려 줘서…….
 
Richard Moore: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요. (무뚝뚝하게 대답하며 삽으로 흙을 덮고 땅을 잘 다진다.) 아가씨, 더러워지니 물러나세요.
 
Eva Kadan:……. (네 단호한 말투에 머쓱한 미소를 띤 채 얌전히 뒤로 물러난다.) …… 리처드, 흙투성이야.
 
Richard Moore:저는 괜찮습니다. (먼저 손과 삽으로 꾹꾹 누르곤 자리에서 일어나 발로 마무리를 한다.) 며칠 지나면 티가 안 나겠군요.
 
Eva Kadan:…… 이제 이걸로 우리 둘만의 비밀이 또 생겼네. (흙이 묻은 손도 마다하지 않고 꼭 감싸쥔 채 올려다본다.) …… 이제 들어가도 괜찮아. 너무 붙잡아 뒀네.
 
Richard Moore:……. (더 멀어져야 하나. 네 말에 표정이 심각해진다. 네 손을 조심스레 놓고 제 손을 탁탁 턴다. 재킷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네 손을 닦아준다.) 아가씨는 안 들어가시고요?
 
Eva Kadan:……. (기껏 손을 닦고서도 네 손을 다시 잡았다.) …… 같이 들어가자. 들어가서 씻구, 저녁도 먹어야 해.
 
Richard Moore:네. 그 다음엔 주무셔야 하고요. (미간이 구겨진다. 아예 네 손을 손수건으로 감싸고 그 위를 쥐었다.) 가시지요.
 
Eva Kadan:……. (말없이 그 상태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밀 정원에서 시간을 보낸 후, 저택으로 돌아갈 즈음이면 주변에는 노을이 집니다.
 
여전히 끼어있는 안개에 당신의 기분은 묘해집니다.
 
씻고, 저녁을 먹고...... 어두운 밤이 다가오면 당신은 오늘이야말로 에바를 재우겠다는 마음으로 에바의 방을 정리합니다.
 
정리를 마치면 여전히 잠에 들 생각이 없어 보이는 에바가 잠옷을 입은 채 투덜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Richard Moore:괴물도 지쳐서 돌아갔겠군요. 아가씨. 오늘도 주무시지 않는다면 저도 강한 수를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Eva Kadan:…… 어떻게? (침대에 걸터앉는다.)
 
Richard Moore:주인을 보살필 수 없는 종은 내쳐야 마땅하지요. (의자에 앉는다.)
 
Eva Kadan:…… 협박하는 거야?
 
Richard Moore:아뇨. 더 걸맞는 사람을 찾을 뿐입니다.
 
Eva Kadan:…… 아까 십 년 후까지 내 곁에 있어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
 
Richard Moore:나흘이나 밤을 새면 십 년 후에 같이 있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죠. 죽을 테니까요.
 
Eva Kadan:그건 그거고, 리처드가 약속을 어기는 건 다른 문제야. (침대에 꾸물꾸물 들어가 옆자리를 톡톡 두드린다.) …… 같이 눕자.
 
Richard Moore:아뇨. 같은 문젭니다. (의자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Eva Kadan:…… 왜? 이제 나랑 같이 붙어 있기도 싫어서?
 
Richard Moore:제가 먼저 잠들면 안 되니까요.
 
Eva Kadan:…… 그러라고 들어오라고 하는 건데…….
 
Richard Moore:애초에 집사가 아가씨와 함께 눕는 일은 불허되는 일이랍니다. 아가씨.
 
Eva Kadan:…… 내가 명령하고 허락한 거니까 상관없잖아.
 
Richard Moore:당장 지나가는 사용인 하나 불러서 물어 볼까요?
 
Eva Kadan:그럼 리처드, 여기서 나가. 그러면 간단하잖아.
 
Richard Moore:아가씨를 건전한 방식으로 재우는 게 제 일입니다.
 
Eva Kadan:…… 건전하지 않은 방식은 뭔데!?
 
Richard Moore:성인 남성이 어린 아가씨의 침대에 들어가는 방식이죠.
 
Eva Kadan:…… 뭐, …… 어차피 리처드는 나한테 관심 하나두 없잖아.
 
Richard Moore:제 말을 들을 생각이 없으시군요?
 
Eva Kadan:…… 응.
 
Richard Moore:그럼 말씀대로 나가겠습니다. 실례를 끼쳐 죄송했습니다, 아가씨. 다른 사용인들을 보내겠습니다. 그간 밤마다 돌봐드릴 수 있어 기뻤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인사한다.)
 
Eva Kadan:…… 알았어. (다른 사용인과도 이런 실랑이를 해야 한다는 것에 짜증이 나긴 하지만…….) 리처드, 가서 푹 자.
 
Richard Moore:예. (물론 혼자 속 편하게 잘 생각은 없었다. 주인어른이 돌아오시면 아가씨와 접할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부탁을 드려야겠다. 그러려면 사정을 말씀드려야 하니 무조건 쫓겨나겠지. 약속을 어기면 아가씨도 금방 날 잊을 수 있겠지. 씁쓸한 표정으로 방에서 나와 문 옆 벽에 비스듬히 기댄다. 머릿속이 시끄럽다.)
 
Eva Kadan:(네가 나가고 나면 하품을 하며 곰인형을 끌어안았다. 이 인형은 리처드를 닮았으니까 리처드 이름을 붙여 줘야겠다고 말한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고요함에 잠이 쏟아지자 곰인형에게 말을 걸며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Richard Moore:(아무나 지나가면 붙잡을 셈으로 멍하니 어두운 복도에 서 있는다. 애초에 십 년이라니 말도 안 된다. 십 년 뒤면 자신은 살아있을지 아닐지도 모르지 않나. 점점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평민 신분으로 뭐 얼마나 좋은 걸 먹고 샂다고. 다음 일자리를 고민하다 보니 한숨만 푹푹 나온다. 왜 아무도 안 지나가는 거야…….)
 
Eva Kadan:(몇 초간 졸았다 깨길 반복하다 다시 인형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 실제의 리처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인형의 손을 조물거리다 열리지 않는 잠잠한 문으로 시선을 옮긴다.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지.)
 
Richard Moore:(하긴 주인 부부가 자리를 비웠으니 다들 느슨해질 만도 하다. 마음을 고쳐먹고 팔짱을 낀 채 발끝으로 바닥을 토독 두들긴다. 괴물인지 뭔지가 나오면 대신 날 잡아먹으라고 하지 뭐.)
 
Eva Kadan:(아무도 없으니까 외롭기만 하고 잠도 오잖아. 리처드가 일부러 아무도 안 보낸 걸까? 결국 곰인형을 끌어안은 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
 
순간 복도에 서 있던 당신의 시야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면, 마치…….
 
…….
 
몸을 휘감는 감촉이 어제와는 달리 매우 딱딱합니다.
 
눈을 떠보면 당신이 서 있던 복도의 한중간에 누워 있습니다.
 
지금이 새벽인지 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창밖은 어둡습니다.
 
Richard Moore:…… 이게 무슨. 언제 잠든 거야……. (더듬더듬 벽을 짚고 일어난다.)
 
겨우 정신을 차리자 분명 닫아 두었던 에바의 방문이 조금 열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Richard Moore:……. (불길하군.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조심스레 안을 살핀다.)
 
에바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네요.
 
Richard Moore:젠장. (마구 방을 둘러보다 급하게 뛰쳐나간다. 발 닿는 대로 뛰며 널 찾는다.)
 
복도 모퉁이에서 누군가의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에바일까요?
 
Richard Moore:(일단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무작정 뛰었다.)
 
모퉁이를 돌면 처음 보는 인영이 복도를 앞서 지나가고 있습니다.
 
Richard Moore: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희미하게 뒷모습이 보일 듯 말 듯했지만, 상당히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다는 것밖에 눈치 채지 못 했습니다.
 
저택의 사용인이 입을 법한 옷도 아니고, 이 집안 사람들이 돌아온 것도 아닐 텐데 '저건' 대체 누구죠? 불안한 예감이 밀려옵니다.
 
SanC (1/1d3)
 
Richard Moore: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2
 
)
 
 
=
2
(무단 침입인가? 대체 뭐 하는 짓이야. 복도 저쪽을 향해 말 그대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뛰어가니 복도에 우당탕탕 소리가 퍼진다.)
 
…… 그 전에 사람이 맞긴 한 걸까요?
 
쫓아가도 그는 멀어지기만 하고, 도무지 따라잡히질 않습니다.
 
대체 저 사람은 누구고 에바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그는 이윽고 저택의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저택 밖의 자욱한 안개에 서서히 그의 모습이 묻혀 들어갑니다. 이대로 가면 놓칠 것 같습니다.
 
