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학습 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선생님은 등에도 눈이 있다!"
7교시 문학 시간은 자율 학습 시간을 가집니다.
어느덧 일주일 뒤로 훌쩍 다가온 중간고사를 대비해,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쪽지를 돌리거나, 제출하지 않은 전자 기기를 만지작거리거나, 들키지 않게 귓속말을 주고받습니다.
교탁 앞에 앉아 계신 문학 선생님은 눈매가 사납고 목청이 시원한 분입니다. 엄포를 놓으신 지 3분 만에 꾸벅꾸벅 졸고 계시지만요.
밋밋한 교복 소매 끄트머리에 달린 단추가 흰 형광등 빛을 반사합니다. 그 안에 비치는 납작하고 둥근 풍경, 이곳이 바로 당신이 사는 세상입니다.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人界), 당신은 테이탄 고등학교 3학년 B반 학생이죠.
이 교실에는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넘기며 수학 문제집을 풀어내는 반장도, 엎드려서 부족한 잠을 충전하는 옆자리 친구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당신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문득, 교과서 사이에 끼워둔 학습지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小五郎:(너무 졸리다. 하품을 하다 학습지가 떨어지자 몸을 숙여 줍는다.)
줍기 위해 몸을 숙이니 당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동급생들의 다리, 책상다리, 바닥을 뒹구는 학습지, 의자 다리, 뒤편의 사물함,
깜빡, 깜빡. 그것은 정교하게 찍어낸 풍경 속에서 오로지 이질적으로 존재하는 청록색 빛입니다.
몸을 숙이고 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대여섯 개의 푸르스름한 빛들이 간간이 점멸하며 닫힌 당신의 사물함 틈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小五郎:
교육
기준치: |
65/32/13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반딧불이입니다. 분명, 수업시간에 배웠죠.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의 곤충으로, 보통 한여름, 특히 6월경 밤에 활동합니다.
지금은 10월이죠. 도심 한복판, 그것도 학교 사물함 안에서 대체 무엇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사물함이 저절로 열립니다. 교과서, 체육복, 실습 준비물……. 평소 사물함에 무엇을 넣어뒀던가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새카만 구멍만이 사물함 안에 존재합니다. 블랙홀처럼 회오리치는 그것은 차츰차츰 주변을 검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이 깜빡이고 있습니다. SanC (0/1)
小五郎: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게 뭐야. 자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걸 보고 싶다는 듯은 아닌데. 눈을 비비적거리다 학습지를 책상에 두고서 사물함으로 걸어간다.)
선생님: 모리, 일어나지 말고 얌전히 자습해!
어느덧 일어난 문학 선생님이 입가의 침을 벅 눌러 닦고 꾸중합니다. 놀라운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제외한 주변 그 누구도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小五郎:네에~ (선생님의 말을 대충 무시하고 사물함 앞까지 와서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이게 대체 뭐냔 말이지. 반딧불이? 학교에? 그것도 사물함에? 안쪽으로 손을 넣어 휘휘 저어본다.)
형광등 빛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교실 곳곳에 푸른 녹음의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손을 넣어본 사물함 내부의 구멍에서는 고요한 바람이 먼지부터 집어삼키며,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小五郎: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그러고보니, 이 사물함은 부서진 사물함 대신 새로 교체된 것입니다.
小五郎:(새거긴 한데……. 그런데. 이 좁은 구멍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머리를 들이박으면 이상한 놈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들이박았다.)
고개를 들이밀자, 세찬 바람이 구멍 안에서부터 휘몰아칩니다.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당신의 이름을 외칩니다.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볼펜의 끝으로 바닥을 긁어내리는 소리나,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까지도.
지금 이 순간부터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모리 코고로, 당신 혼자만의 것입니다.
.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잡아당기는 감각이 들이닥치고, 딸랑, 딸랑…….
어디서 울리는 것인지 모를 방울 소리만이 메아리칩니다.
"이, 일어나아, 이런 곳에서 자면 곤란해."
어둠 속에서 사흘간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것처럼 걸걸한 음성이 들립니다.
그 외에도 북소리, 웃음소리, 피리 소리, 시끌벅적한 행인들의 목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집니다.
당신은 설마, 꽃다운 나이에 죽어버린 걸까요…….
죽었다면 이 고약한 냄새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설마 여기는 지옥? 그리고 당신은 왜 눈을 떴음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죠?
小五郎:어……. (정신이 없다. 아까부터 영문 모를 일 투성이다. 어느 순간 번쩍 눈을 떴다. 그러나…….) 어??????
小五郎: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코고로는...... 자신이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小五郎:……. XX! (뒤집어쓰고 있던 쓰레기통을 내던진다.)
쓰레기통을 걷어낸 당신은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저녁 무렵이며, 당신이 누워있던 곳은 보기 드물 정도로 거대한 나무 아래입니다.
小五郎:여기 어디야?????????????? (빽 소리를 지른다. 뭐야? 뭐냐고?!)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주변에는 교실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교과서나 필통이 든 탐사자의 가방, 탐사자의 사물함에 있던 소지품, 빗자루와 대걸레…….
붉은 등을 든 여우는 옷을 입고 있으며, 마치 사람처럼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마주한 코고로, SanC (0/1)
小五郎: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여우: 서, 서, 설마…….
인간이다!!!!!!!!!!!!!!!!
아하! 당신을 깨운 목소리의 주인은 이 여우였습니다.
小五郎:…… 말하는 여우다!!!!!!!!!!!!!!!!!!
당신들의 소리에 반응한 무언가가 재빠르게 하나둘씩 나무 주위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 세찬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착지하는 것들은 정체 모를 벌레, 도깨비불, 목이 비틀린 남자, 뿔이 달린 여자, 여러 동물이 조합된 고양이, 두 발로 걷는 쥐…….
하나같이 전부 인간이 아닐뿐더러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연달아 일어나는 믿기지 않는 일에, SanC (0/1)
小五郎:
SAN Roll
기준치: |
49/24/9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중에서도 귀여운 축에 속하는 여우가 털을 빳빳하게 세우고 제자리에서 길길이 날뜁니다.
小五郎: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공포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생명체들―굳이 정의하자면 요괴라고 해야 할까요―은 전부 비슷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마치, 소속감을 나타내는 것처럼요.
요괴들은 마치, 길을 잃고 집안에 들어온 야생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당신을 살펴봅니다.
개중에는 손(으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만지려고 하는 요괴도 있습니다.
小五郎:얌마, 손 치워!! (이런 것들은 살면서 본 적이 없다. 당연하다. 옛날 이야기 속에나 나오는 거잖아?! 질색하며 나무 기둥 언저리까지 물러난다.)
요괴A: 정말 인간이잖아. 미호, 왜 발견하자마자 바로 말하지 않았어?
요괴B: 이상한 옷을 입고 있네. 문을 열고 온 건가?
요괴A: 규칙을 지켜. 요괴 5대 철칙을 잊은 거 아니지?
호기심을 보였던 것도 잠시, 요괴들은 그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차츰차츰 악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요괴A: 하지만, 우리끼리고 아무도 모를 거야.
요괴C: 그럼 넌 빠져. 우리끼리 잡아먹어버리자.
小五郎:???? (이놈들 미친 거 아니야? 가방을 챙겨들 틈도 없이 자연스레 두 발 사이가 벌어진다. 손을 뻗은 걸 보면 잡을 수 있는 거지? 그치? 그럼 업어칠 수도 있겠지?) 너네 뭐야?
요괴A: 듣던 대로 정말 말을 하잖아? 이봐, 뭔가 더 말해 봐.
당신에게 있어서 요괴들이 기이한 생명체인 것처럼, 요괴들 역시 인간을 팔다리 달린 물고기처럼 신기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小五郎:꺼져. 누가 잡아먹으려는 새끼들 말대로 하겠냐?!?!?!?!
눈 깜짝할 사이에 뷔페 거리가 되어버린 상황이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몇 분 후, 토의가 끝났는지 이빨이 유독 많은 늑대 요괴 하나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향해 돌아섭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발끝에 삐져나온 발톱이 날카롭습니다.
차츰차츰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 컴컴한 배경을 등지고 당신을 바라보는 노란 눈은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늑대 요괴: 간만의 인간이라 반가웠지만, 미안하게 됐어. 감사히 먹도록 하겠다.
뒤는 거대한 나무, 앞과 옆은 정체 모를 괴물들. 당신이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小五郎:지랄이네, 진짜……. (갑자기 이상한 곳으로 빨려 들어와서 쌈박질이나 해야 하냐고. 내가 쌈박질 배우려고 유도 하는 줄 아냐고!) 너네 인간 먹으면 미쳐버린다는 말도 못 들어 봤냐?
이토록 낯선 곳에서 요괴들의 간식거리가 될 운명이었다니, 당신이 사물함 문을 닫으러 가지만 않았어도…….
어쩐지 안타까운 나래이션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小五郎:(어쩌라고요. 구해주시든가요. 이쪽은 준비 만전이다! 덤빌 테면 덤벼 보라지. 어쩌면 늑대 한 마리 정도는 통구이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그때, 당신의 발치에 나뭇잎이 몇 장 떨어집니다. 경쾌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요.
나뭇잎이 떨어지듯, '어떤 것'이 사뿐히 땅바닥에 내려앉습니다.
일순 당신을 둘러싼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머리카락이나 옷깃이 무척이나 느리게 흔들려서, 마치 억지로 녹화된 테이프를 잡아 늘인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당신은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졌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비슷하지만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요괴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기묘하게도 당신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존재.
그것은 요괴와 당신의 사이를 가로막고 요괴들에게 시선을 던집니다.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산들바람이 붑니다.
英理:다들 철칙을 잊은 거야? 난 여태 신목 위에서 문을 지키고 있었다고. 문을 넘어온 인간 손님은 건들지 않기로 선생님과 약속했잖아.
小五郎:……. (방금 그 느낌은 대체 뭐였을까. 마치 일부러 속도를 늦춘 영화 속 장면과도 같았다. 저도 모르게 자세가 풀어져선 네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무 위에서 내려온 요괴가 그렇게 말하면, 요괴들은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더니…….
요괴B: 쳇, 인간이 별미래서 기대했는데…….
라고 말하며, 처음 등장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미호라고 불린 붉은 여우 역시 벌벌 떨면서 다른 요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상황이 순식간에, 어쩌면 허무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에리라고 불린 요괴가 당신을 향해 돌아봅니다. 머릿빛을 닮은 갈색 귀와 꼬리가 바람에 조금씩 살랑거리고, 푸른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英理:…… 뭐, 꼴을 보니까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이네.
英理:뭐어? (눈에 띄게 인상을 찌푸린다.) 내가 물어야 할 대사잖아. 감사의 말이라도 먼저 나와야 하는 거 아니니?
小五郎:갑자기 이런 곳으로 납치해놓고 뻔뻔하게 할 말은 아니지? (이쪽 인상이 더 험악하다.) 살인미수 현장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고?
英理:미수가 된 거에 그친 걸로 다행인 줄 여기지? 모르는 척하고 갔으면 넌 이미 우리 간식거리가 되고 있었을걸. 누가 보면 내가 널 데려온 줄 알겠네. (바보인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작지는 않았다.)
小五郎:그런 말이나 지껄이는 걸 보면 뭐 대단하게 좋은 사람이라 구한 것도 아닌 게 뻔하구만. 지금이라도 먹고 즐거워하시든지. 불쌍한 놈 하나 잡아먹고 삶이 퍽이나 행복하겠다. (멍청이. 이쪽도 대놓고 투덜거렸다.)
英理:당연하지. 널 구한 거에 큰 의미는 없거든? 규칙이 그럴 뿐이니까. 안 지키는 녀석들이 이상한 거잖아? (네게서 고개를 픽 돌린다.) 그러니 내가 널 돌려보내 줄 필요도 없겠네.
小五郎:어어~ 안 돌려보내면 결국 잡아먹혀서 규칙 깬 놈이 되겠네. 꼴 좋다.
英理:그럼 여기에 계속 눌러앉든지, 맘대로 해. 손해는 너만 보잖아. 어차피 지금은 문이 열릴 때가 아니라서 돌려보내 줄 수도 없거든?
小五郎:애초에 문인지 뭔지를 만든 놈이 잘못인데 왜 나한테 시비 거냐? 예쁜 애 하나 떨어지길래 이게 웬 떡인가 했더니 성격 한 번 괴팍하네.
英理:뭐어? 말 다했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았는데 그런 말 해봤자…… 나, 나오는 거 없거든? (붉어진 얼굴을 다시 네게 휙 돌리고서 뾰로통한 얼굴로 올려다본다.) ……. 그리고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지 마! …… 잘못 아니니까.
小五郎:어쭈. 예쁘단 말 들으니까 귀여운 짓도 한다? (그래도 말은 통하는 사람, 아니 귀신이네. 손을 올려 네 볼을 콕 찌르곤 주변에 떨어진 제 짐들을 줍기 시작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설명부터 해주면 뭐가 덧나나~
英理:……. (여전히 가득 심통 난 얼굴로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다 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 이곳은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니야. 문이 열리면, …… 보내 줄 테니까.
小五郎:그건 잘 알겠다. 그럼 왜 여기로 오게 된 건데? (대충 가방에 다 쑤셔넣고 어깨에 메며 일어나 먼지를 탁탁 털었다.) 여기는 어디고? 나 집에 안 가면 혼나거든.
英理:여기는 이계의 영월호야. 그리고 거기. (네 등 뒤에 있던 커다란 나무를 가리켰다.) 이게 내가 수호하고 있는 신목이야. 이 신목이 종종 인간을 데려오곤 해. …… 문이 열릴 때 보내 준대도.
小五郎:영월호? (호수라는 뜻인가? 배는 아닐 거 아냐. 뭐지.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 뒷머리를 벅벅 긁다가 네 손끝을 따라 나무를 올려다본다.) 크네……. …… 언제 열려?
英理:…… 음. (손을 거두고 대답을 잠시 머뭇거리다 힐끔거린다.) …… 축제가 끝나는 날. 내일 시작이니, 오래 기다려야겠네?
小五郎:…… 축제를 며칠 동안 해? (어쩐지 질문만 던지는 사람이 된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다. 그야 이쪽은 공부하다 갑자기 끌려왔는걸.)
英理:…… 이틀. 후야제가 끝나면 널 돌려보내 줄 수 있어.
小五郎:음……. 내가 사라지는 건 선생님도 봤겠지. (다시금 머리를 긁적인다. 다음 주 시험은 완벽하게 망했네.) 알았어. …… 원하는 게 뭐야?
英理:…… 원하는 거? 바보 아냐? 난 널 여기다 버려두고 가도 별로 아쉬울 거 없거든? 네가 멋대로 여기 떨어진 거지. 흥.
小五郎:너야말로 바보 아냐? 돌려보내주는 대신 뭘 원하냐고 묻고 있잖아.
英理:글쎄 나는 규칙을 지키는 것뿐이래도. (한숨을 폭 쉬고 나무에 가까이 간다.) …… 어쩌다 신목에 손을 대고 온 거야?
小五郎:날 돌려보낼 수 있는 사람이 믿을만하면 좋거든. (그런 네 모습을 쳐다보기만 한다.) 사물함에 반딧불이가 엄청 많이 있었어. 그래서 뭔가 보려고 했는데 눈 뜨니까 여기에서 쓰레기통이랑 뽀뽀하고 있더라.
英理:…… 그래? …… 왜 거기로 왔는지 모르겠네. (짤막하게 대답하고서 네게 고개를 까딱인다.) 일단, …… 해가 졌으니 내 집으로 갈래? 믿든지 말든지는 네 자유야. 싫으면…… 안 와도 되고.
小五郎:이런 일이 종종 있긴 있나 봐? (왜 하필 나였을까. 그렇게 질문 공세를 펼쳤는데도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네 말에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잡아먹히고 싶지 않네. …… 여자애 집에 가는 건 처음인데.
英理:응. 이 문을 통해서 요괴가 인계로 넘어가기도, 인계가 이계로 넘어가기도 하거든. 인계로 넘어가 사람을 잡아먹는 요괴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 (네 말에 미약하게 뺨을 붉히며 제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그, 그렇게 여자애라느니 의식하면 뭔가…… …… 뭔가 기분 나쁘잖아! 인간 주제에.
小五郎:그거 혹시 아주 예전 이야기야? 그런 이야기들이 지금도 전해지긴 해. 다 실화였나……. (요괴든 인간이든 생각하는 거라든지, 크게 다른 건 없구나. 네 모습에 웃으며 어깨를 톡 친다.) 요괴 주제에 부끄러움 타냐?
英理:……. (흠칫 얼굴이 더 새빨개지더니 네 정강이를 힘있게 걷어찬다.) 바보! 자꾸 그러면 버리고 갈 거야!
小五郎:악! (순식간에 통증이 몰려오자 쭈그리고 앉아 정강이를 부여잡는다.) 때리는 건 반칙이지!!
英理:흥. 영월호 학생들과 다르게 축제에 오는 요괴들 중에는 난폭한 녀석들이 많거든? 그 녀석들한테 인간인 게 들키면 곤란하니까, 너는 당분간 쓰레기통 요괴 흉내라도 내는 건 어떠니? (톡 쏘아붙이듯 말하고서는 먼저 몸을 돌려 걸어가 버린다.)
小五郎:축제 내내 안 나가고 있으면 되잖아! (영월호 학생? 호수가 아니라 학교 이름인가? 그러고 보면 아까도 선생님이니 뭐니……. 으음. 빠른 걸음으로 네 뒤를 쫓아가 옆에 나란히 서서 걷는다.) 아, 쓰레기통은 싫어. 냄새 미쳤다고.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당신의 시야가 넓어집니다.
탁 트인 주변은 숲속이 아닌, 어떤 건물 앞입니다. 건물의 건축 양식은 동양의 것과 유사하지만, 어느 한 나라의 것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요괴 몇몇이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까 요괴들, 그리고 에리와 같은 옷을 입고요.
英理:뭐? 이 축제가 어떤 축제인지 알고 그래? 나도 기대하던 축제란 말이야! 널 집에 내버려 두고 나갈 수 있을 리도 없고, …… 가야 해, …… 축제. (입을 삐죽인다.)
小五郎:뭐야, 놀러 가고 싶은 거였냐. 어떤 축제인데? 여우 가면 같은 거라도 쓰지 뭐. (가야 해? 얘는 왜 사람 호기심을 이렇게 들쑤신대. 건물 쪽을 가리킨다.) 저긴 뭐야?