Richard Moore:(이렇게 시끄러운데 다들 뭐 하는 거야. 청각이 뒤졌어? 헉헉대며 주먹을 꽉 쥔다. 아가씨를 돌려 줘. 아가씨를, 아가씨…….)
 
그를 붙잡아야 할 것 같아요. 붙잡아 그의 모습을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Richard Moore:거기 당신!!!!! (기차 화통 고함!!!!!)
 
그는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Richard Moore:던질만한 게……. (주머니 뒤적뒤적) 시계는, 안 되고, 으음…….
 
주변을 에워싼 안개는 점점 더 짙어져 어느샌가 방향 감각도 잃을 것만 같습니다.
 
Richard Moore:히, 힘들어. (헥헥대며 뛰는 속도가 조금씩 느려진다.)
 
자욱한 안개 속 인영은 닿을 듯 닿지 않고, 여전히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점점 안개가 짙어지자 그 인영도, ……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됩니다.
 
Richard Moore:꿈인가……. (결국 멈춰 상체를 숙이고 가빠진 숨을 고른다.)
(이걸 더 쫓아가야 하는 건지 뭔지 전혀 모르겠다. 뛰기도 힘들고. 제 볼을 꼬집어 본다.)
 
아프네요.
 
Richard Moore:……. (어차피 놓친 것 같은데 다시 돌아갈까? 뒤를 확인한다.)
 
뒤도 온통 안개뿐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Richard Moore:갈 수 있는 곳이 없잖아……. (일단 인영이 향하던 방향으로 걷는다. 터덜터덜 걷는 걸음에 힘이 없다.)
 
한참을 걸어도 같은 곳만 맴돌고 있는 느낌입니다. 마치 안개 속에 갇혀버린 것만 같아요.
 
계속해서 안개 속을 헤매면, 누군가가 뒤에서 당신의 팔을 붙잡습니다.
 
Richard Moore:뭐야? (팔을 거칠게 내친다.)
 
Eva Kadan:…… 리처드.
 
Richard Moore:……?
 
뒤를 돌아보면…… 울 것 같은 표정의 작은 아가씨입니다.
 
Richard Moore:아가씨. 어딜 가셨던 겁니까. (바닥에 무릎을 대고 쭈그려 눈을 맞춘다.)
 
Eva Kadan:…… 나는 계속 방에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리처드가 뛰쳐나가는 게 보여서……. (손에 있던 회중시계를 건넨다.) …… 이거, 떨어뜨렸잖아…….
 
분명 에바에게 받았던 그 회중시계인데…… 언제 떨어뜨렸던 거죠?
 
Richard Moore:……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안 계시는 걸 확인했습니다. (시계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역시 저 같은 사람이 가질 물건이 아닌가 봅니다. 다시 가져가시죠.
 
Eva Kadan:…… 내가 거짓말한다는 거야? 나는 리처드한테 거짓말 안 해! …… 리처드를 뒤쫓아 왔으니까 시계를 줍고 여기에 있는 거잖아. …… 리처드에게만 준 거야. 거절하지 마.
 
Richard Moore:그럼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겁니까. 아뇨. 아까까지만 해도 제 주머니에 있었습니다. 어울리지 않으니 물건이 알아서 사라진 거겠죠. 어느 귀족이 종놈에게 그런 걸 줍니까. 부담스럽습니다. 아가씨.
 
Eva Kadan:…… 왜 자꾸 그런 말을 해? ……. (울 것 같던 얼굴에서 결국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내가 그렇게 싫어? 이제는 필요 없어진 걸 준 것뿐인데 부담이라고 말할 것까진 없잖아. 종놈이라는 말도 그래. …… 어려도 상처는 받아.
 
Richard Moore:…… 죄송합니다. 애초에 일을 맡지 않아야 했는데……. 아가씨께서 그런 마음을 가지게 한 것도, 그 때문에 이렇게 상처를 입게 만든 것도 다 제 탓입니다. (고개를 떨군 채 입을 다문다. 방금 제게도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 나는 필요 없는 물건을 좋다고 받아들고 싶지 않다. 그게 아무리 어린 아이의 말이라 해도.)
 
Eva Kadan:리처드가 나를 싫어한다는 건 이제 잘 알겠어. …… 날 좋아해 달라고 하지는 않을게. 커서 결혼하자든가 억지 부리지도 않을게. …… 그래도……. (시계를 양손에 꼭 감싸쥐었다.) …… 상냥하게는 대해 줄 수 있는 거잖아. 받아. 아니, 받아 줘, …… 리처드.
 
Richard Moore:싫지 않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앞으로 조심해야 하는 거죠. 전과 같게 굴어서 아가씨를 더 힘들게 만들면 안 되는 거고요. …… 아뇨. 역시 못 받겠습니다. (잠시 숨을 골랐다. 말을 하긴 해야겠지.) …… 전 필요 없어진 물건을 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에바 아가씨.
 
Eva Kadan:리처드, 좀……. (잠시 고개를 떨구고 어깨를 작게 떨었다.) 리처드가 말 그대로 부담스러워 할까 봐 그렇게 말한 게 당연한걸. …… 이 시계, 나한테 소중한 거야. 보물이야. 말했잖아,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 그렇지만 리처드가 내게 특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리처드는 좋아하지 않잖아. 그래서……. (말을 잇다 고개를 저었다.) 리처드라면 그 정도는 알고서 모르는 척해 주는 거라 생각했어. 날 정말로 쓰레기나 떠맡기는 주인으로 여겼구나.
 
Richard Moore:제가 아무리 영광으로 생각하며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아가씨라고 해도, 아가씨가 하시는 말씀의 속뜻을 전부 알 수는 없습니다. 어떤 말이 진실인지도 알 수 없고요.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차라리 쓰레기나 떠맡기는 주인이기를 바랐다. 그랬으면 이 꼬마 아가씨와 이렇게까지 실랑이를 벌이지도 않았겠지.) 십 년 후든 이십 년 후든 저는 아가씨를 아가씨와 같은 의미로 특별하게 생각할 수 없어요. 그 사실만으로도 전 아가씨 얼굴을 볼 수조차 없어요. 소중한 아가씨의 보물을 턱턱 받을 수도 없죠. …… 아가씨, 그냥 절 미워하세요. 성격도 말버릇도 생각도 좁고 나쁜 게 접니다. 그게 사실입니다.
 
Eva Kadan:……. (내밀고 있던 손을 힘없이 떨군다. 희뿌얘져 초점이 탁해진 눈을 내리깔고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 손에서 미끄러지듯 시계가 떨어져 바닥에 곤두박질친다. 그대로 시계를 남겨 두고 먼저 등을 돌린다.) …… 들어가자. …… 이곳에 오래 있으면 안 돼.
 
Richard Moore:(먹고 살기 위해서 모든 걸 꾸미고 포장한다. 지금도 그랬다. 네 앞에선, 귀족들 앞에선 무조건 무해한 사람마냥 수그리고 다니지 않나. 신물이 난다. 바닥에 떨어진 시계를 보다가 조심스레 들어올린다. 내일 네 방에 가져다 둬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나 네 뒤에 선다.) …… 네.
 
Eva Kadan:(네가 길을 잃어버릴까 손끝을 잡고 발걸음을 옮긴다.) …… 하나만 알아 주면 좋겠어. …… 나는 리처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꼭 그런 의미만은 아니라는 걸. …… 리처드가 나랑 같은 마음이 아니라고 해서 싫어지거나 하지 않아. …… 그냥, 그저…… 나도 네게 있어서 성가시고 의무적인 아가씨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서 소중해지고 싶었을 뿐이야. …… 그게 딸 같은 마음이든, 최소한의 애정이든……. 그뿐이야. …… 미안.
 
Richard Moore:…… 모르셨던 것 같지만…… 아주 예전부터 아가씨는 제게 있어 가장 소중한 주인이셨습니다. 이해할 수 없다고 하셔도 당연합니다. 혼자 마음을 가졌을 뿐인데도 계급 같은 것들 때문에 그거 하나가 모든 일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현실을 저도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자칫하면 아가씨까지 위험해지겠죠. 제가 아가씨의 흠이 되고 아가씨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겠죠. 저는 그게 싫습니다.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 사과하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아가씨.
 
Eva Kadan:내가 바라는 건 딱 하나뿐이야, 리처드. …… 쭉 내 곁에 있기만 해 줘. 그리고 앞으로도 날 소중히 여겨 줘. 더 이상 쓸데없는 마음 같은 거, …… 품지 않을게. (감싸쥔 손에 더 힘을 꾹 쥐었다가, 저택에 돌아오면 자연스레 손을 도로 놓았다.) …… 미안해, 내가 리처드에게 너무 큰 부담을 안겨 줘서…….
 