英理:오래 전에 긴 전쟁이 있었고, 영월호에서는 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졸업 시험이 끝나면 마을을 빌려서 큰 축제를 열어. 이계 곳곳의 요괴들이 몰려올 정도로 크다구. (마치 자랑을 하는 양 뿌듯한 얼굴로 떠들어대다, 네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돌아본다.) 영월호. 500살~ 800살 사이의 요괴들을 가르치는 곳이야. 학교 같은 거지.
小五郎:전쟁인가……. 그런 거라면야. (울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 속으로 생각하며 네 얼굴을 보면 여태 본 것 중에 가장 밝은 얼굴이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좋은가. 그러다 이어지는 말에 발걸음이 삐걱거린다.) 오, 오백 살? 너는 몇 살인데?!
英理:…… 나? (뺨을 긁적이며 네 시선을 모르는 척했다.) …… 800은 훨씬 넘었어. …… 영월호의 최고 학년이긴 하지만, 졸업 시험은 쭉 안 치고 있어.
小五郎:팔백보다 훨씬……. 나, 나는 스무 살도 안 됐는데……. (우와, 완전 전설 속의 할머니잖아. 말로 꺼내면 또 얻어맞을 것 같아 꾹 참고 조심스레 묻는다.) 왜 졸업 안 하는지 물어봐도 돼?
英理:그, 그건……. (시선이 이리저리 방황하다 말을 더듬으며 얼버무렸다.) …… 벼, 별로 특별한 이유는…….
小五郎:(눈에 띄게 태도가 달라지자 네 옷깃을 꾹 잡았다.) …… 알려주기 싫어?
英理:……. (네가 옷깃을 잡으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널 올려다본다. 무언가 말하려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더니 결국 고개를 슬쩍 돌렸다.) …… 응. …… 비, …… 비밀이야.
小五郎:……. (진짜 예쁘게 생겼긴 하다. 예뻐서 성격이 그모양이 된 건가? 제 잘못은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비밀이면 어쩔 수 없지.
英理:…… 언젠가 말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고서는 다시 뒷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스무 살도 안 된 줄은 몰랐는데, …… 완전 어린이잖아.
小五郎:야, 우리 쪽에서 스물이면 어른이거든? 다들 백 살도 되기 전에 죽는다고. (중얼거리는 말은 듣지 제대로 듣지 못한 채 투덜거리며 다시 성큼 걸었다.) 아, 좀 같이 가자!
英理:어린이도 아니구나. 여기서는 아기 수준인가? (들으라는 듯이 고개를 기울이며 네 말을 못 들은 척 종종걸음을 재촉한다.) 그 옷도 인계에서는 교복인 거지?
小五郎:그럼 아기를 잡아먹으려고 한 거야? 미쳤다. 진짜. (감탄사를 내뱉으며 성큼성큼 잘도 네 뒤로 따라붙는다.) 어. 수업 중에 여기로 온 거야.
집으로 가자고 했지만, 에리가 향하는 곳은 민가가 아닌 으슥하고 외진 뒷산입니다.
벌레나 올빼미가 우는 소리만 음산하게 울려퍼집니다.
英理:(네 말에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작게 쿡쿡 웃음을 터뜨린다.) 아까 그 아이들도 전부 어린애니까. 인계 나이로 치면…… 음, 너보다도 어리지 않을까? 너, 이름은 뭐야?
小五郎:대충 초등학생 쯤 되는 늑대가 날 찢어죽이려고 했단 말이지……. (이계는 무섭네. 중얼거리며 나란해진 걸음을 계속 옮긴다.) 코고로. …… 모리 코고로. 넌 아까 걔네가 에리라고 불렀지?
英理:……. (네 이름을 듣고서 잠시 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코고로, …… 구나. …… 응, 에리. 나도 아까 미호와 같은 여우야.
영월호의 뒷산은 잡풀이나 나무가 무성해, 걷기 무척 힘듭니다. 에리는 개의치 않고 그곳을 가로질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해는 완전히 지고, 종종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빛만이 앞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제법 어두워 올라가기 쉽지 않지만, 에리는 멈추지 않고 나아갑니다.
小五郎:여우? 아. (무심결에 네 엉덩이 즈음을 보고 꼬리에 손을 뻗어 아래부터 쭉 쓸어올렸다.) 진짜 여우네. 신기하다. (험한 산길을 잘도 쫓아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밤눈이 너만큼 밝은 건 아닌지라 바닥의 나무 뿌리며 풀을 마구 밟고 있었다.)
英理:…… 히얏! (네가 꼬리를 쓸어올리면 순간적으로 꼬리가 빳빳해진다. 새된 비명을 지르며 확 뒤돌아 얼굴을 붉힌 채 언성을 높였다.) 뭐, 뭐하는 짓이야! 응큼하게! 꼬리 건드리지 마!
小五郎:어? 어?! 응큼한 거야?! (그냥 부드러워 보여서 만진 건데. 그런 의도는 없었다는 듯 손과 머리를 열심히 저었다.) 미, 미안. 너무 부드러워 보여서…….
英理:허, 허락도 없이 꼬리를 만지면 무례하고 응큼한 게 당연하잖아! 별꼴이야, 정말! (성큼성큼 가벼운 발걸음으로 쌩 앞서 산을 올라가 버린다.)
小五郎:
민첩
기준치: |
75/37/15 |
굴림: |
7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못 따라갈 정도의 빠르기는 아닙니다. 발을 딛기 익숙해진 느낌이 들어 코고로는 한층 더 빠르게 에리를 쫓아 올라갑니다.
小五郎:나는 꼬리가 없어서 몰랐지! 고양이는 꼬리랑 엉덩이 쪽 잘 만지면 좋아한단 말이야. (아닌가? 몰라. 대충 그렇다고 치자. 열심히 변명하며 팍팍 바닥을 딛고 따라간다. 아무리 산길이어도 내가 여태 운동한 게 있지. 이 정도 쯤이야.)
英理:…… 고양이들도 싫어할 텐데. (주위의 고양이 요괴를 떠올리며 중얼거린다.) 너도 네 엉덩이 만져지면 싫어할 거잖아!? 비슷하다, 뭐. …… …… 여, 여우 좋아해? (앞서 가다 슬쩍 뒤를 돌아 널 기다려준다.)
생면부지의 남을, 그것도 인간을 도와준다는 게 다른 요괴들의 반응으로 미루어볼 때 독특한 일이라는 건 짐작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을 좋아하는 걸까요?
小五郎:아아니야. 잘 만지면 좋아해. 톡톡톡, 하고. 정 억울하면 너도 나 만지든가! …… 여우? 응, 좋아하는데 왜? (귀엽잖아. 머릿속으로 사막여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작게 웃었다. 네가 멈춰서자 금방 따라붙었다.)
英理:…… 그, 그렇구나. …… 다행이네. (네게 보이지 않게 숙인 얼굴을 붉히고 귀를 쫑긋거렸다. 네가 따라오면 머뭇거리다 네 새끼손가락을 살짝 감싸쥐어 잡았다.) …… 이렇게 하면 되지? …… 동등하게 만진, 걸로…….
小五郎:……. (귀가 쫑긋거리는 모습까지 보니 네가 진짜 여우 요괴라는 실감이 난다. 손가락을 감싸쥔 손을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을 고쳐 꽉 잡았다.) 이 정도는 돼야 동등하지. 빨리 가자. 이러다 아침 해 뜨는 것도 보겠다. (대범하게 웃고 있었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뺨이 살짝 붉어졌다.)
함께 가파른 산지가 밟기 좋을 정도로 평평해질 무렵, 에리는 멈춰 섭니다.
교실 안에서 본 반딧불이를 기억하고 있나요? 단지 몇 마리에 불과했지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당신 앞에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호수를 둘러싼 풀과 나무들은 바람에 산들산들 몸을 흔들고, 새까만 도화지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물감 방울처럼 반딧불이 빛은 번져나갑니다.
어두운 밤하늘, 별처럼 푸른 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넋이 나갈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그 배경을 등지고, 에리는 무언가 기대하는 것처럼 당신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에리는 분명 여기를 알고 있냐고 했죠, 하지만 이런 풍경은 책에서도 본 적 없습니다.
小五郎:…… 아니. 기억해보려고 해도 생각나는 게 없어.
英理:아, …… 그렇구나. (맞잡은 손끝을 만지작거린다.)
小五郎:
심리학
기준치: |
50/25/10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애써 숨기는 것 같지만, 에리는 어딘가 섭섭해 보입니다.
小五郎:…… 우리 만난 적 있어? (역시나 조심스레 물었다.)
英理:……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바보. 이십 년도 안 산 주제에. (아무렇지도 않은 양 웃어 보이고서 호수 쪽으로 네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호수 앞에는 조각배가 놓여있습니다. 이 앞에는 길이 없으니, 아마 호수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거겠죠.
小五郎:그럴 리가 없는데 왜 물어 보냐. (딱히 대답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다. 그저 네가 섭섭해하는 모습에 속이 쓰렸을 뿐. 걸음을 내딛으며 주변을 이리저리 살핀다.) 너네 집이랑 신목이랑 너무 멀지 않아?
英理:…… 그래도 걸어올 만한 거리인 것 같은데. (먼저 조각배에 올라타 네가 건너올 수 있도록 손을 단단히 잡아 두었다.) 이리 와. 금방 갈 거야. …… 너무 힘든 코스였니? 인간한테는. 후후.
小五郎:여기까지 오는 사이에 해가 다 졌잖아. (네 손을 꽉 잡은 채 껑충 뛰어 배에 올라탄다.) 아무래도 보통 인간은 이런 거리를 걸어다니진 않지.
당신이 올라타면, 이어지는 것은 꿈결 같은 순간입니다.
호수의 잔잔한 수면을 헤치며 두 사람을 태운 조각배는 앞을 나아갑니다. 일그러졌다 수복하기를 반복하는 수면 위로 조각배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반딧불이는 주변을 배회하며 조각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줍니다.
英理:반딧불이의 전설이라는 거…… 알아? (수면을 가만히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小五郎:(주변의 풍경과, 가장 중간에 있는 네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만 살살 저었다.)
英理:이계에서 반딧불이는 운명과 길조의 상징이야. ……. (천천히, 노를 젓는 속도와 같이 느리게 전설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英理:…… 그래서 나는 반딧불이가 좋아. 잃어버린 연인을 찾을 수 있다는 거……. …… 엄청나게 낭만적인 이야기잖아.
小五郎:…… 그렇네. 반딧물이를 따라간다는 대단하지 않은 일이……. …… 나도 뭔가 이유가 있어서 여기까지 온 거겠네.
英理:그래서 어쩌면 우리도…… (주위의 반딧불이를 눈으로 훑었다.) 지금 반딧불이의 축복을 받고 있는 걸지도 몰라. 후후……. …… 뭐, 비록 배은망덕한 인간일지언정 의미는 있었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
小五郎:그 배은망덕한 인간은 지금 망자의 인도만 아니라면 뭐든 감사히 받고 싶을 지경이야. (괜히 수면으로 손을 뻗어 본다.) 그래도…… 연애 같은 건 한 적 없으니 잃어버린 연인을 찾는 건 아니려나.
英理:…… 그, 그래?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곁눈질로 그 모습을 힐끔거린다.) …… 한 적 없어? 정말? …… 의외네.
小五郎:응. 어릴 때든 지금이든 운동하고 노느라 바빴어. 고백은 가끔 받은 적 있지만. (수면을 살살 쓰다듬다 반딧불이에게도 손을 뻗으며 미소를 지었다.) 팔백 년 넘게 산 누님은 몇 번이나 하셨는데?
英理:…… 흥. 완전 바보네. 운동 바보. (괜스레 농담처럼 웃으며 얼버무리고서 얼굴을 붉힌다. 그리고는 잠시 대답을 고민하며 제 옆머리를 만지작거렸다.) …… 어, 없다고 하면……. …… 이상하게 볼 거야?
小五郎:그런가? 그래도, 이기면 기분 좋아. 나보다 두 배 큰 사람도 업어칠 수 있다?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낮게 웃다가, 널 쳐다보며 발끝으로 네 발을 톡 건드린다.) 눈이 높은가 보네. 하긴, 나 같아도 여기에서 살면 다들 생긴 게 너무 달라서 생각도 못할 것 같긴 하지만. 이상하게 봐 줄까?
英理:…… 아니. (네 질문에 황급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 그, 그런 거 아냐. 별로 눈 같은 거, 높지는 않다구. …… 좋아하는 사람 정도는 있었다, 뭐어.
小五郎:예쁜 애들은 눈도 높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네. (다시 톡톡, 건드린다.) 어떤 사람이었는데? 아니, 잠깐만. 사람이야? 요괴가 아니라?
英理:……. (눈에 띄게 얼굴이 붉어지며 꼬리가 바짝 서더니, 이내 건너편에 도착한 배를 멈춰세우고 노를 손에서 놓았다.) 그, 그런……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요괴일 수도 있잖아! 바보 멍청이.
小五郎:아 왜 자꾸 바보 멍청이 그러냐?! 나 그렇게 바보 아니거든? (흥. 한참 투덜거리더니 다시 호기심이 도진 얼굴로 돌아왔다.) 그 요괴인지 사람인지 때문에 여태 연애를 안 한 거야?
英理:……. (입술을 꾹 깨물고 말을 잇지 않다가 벌떡 일어났다.) …… …… 그, 런 거 아니거든! 그만 물어봐! 바보 맞잖아. 어차피 나 같은 거, 여기서 인기도 없고. 그, 그래서 그런 것뿐이야.
小五郎:바보 아니라고! 인기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냐? 아까 그 꼬맹이들도 네 말엔 껌벅 죽던데. 인기 없을 얼굴도 아니구만, 요괴들 취향은 이상하네. (뒤따라 일어서서 먼저 뭍으로 폴짝 뛰곤 네게 손을 뻗었다.) 자.
英理:…… 그건 그냥 내가 최고 학년이니까 그런 거겠지. (작게 중얼거리고서 네 손을 잡아 육지로 나온다. 손을 놓지 않은 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너처럼 예, 예쁘다든가 말한 요괴는 없었던 것 같은데. …… 인간들이 보기에는 괜찮은 거야?
小五郎:아냐. 나보다 어린 거면 진짜 엄청 말 안 듣는 나이라고. (간단히 네 말을 부정하며 잡은 손을 흔들며 걸었다.) 사람처럼 생겨서 그런가? …… 뭐, 그렇지. 만약 네가 우리 학교 다녔으면 매일 신발장에 러브레터 들어 있고 그랬을 거다.
지면 한가득 활짝 핀 달맞이꽃이 시선을 끕니다. 새하얗게, 혹은 노랗게 핀 꽃밭은 간간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에리는 익숙하게 꽃을 피해 밭 너머의 오두막집으로 향합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에리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하늘거리고, 낯익은 방울 소리가 들려옵니다.
小五郎: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분명 아까 호수에는 달도 별도 비치지 않았죠. 문득 든 생각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곳에는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새까맣기만 할 뿐인 하늘을 보자 아득하게 밀려오는 영문 모를 공포심이 당신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SanC (0/1)
小五郎:
SAN Roll
기준치: |
49/24/9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달맞이꽃밭 위 오두막이라니, 꼭 동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英理:……. (여전히 붉은 얼굴로 오두막 앞에서 자물쇠 잠금을 풀며 네 시선을 등졌다.) …… 그럼, 넌…… 좋아해? …… 그러니까…… 취향이야? 이, 이런 얼굴…….
小五郎:……. (이계라서 달이 없는 걸까. 근데 달맞이꽃은 있고. 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먹은 세상인 거냐. 오두막 주변을 이리저리 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린다.) 응? …… 그렇…… 다고 생각해. 성격은 좀 괴팍하지만.
英理:…… 괴, 괴팍하기는 누가! (발끈한 얼굴로 소리를 쳤다.) 도와주고 있는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는 배은망덕한 인간이 할 말은 아니네, 뭐! 밖에서 잘래!?
小五郎:지금도 봐, 완전 성격 파탄이잖아. (그런 네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어느새 두려움은 사라져 있었다.) 안에 내가 잘 곳은 있어? 혼자 살아?
英理:응. 나 혼자야. …… 혼자 살아서 좁긴 해도 재울 공간 정도는 있거든? 내쫓아낼 거야, 자꾸 그러면. (오두막의 문을 열고 한 발짝 물러난다.) …… 들어가.
小五郎:내쫓으면 밤새 여기에서 소리 지를 거야. (내쫓을 성격도 못 되겠는데 뭘. 고개를 꾸벅 숙이곤 안으로 들어간다.) 실례하겠습니다~
오두막의 내부는 조촐합니다. 나무로 지어진 집은 아주 오래된 전통 가옥 같기도 합니다.
내부에는 침실로 쓰이는 작은 방 하나와 숙식 해결이 가능한 주방 겸 거실이 전부입니다.
거실 벽면은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으며, 침실에는 두툼한 비단 이불과 베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英理:…… 배고플 것 같으니까 먹을 걸 준비해 올게. 잠깐 기다려. 심심하면 책 읽고 있어도 돼.
에리는 그렇게 말하고 주방(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갑니다.
小五郎:알았어. (집 진짜 쪼그맣네. 어디에 있어야 하지. 거실 바닥에 앉아 아무 책이나 꺼내 펼쳐본다.)
小五郎:
자료조사
기준치: |
50/25/10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책은 읽을 수 있는 문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교과서나 소설, 철학서나 역사서들이 대부분이며, 소설 중에는 당신이 익히 아는 책도 있고요.
당신이 펼친 책은 <이계탐험록>이라는 두툼한 책입니다.
이계탐험록에서는 <요괴 5 철칙>, <영월호의 간단한 역사>, <신목의 규칙>, <어떤 기록> 을 볼 수 있습니다.
小五郎:(이계에서도 이런 걸 배우나?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람. 어쩐지 아직도 의문이 해소되질 않아 답답했다. 책을 펼쳐 요괴 5 철칙부터 읽기 시작한다.)
小五郎:(이 동네도 애들 교육은 힘든 모양이지. 그래도 네가 지켜줘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영월호의 간단한 역사 항목도 확인한다.)
코고로는 저자가 한 번 쓰러졌던 영월호를 재건하고, 가르침에 힘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小五郎:……. (학년이 없어? 뭐지? 의아함을 품은 채 페이지를 넘겼다. 그래도 인간과 요괴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해도 되는 걸까. 다음으로 신목의 규칙을 읽는다.)
小五郎: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코고로는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라는 문장에 수정된 흔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으로요.
小五郎:(원래 한 그루가 아니었던 거야? 이건 이따 물어봐야겠네. 그것보다…… 이 사람이 넘어왔다는 건…… 나랑 똑같은 사람이라는 거잖아. 이게 무슨. 마지막으로 어떤 기록을 본다.)
小五郎:
언어(모국어)
기준치: |
65/32/13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어라, 그러고 보니 앞선 글은 당신의 모국어가 아님에도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SanC (0/1)
小五郎:
SAN Roll
기준치: |
48/24/9 |
굴림: |
49 |
판정결과: |
실패 |
마지막에는 저자의 서명이 적혀 있습니다만, 책이 너무 오래되어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小五郎: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저자의 서명이 익숙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책의 내용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당신이 알고 있는 듯한 내용이니까요.
단순히, 이런 소재의 만화책을 종종 봤기 때문일까요?
小五郎:이게 뭐야……. (완전 성자잖아. 인계에서 이런 일을 했으면 진작 위인전 몇 권이 나오고도 남았겠다. 너는 이 책을 직접 받았을까. 그래서 졸업하지 않는 걸까. 종이를 쓰다듬으며 부엌 쪽을 쳐다본다. 아직 멀었나?)
마침 에리가 음식을 담은 트레이를 가지고 소파 앞의 테이블에 내려놓습니다.
새하얀 사기그릇 위에는 잘 구워진 도마뱀이 예쁘게 담겨 있습니다.
다른 그릇 역시 전갈구이, 개구리, 메뚜기 등의, 먹기엔 조금 생소한 생물로 가득합니다.
小五郎:…… …….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英理:모처럼 손님이 왔으니까 이것저것 내와 봤어. (조금 뿌듯한 얼굴이 되어 얌전히 소파에 앉았다.) 배고플 테니까 사양하지 말고 많이 먹어도 돼.
小五郎:고맙다. …… 평소에도 이렇게 먹어? (대체 무엇에 손을 대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어져 연거푸 마른세수를 한다.)
英理:응. 간단하게 먹을 때는 비둘기나 쥐 한 마리 정도로 때우긴 하지만. (네게 따끈따끈하게 찐 개구리 요리 그릇을 끌어다 준다.)
小五郎:과, 과일 같은 건 안 먹고? (신이 있다면 지금 이 구조 신호를 들어주길 바란다. 배를 발라당 그러낸 개구리를 콕콕 찔러 본다.) …… 책 좀 읽어 봤는데, 인계 사람이더라. 그럼 식습관도 알고 있…… 긴 어렵나?
英理:과일은 지금은 없어서……. (네 말에 그제서야 네 표정을 힐끔거리며 눈치를 살핀다.) ……
선생님은 이게 제일 먹을만 하다고 하셨는데……. 싫어?
小五郎:역시 네가 그 책을 받은 요괴가 맞나 보네. (그 선생, 대체 얼마나 마음이 넓은 거냐. 좋아했다던 사람도 선생인가? 조심스럽게 개구리 뒷다리를 뜯는다…….) 내장이랑 껍질은 좀…… 힘들 것 같아서. 보통 인간은 닭고기 같은 걸 먹으니까. …… 여우도 먹을걸? 아마?
英理:……. (눈에 띄게 시무룩해진 얼굴로 귀와 꼬리가 축 처진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다 식탁에 내려놓았던 트레이를 다시 정리했다.) …… 미안. 과일이라도 찾아다 올게. …… 안 먹어도 괜찮아.
小五郎:이 밤에 나가길 어딜 나가?! (네 손목을 붙잡아 만류하곤 다시 개구리 뒷다리에 집중했다. 껍질은 어떻게 벗길 수 있겠다. 아직도 개구리가 별미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응.) 열심히 준비했는데 조금은 먹어야지.
英理:다, 다른 애들한테 구해오면 어떻게든 될 거야. (저도 고집스레 괜찮다는 듯 네 옷깃을 끌어당겼다.) 싫어, 괜찮대도. …… 새로 가져올게. 먹지 마, 바보.
小五郎:멍청아.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아예 네 몸을 끌어당겨 제 옆에 앉혀놓고 뒷다리를 입에 넣어 우물거렸다. 맛이, 맛이……. 아. 닭고기 맛이잖아?)
英理:…… 자, 잠깐……. (당황한 얼굴로 곁에 붙어 걱정스레 네 얼굴을 올려다본다.) …… 괜찮아?
小五郎:…… 먹을만 하네. (열심히 입안에서 뼈를 골라냈다. 곧 씩 웃으며 널 마주본다.) 왜 그 선생님이 그랬는지 알겠다.
英理:…… 정말?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층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 머쓱하게 따라 웃으며 제 손가락을 꼼질거리더니 다른 그릇들도 끌어다 놓았다.) …… 도마뱀 구이도 맛있어.
小五郎:……. (귀엽다. 왜 인기가 없지?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도마뱀 구이를 보니 다시 식욕이 싹 사라진다. 도마뱀을 들어 네 입가에 가져간다.) 맛있는 거 너 줄게. 아, 해 봐.
英理:…… 좋아하는 거니까 손님한테 양보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도마뱀과 네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물었다. 맛있다. 화색이 밝아진 채 네게도 손을 도로 밀었다.) …… 그럼 나눠 먹자.
小五郎:바보야, 좋아하는 건 양보하지 말고 네가 다 가져도 돼. (그렇게까지 착하게 굴 필요가 있나? 나눠 먹자는 말에 장난스럽게 웃곤 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남은 도마뱀을 쏙 넣었다.) 나 여기로 넘어올 때 점심 먹고 넘어왔거든? 그러니까 괜찮아.
英理:으응, ……. (무어라 반박할 새도 없이 입에 음식이 가득 찬 채 우물거리기만 했다. 미안한 기색이 얼굴에 떠올랐지만 기분이 좋아진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끄덕인다.) …… 응. 대신 남은 건 전부 네가 먹어야 해. 손님이니까. 알겠지?
小五郎:아까 내가 한 말은 그새 다 까먹었냐? 웃겨. (더 먹었다간 네 눈앞에서 기절할지도 모른다. 살랑거리는 꼬리를 빤히 쳐다보다 가까스로 책을 가져와 표지를 톡톡 친다.) 지금은 식욕보다 다른 게 먼저인데.
英理:…… 역시 다는 못 먹겠어? (눈을 깜박이며 네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응? 왜?
小五郎:아무래도. 살면서 메뚜기를 먹어본 적이 없거든. (다시 책을 펼쳐 느릿하게 페이지를 넘기며 고심해 말을 고른다.) 이 책, 처음 보는 것 같지가 않아.
英理:……? (네 말에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어떻게?
小五郎:모르겠어. 처음 보는 이야기 같지도 않고…… 이 사인. (톡톡) 이게 익숙해.
英理:……. (네 말에 그저 손끝으로 오래된 흔적을 가만히 쓸었다.) …… 이제 이 서명도 거의 지워져 가고 있네…….
小五郎:…… 선생님, 언제 오셨어? (왠지 모르게 네가 쓸쓸해 보여 그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英理:…… 음. (눈을 내리깔고 잠시 세월을 가늠하듯 적막이 흘렀다.) …… 사오백 년 정도 전에…….
小五郎:…… 정말 옛날이네. 축제 때 온 게 아니니까, 여기서 지낼 수밖에 없었겠구나. 뭐라고 해야 할까. 억지라기보단 본인도 그러고 싶어 보였어. (낮게 중얼거리며 네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 그리고 마지막 장, 넌 읽을 수 없겠지만, 음…….
英理:선생님은, 인계로 돌아가는 대신 전쟁으로 무너졌던 영월호를 다시 세우고 우리에게 많은 걸 가르쳐 주셨어……. (메마른 목소리로 중얼거리다 고개를 살짝 들자 얼굴이 가까워진다.) …… 응?
小五郎:보통 그렇게 하기 쉽지 않지. 엄청 대단한 사람인 거야. (얼굴이 가까워지자 흠칫 놀람과 동시에 뺨이 붉어진다.) 이, 읽어 줄까? 너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英理:(얼굴에 불안함과 걱정이 떠오른 채 눈썹을 늘어뜨렸다.) …… 안 좋은 내용이야?
小五郎:그건 직접 판단해야지. (고개를 숙여 이마를 꿍 부딪히곤 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읽어주곤 작게 중얼거렸다.) …… 이건 내가 아는 언어도 아닌데…….
英理:(입술을 꾹 다물고 네가 읊조리는 문장을 하나하나 귀에 담는 듯 이따금 귀가 움직였다. 다시 고개를 떨구고서 그 책을 한없이 쓸어내렸다.) …….
小五郎:……. (여기서부턴 내가 끼어들 영역이 아니다. 그저 발끝만 바라보며 모든 것을 온전히 네게 맡긴 채 잠자코 있었다.)
英理:(네게서 책을 받아들고 품에 끌어안았다.) …… 맨 앞장에 있던 요괴 철칙도 봤어? 이것도 선생님이 세운 철칙이야. 교과서도 전부 직접 집필하시면서 앞장에 붙여두셨어. …… 반드시 새겨두라면서…….
小五郎:…… 응, 전부 읽었어. 그래서 내가 아는 내용도 여기저기 있었나 보네. …… 잘 지키고 있었구나. (기분이 이상하다. 손끝을 만지작대며 작게 물었다.) …… 안아 줄까? 그, 절대 이상한 마음으로 하는 말이 아니고, 그러니까, 슬퍼 보여서…….
英理:응? (네 말에 눈이 커져서는 돌아본다.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붉은 얼굴을 수그리고, 대답 대신 조용히 네게 몸을 밀착해 기댄다.) …….
小五郎:…… 혼자 힘들었지. 대단해. 고생 많았어. (긴 세월 동안 졸업하지 않고 스승의 유지를 이어 아이들을 돌보는 건, 저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심스레 네 몸을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英理:……. (말없이 귀와 꼬리를 누그러뜨리고 울 것 같은 눈시울에 힘을 주어 참아낸다. 입술을 꼭 깨물고 마른침을 삼키며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 외로웠어.
小五郎:……. (그리고, 상상할 수 없었던 말이 흘러나온다. 네 몸을 안은 팔에 힘을 주어 더 꽉 안고서 눈을 감았다.) …… 엄청 많이?
英理:(네게 세게 끌어안기자 찔끔 흘러나오는 눈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이 눈시울을 적셨다. 울먹이는 소리가 섞여들어간 목소리로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 엄청 많이. …… 매일. …… 나한테는 아직도 전부 생생하기만 한데…….
小五郎:…… 미안해. (제가 하는 말이기도 하고, 과거의 그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겠지. 이제 막 알게 되었다지만 이틀 후면 다시 외롭게 두어야 한다니. 그저 네가 편히 울 수 있도록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英理:…… 선생님……. (작게 중얼거리며 네 품에 얼굴을 박고 훌쩍이는 소리를 냈다. 어깨가 가늘게 떨릴수록 저도 널 마주 끌어안으며 고개를 부빗거린다.) …….
小五郎:……. (추리는 점점 확신이 되어갔다. 연애 대상으로든, 아니든 엄청나게 좋아했구나. 다들 몇백 년을 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백 년도 살 수 없는 인간과 정을 나누었으니. 입술을 깨물며 계속, 계속 네 머리를 쓰다듬었다.)
英理:(한참 동안 부빗거리다 잔뜩 젖어든 뺨을 들어 빼꼼 품 밖으로 올려다본다. 다시 한층 가까워진 네 얼굴이 보이자 말없이 훌쩍였다.) …… 왜 네가 더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 코고로는, 바보.
小五郎:그거야……,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슬플 테니까. 인간은 훨씬 짧고 짧은 만남에도 슬퍼하는걸. (잘은 모르지만. 미간을 찌푸리며 네 얼굴에 흠뻑 묻은 눈물을 손으로 닦아준다.) …… 다 울었어?
英理:……. (네 말에 주저하며 무언가 말하려던 것을 꼭 삼키고 고개를 끄덕인다. 뒤늦게 부끄러움이 몰려와 네 손은 내버려 두고서 시선을 피했다.) …… 응. …… 훠, 훨씬 어린애면서 어른스러운 척이나 하구…….
小五郎:어른이 아니어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뭐. (아무래도 손만 가지고선 눈물을 다 닦을 수 없어서, 제 교복 소맷자락으로도 열심히 닦아준다. 그러다 낮은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 에리가 그렇게 외로워할 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면, 분명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英理:……. (여전히 울음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그 얼굴을 바라보더니, 양팔을 네게 뻗어 목을 감고 꼭 끌어안았다.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말없이 세게 꽈아악 힘주어 매달리듯 끌어안았다.)
小五郎:…… 엇. (네가 제 품에 파고들자 잠시 당황하다가도 금세 페이스를 되찾았다. 얼굴은 여전히 당황한 표정 그대로였지만, 네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은 부드러웠다.) …… 나보다 훨씬 어른이면서 어리광쟁이구나.
英理:아니거든, 바보. 어리광쟁이 아니야……. (목덜미에 파묻은 입술로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냈다. 얼굴은 뜨거웠지만 놓치지 않으려 끌어안고서 살며시 눈을 감는다.) …… 딱 일 분만 더…….
小五郎:누가 봐도 어리광쟁이잖아. …… 그, 그래.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진 계속 이래도 괜찮은데. 하긴 그건 너무 부끄럽나. 괜히 제가 민망해져 천천히 숨을 고른다.)
英理:…….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슬그머니 팔을 풀어 놓아주었다. 여전히 가까운 거리는 유지한 채 제 눈꼬리를 손등으로 훔친다.) …… 어리광쟁이는 역시 싫어할 거야. …… 그러니까 지금뿐이면 됐어. 조금만 부린 거야. 어리광쟁이 아냐. …… 아무튼, …… 고마워. …… 코고로…….
小五郎:…… 글쎄, 내가 선생님이라면 너 같은 학생이 어리광을 부리면 오히려 안심할 것 같은데.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괜히 천장을 쳐다본다.) …… 으응. 너 얼굴 좀 씻어야겠다.
英理:…….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서는 후다닥 품에서 빠져나온다. 바보, 역시 짜증 나. 손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네게서 뒤돌았다.) 씻고 오면 되잖아. …… 밥이나 마저 먹어! 다 안 먹으면 때릴 거야. 흥.
小五郎:못 먹는다니까 그러네. (잠시 고만하다 다시 네 몸을 돌려앉히고 남은 눈물들을 닦아준다.) 무거운 생각만 계속하면 쉽게 지치잖아. 가벼운 생각도 해야지. 예를 들면…… 음. 선생님 생각하면서 다른 남자 품에 안긴 바보라고 놀림받는 건 어때?
英理:…… 전혀 가볍지 않거든! 저리 가! 보지 마. (찰싹찰싹 네 손등을 때리며 몸을 밀어내려 들었다.) 벼, 별로, 새파랗게 어린 인간 어린애 같은 거, 남자라고 생각도 안 했고……!
小五郎:새파랗게 어려도 너보다 한참 크거든? 너 지금 엄청 위험한 짓 하고 있는 거야. 알아? (네 반응에 그제야 웃음이 터졌다. 아니라곤 해도 분위기는 가벼워진 것 같다.) 남자라고 생각 안 해서 집에 막 들이고 그랬어?
英理:…… 당연하지. 길 잃은 미아를 도와준 것뿐인걸. 난 어린애 관심없어. (메롱, 보란 듯이 혀를 내밀고서 고개를 픽 돌렸다. 제 소매로 눈가를 마저 벅벅 닦아낸다.) 선생님은 엄청 멋진 어른이셨다, 뭐.
小五郎:멋진 어른도 아니고 어린애한테 안겨서 어쩌냐. 내가 아니라 선생님한테 안겨야 했는데. (여전히 웃음기 어린 얼굴로 네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었다.) …… 알려주길 잘한 것 같네.
英理:…… 흥. 이, 이제 그만해도 돼. 만지지 마. (네 손을 치워내면서도 꼬리를 살랑거렸다.) …… 그럼 식사 더 안 해도 괜찮아? 배고플 거야. …… 물론 내일 축제에서도 맛있는 게 많겠지만.
小五郎:자꾸 싫다고만 하면 또 꼬리 만진다? (말과 달리 손을 거두며 살랑거리는 꼬리를 바라본다.) 응. 괜찮아. 축제엔 인계 음식도 하나쯤 있으면 좋겠네.
英理:…… 으음. …… 과일 같은 것도 많으니까. (네 말에 제 꼬리를 제 쪽으로 모아 끌어안았다.) 인간들은 원래 꼬리를 좋아해? 아, 그리고…… 씻고 싶으면 호수에서 씻으면 돼.
小五郎:좋아하는 인간도 있고, 싫어하는 인간도 있고. 나는 좋아. 보들보들하잖아. (사람인지 동물인지 모르겠네. 요괴지만.) …… 호수에서?
英理:으응. 먼저 씻어도 괜찮아. (제 꼬리털을 만지작거리며 현관 쪽에 눈길을 주더니 살며시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이계에서 씻는 법도 따로 알려 줘야 하는 건 아니지?
小五郎:그런 건 아닌데. …… 그럼 목욕할 땐 아예 호수에 들어가서 씻어? (완전 대목욕탕이잖아. 상상초월의 광경이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챙겨 신었다. 요괴를 만나진 않겠지?)
英理:응. 호수에서 목욕하는데? 어차피 이 주위에는 많이들 안 사니까. 괜찮아. (저도 따라 일어나서 주방에 쌓아둔 수건을 두 장 챙겨와 건넸다.) 잠옷은 없는데……. 입을 만한 옷은 있는지 찾아봐 둘게.
小五郎:가족도 아닌데 말이지……. 아, 나만 가족이 아닌가? (볼을 긁다가 네게서 수건을 받아들었다.) 괜찮아. 이거 입고 자면 돼. 얼굴만 빨리 씻고 오지 뭐.
英理:…… 그래? 알겠어. 그럼…… 같이 갈래? (네 쪽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小五郎:그럴까? (수건 하나를 다시 네게 건넨다.) 더 늦기 전에 다녀오자.
英理:얼굴만 얼른 씻고 오면 되니까. (저도 신발을 챙겨 신고 현관문을 열어 종종걸음으로 바깥으로 나갔다.) 손님이니까 잠은 이따 내 침대에서 자게 해 줄게.
小五郎:(뒤따라 나서며 금세 네 옆으로 붙었다.) 됐네요. 여자애 침대 뺏는 취미 없어. 소파면 충분해.
英理:싫어. 나도 마음이 편치 않으니까. 여태 이계로 끌려들어온 인간들은 전부 침대에서 하룻밤 재웠었어. (콧방귀를 뀌고 고개를 돌렸다.) 네가 침대에서 안 자면 난 바닥에서 잘 거야.
小五郎:진짜? 남자도? (동시에 제 고개도 돌아가 널 노려본다.) 너 진짜 제정신이냐.
英理:…… 그러는 넌 남자 아니니? (저도 똑같이 노려본다.)