에바를 따라 저택으로 돌아오면, 에바는 1층의 넓은 로비에 멈춰섭니다.
 
Eva Kadan:…… 잘 자, 리처드.
 
그 말을 끝으로 당신의 시야는 다시 암전됩니다.
 
1866.04.06
 
어제의 일은 그저 꿈이었는지, 자신은 언제 이곳에 돌아온 건지, 당신은 원래 자신이 생활하던 저택의 1층 방에서 눈을 뜹니다.
 
눈을 뜨고 나오자마자 리처드는 동료 사용인에게서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내일 집안 어르신들이 돌아올 예정이니 오늘은 다들 저택 청소로 바쁠 텐데, 사용인 몇 명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소리 말이에요.
 
짐도 그대로이고, 사라진 물건도 없고, 밖에 나간 걸 봤다는 목격자조차 없다고 합니다.
 
Richard Moore: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내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짜 세어봄…….)
 
사람들이 사라진 것도 이상하고… '내일' 집안 어르신들이 돌아온다뇨?
 
분명 7일에 돌아온다 반복적으로 전해 들었던 리처드입니다.
 
어제는 분명 4일이었고, 오늘은 5일일 테고, 그럼 내일은 6일이잖아요? 날짜를 잘못 기억하고 있을 리는 없습니다.
 
Richard Moore: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날짜 다시 확인함)
 
날짜를 체크해 둔 걸 보면 틀림없어 보입니다.
 
Richard Moore:이상하다……. (머리를 긁적이다 네 방으로 향한다. 진짜 오늘도 안 잔 건 아니겠지?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방에서 중앙의 홀로 나오자 노년의 하녀장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하녀장: 리처드,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될까?
 
Richard Moore:예? 말씀하세요.
 
하녀장: 식구들을 맞을 준비로 남는 인력이 거의 없는 것 같으니…… 자네가 잠깐 저택을 돌아다녀 보면서 사라졌다는 사용인들을 찾아봐 주겠나? 혹시 저택을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Richard Moore:(참, 그런 말이 있었지. 날짜에 너무 집중했나 보다. 하녀장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하녀장은 우선 1층을 부탁한다며, 계단 위로 바삐 올라갑니다.
 
사라진 사용인들을 찾아달라니,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우선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묻거나 직접 찾아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1층 중앙 로비에 서 있는 당신의 좌측으로는 식당, 우측으로는 응접실이 있습니다. 남쪽으로는 현관, 북쪽으로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위치해 있습니다.
 
Richard Moore:(어디부터 가야 하나. 고민하다 가까운 주방부터 가 본다.)
 
식구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식당과 주방입니다.
 
다들 이곳저곳을 청소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탓에, 무언가를 물어본다거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리처드가 식당을 조금 서성거리고 있자, 은식기를 닦고있는 메이드와 키 큰 풋맨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Richard Moore: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사용인A: 은 아가씨가 미쳐서 명을 재촉하네.
작은 아가씨가 미쳐서 명을 재촉하네.
 
사용인B: 쉿, 귀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사용인A: 왜, 뭐 어때서. 미친 아가씨에다 이젠 하인까지 없어지고, 이 저택 저주받은 거 아니야?
 
사용인B: 그러게, 괴물 괴물 하더니 진짜 괴물이라도 나오나 봐.
 
듣자 하니 저택에는 공공연하게 나쁜 소문이 도는 것 같습니다.
 
틀린 말도 아닌 게, 아니, 사실이잖아요.
 
에바는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정말 미쳐 버리기라도 한 건지, 잠을 자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몇몇 사용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요. 대체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Richard Moore:(리처드는 참지 않는다.) 입 놀릴 시간 있으면 일이나 빨리 해! (성질을 부리고 더 볼 게 없는 것 같아 주방을 성큼성큼 빠져나온다.)
 
부엌은 잠시 동안이지만 조용해졌던 것 같습니다.
 
Richard Moore:(뭔놈의 저주야. 뭔놈의 괴물이냐고. 간밤에 이상한 일이 있긴 했지만……. 씩씩대며 응접실로 향한다.)
 
화려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쓸 일이 없어 찬 공기만이 맴도는 응접실입니다.
 
리처드가 응접실의 문을 열면, 쿵. 누군가와 부딪힙니다.
 
견습 하인: 아, 아아, 아, 안녕하세요!!!!
 
아가씨보다는 조금 나이가 있는 견습 하인이네요. 딱 봐도 어딘가 수상해 보이는 얼굴인데…….
 
견습 하인은 다급히 문 밖으로 나가버리고, 응접실 안에선 타는 냄새가 납니다.
 
Richard Moore:야, 잠깐, ……. (혼자 남았다. 이게 무슨 냄새지. 급히 안쪽으로 들어가 냄새의 근원을 찾는다.)
 
냄새가 나는 쪽을 쳐다보면 벽난로입니다.
 
벽난로 안엔 '무언가'가 타고 있지만…… 불씨는 작아 충분히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ichard Moore:무슨 짓을 한 거야? (얼굴을 찡그리며 옷자락으로 팍팍 쳐 불씨를 끈다.)
 
불을 끄자, 이미 벽난로 안에는 수십 장의 종이와 책이 타 그을음이 심하게 남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멀쩡한 건 종이 한 장과 책 한 권뿐이네요.
 
Richard Moore:버릴 거면 멀쩡히 버릴 것이지. (종이와 책을 집어들어 탈탈 턴다. 이게 뭐야?)
(책장 차르륵) (종이도 확인해봄)
 
책에는 영어로『존재의 증명(Proof of Existence)』이라 쓰여있습니다.
 
내용은 영어와 라틴어가 섞여 있습니다.
 
리처드는 <외국어:라틴어>와<모국어:영국> 판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Richard Moore:
언어(모국어)
기준치: 65/32/13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영어 부분만 읽어본다…….)
 
<존재는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나는 드디어 이 모든 것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당신은 주변을 의심해 본 적이 있는가? 주변의 모든 것이 거짓이고, 주변의 모든 것이 허상이라면? 이들의 존재와 이들의 의미는 무엇으로 증명해 낼 수 있는가?
 
Richard Moore:(얼굴 찌푸림……. 이런 어려운 건 잘 모르는데. 의심병인가? 종이도 확인한다.)
 
종이를 들여다 보면 내용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글씨 하나 적히지 않은 그림에 가깝거든요.
 
가운데의 작은 원을 큰 원이 감싸고 있는 모양이고, 그 사이엔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원,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마치 마법진을 그린 것 같네요.
 
Richard Moore:(어, 어디서 봤지? 모르겠다. 열심히 생각해본다.)
 
동화책에서 보기라도 했던 걸까요?
 
Richard Moore:아. (그런가? 일단 종이만 챙겨들고 책은 테이블에 둔다. 아까 그 녀석 만나면 추궁해야지. 달리 확인할 게 있나 살핀다.)
 
별다른 점은 없어 보이네요.
 
Richard Moore:흠……. (응접실에서도 나와 어디를 먼저 갈까 고민한다. 현관을 먼저 볼까. 또 안개가 꼈을지도 모르지만 사라진 사람들이 밖에 있으면 보이겠지.)
 
현관에서 밖을 바라보면 여전히 안개가 짙게 끼어있습니다. 어제의 그 이상한 꿈 때문에 오늘은 왠지 밖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년의 정원사가 저택의 문 앞에서 정원 쪽을 쳐다보며 눈을 한껏 찌푸리고 있네요.
 
Richard Moore:이봐요!! (현관에 딱 붙어 소리만 지른다.)
 
정원사: (무시) 이그그그…… 돌아오시기 전에 해놓아야 하는데…… 안개 때문에 뭐가 보여야 말이지.
 
Richard Moore:정원사 양반!!!!!!!!! (기차화통고함!!)
 
정원사: 뭐야? (들어옴) 귀찮게 구네.
 
Richard Moore:밖에 혼자 계셨어요? 사용인들이 몇 사라졌다는데 못 봤어요?
 
정원사: 새벽부터 정원 관리 때문에 정원과 대문 앞을 오갔는데, 이쪽으로 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얼른 해 둬야 하는데. 에이그.
 
Richard Moore:그렇습니까……. (잠시 고민하다) 안개가 며칠 전부터 끼어 있었는지 기억하세요?
 