小五郎:방금 그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그러겠냐?! 그렇지만 보통 남자들은 너처럼 예쁜 애가 집에 들이면 나쁜 생각부터 한다고! (인상을 찌푸리며 네 팔뚝을 톡 친다.) 앞으론 그러면 안 돼. 바보야.
英理:어린애한테 그런 걱정 안 받아도 앞가림 알아서 하거든? 자기는 아닌 척 점잔이나 빼고. 내 눈에는 다~ 똑같네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호수에 다다르자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小五郎:다 똑같아서 데리고 왔냐. 나 참. (걱정을 해도 난리네. 나란히 쭈그려 앉아 먼저 세수를 하기 시작한다.) 으, 차가워.
英理:(안경을 벗어두고 저도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눈가를 열심히 씻으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마음에 안 들어? 다 똑같다고 하는 건?
小五郎:뭐?! 그, 그런 게 아니라. 네가 너무 허술하니까 그런 거 아냐. 아까도 막, 한 번 물어봤는데 바로 안기고. 물론 그건 특수 상황이지만 백 년 뒤에 진짜 나쁜 놈이 오면 어떡하려고 그래? (열변을 토하며 물을 마구 두드려 찰박인다.)
英理:……. (네 말에 입술을 삐죽이며 수건으로 얼굴을 톡톡 문질러 닦아낸다.) 그럼, 내가 거기서 거절했어야 했어? 치사하네. 물어본 건 자기면서 이럴 때 한 번 안긴 내가 잘못이라는 듯이 말하고. 이러니까 남자들이 다 똑같다는 거야. 한심해.
小五郎:그러니까 특수 상황이라고……! 나는 진짜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건데, 몰라! 바보 멍청아. (저도 수건으로 얼굴을 박박 문지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서 자는 것도 안 돼! 네가 바닥에서 자면 난 밖에서 밤샐 거다!
英理:네에, 나는 한 번만에 허락하는 가벼운 여자고 너는 다른 남자랑 다른 착한 남자라는 거지. (네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무시하고서 안경을 쓰고 일어났다.) 마음대로 해라. 같이 밤 새우든지. …… 먼저 들어가. 나는 발도 씻고 들어갈게.
小五郎:네 문제라는 게 아니라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거잖아? ……. (진짜 바보 멍청이네. 나라도 당장 쓰러지게 할 수 있는데. 미묘한 표정으로 널 쳐다보다 먼저 오두막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英理:(네가 돌아가고 나면 옷을 벗고 다리까지 씻어낸 이후에야 물기를 닦아내고 오두막으로 돌아가 문을 열었다.) 코고로, 잠든 거 아니지?
小五郎:(오두막에 돌아와 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있자니 어색함이 장난 아니다. 책장의 교과서를 아무거나 하나 뽑아 읽어본다. 역시 난 이렇게 대단한 사람은 될 수 없어. 그러다 네가 돌아오자 고개를 까딱였다.) 응. 아직 안 자.
英理:생각난 게 있는데. (수건을 정리해 두고 들어가서 옷장을 뒤적인다. 그리고는 유카타 재질의 옷을 가지고 네게 돌아왔다.) 이거. …… 축제용 옷인데, 남자 옷이니까 코고로에게도 맞지 않을까? 이거 입고 자. 내일도 이걸로 축제에 가자.
小五郎:응? (주섬주섬 교과서와 이계탐험록을 제자리에 꽂는다. 그러다 유카타를 보고 잠시 웃었다. 뭐야, 이계에도 유카타는 있네.) 남자 옷은 또 어디서 났대.
英理:…… 뭐, 다른 사람이 입었던 옷이긴 해도 깨끗하게 주기적으로 세탁해 뒀으니까……. (말끝을 흐리며 네게 건넨다.) …… 그러니까 안심하고 입어.
小五郎:물론 이상한 생각은 안 해. 그런데. (네 표정을 보고 입술을 우물거리다 말을 이었다.) …… 나한테 빌려줘도 되는 옷이야?
英理:…… 응. (고개를 끄덕인다.) …… 안 그랬으면 안 빌려 줬어.
小五郎:그러면…… 감사히 빌릴게. (그제야 옷을 받아들었다.) …… 갈아입을 건데, 계속 보고 있을 거냐.
英理:……. (널 물끄러미 보고 있다 화들짝 놀라서는 네 몸을 침실로 밀어댄다.) 드, 들어가서 입어! 바보!
小五郎:네가 들어가면 되잖아! (꿈쩍도 않고 오히려 널 침실로 손쉽게 쑤셔넣었다.) 잘 준비나 해, 멍청아!
英理:시, 싫어! 난 거실에서 잘 거라니까! (저도 어떻게든 버티려 해 봤지만 몸이 계속 밀린다. 발버둥치며 힘을 주고 네 몸을 붙잡고 매달린다.) 네가 침실에서!! 침대에서 자!!!
小五郎:??? (매달린 네 몸을 아예 안아들어 침대로 살짝 집어던진다.) 뭔 소리야. 나 옷 갈아입을 동안 너도 잠옷으로 갈아입으라고!
英理:잠깐, …… 흐앗. (침대에 힘없이 나뒹굴고서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입을 삐죽이며 네게 베개를 퍽 던졌다.) 알았어! 알았다구. …… 씨이. 지금 안 들여보내면 안 들어갈 것 같아서 그런 건데. 갈아입으면 될 거 아냐! (오만상 인상을 찌푸리고서 앞섶의 리본을 풀었다.)
小五郎:아! 너 진짜! (베개를 다시 집어던지려다 리본을 푸는 모습에 식겁해 완전 세게 베개를 던지고 거실로 뛰쳐나온다. 쟤 미친 거 아냐????)
英理:아야! (베개를 퍽 맞고서 맞은 팔뚝을 문질렀다. 아프잖아! 속으로 투덜거리고는 베개를 주워 정리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바보 꼬맹이. 하는 짓이 뻔하네. 네 반응에 콧방귀를 뀌고서 여유롭게 옷을 벗고 갈아입기 시작했다.)
小五郎:씨이……. (그 선생님인지 누군지 하는 분이 하늘에서 보고 계시면 어쩌려고 저러는 건데. 입을 꾹 다문 채 침실을 등지고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었다. 교복을 탁탁 털고서 소파에 대충 구겨져 앉는다. 집에서 엄청 걱정하고 있겠지…….)
英理:(무릎까지 내려오는 잠옷을 입고서 교복은 가지런히 정리해 두었다. 방문을 열고 나가면 소파에 있는 네가 보여 침실 문을 두어 번 두드렸다.) 침대에서 자!
小五郎:그거 아냐? 꼬맹이 인간은 침대에서 자면 죽는대. (개도 웃을 소리를 하며 고개만 돌려 널 쳐다본다.) 침대 안 사요~
英理:……. (순순히 알겠다고 하는 꼴을 못 봤어. 성큼성큼 네게 다가가 앞에 섰다.) 그럼 나 여기 바닥에서 잘 거야.
小五郎:난 그럼 너 침대에 밧줄로 묶어둘 거야. (태연히 네 얼굴을 올려다본다.)
英理:묶어보든지. 바보 아냐? (제 허리에 양손을 얹었다.) 너 소파에서 자면 나도 그 위에서 잘게, 그러면. 무거워서 잠도 못 잘걸? 침대로 당장 가고 싶을걸?
小五郎:흥. 내가 깔아뭉갠다는 생각은 안 하냐. 그리고 너 무진장 가볍거든?! 솜덩어리인 줄 알았네!
英理:…… 씨이. (무슨 말을 해도 네가 듣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씩씩거리며 뚱할 표정을 지을 뿐이다.) 그럼 거기서 자! 자라구. 그렇게 할 거니까. 못할 줄 알지!
小五郎:애초에 왜 날 침대에서 못 재워서 안달인데? 손님이 소파에서 좀 잘 수도 있지. (손을 뻗어 네 팔을 콕콕 찌른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오빠가 들어는 주마.
英理:…… 내가 마음이 편치 않단 말이야. 규칙도 있고……. (말끝을 흐리다 네 손을 탁 치워낸다.) 웃기고 있네. 이 꼬맹이 주제에! 너 잘 거면 빨리 눕든가 침대로 들어가든가 해. 참고로 그대로 누우면 진짜 안 갈 거니까, 나도!
小五郎:그 규칙은 서로서로 잘 지내란 거지 인간을 윗사람처럼 대하란 말이 아니거든? (그 선생님 뭔데. 신이야?) 아, 그럼 같이 침실에서 자든가! 네가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자면 되겠네!!
英理:너…… 너! 아까까지 다른 남자들이랑은 다르다며!!! (제 상체를 감싸안으며 한 발짝 물러난다.) 꼬맹이 주제에 응큼한 생각이나 하고!
小五郎:그러니까 야한 짓 당하기 전에 썩 침대 들어가서 자! (내가 안 하는 거지 하기 싫은 거겠냐? 이쪽은 팔팔 날뛰는 남고생이다.) 얼른!
英理:미, 미쳤나 봐. (얼굴이 새빨개진 채 입술을 우물거렸지만, 어차피 진짜 무슨 짓을 할 사람으로 보이진 않는다. 시선이 이리저리 방황하더니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겨, 경험도 없는 꼬맹이가 뭘 할 수 있다고!
小五郎:이 나이엔 조금만 야한 생각 해도 벌떡벌떡 서거든? 보여줘야 믿겠냐?? (진짜 골때리는 여자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너를 들쳐안고 침실로 들어간다. 쑤셔넣어야지.)
英理:자, 잠깐…… 잠깐! (지, 진짜 하려고!? 양손을 꼭 가지런히 모으고 네 얼굴을 올려다보는 것도 부끄러워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아니, 싫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하려면 조금만더낭만적인분위기에서천천히부드럽게하는게…….
小五郎:……. (침대에 내려놓으려는 순간 무슨 엔진이라도 단 것처럼 쏟아지는 말에 멍해졌다. 가까스로 정신줄을 잡아 침대에 조심스레 앉혀주곤 얼굴을 찌푸렸다.) …… 왜 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거야.
英理:(침대에 걸터앉아 네 얼굴을 머뭇머뭇 올려다보다가, 얼굴이 붉어진 채 다시 시선을 내리깐다.) …….
小五郎:왜 그러는 거냐고 물었어. …… 내가 뭐 좋아했던 사람 닮기라도 했냐? (널 내려다보며 제 머리를 마구 흩뜨린다.)
英理:……. (네 말에 흠칫 어깨를 떨더니 허둥지둥 다시 시선을 맞췄다.) 그, 그런 거 아니야……!
小五郎:맞네. 맞잖아. 그렇다고 이런 일을 허락하면 되겠냐?! (명백하게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기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지. 나는 이틀쯤 소파에서 잔다고 안 죽어. 그냥 네가 편하게 자는 게 좋아. …… 낭만적인 분위기에서 펀천히 부드럽게…… 세, 섹스하는 건 네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해야하는 거라고.
英理:……. (네 말을 들을수록 얼굴이 화끈해지는 기분에 민망하고 조금은 반발심이 생기기도 했다.) …… 그, 그런 건 나도 알고 있어. …… 알고 있단 말이야. …… 좋아하는 사람이랑 해야 한다는 거. ……. (점점 울상이 되더니 베개를 끌어와서 네 몸을 퍽퍽 때리기 시작했다.) 너 진짜 그럴 때마다 짜증 나는 거 알아!? 먼저 꼬드기는 말은 다 해놓고 허락하면 소중하게 생각하라느니, 가르치려 하잖아! 너야말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그런 말은 왜 하는데!?
小五郎:야, 야, 아퍼!!! (저항도 할 수 없어 그대로 얻어맞으며 얼굴을 더 찌푸렸다. 그걸 진짜 하자는 말로 들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그게 무슨 꼬드긴 거야? 화낸 거지. 나는, 그런 일이 상대방한테 얼마나 위험한지 아니까 참으려고 하지만 세상엔 안 그런 놈이 엄청나게 많단 말이야. 매일매일 여자들 괴롭히는 남자들이 잡혀간다고. 그래서, 백 년에 한 번이라곤 하지만 걱정이 돼서…….
英理:마음도 없고 진심도 아니면서 그런 말을 하는 쪽이 더 최악이잖아! (물론 선생님이라면 진담으로도 그런 말은 안 하셨겠지. 그래도……. 말을 할수록 제 무덤만 파고 있는 꼴이 되는 것 같아 울 것 같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베개를 내팽개치듯 침대 위에 던진다.) …… 이제 네 마음대로 해. 바닥에서 자든 침대에서 자든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침실에서 나오지 마.
小五郎:애초에 같이 잔다는 말도 그런 의미로 같이 자자는 게 아니었다고! 너도 그런 방향으로 생각할 정도면 얼마나 위험한지 안다는 거 아냐?! (최악인 것도 알고 있어. 안다고. 내가 선생님이었으면 얌전히 침대에서 재울 수 있었을까. 머릿속이 시끄럽다. 네 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침대 구석에 누웠다.) 그럼 그냥 같이 자! 너는 침대 위에서 나가면 안 돼! 알겠어??
英理:…… 나는 그냥……. (무어라 말을 더 이으려다 말끝을 흐린다. 꼴도 보기 싫다는 듯 널 등진 채 도로 앉아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같이 자기 싫어.
小五郎:…… 하아……. (그냥 뭐. 날 좋아하는 것도 아닌 건 너잖아. 내가 뭐 대단히 잘생긴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선생님을 좀 닮은 거 가지고 그럴 리가 없지 않냐고.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대충 누웠다.) 그래라.
英理:아, ……. (고집스레 바닥에 앉는 네 옆구리를 약하게 걷어찼다.) 알겠어! 알겠다고. 그러면 될 거 아냐! 불 꺼. 그리고 털끝 하나 건드리면 죽여버릴 거야. (짜증스레 널 내려다보고는 먼저 안쪽으로 꾸물꾸물 들어가 등지고 누워버린다.)
小五郎:아이, 씨……. (이게 아주 사람을 샌드백 취급하네. 꾸물꾸물 일어나 불을 끄고 침대 빈자리에 눕는다. 네가 불편하지 않도록 베개를 밀어주곤 이불도 덮지 않은 채 누워만 있었다. 잠들면 빠져나가야지.)
英理:……. (힐끔 뒤를 돌아보니 목석처럼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있는 네가 보였다. 이러고 잠이 올 리가 없었기에 가만히 있다 주섬주섬 제가 덮은 이불을 함께 덮어준다.) …… 여기 밤에 추워. 감기 걸리면 옮을 테니까 그런 거 싫어.
小五郎:…… 알았어. 빨리 자. (이렇게 상냥하면서 왜 내 마음은 몰라 주는 거람. 이불을 반쯤 덮고서도 계속 천장만 쳐다본다. …… 이런 곳에 끌려와서 잠이 올 리가 없다. 학교도 걱정이 되고, 집도 걱정된다. 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英理:……. (신경을 쓰지 않을래야 쓰인다. 힐끗거리다 네 쪽으로 돌아누워서는 모르는 척 웅크려서 눈을 감는다.) …… …… 화내서 미안. …… 잘 자.
小五郎:……. (뭐라 더 말을 붙였다간 네 잠을 방해하는 꼴만 될 것 같다. 그저 조용히 우울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축제가 됐든 뭐가 됐든 결국 난 이방인인걸. 생각을 하면서도 네가 잠들었는지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英理:(사람이 기껏 사과했는데. …… 그만큼 네 쪽에서도 화가 많이 난 건지. 눈을 뜨면 네가 없어질 것만 같았다.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기분에 마른침을 삼키고 얌전히 잠에 빠지는 것에만 집중했다.) …….
小五郎:……. (이제 잠들었나? 조심스레 저도 몸을 돌려 눈을 감은 네 얼굴을 쳐다본다. 몇백 년간 잊지 못할 사랑은, 여전히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면. 어릴 때 엄청 좋아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헤어졌는데 닮은 사람이 나타난 것과 비슷하겠지. 그럼 나는 허락할 수 있나? 그렇게까지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그저 네가 안쓰러웠을 뿐.)
英理:(어쩐지 네가 저를 보고 있는 기척이 느껴져 좀처럼 잠에 들기가 어렵다. 자는 건지, 보고 있는 건지. 아무튼 누군가와 이렇게 마주보고 자고 있다는 건 여간 부끄럽기 짝이 없는 행위인 것 같았다. 이따금 그저 입술을 오물거리며 모르는 척을 하다, 조금씩 규칙적인 숨을 내쉬었다.)
小五郎:(아, 잠든 것 같네. 아주 천천히, 딴에 소리도 내지 않고 몸을 일으킨다. 소리를 내지 않겠답시고 몸에 힘을 너무 줘 아플 정도였다. 어차피 잠도 못 잘 텐데 밖에 있는 책이나 읽자. 그 선생님이란 사람, 좋은 사람 같고……. 알아두면 적어도 이틀간 싸울 일은 줄어들겠지.)
英理:(몸을 일으키는 기척과 작게 부스럭거리는 이불에 귀가 쫑긋 흔들린다. 반쯤 눈을 뜨자 일어난 모습이 보여 눈을 깜박인다.) …… 코고로? 어디 가? …… 화장실?
小五郎:…… 깼어? 어, 그게, 잠이 안 와서…… 책 좀 읽으려고……. (난 바보다. 그냥 화장실이라고 할 걸. 민망한 얼굴이 되어 네 이불을 목까지 잘 덮어준다. 확실히 공기가 싸늘하다.)
英理:응? (네 말에 잠시 동안 멍하게 올려다보다 손을 뻗어 네 손끝을 붙잡으려다, 옷깃으로 옮겨 잡았다.) …… 나랑 자는 게 싫어서……? …… 그만큼 화났어……?
小五郎:…… 어? 아니, 화 안 났어. 그냥 좀…… 불안해서 그래. (네 얼굴을 스치듯 토닥여주며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英理:……. (입을 다문 채 시무룩하게 귀가 아래로 처진다.) …… 내가 싫어진 건 아니고? …… 싫어진 게 아니면……. …… 가지 마. …… 사라지면 싫어.
小五郎:…… 그런 거 아니야. 좋아하지. (싫어할 리가 없는데. 네 얼굴을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짓다 다시 자리에 누웠다. 혹시 하는 생각에 이불 속으로 들어가 널 안아주었다.) 나쁜 꿈이라도 꿨어……?
英理:…… 아니야. 그냥…….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얌전히 네 품에 안겨 있었다. 그러다 문득 아까 전의 일과 네 말들이 생각나 쭈뼛거리며 네 품에서 빠져나오며 널 약하게 밀어낸다.) …… 화나서 내가 자는 동안에 도망가 버릴까 봐, …… 그랬어.