정원사: 글쎄. 나도 오늘 새벽에 나온 거라 말이지. 주인어르신께서 이렇게 이렇게, 둥글게 대칭을 맞춰 나무덤불을 잘 가꿔 놓으라고 하셨거든.
 
Richard Moore:(역시 비밀 정원만 안개가 없었던 건 이상한데…….) 이렇게 이렇게? 평소에도 이렇게 이렇게 했나요? (기억 없음)
 
정원사: 아니. 큰 손님이 오니 그렇게 해 놓으라 말씀 하셨는데 말이야. 이그그그…… 나원, 참. (혀를 끌끌 차며 다른 곳으로 사라짐)
 
Richard Moore:뭐야.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네. 나도 그랬지만. 그런데 큰 손님? 누구지? 의아해하며 로비로 돌아온다. 마지막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1층을 전부 둘러보았지만, 딱히 사라진 사용인들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네요.
 
수상한 견습 하인도 신경쓰이고, 하녀장님께 보고한다는 구실로 2층에 올라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Richard Moore:(계단계단) (열심히 올라감)
 
계단 위로 올라오면 맨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원의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 입니다.
 
발코니를 기준으로 왼쪽 복도 끝은 에바의 방, 오른쪽 복도에는 사라진 사용인의 또 다른 청소 담당 구역이던 귀빈실과 주인어른의 침실이 있습니다.
 
복도에는 딱히 특별한 게 없고, 하녀장님 역시 보이지 않네요.
 
Richard Moore:(어디에 계실 건지 정도는 말씀해주시지. 일단 에바의 방으로 간다. 간밤의 꿈인지 뭔지가 신경이 쓰이니까.)
아가씨, 계세요? (똑똑)
 
Eva Kadan:있어.
 
안에 있다고 대답은 하지만 문을 열어 줄 생각은 없는지 그 뒤로 잠잠하기만 합니다.
 
Richard Moore:좀 주무셨습니까? 들어가도 될까요?
 
여전히 대답을 않습니다.
 
Richard Moore:(문고리를 돌려본다.)
 
잠겨있네요.
 
Richard Moore:(돌겠네……. 어쩔 수 없이 하녀장을 찾아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귀빈실부터 보자.)
 
사라진 사용인의 다른 담당구역인 귀빈실의 문을 열면…….
 
이게 무슨 일이죠?
 
있어야 할 침대와 테이블 등 가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자명종 시계 단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Richard Moore:???? (두리번거리다 자명종 시계를 본다.)
 
그 순간, 갑자기 자명종 시계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시침과 분침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느낄 새도 없이, 당신의 주머니 속에 있던 회중시계가 체인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떨어진 회중시계는 자명종 시계와 같이 시침과 분침이 아주 빠르게,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Richard Moore:어? (어어??? 당황한 얼굴로 회중시계를 주워들고 두 시계를 번갈아 본다. 이게 무슨 일이야? 헐레벌떡 침실을 나서 다른 시계를 찾는다.)
 
회중시계를 주워들자, 당신의 손이 흐려지며 회중시계가 바닥으로 다시 떨어집니다.
 
SanC (1/1d4)
 
Richard Moore: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4
 
(
4
 
)
 
 
=
4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당신이 눈을 한 번 깜빡이면 거짓말처럼 손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습니다.
 
헛것을 본 걸까요?
 
Richard Moore:(말도 안 나온다. 제 손을 마구 만져본다.)
 
손도 멀쩡하네요.
 
Richard Moore:뭐야……. (슬슬 겁이 난다. 바닥에 떨어진 시계를 줍기도 전에 시침과 분침부터 쳐다본다.)
 
시침과 분침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Richard Moore:……. (이게……. 눈을 비비적대며 다시 침실 안으로 들어간다.)
 
주인어른은 외출 중이시니 청소를 위해 문은 열려 있어야 할텐데…… 어쩐지 잠겨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잠긴 건 아닙니다.
 
문고리도 돌아가고 문도 조금 열어볼 수 있지만, 묵직한 무언가에 가로막혀 어느정도 이상은 열리지 않습니다.
 
Richard Moore:(아아니 침실이 아니라 귀빈실; 침실은 이따 다시 오기로 하고 귀빈실로 총총…….)
 
자명종 시계 또한 멀쩡히 작동되고 있네요.
 
Richard Moore:(시계밖에 없는 방 상태는 그대론가?)
 
그대로입니다.
 
Richard Moore:(진짜 소름 끼치는데. 어제 여길 싹 치웠나? 뭐야? 다시 침실로 가서 열린 문 틈으로 안을 쳐다본다. 차마 주인님 침실 문을 뽀갤 용기는 없다.)
 
문틈새로 방 안을 살펴보면, 견습 하인으로 보이는 소년이 구석에 쭈그려 앉아 흐느끼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Richard Moore:(아이씨진짜뭐냐고) 야, 문 열어.
 
견습 하인: 저,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건지. 아무래도 견습 하인이 문을 가구로 막아둔 것 같은데…….
 
Richard Moore:네가 뭐 태웠는지 다 봤으니까 문 열라고. 너 쫓겨나고 싶냐? (열 받은 목소리지만 아무튼 구슬리는 중)
 
리처드는 <근력>판정으로 문을 열어보거나, <대인기능>으로 견습 하인을 설득해볼 수 있습니다.
 
Richard Moore:…… (위협하자.)
위협
기준치: 55/27/11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
 
음...
 
씨알도 안 먹히는 것 같습니다.
 
Richard Moore:……. (현란한 말재주로 홀리자.)
말재주
기준치: 35/17/7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
 
여전히 씨알도 안 먹히네요.
 
그런데, 문이 갑자기 허무하게 열립니다.
 
Richard Moore:?? (문고리를 잡고 열었다 닫았다 해 봄)
 
분명 문 앞에 무언가가 있었는데, 열린 문 앞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문이 왜 열리지 않았던 거죠?
 
Richard Moore:(정신 나갈 것 같네……. 일단 주인님 방이니 깽판을 놓을 수도 없다. 안으로 들어가 견습 하인의 옆에 선다.) 정신 좀 차려 봐라.
 
견습 하인: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제발, 제발 비밀로 해 주세요. 주인어른한테 비밀로 해주세요, 리처드 님…….
 
Richard Moore:알았어. 비밀로 할 테니까 대체 무슨 일인지 말이나 해 봐라. (토닥토닥;)
 
견습 하인: ……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저희 다 죽을 거란 말이에요…….
 
Richard Moore:1부터 10이 있으면 10만 말하지 말고 1부터 하라고. 응? 필요하면 도와 줄 테니까.
 
견습 하인: …… 주인님은 내일, 사람 하나를 제물로 바쳐서 괴물을 소환해낼 생각이세요. 그런데 그건 괴물이잖아요, 그건 괴물이란 말이에요…….
 
주근깨 가득한 얼굴이 눈물로 젖어들어갑니다. 제물은 무엇이며 괴물은 또 무슨 소리일까요.
 
단순히 종이나 책을 태운 것 치고는 너무 절박한 표정입니다.
 
이윽고 그는 울면서 바닥을 기어와, 리처드의 앞에 몸을 수그립니다.
 
견습 하인: 리처드 님, 리처드 님, 저는 죽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저는…….
 
견습 하인은 당신의 소매 끝을 잡으며 죽고 싶지 않다고 절규를 토해내지만, 말을 끝까지 잇지는 못합니다.
 
그 말이 무색하게도 그의 전신은 서서히 안개처럼 흐릿하게 변해……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SanC (1/1d3)
 
Richard Moore: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 (경악한 얼굴로 하인이 사라진 곳을 손으로 더듬었다. 사라진 거야? 지금? 사라졌다고?)
 
견습 하인이 있었던 자리의 뒤에는 집안 식구들을 그려놓은 거대한 액자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설마, 저택의 하인이 사라졌다는게 이런 거였나요?
 
눈 앞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 충격 때문인지, 거대한 그림이 오늘따라 더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Richard Moore:(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제 양 팔을 쓰다듬으며 그림을 쳐다본다…….)
 
리처드는 예술 판정이 가능합니다.
 
Richard Moore:
예술 Roll
기준치: 5/2/1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
 
음. 리처드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Richard Moore:(그냥 이상한 일을 겪어서 그런 거겠지……. 일단 무서우니까 도망치자.)
 
리처드는 서둘러 바깥으로 나옵니다.
 
Richard Moore:안 본 곳이……. (터덜터덜 발코니로 간다.)
 
원래라면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발코니이지만…… 안개 때문에 경치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정원의 한가운데에 높게 쌓인 거대한 무언가만은 유독 눈에 띕니다.
 
적어도 10m는 되는 것 같은데, 저런 게 언제부터 저기 세워져 있었죠?
 