小五郎:도망쳐서 갈 수 있는 곳도 없는데? (그 선생님, 갑자기 사라진 건가? 오늘 하루 얻은 정보량이 너무 많아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골똘히 생각하다 네가 밀어내자 다급히 뒤로 물러나 널 등지도록 돌아누웠다.) 미, 미안.
英理:……. (네 뒷모습을 여전히 시무룩하게 바라보며 아래로 손을 뻗어 몰래 옷깃을 약하게 잡아두기만 했다.) …… 얼른 돌아가고 싶어?
小五郎:…… 모르겠어. 그런데 걱정은 돼. 나, 교실에서 갑자기 사라진 셈이거든. (네가 여기 이렇게 있는데 빨리 돌아가는 게 네게 좋은 일인지, 천천히 돌아가는 게 좋은 일인지 알 수 없다. 괜히 무딘 손톱으로 이불 위를 긁었다.)
英理:…… 그렇구나. (작게 대답하고서 한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역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겠지. 먹을 것도 없는 여기에 있는 것보다는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는 게 마땅할 것이다. 그 뒤통수를 바라보다 네 등을 쿡쿡 찔렀다.) …… 자, 잠깐 이쪽 봐봐.
小五郎:…… 응. (다시금 기분이 가라앉는다. 역시 정말 죽어버린 건 아닐까? 망자를 인도하는 반딧불이를 만난 거지. 생각하던 찰나 등을 찌르는 손길과 목소리에 다시 뒤로 돌았다. 거리는 여전했다.) 갑자기 왜?
英理:(마주보는 자세가 되자 이번에는 제가 등을 돌렸다. 벽을 보고 꼭 붙어서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고 머뭇거리며 이불 아래로 제 꼬리를 작게 파닥 움직인다.) …… 꼬, 꼬리…… 만지게 해줄 테니까……. …… 만지면서 자면, …… 조금……. …… 덜 불안하지 않을까, 해서……. …… 시, 싫으면 괜찮지만…….
小五郎:…… 나보다 더 불안하면서. (나 같은 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밤새 예민한 부분을 만지고 있으면 너도 잠들 수 없을 게 뻔하다. 파닥이는 꼬리를 아래부터 위까지 부드럽게 쓸어주곤 저도 네 등을 콕콕 건드린다.) 가까이 와서 고개 좀 들어 봐.
英理:……. (꼬리를 만지는 미묘한 손길에 눈을 꼭 감고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쓰다듬는 손길이 지나가자 바짝 붙었던 벽에서 힘을 풀고 네 쪽을 돌아본다.) …… 왜, 왜……?
小五郎:(네가 고개를 들자 네 목 아래로 제 팔을 쑥 밀어넣곤 이제 됐다는 듯 팔뚝을 토닥였다) 이렇게 하면 내가 도망갈 수 없잖아.
英理:……. (붉어진 얼굴로 제 이불을 꼭 틀어쥐었다.) …… 그, 그치만…… …… 이, 이런 거……. …… 가깝잖아.
小五郎:이미 같은 이불 덮고 있는데? 나쁜 짓 안 한다고 맹세할게. (그리곤 조금이나마 안심하게 할 셈으로 다시 천장을 보고 누웠다.)
英理:…… 그런 게 아니라. …… 이런 건……. ……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 할 수 있는 것들이야? (머뭇머뭇 묻다가도 일 초만에 제 질문을 후회하고 허둥지둥 이불을 얼굴 반까지 덮어썼다.) …… 아, …… 아냐, 됐어. …… 못 들은 걸로 해 줘.
小五郎:그, 어, 그게, …… 잘 모르겠네……. 나도 그런 건 잘 몰라서……. (네 질문에 뭔가 깨달은 듯 얼굴이 확 붉어졌다. …… 나, 반했나? 그런 건가? 그래서 자꾸 신경쓰이는 거야? 그치만 신경쓰이는 건 당연하잖아…….) …… 싫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어.
英理:…… …… 진짜 짜증 나. 내가, …… 내가 그러면 안 된다는 듯이 말하면서 자기는 모르겠다고 하고, …… 마음대로 이런 짓……. (이래서야 아까와 똑같이 투정을 하고 있다는 셈이라는 걸 알지만, 서운한 건 서운한 거다. …… 기쁜 것도 조금은 있다.) …… 못 들은 걸로 해 달라고 했잖아! 바보. 시끄러워!
小五郎:그, 그거는 아기를 만드는, 일이잖아. 네가 자꾸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말하니까 불안해져서……. 바보. 왕바보멍청이. (저도 투정을 부리며 팔베개를 한 손을 빼내려고 들었다.)
英理:그,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말할 건 없잖아!? 아, 아기, 같은 것까진 생각 안 해봤고, 나는 그냥……! (네가 팔을 빼려 하자 몸을 돌아누워 네 품에 찰싹 붙어 안긴다.) 나도 싫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어서 그랬다, 뭐! 됐어!?
小五郎:여기에 막 제대로 된 병원도 없어 보이고 그런데 어쩌냐! 피임 도구 같은 것도 없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건 나쁜 놈들이 억지로 해버리면 끝이니까……. (품에 들어온 네 얼굴을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쳐다본다.) …… 아, 알았어. 그래도 나는 무책임한 짓 안 해. 뽀뽀 같은 거라면 몰라도 그런 일은 정말 전부 책임질 수 있을 때 할 거야. …… 왜 이런 말까지 하고 있지…….
英理:어, …… 어디까지 생각하는 거야……! (물론 제가 안일하게 생각하지 못한 탓이겠지만. 얼굴이 뜨겁다. 고개를 푹 수그리고 손끝으로 네 몸을 그저 쿡쿡 찌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 그럼……. …… 한다는 가정만 하고, …… …… 진짜 상대가 나라도 할 수 있어? 아니면…… ……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이랑 할 거야?
小五郎:…… 평소에 계속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어느새 쫑긋거리는 네 귀 주변을 만지작거리다 이어지는 말에 제 얼굴도 새빨갛게 물들었다.) …… …… 할 수 있어. 근데, 하면 너랑 같이 나가든가 내가 여기서 평생 살 거야. …….
英理:……. (네 몸을 꼭 끌어안고 부끄러움에 입술만 우물거렸다.) …… 그, …… 그런 거라면……. …… 화 안 낼게…….
小五郎:…… 으응. (아까처럼 안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민망함에 그게 안 된다. 그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기만 하며 작게 속삭였다.) …… 다시 자야지.
英理:…… 응. …… 잠 안 오면 꼬리도 귀도 다 만져도 괜찮으니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눈을 감은 뒤, 손으로 네 몸을 작게 토닥여 주기 시작했다.) …… 이번엔 진짜로, 잘 자……. 코고로.
小五郎:알았어. …… 에리도 잘 자. (이번엔 여자를 안고 자야 한다니. 모리 코고로 19년 인생, 이렇게 잠들기 힘든 날이 있었나. 억지로 눈을 감고 네 토닥임에 숨을 맞추어 쉰다.)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작은 오두막 안에 감돌고, 당신이 이계에서 보내는 첫날 밤은 깊어져 갑니다.
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코고로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당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당신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인연을 소중히 하렴, 코고로.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라. 그 빛을 따라가면 말이지…….”
방울 소리와 함께 코고로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좁은 오두막 안에서 에리가 바쁘게 움직이고,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딸랑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小五郎: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9개 정도일까요? 어제는 정신없어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에리의 오른쪽 발목에는 방울이 잔뜩 달린 발찌가 있습니다.
小五郎:……. (엄청 짤랑거리네.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며 너를 찾는다.) 어디 있어?
英理:(부엌과 침실을 바쁘게 오가다 네 목소리를 듣고 침대 앞에 섰다.) 코고로, 일어났어? (그리고는 침대 끄트머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네 시야 안에 쑥 얼굴을 밀고 들어갔다.)
小五郎:응, 방금……. (졸린 목소리로 하품을 하다 네 얼굴이 쑥 들어오자 헤실 웃었다. 어떻게 잠을 자긴 했네. 더듬더듬 손을 뻗어 발목의 방울들을 훑었다.) 이 소리 듣고 깼어.
英理:미안. 그치만 벌써 축제가 시작될 시간이거든. 오늘 꽤나 늦게까지 자 버려서. (미안하다는 듯 머쓱하게 웃고서 꼬리를 살랑거린다.) 준비하느라 바빴어.
小五郎:미안할 것까지 있나. 우리 얼마나 잤는데? (살랑거리는 꼬리도 조물조물 만진다.) 무슨 준비? 그냥 가면 되는 거 아니야?
英理:조금…… 지금 점심 무렵일걸? (눈을 깜박이다 뾰로통한 얼굴로 네 손등을 찰싹 때린다.) …… 귀, 귀도 꼬리도 새로 손질 다 했거든! 코고로 눈으로는 못 알아보는구나. 흥.
小五郎:어제 늦게 잤으니까 그 정도는 자야지. (머쓱한 표정으로 따가운 손등을 쓰다듬었다. 얘 손 맵네.) 너도 내가 머리 조금 자르면 못 알아챌 거라고. …… 맞다, 나 꿈도 꿨어.
英理:무슨 꿈? (양손으로 손질한 꼬리의 끄트머리를 다시 매만지며 고개를 기울인다.)
小五郎:반딧불이가 엄청 많았는데……. 어떤 사람이랑 걷고 있었거든? (주섬주섬 옷자락을 느슨히 풀었다.) 그랬는데 그 사람이 목걸이를 줬어. 이거. (그러곤 제 목덜미에 매달린 방울 목걸이를 톡톡 건드린다.)
英理:…… 그래?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방울을 손에 감싸쥐고 만지작거린다.) 어젯밤에 호수에서 나눴던 전설 이야기 때문에 그런 꿈을 꾼 걸까? 후후…….
小五郎:…… 아, 그 사람도 길을 잃으면 반딧불이를 따라가라고 했는데. 너였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다 목걸이를 풀어주었다.) 그러고 일어났는데 너한테서도 방울 소리가 나서.
英理:이건 내 요력이 담긴 방울들이야. 요력은 곧 생명력과도 같지. (발목을 살짝 흔들어 소리를 내고서는 손에 있던 목걸이를 돌려주었다.) 분명 좋은 꿈일 거야. 자, 얼른 코고로도 일어나!
小五郎:생명력? 요력? 잠깐만 가만히 있어 봐. (이 목걸이, 어디서 난 거더라? 갸웃거리며 목걸이에 달린 방울과 네 발목의 방울을 비교해본다.)
보기에는 언뜻 비슷하지만...... 어디에도 있는 디자인의 자그마한 방울입니다.
英理:코고로? (여전히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며 네 팔뚝을 팡팡 두드린다.) 축제 안 갈 거야!?
小五郎: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데……. 여기에서 만들어진 거 아냐? 그래서 내가 여기 온 거고? …… 아, 그건 너무 소설 같나. (소설 같은 일만 내내 겪었더니……. 혼자 들떠서 떠들다 민망한 표정이 됐다.) 가, 가야 해? 들켜서 잡아먹히면 어쩌지?
英理:바보. (네 말에 푸훗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음, 어떻게 해야 할까. 코고로, 앉아 봐.
小五郎:비웃을 것까진 없잖냐……. (순식간에 또 표정이 바뀌어 시무룩한 채 순순히 앉았다.)
에리가 손끝으로 엉덩이와 머리를 가볍게 가리키자, 복슬한 늑대 귀와 꼬리가 펑 생겨납니다.
英理:짠. 이거라면 들킬 일 없겠지? 장식용에 가깝긴 하지만……. (손을 뻗어 네 머리 위를 살살 쓰다듬어 준다.)
小五郎:에엥. (갑자기 생겨난 귀와 꼬리를 만지다 우물쭈물댄다.) …… 나, 인간 냄새 나?
英理:그런 거 날 리가 없잖아, 바보. …… 왜? 이 귀는 마음에 안 들어? 다른 걸로 해 줄까?
小五郎:모, 모르니까 물어보는 거지! 아니, 싫은 건 아닌데……. 너랑 비슷해진 것 같아서, 그냥, 그냥 그렇다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英理:응?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네게 조금 더 가까이 붙는다.) …… 비슷해서 싫다는 거 아냐?
小五郎:너진짜왜이렇게눈치가없어?! (가까이 다가오자 벌떡 일어난다.) 빠, 빨리 가! 축젠지 뭔지 가자고!
英理:(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내가 무슨 눈치가 없다구. 귀가 살짝 처진 채 널 올려다보다 일어난다.) 알았어, 바보. (그리고는 먼저 쌩 침실 밖으로 나갔다.)
小五郎:강아지도 아닌데 싫을 리가 있냐! (결국 바깥을 향해 빽 소리를 지르고 옷매무새를 고친다. 바보. 간밤에 그런 소리도 해놓고서 저래도 돼? 유죄야. 유죄. 천천히 침실을 나가 머리를 긁적인다.) 콜라 마시고 싶다…….
英理:(현관에서 신발을 챙겨 신으며 널 뒤돌아본다.) 사실 난 강아지가 더 좋은데. …… 콜라가 뭐야?
小五郎:…… 그럼 다녀와서 강아지 놀이도 하든지. (네 옆으로 가 운동화를 구겨 신다가 고개를 기울인다.) …… 여기 콜라 없어?
英理:늑대여도 강아지 같은 늑대 하면 되지. (바깥으로 나간다.) …… 응. 없는데……. 술이야? 비슷한 술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小五郎:그게 뭐야. (낄낄거리며 나란히 나가 주변을 둘러본다.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 술은 아니고, 막, 마시면 입안에서 보글보글 하면서 달고, 조금 상큼한 맛도 나고…….
英理:……. (눈을 깜박이며 네 말에 맛을 상상해본다. 그리고는 네게 가까이 붙어 자연스레 네 새끼손가락을 감싸쥐었다.) 맛있을 것 같아. …… 조금만 지나면 마실 수 있을 테니까, 그때까지만 참아 줘.
화창하게 밝은 하늘에는 구름은커녕 태양도 보이지 않고, 달맞이꽃은 활짝 핀 꽃잎을 움츠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밤이 아니므로 반딧불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에리와는 어제와 다른 길로 마을에 내려갑니다.
小五郎:만약 문이 열리고 내가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꼭 가져다 줄게. 너무 맛있어서 나랑 같이 나가고 싶어질지도 몰라. (태연히 웃으며 어제와 마찬가지로 네 손을 잡았다. 그러다 한 번 더 고쳐 깍지를 낀다.) 근데……. 여긴 해랑 달이 없어?
英理:……. (네 말에 뺨을 발그레하게 붉히며 깍지가 끼워진 손을 꼬물거렸다.) 응? …… 뭐가? 해랑 달?
小五郎:해랑 달. 하늘에서 동그랗게 빛나는 거. 어젯밤엔 그냥 달이 안 보이는 날인가 보다, 했는데 해도 안 뜨네?
英理:…… 그런가? (네 말에 하늘을 올려다본다.) …… 원래 저렇게 생긴 거 아니야?
小五郎:…… 이계는 그런가 봐. 인계는 해가 뜨면 낮이고 달이 뜨면 밤이 되거든. (잡은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휴대폰 같은 것도 없나? 서로 연락할 땐 어떻게 해?
英理:그렇구나……. 연락? …… 글쎄. 매일 영월호에서 만나니까 크게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어차피 다들 멀리 살지 않고 있고……. …… 아마 나를 영월호에 없을 때 찾는 이들은 없을걸?
小五郎:음……. 대충 옛날 일본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나……. 어렵네. 왜 안 찾아? 아는 요괴들은 많을 거 아니야. 같이 놀거나 안 해?
英理:…… 동문들이랑 말을 안 섞은 지는 꽤 오래됐어. 다들 나를 무시하거든. (다른 손으로 제 뺨을 긁적이며 시선을 내리깐다. 그리고는 민망한 듯 어색하게 웃었다.) 으음…….
小五郎:…… 왜? 졸업을 안 해서 그래? (문득 간밤에 울던 네 모습이 떠오른다. 외로웠어. 그 외로움은 역시 제 생각보다 더 큰 외로움이었겠지. 괜히 맞잡은 손에 힘을 준다.)
英理:…… 응. 처음에는 놀림을 받는 정도였는데, 갈수록 재촉이 심해지기도 하고, 무시하게 되더라구. (담담하게 말을 이으며 널 힐끗 올려다본다.) …… 그래서 누구랑 같이 축제에 어울리는 건…… 거의 없었던 일이라. …… 좋아.
小五郎:다들 이상하네. 공부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그렇게까지 뭐라 할 이유 없잖아. 네 잘못 하나도 없네, 뭘. 다른 애들이 나빠. (그렇게 치면 대학원생은 다 왕따게. 흥. 투덜거리다 시선이 마주치자 웃었다.) 그럼 오늘 재밌게 놀자.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 …… 아, 근데 전갈 구이는 쫌…….
英理:역시 그런 걸까? ……. (전갈 구이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지 못한 요리였나 보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 가면 먹거리가 많으니까 분명 코고로도 먹을 수 있는 게 잔뜩일 거야.
반대편 방향의 길을 따라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면, 당신이 어제 이계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들었던 북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제부터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분명합니다.
에리는 거의 다 왔을 즈음 붉은 실을 한 가닥 꺼내 당신의 손목에 묶어줍니다.
小五郎:인계에도 평생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 몇 명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 많아. 그러니까 에리는 하나도 안 이상해. …… 응, 뭐든 달콤한 음료수가 있으면 마시고 싶네. (손목에 묶인 실을 쳐다본다.) …… 이건 뭐야? 운명의 붉은 실?
英理:푸훗. (네 말에 노골적으로 웃음을 터뜨린다. 반대편 실의 끝은 자신의 손목에 묶고 매듭을 지었다.) 땡. 미아 방지책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거의 안 끊겨. 거리가 멀어지면 자동으로 멀어져서, 어린 요괴들이랑 산책할 때 자주 쓰이는 끈이야. …… 후후.
小五郎:…… 아. 뭐야. 놀리지 마! (어린 요괴라니. 어리지도 않고 요괴도 아닌데. 그래도 널 내치지 않고 다시 손을 내밀었다.) …… 절대 잃어버릴 일은 없겠네.
英理:후후, 귀여워……. 어쩔 수 없잖아. 이제 가볼까? 축제. (네 손을 다시 단단히 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小五郎:하나도 안 귀엽다고! …… 응. (그제야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계속 걸음을 옮긴다.)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네.
뭐, 몇백 살 이상 먹은 에리의 입장에서 코고로가 어린 아이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축제 거리 곳곳에 등이 걸려 있으나, 아직 낮이므로 불이 붙어있진 않습니다.