<관찰> 판정에 성공하면 안개 사이로 정원을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Richard Moore: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눈을 가늘게 뜨고 째려본다.)
 
거대한 무언가는 돌로 쌓아올린 석탑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이 정원……. 평소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조금 특이한 모양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정원의 나무 담장과 덤불들이 가운데의 석탑을 중심으로 어떠한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아요.
 
Richard Moore: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가운데의 석탑을 기준으로, 정원의 나무 담장들이 기하학적인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무언가와 비슷한 것 같은데……?
 
Richard Moore:……. (한참 정원을 노려보다 품에서 종이를 꺼내 모양을 비교한다.)
 
마법진과 같은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이한 정원의 모양새를 확인한 리처드 SanC (0/1)
 
Richard Moore: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사람을 바쳐서 괴물을 소환하려고 한다는 하인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저 마법진도……. 머리가 아프다. 대체 누굴 바친다는 거야? 안개도 그거 때문인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3층으로 올라간다. 일단 하녀장에게 전부 말해야지. 뭔가 알고 있으면 말씀을 해 주실 거라 믿어 본다.)
 
3층으로 올라가려던 순간,
 
갑자기 어딘가에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들려옵니다.
 
Richard Moore: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움찔;)
 
에바의 방 쪽에서 난 비명 같습니다.
 
Richard Moore:아가씨!!! (급하게 네 방으로 가 문을 쾅쾅 두드린다.) 아가씨!
 
아까는 분명히 닫혀있었던 것 같은데, 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Richard Moore:(허락을 받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쾅쾅 두드리느라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사용인 한 명이 붕대를 들고 에바의 침대 앞에서 벌벌 떨고 있습니다.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흰색 이불 위에 선혈이 낭자합니다.
 
선혈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에바의 팔목이고,
 
그 작은 손에는 나이프가 들려있습니다.
 
설마, 자기 손으로 팔목을 그은 건가요? SanC (0/1)
 
Richard Moore: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가씨. (계속 믿을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난다. 험악한 표정을 하고서 사용인에게 붕대를 빼앗아 들고 네 옆에 주저앉는다.) 아가씨. 정신 차리고 조금만 참으세요…….
 
<응급치료> +20 판정이 가능합니다.
 
Eva Kadan:리처드…….
 
Richard Moore:
응급처치
기준치: 70/35/14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깊지 않은 상처인지, 리처드가 에바의 손목에 붕대를 감자 금방 지혈이 되었습니다.
 
지혈을 마친 에바의 표정은,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린 소녀의 표정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슬픔을 담은 눈입니다.
 
에바는 이윽고 너덜너덜해진 손 위에 얼굴을 묻은 채 울음 섞인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립니다.
 
Eva Kadan:…… 조금만 더 버티면 돼.
 
Richard Moore:아가씨.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안 그래도 온 집안이 난리인데……. (꼬옥 안고 토닥인다.) 이러지 마세요. 이러시면 안 돼요…….
 
Eva Kadan:리처드……. 리처드. (그저 네 이름을 부르며 저도 널 마주 끌어안는다.) …….
 
Richard Moore:저 때문에 그러십니까. 제가 말을 심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 손목을 그을게요. 그러니까 이런 짓은……. (조그만 몸을 계속 고쳐 안으며 애써 달랜다.)
 
Eva Kadan:아니야! 이 바보 리처드. (네 어깨를 때리려다 힘없이 손을 툭 떨군다.) …… 리처드, 그런 말 하는 거 싫어……. 취소해, …… 얼른.
 
Richard Moore:…… 취소하겠습니다. 그러니 진정하세요. 말도 많이 하시면 안 좋아요……. (계속 토닥이다가 사용인에게 손짓한다.) 빨리 치워. 눕혀드려야 해.
 
리처드가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보자, 그 사용인은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Richard Moore:그새 나갔나……? (당황해선 그나마 피가 묻지 않은 곳에 너를 눕힌다.) 아가씨. 왜 그러신 겁니까.
 
Eva Kadan:…… 리처드. (네 얼굴을 올려다보며 잠시 입을 다물었다 뗀다.) …… 나 동요 듣고 싶어. 그 책……. 가져와 주면 안 돼?
 
Richard Moore:…… 예. (지금은 말꼬리를 잡기보단 네가 원하는 일을 전부 해주는 게 맞지 싶다. 아마 계속 아플 테니. 쓰린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엄한 짓 하지 말고 그대로 기다리세요. 알겠죠?
 
Eva Kadan:…… 응. 알았어. …… 아무 짓 안 하고 기다리고 있을게. (제 손목을 가만히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Richard Moore:약속입니다. (빨리 다녀와야지. 한숨을 쉬곤 한층 급한 걸음으로 3층을 향했다.)
 
리처드가 서재에 있는 동요집을 찾기 위해 복도로 나오면, 복도는 눈에 띄게 달라져 있습니다.
 
방금 전의 화려했던 복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썩은 나무의 끼익 소리가 들려오는 바닥과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곰팡이가 슨 낡은 벽만이 남았습니다.
 
SanC 0/1
 
Richard Moore: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이 낡아 있음을 과시하는 저택입니다.
 
저택 안은 조용합니다. 방금까지 청소로 소란스러웠던 저택은 마치 거짓말인 것만 같습니다.
 
이 저택엔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이 내는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Richard Moore:미치겠네……. (점점 발길이 급해진다. 서재로 가야지. 서재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 애쓴다.)
 
리처드가 3층으로 올라와 왼쪽 복도 끝에 있는 서재의 문을 열면, 서재 역시 당신이기억하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마치 10년 정도는 방치된 것만 같이 낡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책장의 끝에서 노년의 하녀장이 의연한 표정으로 책의 먼지를 닦고 있네요.
 
저택의 모두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리처드는 반가운 얼굴을 마주합니다.
 
Richard Moore:하녀장님. (급히 가까이 다가간다.)
 
그는 책장에서 책 하나를 꺼내더니, 당신에게 '마더구스' 책을 건넵니다.
 
하녀장: 저택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구려. 사라진 사용인들은 찾았나?
 
Richard Moore:이상한 일 정도가 아닙니다. 다들 사라졌습니다. 먼지처럼요……. (얼떨떨하게 책을 받아든다.) 이건…….
 
하녀장: 그래…… 그랬구먼. …… 아마 저택의 주인님들이 관련된 일이겠지.
 
Richard Moore:견습 하인이…… 주인님께서, 그, 괴물을 부르려 하신다고……. 그런 말을 하더군요.
 
하녀장: …… 그분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종교에 빠져있다는 것은 내 잘 알고 있었다네.
 
Richard Moore:저는 전혀 몰랐습니다만……. 그래서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잠깐 사이에 저택이 이상해지질 않나, 아가씨도…….
 
하녀장: 어쩔 수 없었어, 나는 그분들을 모시며 충성을 맹세하는 자였으니 말일세. 사용인의 덕목은 첫째도 침묵, 둘째도 침묵이지 않는가.
하루하루 저택에는 이상한 책들과 문서들이 쌓여갔어. …… 그리고 주인어른께선 뜬금없이 아가씨를 양자로 들이셨지.
 
Richard Moore:예? (???) 양자요? 아가씨가요?
 
하녀장: 그래. 하지만 그분들은 정말 자식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어. 그건…… 마치 어딘가에  귀한 물건을 얻은 표정이었지.
분명 아가씨도 무언가 관련이 있을게야.
 
하녀장은 그저 제 할 일을 하듯, 점점 흐릿해져 가는 손으로 책장을 한 번 닦습니다. 그
 
Richard Moore: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멍하니 하녀장의 얼굴만 보다 손을 본다.) 아…….
 
자신의 사라져 가는 손을 가만히 쳐다보다, 덤덤하게 당신에게 낡은 공책 하나를 꺼내 건넵니다.
 
하녀장: 나는 떠날 때가 된 것 같으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감세.
나는 죽기 위해서, 자네와 아가씨는…… 둘 중 하나는 살기 위해서겠지.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오직 신만이 알 것이니, 현명하게 선택하게나.
 
노년의 하녀장은 그 말을 끝으로 웃으며, 안개처럼 사라집니다.
 
Richard Moore:……. (공책과 동요집만 들고 여전히 멍한 얼굴로 서 있다가, 공책을 펼친다.)
 
대체 이 공책은 무엇이며, 무어라 쓰여있을까요.
 
공책을 몇 장 훑어보면 월 단위, 혹은 연 단위로 드문드문 그림과 함께 일기가 쓰여 있습니다.
 
어디로 보나 에바 아가씨의 글씨체인 것 같네요.
 
이 저택에 처음으로 오게 된 날의 기록, 공부가 지루하다는 내용, 비밀 정원을 찾아냈다는 내용.
 
자신의 소중한 회중시계를 비밀정원에 묻어두었다는 내용, 자신을 돌봐준 리처드에 대한 내용……
 
성장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중간 이상의 페이지부터는 더 이상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날짜의 일기가 벌써 쓰여있네요. 에바가 언제 일기를 써서 서재에 갖다 놓기까지 한 거죠?
 
Richard Moore:아가씨는 계속 방에 계셨을 텐데. (내가 일어나기 전에? 머리가 아프다. 혹시 몰라 오늘 자 일기의 내용을 확인해본다.)
 
1866.04.06
 
내일 일로 바빠서 그런지 하인들이 별로 상대를 안 해준다. 놀아 달라고 하다가 실수로 큰 꽃병을 깨버렸다. 하녀장한테도 혼나고 리처드한테도 혼났다. 진짜 실수였는데.
 
……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생각해 볼 필요도 없어요. 오늘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Richard Moore:……. (혹시 몰라 다음 장으로 넘겨본다.)
 
뒷장을 넘기자 검은 크레파스로 규칙없이 마구 칠한 것 같은 기괴한 그림과,
 
얼룩이 져 번진 글씨의…… 내일 일기가 있습니다.
 
Richard Moore:말도 안 돼. (전부 안 맞는 내용인데. 내일 일기까지 있다고? 질 나쁜 장난이라 생각하려고 하면서도 그 내용을 또 확인한다.)
 
이미지
 
1866.04.07
 
신님. 내 사람들을 돌려주세요. 내 것들을 돌려주세요.
 
저택에 하루 종일 비명소리가 들려요, 그들을 데려가지 마세요.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들을 데려가지 마세요. 사라지게 하지 마세요. 내가 어제 말을 안 들어서 그러는 거라면, 앞으로 안 그럴게요. 앞으로는 쥐죽은 것처럼 얌전히 지낼게요.
 
아니면 원래 내 것이 아니라 다시 뺏어가시는 건가요? 가족도 저택도 하인들도 전부 원래 제 것이 아니라서요? 내가 욕심을 낸 탓에, 그래서 벌을 받는 건가요?
 
불안함과 절박함이 묻어나는, 이 역시 아가씨의 글입니다.
 
견습 하인이 했던 말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며 머릿속이 혼란해집니다.
 
Richard Moore:(아무리 생각을 해도 앞뒤가 깨끗하게 맞춰지지 않는다. 혹시 몰라 더 남은 내용이 있나 종이를 팔락인다.)
 
뒷장에선 1년 후, 3년 후, 4년 후……, 글씨체에서 성인의 티가 베어나는 9년 후와 10년 후의 일기까지 이어집니다.
 
1년 후, 1867.04.07
 
이제 제발 용서해주세요. 제발 저를 용서해주세요.
 
벌이라면 충분히 받았으니 이제 용서해주세요. 매일 밤 저택의 사람들이 꿈에 나와서 제발 살려달라 빌어요. 나는 매일 매일 당신에게 용서를 구해요. 이 저택엔 여전히 아무도 없어요.
 
3년 후, 1869.04.07
 
차라리 나를 데려가지 그러셨습니까. 차라리 나도 그들과 같이 사라지게 만들지 그러셨습니까.
 
괴물을 신이라 부르며 하염없이 당신에게 비는 나를 좀 봐주시옵소서.
 
신이시여, 이 모든 건 당신의 탓이나이다. 당신이 나를 무력하게, 나를 약하게 만든 탓이나이다.
 
4년 후, 1870.04.07
 
누군가 집안의 주술서를 대부분 불태워 버린 탓이다. 원래라면 한 사람이 제물로 바쳐져야 했을 주술이 역으로 거행된 것도, 내가 원인을 끼워맞추는 데에만 수 년이 걸린 것도. 이제서야 그들을 되살릴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서야….….
 
Richard Moore:……. (아가씨를 제물로 바쳐 괴물을 소환하려고 했는데, 뭔가 문제가 생겨서 아가씨만 남겨진 건가. 일기의 내용과 하녀장의 말들, 자신이 눈으로 본 것들이 뒤섞이며 맞춰진다. 이런 건 너무 잔인하잖아…….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까지 일기를 읽는다.)
 
6년 후, 1872.04.07
 
장의사와의 밀거래로 하인들과 닮은 시체를 몇 구 얻었다. 이곳에 영혼을 불어넣는 방법을 써보았지만, 그들은 영혼마저 소멸된 건지 실패의 실패를 거듭할 뿐이었다.
 
이름 모를 시체들이여, 죽어서도 편히 눈감을 수 없게 해 미안합니다. 탓하려거든 당신들의 육신을 욕보이게 내버려 둔 당신들의 신을 탓해 주세요.
 
7년 후, 1873.04.07
 
…… 연구를 거듭할수록 그들을 되살려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뿐이다.
 
8년 후, 1874.04.07
 
미안해요, 전부 다 내 잘못입니다.
 
내가 이 저택에 오지 않았더라면, 당신들은 살 수 있었을까요.
 
남은 내 모든 생을 걸어서라도 당신들을 되살려 보이겠어요.
 
9년 후, 1875.04.07
 
저택에 이상한 남자가 찾아왔다.
 
10년 후, 1876.04.07
 
…… 또 저택에 이상한 남자가 찾아왔다.
 
대체 어떻게 알고 이 숲속까지 찾아와서는, 뜬금없이 하는 말이 '환각을 현실과 동화시켜 주겠다'고. 아편이라도 팔겠다는 건가? 계약의 조건조차 코웃음이 나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를 돌려보냈다.
 
하긴……. 내가 겪은 일도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속는 셈 치고 그 남자를 다시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뒤로는 마지막 페이지가 남아 있습니다.
 
Richard Moore:(모두를 원망하면서 저택을 떠나셔도 됐을 텐데. 얼마나 괴로웠을까. 착잡함에 입술이 터질 만큼 깨물다 마지막 페이지를 펼친다.)
 
마지막 페이지, 1876.04.08
 
믿을 수가 없다. 실제로 만질 수도 있고 대화가 되는데, 이게 전부 내 환각이라니.
 
오늘은 분명 76년의 4월 8일일 텐데, 그들은 오늘이 66년의 4월 1일이라 말하며 장난인 듯 웃어넘기기만 했다. 아마 그들에게는 내가 어린애로 보여지는 것 같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떠한 행동을 해도, 마치 어린애를 대하듯 구는 걸 보면.
 
에바의 일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이 일기에 따르면…… 그래요,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실체가 없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에 의해, 에바에 의해 다시금 만들어진 환영입니다.
 
당신뿐인가요? 이 저택에 있는 모두가 허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에바는? 에바는 대체 어떻게, 무엇을 만들어 낸 것일까요.
 
이제는 당신의 작은 주인님과 이야기를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Richard Moore:하아……. (입가를 혀로 훔쳐 대충 지혈하곤 책들을 손에 든 채 2층으로 내려간다. 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리처드는 에바의 방으로 향합니다.
 
이 저택은 뒤틀리고, 공간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모양새였나요? 이 저택은 이렇게 낡고, 병들어 있었나요.
 
Richard Moore:아가씨. (조심스레 네 방으로 들어간다.)
 
에바의 방문을 열면, 에바가 아닌 누군가가 침대 위에 앉아 창밖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미 그를 알고 있습니다.
 
어제 꿈에서 보았던, 당신이 안개 속에서도 끝까지 쫓아갔던 그 뒷모습입니다.
 
"왔네."
 
그는 애써 웃어 보이며 당신을 맞이합니다.
 
성인의 얼굴이지만, 어린 아가씨의 모습이 뿌옇게 겹쳐집니다.
 
그래요, 그랬습니다. '나'와 이 저택의 허상을 만들어 낸 건 당신이에요, 에바.
 
이미지
 
Richard Moore:…… 늦어서 죄송합니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네 곁으로 다가갔다.)
 
Eva Kadan:…… 리처드. (자연스럽게 침대 끄트머리에 네 자리를 만들어 주듯 비켜 앉았다.)
 
Richard Moore:……. (고개를 숙이곤 네가 마련한 자리에 앉았다. 가지런히 모인 허벅지 위엔 공책과 책이 놓였다.)
 
Eva Kadan:…… 내 일기, …… 봤구나. (그 공책을 한 번 바라보다 다시 네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Richard Moore:…… 네. 멋대로 봐서 죄송합니다. (시선이 마주치자 눈을 살짝 내리깐다.) 혼자서, 그렇게…… 저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셨군요.
 