민가는 축제를 맞이해 다양한 노점상으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손님과 점원의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인간과 무척 흡사한 점원도, 동물의 모습을 가진 손님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이 저녁이기 때문인지, 아직은 한산한 편입니다.
코고로는 에리를 데리고 노점상, 사격장, 식당가, 점집, 간이 낚시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英理:와아. (처음 오는 축제가 아님에도 들뜨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귀를 한껏 젖힌 채 주위를 둘러보며 눈을 빛냈다.)
小五郎:오오. (나란히 서서 시끌벅적한 주변을 보며 탄성을 뱉었다. 그러다 네 얼굴을 보고 몰래 웃었다.) 어디 먼저 갈까? 뭘 가장 좋아해?
英理:음, 그럼……. (주위에 늘어진 노점상을 둘러본다.) 궁금하니까 가볍게 노점상들부터 먼저 돌아볼까……?
小五郎:그럴까? 너 일어나서 아무것도 안 먹었지? (나도 그렇지만. 조금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하고. 노점상 쪽으로 성큼성큼 걷는다.)
늘어선 가판대 위에는 군것질거리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그러다 에리가 어떤 가게 앞에서 잠깐 멈춰섭니다.
요괴나 인간 얼굴 모양을 본뜬 가면, 요요, 부채, 비녀, 가락지 등이 눈에 들어오네요.
온통 아름답고 진귀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인계의 돈은 당연히 쓸 수 없겠죠.
小五郎:……. (사주고 싶은데. 네 옆에 서서 같이 물건들을 구경한다.) 마음에 드는 거 있어?
英理:아, 그, 그냥……. (솔직히 이것도 저것도 다 예쁘다. 부채도 예쁘고, 비녀도 예쁘고, 빛나는 머리끈도 예쁘고…….) 잠깐 구경만…….
함께 멍하니 가판대를 구경하고 있으면, 까마귀 머리를 가진 점원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까마귀 요괴: 이봐, 돈이 없다면 목에 걸린 그걸로 교환해줄 수도 있어.
뾰족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당신의 목에 걸린 방울 목걸이입니다.
문득 코고로는 목걸이 끝에 달린 방울에 신경이 쏠립니다.
정말 이 목걸이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잃어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지만, 특별히 예쁘거나 쓸모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小五郎:어……. (네 얼굴을 보고 있으면 누가 봐도 사고 싶다는 얼굴이다. 잠시 고민하다 목걸이에 손을 얹는다.) 얼마나 쳐 줄 건데요?
까마귀 요괴: 음, 세 개는 가져가게 해 줄게.
英理:자, 잠깐…… 코고로! (네 얼굴과 가판대 주인을 번갈아 바라보다 허둥지둥 네 옷깃을 끌어당겼다.) 저, 저기! 맛있는 거 있어. 나 배, 배고파…….
小五郎:응? (네가 갑자기 끌어당기자 얼굴을 마주한다.) 가지고 싶은 거 아니야? 내가 사줄게.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英理:싫어! (단호하게 소리를 치고서 어떻게든 다른 쪽으로 네 옷을 끌어당겼다.) 빠, 빨리, 맛있는 거…….
때마침 아가미가 달린 노인이 파들거리는 손으로 당신과 에리에게 손짓합니다.
"회오리 도롱뇽, 명랑 개구리, 겁나 매운 지네까지 없는 게 없어~ 와서 한 입들 잡솨봐~"
小五郎:…… 왜, 왜 그래. 그렇게 싫어? (어쩔 수 없이 네가 끌어당기는 방향으로 향한다. 그러다 들려오는 소리에 안색이 새파래진다.) 지, 지네……
英理:자, 잠깐만 기다려. 먹을 거 사올 테니까……. …… 사면 안 돼! 알았지? (단단히 일러두며 진지하게 올려다보고는 눈을 맞췄다.)
小五郎:알았어……. (내가 사주는 건 싫은가 봐.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에리는 노인 앞 가판대에서 주섬주섬 무언가 집어 담고 있습니다.
……설마 정말 당신에게 지네나 회오리 도롱뇽을 먹일 생각일까요?
언뜻 보기에도 지구의 생물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크기 자체가 약 3~4배 정도 거대합니다. SanC(0/1)
小五郎:
SAN Roll
기준치: |
47/23/9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파르륵)
英理:코고로……! (양손에 무언가 잔뜩 들고 네게 총총 뛰어온다.)
小五郎:응? (네가 뛰어오자 넘어질까 싶어 저도 가까이 뛰어가선 양 팔을 보듬었다.) 뛰면 위험해.
에리가 당신에게 내민 것은 다행히도 동그란 약과입니다.
정갈한 문양이 새겨진 약과는 당신이 먹기 좋게 포장이 벗겨져 있습니다.
英理:그리고……. (주섬주섬 다른 손에 있던 기다란 종이컵 두 개 중 하나도 네게 내밀었다.) 이건 포도 주스…….
小五郎:약과네? (인계 음식도 있구나? 얼떨결에 약과와 주스를 받아들고 안색이 환해진다.) 고마워.
英理:이건 괜찮아? (네 안색을 보고서 저도 덩달아 환해진 얼굴로 웃음기를 띠었다.)
小五郎:응. 나 이거 좋아해. (포도 주스를 순식간에 원샷했다.) …… 아! 살 것 같아~!
英理:나도 포도 좋아해. (발그레하게 얼굴을 붉힌다. 어쩐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저도 주스를 홀짝인다.) 약과도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시던 거니까…….
小五郎:(약과를 야금야금 먹다가, 선생님 이야기에 흠칫한다. 확실히 달고 쫀득쫀득한 게 맛있다. 맛있는데.) …… 왜 좋아하셨는지 알겠네. 그래도 포도가 더 좋아.
英理:그렇지?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이고서는 몸을 돌렸다.) 잠깐만, 주스 하나 더 사올게. 먹고 있어.
小五郎:알겠어. (네가 뒤를 돌자 몰래 노점상 쪽을 바라본다. 역시 사올까……?)
에리는 노점상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어떻게 할까요?
小五郎:(주머니를 뒤적거려본다. 지갑을 가져왔던 것 같은데. 목걸이는 아니어도 적당히 교환할 만한 게…….)
지갑은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지갑에...... 교환할 만한 게 있을까?
小五郎:나 이번달 용돈 아껴 쓰…… 지 않았나? (곰곰)
운
기준치: |
58/29/11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지폐, 동전, 그리고 학생증이랑, 교통 카드랑, ……. 학생증은 에리 줄까? 고민하며 다시 노점상으로 간다.) 까마귀 씨!!!!!!!!!
까마귀 요괴: 그 목걸이를 줄 마음이 생겼나?
小五郎:목걸이는 안 되고, 이건 어때요? (주섬주섬 지갑 안 내용물을 꺼내 늘어놓는다. 학생증은 빼고. …… 종이 쪼가리 가져갔으면 좋겠네.)
까마귀 요괴: 이건…… 인계 화폐 아닌가? 에이, 이런 걸 어디다 써! 떼잉 쯨,,,
小五郎:인계 화폐 가지고 있는 요괴가 몇이나 될 거 같아요?
까마귀 요괴: 설마 너 인간이냐? (게슴츠레하게 눈을 떴다.)
까마귀 요괴: 썩 꺼져, 꼬맹이! 그 방울을 줄 게 아니라면.
小五郎:소리는 왜 질러!? (건X 키링……. 정이 붙은 키링을 흘끗 보다 요괴의 눈 앞에 흔들흔들 흔들었다.) 이건요?
小五郎:장식…… 같던데요? 막. 이렇게 팔다리도 움직이고. (키링의 팔다리를 만지작거린다.) 봐요.
까마귀 요괴: 이건…… 꽤 귀엽군. 하지만 방울과 같은 값은 안되겠어. 하나만 교환해 주지.
小五郎:두 개요. 두 개. (목소리를 낮춘다.) 아까 걔, 제가 좋아하는 애란 말이에요……. 점수 좀 따고 싶어요. 네? 네에?
까마귀 요괴: 아니, 너처럼 꼭 생기다 만 애를 좋아한다 싶어서. 비슷해서 좋아하는 건가? (귀랑 꼬리 흘끔)
小五郎:아아니, 눈앞에서 생기다 말았다고 하는 건 또 뭐예요? 너무한다. 이건 두 개랑 바꿔야 한다. 진짜. (옆에 지나가는 요괴를 붙든다.) 그치? 봐요. 맞다잖아!!!!! (다시 얌전히 보내준다.)
까마귀 요괴: (어이없는 얼굴로 쳐다본다.) 뭐가 그리 갖고 싶은데?
小五郎:비녀하고, …… 반지하고……. (볼 긁긁) …… 뭐가 제일 어울릴 것 같아요? 아, 쟤 오기 전에 빨리 골라야 돼요.
小五郎:아, 씨. 내일 이거랑 비슷한 거 하나 더 들고 와도 안 돼요?
까마귀 요괴: 그럼 내일 줄 테니까 비녀만 가져가라.
小五郎:이요괴장사진짜이상하게하네. (아주 작게 중얼거리며 지갑 내용물을 주머니에 넣고 지갑과 키링을 통째로 내민다.) 이것도 줄게요!
까마귀 요괴: 아, 이 녀석이 남의 장사 말아먹을 일 있나. 알았다, 알았어. 두 개 가져가게 해줄 테니까 빨리 꺼져!
小五郎:내가 하나 더 가져간다고 장사 망치는 것도 아니면서. (투덜거리며 제일 예뻐 보이는 비녀와 반지를 골라 손에 꾹 쥐었다. 그러곤 까마귀 요괴를 외면하며 뛰어간다.)
英理:(손에 컵 두 개를 쥐고 주위를 서성이다 널 발견하고 화색이 밝아진다.) 코고로.
小五郎:에리, 기다렸어? (널 발견하자 옆에 바짝 붙는다.) 잠깐 저기 다시 다녀오느라.
英理:(꼬리가 바짝 서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너…… 너 목걸이 줬어!?
小五郎:응? (장난을 칠까, 싶다가도 네 반응이 심상치 않아 그만둔다.) 안 줬어. 다른 거랑 바꿨지.
英理:…… 다른 거? (한층 누그러진 태도로 네게 주스를 건넸다.)
小五郎:응. 지갑이랑, 친구가 준 키링이랑. (사실 키링은 돌아가서 몇 개든 살 수 있으니까. 주스를 건네받고 네 빈 손에 반지와 비녀를 올린다.) 아까 이거 보고 있었지?
英理:키링? 중요한 거 아니야? (시선의 끝이 제 손으로 향한다. 더 화들짝 놀란 눈으로 다시 네게 건네려 손을 뻗었다.) 자, 잠깐만……! 이, 이거, 필요 없어! 진짜로……! 비싸단 말이야, 이런 거!
小五郎:별로 안 중요해. (네 손을 피해 제 손을 등 뒤로 싹 빼며 웃었다.) 그래? 잘됐네. 이제 네 거야. 돌려주러 가자고 하면 나 화낸다?
英理:이, 이런 거……. …… 손님한테 받아도 되는 거야?
英理:그, 그런 뜻이 아니라아……. (여전히 선뜻 받아들지 못한 채 시선이 흔들린다.) 우응……. …… 미안. 그리고 고마워…….
小五郎:평생 잃어버리면 안 돼. 남 주는 것도 안 되고. 매일매일 하고 다녀. 알았지? (잠시 널 보더니 아예 반지를 채간다.) 끼워 줄게.
英理:…… 부, 부끄러운데……. (제 손을 머뭇거리며 번갈아보다 슬그머니 왼손을 내민다.) …….
小五郎:…… 부끄럽다면서 여우짓은 다 하네. 여우라 그러냐? (톡 쏘아붙이면서도 여전히 웃는 낯이다. 약지에 반지를 끼워준다.) 잘 맞아?
英理:……. (반지가 마음에 드는 듯 얼굴을 붉히며 배시시 웃었다.) …… 응. 꼭 맞아. 후후. (제 손을 뺨에 살짝 가져다대며 널 올려다본다.) …… 예뻐? 어울려?
小五郎:…… 으응. 완전 잘 어울려. 네 얼굴과 반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엷게 웃었다.) 비녀도 해 봐. 주스 들어 줄게. 얼른.
英理:지…… 지금? 괜찮은데……. (말끝을 흐리면서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기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네게 주스를 건네고 머리를 새로 풀었다.) …… 앗, 주스, 마시고 있어도 되니까. 줄 서느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고…….
小五郎:돌아갈 때까지 못 기다리겠어. (주스를 받아들 즈음 제 얼굴엔 싱글벙글 미소가 가득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외롭지 않기를.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어차피 나도 까마귀랑 싸웠는데 뭐어.
英理:…… 싸웠어!? 왜? (다시 머리를 틀어올리고 비녀를 장식해 높이 묶었다. 그리고는 네 앞에서 고개를 기울여 뒷머리를 보였다.) …… 괘, 괜찮나……?
小五郎:잠깐만. (아예 네 뒤로 빙글 돌아가 머리를 확인하고 나서 눈을 맞춘다.) 응, 아주 예뻐.
英理:……. (어쩐지 뒷목마저 홧홧하게 부끄러운 기분이다.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있다 쑥스러운 웃음을 띠고 주스를 받아온다.) 후후……. 쭉 간직할게.
小五郎:목선이 예쁜 줄 몰랐어. (모르는 게 당연한가. 주스를 한 모금 더 쪼로록 마신다.) 당연히 그래야지.
英理:그, 그런 말…… 부끄러우니까 하지 마! (가볍게 네 팔뚝을 때렸다. 저도 주스를 홀짝이며 다시 네 손을 부드럽게 잡는다.) …… 네가 돌아가면 코고로는 뭘 보면서 나를 떠올릴까? 난 이렇게나 받았는데…….
小五郎:…… 으음. 길을 가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볼 때, 포도 맛 나는 걸 먹을 때, 약과를 먹을 때, 그리고 축제 때? (하나하나 짚으며 대답하다 무작정 앞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니면, 너도 나 뭐 주게?
英理:(저도 고민하는 듯 가만히 입을 다물다 힐끔 네 차림새를 곁눈질했다.) 그 옷……. …… 줄게. …… 새, 새 거가 아니니까 싫은가? 그럼 어쩔 수 없지만…….
小五郎:…… 좋아. 예뻐서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거든. (짙푸른 색의 유카타. 사실 유카타는 아주 어릴 적 이후로 제대로 입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축제 때나 새해에도 평상복을 입고 다녔으니까. 괜히 제가 입은 옷을 살핀다.) …… 그런데 이거, 어디서 난 옷이야? 설마 만들었어?
英理:다행이다. 응? 글쎄……. 그것까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내가 만든 건 아니야. (누군가 만들었던 걸까. 고개를 기울인다.) …… 만약에. 아주 만약에……. …… 다시 여기로 오는 날이 있으면 그땐 내가 새로 만들어 둘게. 코고로만을 위한 옷으로……. …… 으응.
小五郎:남의 옷 받는 건 아닌가 몰라……. (그래도 돌아갈 때 가방에 잘 넣어서 가져가야지. 이런 뜬구름 잡는 ) …… 응. 어떤 옷일지 엄청 기대 돼. 돌아가면 백 년 넘게 살아야 하니까 건강하게 살아야겠네. 빡세다…….
英理:…… 그 전에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서 괜스레 화제를 돌렸다.) …… 이, 이제 어디 가 볼까?
小五郎:만날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해야 이뤄지지 않겠냐. (저도 괜히 네 손을 더 꼭 잡는다.) 음……. 사격장?
英理:좋아. 가보자. 이것저것 받을 수 있는 것 같던데. (네 손을 이끌고 사격장이 있는 곳으로 간다.)
당신의 시선을 끄는 곳은, 다양한 경품들이 진열된 사격장입니다.
낯선 것들뿐인 이계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니 꽤 반가울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격장은 인간계의 놀이공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격장에 놓인 것은 총이 아닌, 활입니다.
小五郎:어, 나 이거 알아. 자신 있……. (드디어 좀 아는 게 나오네. 내가 또 한 사격 하지. 신나서 가까이 갔다가 활을 보고 눈썹이 처진다.) 없어…….
英理:…… 앗. (허둥지둥 네 안색을 살피고서 뺨을 긁적인다.) 미, 미안……. …… 그, 그치만 해보면 쉬울 거야. 재능이 있을지도……!
小五郎:으, 응. 그럴지도……. (괜히 활을 톡톡 건드린다. 이런 건 정말 태어나서 본 적도 없다.)
에리와 당신을 본 사격장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어서 옵쇼! 자, 참가비는 이쪽으로 내시면 됩니다. 화살은 인당 5개고, 활은 신장에 맞는 거로 잡으십쇼!!
小五郎:…… 한 번 정도는……. (활을 집어든다.)
英理:……. (조금 기대한 얼굴로 네 옆에 살짝 떨어져 구경한다.)
小五郎: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정신
기준치: |
60/30/12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첫 번째 판은 꽝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맞추지 못 했네요.
英理:앗……. 괘, 괜찮아! 코고로! (일단 응원하고 봄)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정신
기준치: |
60/30/12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멋지게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명중시켰습니다. 죽어라 이누ㅇ…… 앗! 이 이상은 안 돼!
여우 귀가 돋은, 에리와 무척 닮은 인형을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小五郎:이, 이게 되네……. (폼을 잡을 틈도 없이 당황한 표정으로 인형을 받아 네게 건넨다.) 자. 너 닮았다.
英理:이, 이거……? (말하고 보니 좀 닮은 것도 같고……. 인형을 품에 안고 가까이 다가간다.) …… 코고로가 가져가면 안 돼?
小五郎:…… 왜? 너 더 많이 생각해 달라고? (귀엽네. 네 코를 가볍게 꼬집었다.)
英理:……. (얼굴을 붉히며 푹 수그리고 인형의 뭉툭한 손을 만지작거린다.) 시, 싫으면 말고…….
小五郎:그럼 지금은 네가 안고 있어. 돌아가서도 네 냄새 나면 좋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네 머리를 쓸어주었다.)
英理:…… 벼, 변태. (네 손길에 귀가 쫑긋거렸다. 인형을 꼭 안고서 사격장을 빠져나가 걷는다.)
小五郎:그게 왜 변태야?! (뒤늦게 얼굴이 붉어져선 네 뒤를 쫓는다.)
英理:…… 그치만 그렇잖아! 인형에다가 킁킁댈 거라고 생각하면 징그러워!
小五郎:누가 킁킁댄대!!!! 너 진짜 변태같은 생각만 하고 살아?!?!
英理:내, 내가 뭘! 먼저 냄새가 어쩌고 한 건 코고로잖아!