Eva Kadan:…… 십 년 동안 모두와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어. …… 너무 미련하지. (어색하게 웃고는 네게 살짝 더 가까이 붙어 앉아 그저 빤히 네 얼굴만 바라본다.) …… 전부 나 때문이었으니까.
 
Richard Moore:아뇨. 아가씨 잘못이 아닙니다. 아가씨가 잘못하신 건 하나도 없어요……. (얼굴을 찡그리다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된다.) 아가씨는, …… 아가씨는 정말 아무것도…….
 
Eva Kadan:…… 역시 리처드는 상냥하네. 리처드는 리처드 성격이 나쁘다고 했지만. …… 전혀 그렇지 않아. 그러니까 내가 리처드를 가장 좋아했던 거야.
 
Richard Moore:정말로 상냥한 분은 아가씨인걸요. 그런 일을 겪고 나서 바로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전부 잊고 없던 일로 생각해도 탓할 사람이 없을 만큼 잔혹한 일이었어요. 저는 그저 모난 말만 할 줄 아는 못난 집사인데…….
 
Eva Kadan:…… 리처드. (한 손을 뻗어 네 뺨을 감싸쥐고 제게 눈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 그렇게 말할 거야? 아무리 리처드여도, …… 내게 있어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을 나쁘게 말하는 건 용서하지 않을 거야.
 
Richard Moore:사실이 그렇잖습니까. 아가씨……. 아무것도 모르면서 매정한 말만 했어요. (시선이 마주치자 숨을 삼킨다.) …… 이제……, 저도 아가씨 앞에서 사라지게 되는 걸까요. 끝까지 부족한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지 않은데…….
 
Eva Kadan:…… 원래는 말이야. (이번에는 제가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사람들을 살려낼 수 있는 조건은 6일에서 7일로 넘어가는 자정까지 맨정신으로 이 환각을 유지하는 거였어. 그런데…… 결국에는 실패해 버렸거든. …… 한심하지. 그래서 모두를 살려내지는 못 했지만……. (네 손 위를 겹쳐 잡는다.) 마지막으로 리처드만은 살았으면 해.
 
Richard Moore:…… 아. (잠들지 않으려 필사적이던 어린 네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것도 모르고 재우겠다 그 난리를 쳤으니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맞잡은 손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잖습니까……. 하나도 한심하지 않아요. 오히려 대단한 일이고, 그리고……. …… 그러면, 아가씨와 저만 남는 건가요.
 
Eva Kadan:…… 그렇게 된다면 정말 더할 나위가 없을 텐데. (네 손등 위를 작게 쓰다듬었다.) 이 환각을 유지해 리처드가 살아나면…… 나는 반대로 환각과 겹쳐져 소멸하게 돼. 원래대로라면 내가 소멸해야 하는 게 맞으니까, 슬프게 생각하지는 마. (안심시켜 주려는 듯 머쓱하게 웃는다.) …… 둘만 남는 쪽도 리처드에겐 벌이었으려나. 후후…….
 
Richard Moore:…… 그걸, 그걸 지금 저더러……. (저도 모르게 말끝이 떨린다. 빨라지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네 손을 맞잡았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둘만 남는 게 기쁨이었겠죠. …… 아가씨, 하나만 여쭤도 될까요?
 
Eva Kadan:…… 정말? 후후…… 그건 빈말이어도 기쁜데. (손끝을 작게 움직이다 다시 네 눈을 바라본다.) …… 응.
 
Richard Moore:아가씨는…… 저를 살리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면 본인이 사라지고 싶으신 건가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다.)
 
Eva Kadan:……. (네 말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침묵을 지켰다.) …… 둘 다야. …… 내가 리처드의 삶을 빼앗은 거야. 그리고 그걸 다시 돌려 주려는 거고. 리처드는 앞을 보고 살아가면 돼. …… 그리고 나는 결국 살려내지 못한 이들의 목숨값을 등에 지고 마땅이 받았어야 할 처분을 기다리는 거야……. …… 대답이 됐을까?
 
Richard Moore:전혀요. 제 삶을 빼앗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가씨가 아니라 주인님들이겠죠.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해서 아가씨에게 책임이 돌아가지도 않는다고요……. 앞을 보고 살아가야 했던 건 아가씨인데……. …… 제게, 아가씨의 슬픔과 고통을 모두 넘겨주실 수 있다면 받겠습니다. 그저 절 살릴 생각으로 말씀하셨다면 받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요, 아가씨. 금방 만나게 될 거예요. 정말로 금방.
 
Eva Kadan:……. (눈썹을 늘어뜨린 채 시무룩하게 네 얼굴을 들여다보듯 바라본다.) …… 어째서? …… 허튼 생각하면 안 돼, 리처드.
 
Richard Moore:……. (그저 엷게 웃으며 시무룩해진 네 얼굴을 쓰다듬었다.) 인생은 짧아요. 아가씨에게 남겨진 시간보다 제게 남겨진 시간이 더 적은 건 당연하잖습니까.
 
Eva Kadan:…… 그런가. (마지막으로 볼 수 있을 네 웃음이 어쩐지 저를 안심되게 만들었다. 저도 똑같이 희미한 미소를 띠고서 네 어깨에 살짝 머리를 기댄다.) …… 그럼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는 쪽이 빠르겠네. …… 사라지면 천국으로 갈까? 천국에도 비밀정원이 있을까?
 
Richard Moore:아가씨 같은 분은 물을 것도 없이 천국으로 가실 거예요. 으음……. 분명 어디를 가도 비밀정원 같은 곳이 아닐까요? (부드럽게 네 몸을 감싸안고 토닥인다. 십 년 전의 내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끝도 없이 밀려오는 후회를 삼켰다.) 다시 만나면 그땐 못된 말 안 할게요. 아가씨.
 
Eva Kadan:…… 후후. 리처드, 못된 말 많이 했다는 건 알고 있구나. (장난스럽게 말하고서 고개를 살짝 부볐다.) …… 그럼 내 부탁처럼, 더 상냥하게 대해 줄 거야?
 
Richard Moore:…… 네. 아가씨는 못 말린다는 걸 잘 알았거든요. (네 모습을 내려다보며 길게 늘어진 갈색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다시 만나도 아가씨의 집사로 삼아주실 건가요?
 
Eva Kadan:후후. …… 음. 어쩔까? (입꼬리를 올린 채 고민하는 척을 한다.)
 
리처드는 잠시 자명종 시계를 봅니다.
 
아까 거꾸로 돌아갔던 귀빈실의 시계와는 달리, 시침과 분침은 정확히 돌아가며 11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Richard Moore:제가 아니면 누가 아가씨를 감당한다고……. (중얼거리곤 시계를 바라본다. 열두 시가 되면 끝나는 걸까? 괜히 초조해졌다.)
 
Eva Kadan:(저도 힐끗 시계를 따라 보고서 품에서 빠져나와 주섬주섬 이불을 들췄다.) …… 남은 시간 동안, 얘기나 하면서 보낼까?
 
리처드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작은 주인이 10년간 그토록 원했던 일을, 당신이 비로소 이뤄준 후 그의 마지막을 지켜볼지.
 
그를 모시는 자로서, 또 한 번 밤을 새운 작은 주인이 사라지지 않게…… 자장가를 불러 주며 이제는 편하게 잠자리에 들게 해 줄지 말이에요.
 
Richard Moore:…… 그럴까요? (천천히 이불 속에 앉아 빈 자리를 손으로 두드린다.) 이리 오세요. 아가씨.
 
Eva Kadan:(천천히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네 곁에 앉아, 그 위로 나란히 이불을 덮었다.) 내 비밀정원에는 앞으로 리처드밖에 들어오지 못할 거야.
 
리처드는 에바와 함께 긴 이야기를 나누기로 결정합니다.
 
Richard Moore:이런, 그럼 이 저택을 저 혼자 쓸고 닦으면서 기다려야 하나요? (농담을 뱉으면서도 그 목소리는 차분했다. 곁에 앉은 네 손을 부드럽게 쥔다.)
 
Eva Kadan:후후. …… 아무리 리처드여도 이 저택을 다시 가꾸기에는 힘들걸. (저도 네 손을 마주 잡고서 고개를 기울여 널 바라본다.) …… 있지. 어차피 날 감당해 줄 사람이 리처드밖에 없다면…… 다시 만났을 때 다른 의미로 감당해 줄 수는 없는 거야?
 
Richard Moore:그러게요. 그래도 비밀정원은 지켜야 하니 앞길이 막막하군요. (시선이 마주치자 천천히 어깨를 으쓱인다.) 글쎄요……. 제 눈엔 아직도 아기처럼 보이는데. 원하는 대로 하려면 쑥쑥 자라셔야겠습니다.
 
Eva Kadan:…… 치사해. 다 컸는데……. 결혼이라도 해야 할 나이라구. (작게 중얼거리며 입을 삐죽인다.) …… 그래도 이제 가능성은 생긴 거지?
 
Richard Moore:그건 그렇지요. 결혼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삐죽대는 입술을 손끝으로 톡톡 두들겨 밀어넣는다.) 음. 아주 조금? 진짜 저는 마흔이 아니라 쉰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천국에서 젊음의 비약 같은 거라도 찾아 보세요.
 
Eva Kadan:…… 가능성이 생겼다면 그걸로 됐어. …… 적어도 엊그제처럼 리처드가 나한테 모질게 굴지는 않겠지. (살짝 네게 가까이 붙어 얼굴도 밀착한다.) 쉰에 가까운 리처드도 좋아.
 
Richard Moore:그건…… 죄송하대도요. 저는 일개 사용인이잖습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워지자 일부러 숨을 작게 쉰다.) …… 안 좋아요. 완전 할아버지라구요?
 
Eva Kadan:…… 그러니까 리처드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싫어. …… 다시 만나면 그런 말 금지야. 다른 하인들과 같다든가, 일개 사용인이라든가, …… 종놈이라든가……. (천천히 네 이목구비를 뜯어보듯 느리게 눈동자를 움직인다.) …… 나 할아버지 취향인가 봐.
 
Richard Moore:아가씨는 아가씨셔서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 거지요. …… 다시 만났을 때, 같은 계급이라면 몰라도 말이죠. (네 시선에 눈길을 피하다 얼굴이 확 붉어진다.) 예?!
 
Eva Kadan:…… 뭐, 어때. 나도 처음부터 아가씨로 태어나지는 않았는데. 일개 고아일 뿐이야. (네 붉어진 얼굴이 만족스러운 듯 눈꼬리가 휘어진다.) …… 후후. 귀여워. …… 나 역시 리처드가 정말 좋아.
 
Richard Moore:그래도 아가씨는 아가씨예요. (고개를 돌리다 말고 다시 네 얼굴을 마주한다. 이게, 마지막이니까.) …… 저만 알고 있는 비밀로 하겠습니다. 정말이지, 언제부터 마음에 두신 건지…….
 
Eva Kadan:…… 커서 리처드랑 결혼할 거라고 했을 때부터?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그렇지만 여기서 다시 리처드를 만나고서 더 좋아졌어. …… 스무살이 되었는데도 리처드가 여전히 가장 특별해. …… 그러니까 싫었어. 그때, …… 비밀정원에서 했던 말. (네 손을 더 굳게 붙잡았다.) …… 리처드 말고도 사용인은 많다고 했던 말……
 
Richard Moore:그건…… 정말 옛날이네요. 아가씨가 줄곧 저택에만 계셔서 그런 거라고 하면 화내실 것 같으니……. (잠시 장난스러운 기색을 비춘다.) …… 네, 그 일은 여러모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열 살이든 스무 살이든 아가씨께 해선 안 되는 말들을 너무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Eva Kadan:나 때문이 아니야. 그런 마음을 갖게 만든 리처드가 나쁜 거야. …… 나도 미안해. 요 며칠간 리처드한테 너무 많은 부담을 안기고, …… 너무 많은 어리광을 부렸어. (다시 등을 기대고 앉아 지난 며칠을 머릿속으로 훑었다.) …… 역시 아쉽네. 리처드에게 어른이 되는 걸 보여 주지도 못하고, …… 앞으로도 더 보여 주지 못하게 된다니…….
 
Richard Moore:…… 그렇네요. 전부 제 잘못이네요. 아닙니다. 저는 아가씨의 손발인걸요. 어리광도 당연한 일들이고요. (얌전히 발끝을 바라본다.) …… 금방 다시 만날 테니까요. 다시 만나고 나면 하나하나 전부 지켜볼 겁니다. 어쩌면 다시 태어나서도 아가씨의 사람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럼 그 때, 제가 놓친 것들을 전부 되찾아야지요.
 
Eva Kadan:리처드……. (입술을 꼭 깨물었다가 다시 네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 많이 외로웠어. 허튼 짓 같은 거 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날 더 이상 너무 오래 혼자 두면 안 돼. 알겠지? …… 마지막까지 이기적인 부탁이라 미안해.
 
Richard Moore:…… 사실, 하루라도 더 아가씨를 홀로 두고 싶지 않아요. 그나마 아가씨가 떠나고 나면 다들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고 있는 거죠. (부드럽게 네 몸을 안아 토닥였다. 여태 널 달래며 수십 번은 그랬던지라 막힘이 없었다.) 아가씨가 느끼던 외로움, 슬픔, 괴로움을 전부 알게 되면 바로 가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든, 어떠한 마음이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유독 째깍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이윽고 에바는 안개처럼, 서서히 발끝이 사라져갑니다.
 
Eva Kadan:……. (뿌옇게 변하는 시야를 삼켜내며 몸을 네게 완전히 맡겼다. 어깨에 머리를 부비적거리다 고개를 든다.) …… 리처드. …… 이제 볼 수 없게 되었으니 듣고 싶어. …… 리처드가 십 년 후의 나에게, …… 어떤 말을 하려고 했을지…….
 
Richard Moore:대단한 걸 적진 않았는데요……. (갑자기 그 이야기라니. 조금 어물거리다 다시 입을 연다.) 아가씨가 아름답게 자라셨을 거란 말,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 아가씨를 모시게 되어 저도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말이었습니다. …… 아가씨는요? (붙들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흐려져가는 네 몸을 단단히 안았다.)
 
Eva Kadan:…… 어때? 아름답게 자랐다고 생각해? …… 후후, 몰골이 말이 아니지만……. 다시 만날 때에는 조금 더 예쁘게 하고 있을게. (힘이 빠져가는 손으로 다시 한 번 네 손을 꼭 겹쳤다.) …… 리처드에게 특별해지고 싶었다는 말. …… 그리고…… 리처드를 만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내 짧았던 생에 후회 한 점 없다는 말…….
 
Richard Moore:…… 네. 아름다워요. 제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아름다워요. 아가씨. (맞잡은 손등 위로 짧게 입을 맞춘다.) 아가씨는 늘…… 제게 있어 특별한 분이셨어요. 조금 더 아가씨를 잘 돌봐 드리고 싶었는데……. (결국 먹먹한 표정이 되어 입을 다물고 네 얼굴만 바라본다.)
 
Eva Kadan:…… 기뻐. 리처드에게 조금 더 보여 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리처드와의 추억을 더 많이 가져가고 싶었는데. 귀찮게 굴기만 해서. (환하게 웃는 낯의 뺨은 조금씩 젖어들었다. 고개를 느리게 양쪽으로 젓는다.) …… 리처드를 만나서 무척 행복했어. 우리, 다시 만나면 행복한 기억 더 많이 만들어 줘야 해.
 
Richard Moore:아니에요.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잘못한 거고……. (네 젖은 뺨을 천천히 쓸어 닦아주며 따라 웃었다.) …… 네. 누가 뭐라고 해도 전 아가씨의 사람입니다. 아가씨를 위해서 뭐든지 하고, 더 행복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약속이에요. …… 푹 자고 계세요. 자고 일어나면 눈에 보일 수 있게, 곁으로 가겠습니다.
 
Eva Kadan:…… 응. 리처드도. (짧게 대답하고서 네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가, 이내 네 뺨에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진다.) …… 그 무엇도 다시는 리처드를 건드릴 수 없을 거야. 기억하지? 그 회중시계……. …… 받아 줘서 고마워. 잘 있어, …… 리처드.
 
에바는 이제 형체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그의 마지막을 올곧게 지켜봅니다. 당신은 지금 어떠한 표정인가요?
 
Richard Moore:…… 안녕히 주무세요, 에바 아가씨. (희미해진 웃음 너머로 아쉬움과 슬픔이 뒤섞여 솟구친다. 끝까지 눈물은 보이기 싫어 억지로 입꼬리를 더 올렸다.)
 
안개처럼 흩어지기 직전, 에바는 당신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부드럽게 겹쳐 올리며 마지막 말을 전합니다.
 
END 1. 잘 자, 좋은 꿈 꿔.
 
[ 에바 로스트, 리처드 생환 ]
 
[ 생환보상 : 회중시계 (사용시 관찰 기능치 +15, 사용 전 KP와 상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