小五郎:냄새가 기억에 얼마나 좋은지 아냐? 그래놓고 꽉 안고 있으면서. (손가락질)
英理:이, 이건, …… 시, 시끄러워! (감추려는 듯 품에 더 꽉 안고 상체를 돌렸다.) 어쩔 수 없이 해주는 거야, 내가!
小五郎:바보. 구경이나 더 하자. 놀러와서 싸우면 시간 아까워. (네 옷깃을 가볍게 잡아끈다.)
英理:…… 으응. 어디 가고 싶어? 배는 아직 안 고파? (주위를 둘러보며 착 달라붙었다.)
小五郎:약과 먹어서 그런가 괜찮아. (결국 다시 네가 달라붙자 조심스레 허리를 안았다.) 낚시터 갈까? 여기도 금붕어 낚시 같은 거 해?
英理:응. 나 금붕어 낚시 좋아해. …… 잘하지는 못하지만. (꼬리를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코고로는? 할 줄 알아?
小五郎:나도 좋아해. 그리고 그건 결국 그냥 운빨 싸움이야. 운빨. (그러고 보니 내 꼬리도 움직여지나? 의문에 둘러싸인 채 계속 걷는다.) 재미로 하는 거지.
간이 낚시터로 가까이 가면 뾰족한 기와 아래 매달린 금붕어 그림의 풍경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종소리를 냅니다.
새로 길은 듯 맑은 물이 대야에 담깁니다. 그 위에 색색의 다양한 금붕어들이 떠다닙니다.
다만, 전부 뾰족한 이빨을 지니고 있어, 이런 것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손목째로 먹혀 버릴지도…….
小五郎:이게 금붕어야? 피라냐지……. (투덜.)
英理:으응? (네 말을 듣지 못한 채 마냥 들뜬 얼굴로 올려다본다.) 이번에도 코고로가 멋있는 모습 보여 줄 거야?
小五郎:그, 글쎄. 몇 번 하다 보면 한 번은 성공하겠지. (네 눈길에 시선을 피하며 소매를 걷어올린다.) 너도 같이 해. 좋아한다며.
英理:그, 그럴까……. (무릎 위에 인형을 앉혀 두고 쪼그려 앉는다.)
금붕어를 뜰 시 민첩으로 판정할 수 있습니다.
小五郎:좋아. 다 잡아주마. (옆에 쭈그리고 금붕어들을 살핀다.)
민첩
기준치: |
75/37/15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붉은색의 큼직한 금붕어를 건져 올립니다. 금붕어는 무언가 불만스러운지, 꼬리로 그물을 팡팡 내리칩니다.
붉은 털을 가진 자그마한 영월호 학생이 척척 금붕어를 잡고 있습니다. 아니, 이 녀석은……!
미호: 와, 와악! 깜짝아! 네 녀석……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에리가 깜짝 놀라 미호의 말을 잠깐 틀어막았기에 인간이라는 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네요.
小五郎:쉬잇. 쉿. (네 손 위로 제 손도 올려 틀어막는다.)
미호: 흥, 두고 봐라! 언젠가는 콱 잡, 잡아먹어 버려 주지.
미호: 나보다 약한 놈의 말은 안 들리네요. …… 그나저나 제법 잘 놀고 있는 것 같네. 인계에도 이런 축제가 있나?
小五郎:아무래도. 아니, 자꾸 인계 운운하지 말라고!
미호: 흥, '인간'들이 득실득실한 곳따위! 궁금하지도 않아!
난 지금부터 신당이나 갈 거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직 축제 때 드려야 하는 기도를 드리지 않았거든.
小五郎:저놈 성격이 누구보다 괴팍하네……. (똥침 놓는 시늉을 한다.) 기도? 다 드리는 거냐?
미호: 확 씨! 신께 드리는 기도인데, 인간은 못 오지! 영월호 내부에 있으니까~
小五郎:우리도 신 있거든? 나보다 어린 게 까불어. (에리를 가리킨다.) 얘도 가야 할 거 아니야. 그러니까 묻지.
미호: 흥, 우리는 진짜 실존하시는 신이다 이거야. 뭐, 갈 거면 마음대로 해. 가서 요괴들에게 확 잡아먹히면 볼만하겠네.
小五郎:신 같은 거 없어도 살 수 있거든? (어이 없다. 빨리 가라는 듯 훠이훠이 손짓했다.) 넌 말을 험하게 한다고 신이 벌 내릴지도 모르니까 빨리 가라.
미호: 이 세계를 창조하신 '공간의 주인님'을 모르는 모양이네. 이 세계에 와서 그런 것도 모르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어. (쯧쯧... 절레절레)
小五郎:공간의 주인님? (그건 또 무슨 해괴한 소리래. 기분이 나쁘다. 여기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거라면, 전부 인공인 거라면…….) 아, 빨리 꺼져!
미호: 그러면 너 그것도 모르겠네? (별것도 아닌 걸로 으쓱으쓱 잘난 척을 하고 있는 중이다.)
미호: 이 세계의 끝은 평평하고, 하늘의 끝에는 둥근 유리 돔이 있고…….
小五郎:……? 지구는 동그랗고 하늘 너머엔 다른 별이 있잖아. 그것도 모르냐?
미호: 허얼, 동그랗다고? 진짜 모르다니! 이런 멍청한 인간이랑 다니는 거냐, 에리!
小五郎:이미 사람들이 직접 가서 확인한 거거든? 여긴 몰라도 우린 그래! 인마!
미호: 수준 떨어져서 말 못하겠다~ 이래서 인간들이란. 안녕~ (손을 흔들며 쫑쫑 다른 곳으로 사라진다.)
小五郎:……. (그냥 자기 화풀이 한 거 아냐? 졸지에 성질 사나운 금붕어와 함께 남겨졌다.)
英理:…… 미호가 저래 보여도 나쁜 애는 아니야. (하나도 잡지 못한 그물을 내버려 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미호 말들이 다 사실이기도 하고…… 둥글다든가, 하는 건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아.
小五郎:정말 이계가 맞긴 한 모양이네……. (그물을 든 채 널 올려다본다.) 나도 거짓말 한 거 없어. …… 이거, 어떻게 하지?
英理:데려가고 싶어? (고개를 기울인다.) 역시 코고로는 잘하네……. …… 나는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小五郎:너 가지고 싶으면 주려고. 아니면 여기 두고. (금붕어와 네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다 손을 잡아끈다.) 조금만 더 해보자. 응? 내 그물 줄까?
英理:……. (조금 시무룩해진 기색으로 네 곁에 붙어 앉았다.) 그, 그치만 진짜 성공해 본 적 없는데, 이거……. …… 그치만 불쌍하니까 데려가지는 말까?
小五郎:아니면 나랑 같이 하자. (주섬주섬 자리를 정리하더니 네 뒤에서 반쯤 끌어안은 자세로 앉아 손을 겹친다.) 실패해도 재밌잖아. 으응. 데려가지는 말고 놀기만 하자.
英理:…… 흐앗. (얼굴이 빨개진 채 힐끔힐끔 네 얼굴을 곁눈질했다. 이러면 더 집중이 안 되는데…… 애써 입을 꾹 다물었다.) …….
小五郎:저기, 저기 조그만 거 예쁘게 생겼다. 빨리 해 봐. (네 생각은 꿈에도 모르고 조그만 금붕어를 손가락질하며 들떠 있었다.)
英理:앗, 저, 저거……? 으응. (얼굴이 터질 것처럼 뜨거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맥이 없는 손길을 휘휘 움직이며 마른침을 삼켰다.) 코고로, 가, 가깝…… 앗, …… 노, 놓쳤네……. 미안.
小五郎:뭐가 미안해? (이상하다. 왜 이렇게 힘이 없지. 감싸쥔 손을 만지작거리며 걱정스레 네 얼굴을 살핀다.) …… 너무 부담스러웠어? 미안. 진작 말하지.
英理:……. (입술을 우물거리며 어쩔 줄 몰라 꼬리가 좌우로 작게 파닥였다. 가까운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웅얼거린다.) 가까워서…… 부끄러우니까……. …… 꼭 끌어안고 있는 것 같잖아. …… 입술이라도 닿을 수 있을 거리고……. …….
小五郎:므, 뭐, 어? 뭐?! (생각도 못한 말에 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마구 헛기침을 해댔다.) 크흠, 흠, 어흠. 그런 일을 하기엔 사람이 너무 많네…….
英理:……. (후끈한 얼굴을 수그리고 인형을 꼭 끌어안은 채 저도 벌떡 일어난다.) …… 바, 바보. …… 거리감이 너무 없잖아! …… 싫은 건 아니지만.
小五郎:금붕어에 너무 열중해서……. (코 끝을 긁적이며 다른 손으로 네 손을 잡아끌었다.) …… 밥이나 먹으러 가자.
英理:으, 응……. (아직도 부끄럽다. 네 손에 타박타박 끌려가다 문득 어떤 곳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小五郎:(네가 발길을 멈추자 나란히 멈춰선다.) 왜……?
두꺼운 비단 커튼이 드리운 곳 앞에서, 에리가 멈춰섭니다.
英理:아, 여기……. 아는 사람이 하는 곳인데. 점집…….
英理:이 사람의 점괘 자체는 믿을만 하지만……. 아, 혹시 배고프면 그냥 밥 먹으러 가도 괜찮으니까. (점집 흘끗…….)
小五郎:바보……. (누가 봐도 가고 싶어서 안달난 얼굴이다. 네 손을 끌고 점집 안으로 들어갔다.)
함께 점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갓을 쓴 사람이 들고 있던 부채를 내리칩니다.
네?! 뭐가요?! 언뜻 뒤로 비치는 그림자에는, 꼬리가 9개 달려 있습니다.
小五郎:뭐가요? 콩깍지? (대충 자리를 잡고 앉는다.) 너도 앉아.
英理:으응. …… 쿠라마 할머님은 늘 이러셔. (네 곁에 앉아서 인형 만지작…….)
쿠라마 할멈: 미안, 해보고 싶었거든. 인간이 여긴 어쩐 일이래?
점집 안에는 대충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망원경이나, 샛노랗게 색이 바랜 고서들,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구들…….
쿠라마 할멈: 걱정하지 마라, 난 인간이라고 잡아먹으려 하진 않거든.
小五郎:어떻게 알아본 거지……. (꿍얼꿍얼…….)
쿠라마 할멈에게 운세, 미래 예지, 에리와의 궁합을 볼 수 있습니다.
小五郎:음……. (한참 뜸을 들인다.) 궁, 궁합부터……?
쿠라마 할멈: 후후……. 인연이란 어찌 이토록 기구한지.
바로 곁에 찾는 상대가 있음에도, 찾아야 하는 상대는 아니로구나. 이 점은 못 본 걸로 해야겠다.
쿠라마 할멈이 즐거운 듯 천칭에 수정 구슬을 올려놓습니다.
쿠라마 할멈: 정말이지, 젊은것들이란 귀엽다니까.
小五郎:아니, 그렇게 아리까리하게 말하면 어떡해요? (찾는 상대가 있는데 찾아야 하는 상대가 아니라고? …… 선생님인가. 널 흘끔 본다.)
英理:……. (말없이 눈을 깜빡이며 쿠라마 쪽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이름, 나이.
쿠라마 할멈: 호오? 제법 운명적인 만남을 겪는 중이구나. 한둘이 아니야!
제법 많은 인연의 실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네…….
코고로,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하도록 해라. 아예 여기서 사는 건 어떠니? 제법 잘 맞아!
쿠라마 할멈은 그렇게 말하곤 높은 소리로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小五郎:그렇게 말씀하셔도 말이죠. 어르신하고 얘 빼곤 저한테 잘 대해주는 놈이 하나도 없는데요? (삐질삐질거리며 다시 널 본다.) 미, 미래 예지? 이런 것도 돼요?
쿠라마 할멈: 그럼, 당연히 되지. 어디 보자…….
흠? 이런 점괘가 나오다니…….
小五郎:왜요???????? (어느새 완전히 몰입해선 네 손을 꽉 잡았다.)
쿠라마 할멈: 조만간 네 주변에 거대한 이변이 생길 거다.
천만 다행으로 코고로, 네 목숨에 지장은 없겠지만…….
이 몸이야 살 만큼 살아서 괜찮지. 너희들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小五郎:그러면 에리 목숨은요? 그게 중요하잖아요!
쿠라마 할멈: 지금으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조심하라는 것밖에는 없겠네.
자아~ 점을 봤으면 복채를 내야지! 어디 줄 것 없어?
쿠라마 할멈: 돈이 아니어도 괜찮아. 어차피 인간인 것을.
小五郎:아까 지갑도 줘버렸는데……. (주머니를 뒤적인다…….)
英理:앗, 아…….. (제 인형 물끄럼) ……. 으음.
小五郎:인계 돈은 할머니도 안 받아요? (뒤적뒤적.) 집에 가면 가방도 있는데, 안 가져와서…….
英理:…….. (역시 이건 주기 싫다는 듯 인형을 꼭 끌어안았다.) 나, 나중에…….! 제가 맛있는 거 가져다 드릴게요…….. 전갈 구이도 남았고……..
小五郎:……. (에리를 보며 묻는다.) 내가 빨리 집에 다녀올까? 나 빨라.
小五郎:…… 바보. 할머니랑 같이 있는 거잖아. 따악 오 분이면 다녀올 수 있어. 운동 바보라며?
小五郎:……. (귓가에 소곤거린다.) 다녀와서 뽀뽀…… 해줄 테니까. 응?
英理:…….. (금세 얼굴이 물들어서는 대답을 머뭇거린다. 시선이 이리저리 방황하다 고개를 수그렸다.) 아, ……. 알겠어……..
쿠라마 할멈: 다 들리네. 그리고 이왕이면 인간의 옷이 좋아.
小五郎:…… 아, 좀 못 들은 척 좀 하지! 좀! (할망구!) 인간의 옷? 내 옷이요?
쿠라마 할멈: 그래. 딱 하나면 돼. 뭐……. 없으면 다른 장신구도 괜찮고.
小五郎:알았어요. 얘 잘 데리고 계셔야 돼요? (네 손을 한 번 더 꾹 잡았다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차림으로 뛰는 것도 장난 아니겠네.)
英理:……. 여기에 있을게. 천천히 와도 되니까 안 오면 안 돼?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小五郎:금방 올 거야. 진짜 금방. (네 등을 톡톡 두드리곤 점집을 나서 마구 뛰었다. 뭘 가져오지? 셔츠? 넥타이? 넥타이가 낫나? 셔츠가 더 비싸잖아.)
小五郎:교복, 교복……. (가방 옆에서 넥타이를 집어들었다. 아무래도 셔츠는 체취 같은 게 좀 신경이 쓰인다. 이것도 다 에리 때문이야! 투덩을 더 부릴 새도 없이 급하게 점집으로 돌아왔다.) 할멈! (이제 할머니도 아니다.)
小五郎:취향 독특하셔. (넥타이를 건네주고 가쁜 숨을 고른다.)
英理:코고로……. (화색이 밝아져 자리에서 일어나 네 땀을 손등으로 닦아내 준다.) 엄청 빠르네. …… 진짜 운동 바보.
쿠라마 할멈: 자! 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들 나가봐! 둘 다, 즐거운 축제 기간 보내렴.
小五郎:쓸모 있는 운동 바보니 됐잖아. (네게 웃어보이곤 다시 허리를 끌어안고 나선다.) 돈 많이 버세요!
英理:(배시시 덩달아 웃으며 같이 바깥으로 나간다.) …… 운동 바보면서, 야한 생각만 하는 변태이기까지 하고. …… 저거, 없어도 곤란한 건 아니야?
小五郎:아, 야한 생각은 안 한다고. 바보야. …… 응. 돈 조금만 주면 살 수 있어. (인형과 네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너, 인형 주기 싫어서 그랬던 거지?
英理:…… 이, 이건……. 코, 코고로한테 주기로 한 거니까……. (속내를 들켜 뜨끔한 얼굴을 했다.) 먼저 뽀뽀라느니 그런 말 했던 주제에.
小五郎:뽀뽀 받고 싶어서 허락했던 거 아냐? (감싸안은 옆구리를 쿡 찔렀다.) 하지 마?
英理:……. (도리도리) …… 해, 해도…… 돼. …… 처음이지만…….
小五郎:…… 나도 처음이라고…… (주변을 살핀다.) 사람 없는 곳 알아?
英理:으, 음……. 외곽이라면……. (조금 떨어진 곳 나무가 무성해 어두운 쪽을 가리킨다.) …….
小五郎:…… 확실히 조용할 것 같네……. (헛기침을 하곤 네가 가리킨 쪽으로 걸어간다.) …….
英理:(원래 이렇게 긴장되는 건가? 붉은 얼굴을 차마 들지 못 하겠다. 인파가 거의 없는 곳까지 다다르자 제 손을 만지작거린다.) …… 나랑 해도 돼? 처음…….
小五郎:…… 하고 싶으니까 물어본 거지. (하루만에 좋아하게 된다니, 그런 건 다 이야기 속에나 나오는 건줄 알았다. 그런데 제가 지금 딱 그 꼴이다. 으슥한 곳, 나무 뒤에 숨어 쭈뼛거린다.) …… 너, 너는? 나더러 어린애라며.
英理:…… 모, 몰라. …… 어린애인 거랑 뽀뽀랑은 별개야. (아무튼. 시선을 슬금슬금 피한 채로 아주 살짝 고개를 들어올렸다.) …… 누, 눈…… 감아야 해?
小五郎:그게 뭐야. (푸스스 웃음을 터뜨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좀 덜 부끄러울걸? 나도 감을 거야.
英理:으, 응……. 그, 그럼……. (눈을 뜨자니 부끄럽고, 감자니 괜히 아쉬웠다. 머뭇거리다 찌푸리듯 눈을 감고 눈꺼풀을 바들바들 떨며 품의 인형을 꽉 쥐었다.)
小五郎:……. (눈을 꼭 감은 네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긴장이 확 몰려온다. 마른 침을 삼키고 네 어깨를 부드럽게 잡고서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스르륵 눈을 감고서 짧게 입술을 맞대고 떨어진다.) …….
英理:……. (따뜻한 입술이 닿음과 동시에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 기분 좋은 시간은 찰나라고 해도 될 만큼 무척이나 짧아서, 다시 눈을 뜬다.) …… 끝, 이야? …….
小五郎:…… 응……. 뽀, 뽀뽀니까……. (한 박자 느리게 눈을 뜨고 시선이 마주치자 얼굴이 또 뜨거워졌다. 민망함에 괜히 네 어깨만 계속 만지작거렸다.) …… 더 할까?
英理:……. (저만큼이나 새빨개진 네 얼굴이 시야에 보였다. 조금 망설이는 듯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 더 해도…… …… 괜찮아. (그리고 다시 눈을 꼭 감았다.)
小五郎:…… 으응. (부끄럽다. 손이 슬그머니 위로 올라가 네 뺨을 감싸쥔다. 그대로 눈을 감고 여러 번, 자잘하게 입을 맞춘다. 보들보들하고 따뜻한 감촉이 기분 좋아서 떨어지기 싫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금 깊게 소리를 내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 미, 미안. 너무 많이 했지……
英理:(눈을 감으면 다시 부드러운 감촉이 입술에 닿았다. 단순히 입술을 맞대고 있는 것뿐인데도 의식적으로 숨을 약하게 쉬며 떨리는 손끝으로 인형을 틀어쥔다. 입술이 떨어지자 까치발을 들어 한 번 더 쪽 짧게 먼저 입을 맞췄다.) …… …… 조, 좋아, …… 뽀뽀…….
小五郎:…… 바, 바보야. 그렇게 말하면 더한 것도 하고 싶어지잖아……. (네가 먼저 입을 맞추자 어쩔 줄을 모르겠단 표정을 하다가 널 품에 꼬옥 안고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귀여운 짓만 골라서 하지 말라구…….
英理:……. (쓰다듬는 손길이 간지러워 귀가 짧게 파닥거렸다. 부끄러움에 입술을 우물거리다 빼꼼 고개를 들어올린다.) …… 더, 더한 게 뭔데?
小五郎:…… 키스라든가……. 어젯밤에 말한, 그런 거나……. 그러니까 그런 얼굴로 보지 마! (발간 얼굴이 사랑스럽다. …… 사랑스러워? 온갖 감정이 몰려들어 눈을 꾹 감았다 뜬다.)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왜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英理:키, 키스……. (잠깐 상상하며 중얼거린다. 하나 확실한 것은 적어도 네게 미움받고 있지는 않구나, 지금 하고 있는 말은 진짜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다시 품에 고개를 묻으며 머리를 톡 기댄다.) …… 나, 나는……. 코고로가 상대라면 뭐, 뭐든 해도 괜찮으니까…… 으응.
小五郎:(그러니까 그런 자세가 문제라니까. 바보 멍청이. 고개를 틀어 네 뺨에 쪽쪽 입을 맞춰댄다.) …… 키스는, 집에 가서 하자. 한 번 하면 엄청 많이 하고 싶어질 것 같으니까…….
英理:…… 으, 응. (확실히, 뽀뽀도 이렇게 계속 하고 싶어지는데 키스는 더 그럴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네게 살짝 떨어져 나온다.) …… 야, 약속이야.
小五郎:…… 알았어. 약속. (떨어진 네 얼굴을 따라가 마지막으로 짧게 입 맞춘다.) …… 이, 이제 진짜 밥 먹으러 갈까? …….
英理:…… 후후, …… 응. 배고프지? 코고로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좋을 텐데. (번져가는 웃음을 참지 못한 채 네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있으면 잔뜩 먹자.
小五郎:조금, 진짜 조금. (네 손을 맞잡고 열 오른 얼굴에 다른 손으로 마구 부채질을 한다.) …… 약과라도 있으면 좋겠네…….
英理:(다시 인파가 많은 거리로 들어가며 아직 붉은 얼굴을 들어 올려다본다.) …… 그치만 제대로 된 식사를 쭉 못 하고 있어서 신경이…… 쓰이는데. 애벌레 볶음 같은 것도 힘드려나…….
小五郎:…… 일단, 벌레랑 갑각류는 전부 제외해 주라……. 듣기만 해도 식욕이 사라지니까……. (네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떫은 표정으로 앞만 바라본다.)
英理:…… 앗. (시무룩하게 귀가 축 처진 채 시선을 땅으로 떨군다.) 미, 미안…….
小五郎:괜찮아. 몰라서 그런 건데 뭐. 대신 과일 종류는 괜찮아. (뒤늦게 널 돌아보며 다시 머리를 쓰다듬는다. 쓰담쓰담.)
英理:…… 응. (내가 좋았던 분위기를 다 망쳐버린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만큼은 과일이라도 꼭 먹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메뉴는 메뚜기 튀김으로, 당신에게 자신 있는 메뉴라면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어제부터 먹은 것이 무척 부실해서 배가 고플지도 모르겠어요.
식당가 한편에는 먹음직스러운 국수를 팔고 있습니다.
색색의 고명이 올라와 있고, 육수로 국물을 냈는지 고소한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小五郎:……. (일단 메뚜기는 싫다. 많이 먹기 대회를 지나쳐 맛있는 냄새를 따라 국수 가게로 향했다.) …… 뭐가 들어갔을까……
英理:(걱정스러운 얼굴로 네 곁에 서서 올려다본다.) …… 이것도 못 먹는 거야? 과일이라도 사올까?
小五郎:아니, 이건 괜찮을 것 같아. (모르고 먹는 게 약이지. 응. 네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돈 그만 써. 이거 먹자.
英理:진짜? ……. 거, 거짓말 아니지!? 먹을 수 있는 거지?
小五郎:응. 진짜 진짜로 진짜야. (소곤소곤) 인계에서 먹는 거랑 비슷하게 생겼어.
英理:…… 알겠어. (한층 안심한 얼굴이 된다.) 그럼 자리 좀 잡아 줄래? 사람이 많으니까……. 가서 주문하고 올게.
에리는 당신에게 부탁하고 국수를 주문하기 위해 계산대로 갑니다.
공간은 협소한 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이 먹기 대회에 시선이 쏠려 있어 드문드문 빈 자리가 보입니다.
小五郎:(고개를 끄덕이곤 열심히 자리를 찾는다. 빈 자리를 하나하나 살피다 가장 괜찮아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너도 인계에 올 수 있다면 이것저것 맛있는 걸 잔뜩 사줄 수 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웠다.)
당신이 빈 좌석에 앉자, 문득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고양이 수염을 가진 요괴 하나가 수염을 움찔거리며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반가움, 희한함, 놀라움, 충격…….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동그란 눈이 점점 더 커집니다.
小五郎:(고양이다…….) …… 사람 잘못 봤어.
타타: 선생님이 아니신가요? 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타타. 영월호 졸업생이에요.
죄송합니다. 은사님과 아주 닮아서 착각했어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닮으셨거든요.
小五郎:그, 뭐어……. 그렇게 닮았나. (문득 떠오르는 대화가 있어 미간을 실룩인다.) 에리도 그런 것처럼 굴긴 했지만…….
타타: 인간이시죠? …… 아~ 에리요? 영월호 동문이라 알고 있어요.
小五郎:뭐, 비밀로 해 주, 세요. (뻘쭘해졌다.) …… 잘 아는 사이예요?
타타: 뭐, 옛날에는요. 에리 녀석, 몇백 년째 졸업 시험도 거르고……. 걱정되던 참이긴 했어요.
小五郎: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죠. 인계에도 늙어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사람들 많아요. …… 졸업 안 하면 나쁜 점이라도 있어요?
타타: 단순히 졸업을 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 때문에 하지 않고 있으니 걱정인 거죠. 기왕이면 학교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小五郎:…… 그 선생님인가, 그 사람? …… 어쨌든 자기가 해야 할 일도 하고 있고,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니 문제는 없다고 보는데……. 애들도 잘 돌보잖아요.
타타: 네, 선생님이요. 무척 좋은 분이셨어요. …… 동문들 입장에서는 그 과정을 전부 지켜봤으니 걱정될 수밖에요. 마음이 편치 않달까, …… 몇백 년 동안…….
小五郎:…… 그러면, 그러면……. (잠시 고민하다 다시 입을 연다.) 내가 돌아가고 나면 챙겨 주세요. 그냥 그런 애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뭐라 하지 말고 같이 이야기도 하고, 친구처럼요……. 엄청 외로울 거예요. 분명히요.
타타: …… 음. (대답을 하지 않고 얼버무린다.) 노력은…… 해 볼게요. 저도 선생님을 잘 따르긴 했지만, 에리만큼 선생님을 좋아하던 애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사라지셨으니……. …… 유감스러운 건 저희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때부터 서먹해졌으니까.
小五郎:이야기하지 않으면 평생 그대로 지낼 수밖에 없잖아요. 유감스럽다는 건, 걱정스럽단 이야기고……. 말 한 번 붙이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에리가 국수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 당신이 있는 쪽으로 오자, 타타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도망갑니다.
에리는 한참 동안 타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 쟁반을 내려놓고 옆자리에 앉습니다.
英理:…… 무슨 이야기 했어? (그릇을 네 앞에 옮겨 놓아준다.)
小五郎:왔어? 고마워. (그릇을 보고 입맛을 다시다 널 보며 웃었다.) 별 이야기 안 했어. 날 선생님인 줄 알던데.
英理:뭐? 그…… 그래? (수저와 물컵도 네게 옮겨주고 저도 젓가락을 들었다.) 타타랑은 얘기 안 해본 지 엄청 오래돼서…….
小五郎:그랬구나……. (젓가락을 들고 까딱거린다.) …… 널 걱정하고 있대.
小五郎:…… 바보. 친구가 혼자 마음고생하면 걱정되는 게 당연하잖아.
英理:벼, 별로 마음고생 같은 거 안 했어. …… 이젠 친구도 아니고. (표정을 감추려 다급하게 국수 그릇에 얼굴을 돌리고 한 입 후루룩 먹었다.)
小五郎:야. 친구 그만두자고 싸운 거 아니면 계속 친구야. (저도 국수를 한 입 먹는다. 진짜 이건 멀쩡한 국수네.) …… 네가 졸업 안 해서 싫어지거나 그런 거 아니래. 그냥 걱정하는 거지.
英理:……. (말없이 국수만 우물거리다 괜스레 말을 돌렸다.) …… 마, 맛있어? 먹을 수 있어?
小五郎:잘 생각해봐. (그 이상 관련해 말을 얹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맛있어. 예전에 먹던 거랑 똑같아.
英理:…… 다행이다. 코고로가 먹을 수 있는 게 생겨서……. (국물을 홀짝이며 고개를 들지 않았다.) …… 선생님에 대해서는…… 별 말 안 했지?
小五郎:…… 그다지? 나랑 엄청 닮았다는 거랑, 좋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만 하던걸. (좋은 사람이니까 여태 기다렸겠지. ……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깨작깨작 젓가락을 움직인다.)
英理:…… 그, 그렇구나……. (옆머리를 넘기고 국수를 먹는 네 옆모습을 곁눈질하다 서투르게 말을 덧붙였다.) …… 아, 저, 저기…… 서, 선생님 때문에 졸업 안 하는 거 아니니까! …… 아무튼.
小五郎:알았어. 아무튼 아닌 거지? (일부러 장난스레 웃어보이곤 다시 젓가락을 움직인다. 이건 그냥 천천히 먹는 거다. 천천히 먹는 게 소화에도 좋으니까.)
英理:응. 반, 반은 아니니까.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며 네 웃는 낯에 안심한 듯 열심히 국수를 먹는다. 맛있다.) 점점 사람이 많아지네. 국수 다 먹고 나갈 무렵에는 아까처럼 여유롭게 돌아다니기 힘들겠어.
小五郎:반?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국수 그릇을 바라본다. 이따금 국물을 마시면서도 여기 뭐가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든다. 아니야. 이건 그냥 국수야!) …… 그러게. 이따 뭐 하는 거라도 있어? 손 꽉 잡고 다녀야겠다.
英理:응. 내가 없으면 신목 관리가 느슨해지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어쩐지 기대가 서린 얼굴로 슬쩍 웃음을 띤다.) …… 불꽃놀이.
小五郎:아아. (반반 할 때 반인가? 그럼 나머지 반은? 에이, 생각하지 말자. 적당히 국수를 다 집어먹자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불꽃놀이? 뭐야, 밥 먹을 게 아니라 좋은 자리 잡으러 갈 걸 그랬네!
英理:앗. (빨리 먹네. 저도 허둥지둥 젓가락을 움직여 국수 면을 건져 먹었다.) 아마 얼마 안 있다 시작할 것 같은데…… 어디여도 코고로랑 같이 보면 예쁠 테니까……. …… 으응.
小五郎:야, 천천히 먹어. 체하면 어쩔 거야. (습관적으로 퉁명스럽게 말하고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나름 천천히 먹는다고 먹은 거였는데 그래도 빨랐나 보다.) …… 그, 그래도 명당이 좋지! 이왕이면!
英理:(열심히 우물거리며 꼬리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었다. 음식이 네 마음에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맛도 있고, 평화로워서 기분이 좋았다.) …… 후후. 내가 명당 자리를 알고 있거든. 거기로 올라가서 보자.
小五郎:……. (흔들리는 꼬리를 보며 그래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싶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다.) 여기서 많이 멀어? 먹고 바로 가서 누워가지고 보자.
英理:금방 갈 수 있어. (냠……. 마지막 한 젓가락을 먹고서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남은 물까지 다 비워내고 다시 인형을 안았다.) 배부르네……. 주스라도 한 번 더 마실까 했는데 안 되겠다. 배가 빵빵해졌어. 코고로도 배부르게 잘 먹었어?
小五郎:다행이네. …… 기대된다. (불꽃놀이라. 이계의 불꽃놀이는 더 아름다울까? 네 품에 안긴 인형의 볼을 콕콕 찔렀다.) 다 보고 나서 배고파지면 또 먹으면 돼. …… 응. 나도 배가 빵빵해.
英理:…… 후후. 다음엔 산딸기 주스로 마셔야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고 인형을 한 번 내려다 본다. 인형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갈까?
小五郎:좋아. (뒤따라 일어나 그릇을 한데 모은다.) 내가 가져다주고 올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어디 가면 안 된다??
英理:나는 코고로 두고 어디 안 간다, 뭐어. 그럼 가게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인형을 안고 출구 쪽으로 총총 걸어간다.)
小五郎:뭐야. 내가 뭐 나쁜 놈인 것 같잖아, 야! (먼저 쌩하니 가버리자 투덜대면서도 입꼬리는 솔직하게 올라간다. 그릇을 반납처에 돌려주고 네가 기다릴 출구로 성큼성큼 걸었다.)
英理:(어둑해진 밤하늘을 올려다보다 네가 오자 슬금 웃어 보인다.) 가자. 오늘의 하이라이트일 테니까.
小五郎:길게 길게 하면 좋겠네. 예쁜 건 오래 보고 싶잖냐. (저도 씩 웃고서 이젠 익숙하게 네 옆자리를 꿰찬다.)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주변은 무척 어둡습니다.
길을 걷는 요괴들은 점점 늘어나고, 거리에는 조명이 없어 당신이 걷기 불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할 틈도 없이, 두 사람을 연결한 끈은 점점 늘어납니다.
인파 사이로 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무렵, 갑자기 당신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결속의 끈이 풀려버립니다.
小五郎:야, 좀 천천히……. 에리! (소리를 질러도 너는 돌아보질 않았고, 금세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결속의 끈마저 풀리자 당황한 기색을 풀풀 흘리며 요괴들을 마구 제끼며 걸었다.) 에리!!!
小五郎:
민첩
기준치: |
75/37/15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설상가상으로 그 자리에서 넘어져 버립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이런 상황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小五郎:으악!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탁탁 턴다. 얘는 대체 어딜 간 거야. 오만상을 찌푸린 채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너도 나를 찾고 있을지 모르지.)
아무도 당신을 모르는 세계, 돌아가는 방법도 알 수 없는 이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당신의 실종을 걱정하며, 울고 계시진 않을까요…….
혼자 남겨지자, 당신의 생각은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小五郎:(아이씨, 왜 자꾸 뭐 같은 생각만……. 열심히 걷던 발걸음이 점차 느려진다. …… 멀쩡하게 돌아가기만 하면 조금 혼나고 끝날 거야. 그러겠지. …… 제자리에 있는 게 더 찾기 편했을까. 뒷머리를 긁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진짜, 사람은 나 뿐이구나…….)
당신의 손이 잡힘과 동시에 축제 거리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켜집니다.
가게 주인은 붉은 등에 불을 붙이고, 늘어선 빛의 행렬은 시야를 밝혀줍니다. 악기와 북소리가 한층 더 높아집니다.
일렁이는 새빨간 빛을 받으며 당신 곁에 서 있는 사람은, 에리입니다.
인파를 헤치고 당신이 있는 곳까지 찾아왔는지, 머리카락은 젖어 있으며,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 있습니다.
小五郎:어디 갔……, 괜찮아? (갑자기 밝아진 시야에 당황한 것도 잠시, 네 모습에 더 당황하고 말았다. 급히 머리를 쓸어 넘겨주고 옷차림도 고쳐주며 얼굴을 붉힌 채 투덜거렸다.) …… 여자애가 이러고 다니면 안 돼.
英理:코고로……. 너야말로 괜찮아? 미안, 눈치 못 채서……. (숨을 할딱이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멀리서 보니 표정이 안 좋길래…….
…… 그렇네요. 아무도 당신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에리, 이 사람만은 지금 당신을 알고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있을 곳을 마련해 줬으며, 코고로가 돌아갈 때까지 보호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꼭 잡은 손은 무척 따스합니다. 에리의 온기를 느끼자, 조금은 안심됩니다.
나, 나는 남자니까 문제 없어! 갑자기 멀어져서 조금 놀란 거 뿐이라고……. (진짜 말도 안 되는 변명이네. 변명이 들키지 않도록 눈을 피한다.) …… 손 잡고 다니자고 했잖아…….
英理:…… 미안. (시무룩하게 귀가 축 처진 채 네 손을 양손으로 꼭 감싸쥐었다.) …… 떨어지지 말고, 같이 가자…… 응? 화났어?
小五郎:화난 거 아니야. …… 불안했어. (흘끔 네 얼굴을 보곤 잡히지 않은 손으로 네 몸을 꾹 안았다.) …… 내가 더 미안. 먼저 손 잡으면 되는 거였는데.
英理:…… 내가 불안하게 만들었는걸. (머리를 작게 부빗거리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이제 절대 먼저 가거나 하지 않을게. …… 코고로 곁을 지킬게.
小五郎:……응. 같이 있어. (말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런 시간들도 네게는 또다른 찰나가 되겠지. 오히려 내가 미래의 널 괴롭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다가 놓아준다.) …… 이, 이제 진짜 가자. 시작하겠다.
英理:(네 품에서 한 발짝 떨어져 네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여기 바로 앞이 내가 말한 명당 자리야. 올라가서 보자. …… 손 꼭 잡구.
小五郎:알았어. (전혀 꼭 안 잡았잖아. 바보. 잡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다 깍지를 끼고 꼬옥 쥐었다.) 올라가면 아무도 없겠지?
英理:…… 사람이 많아서 조금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작게 후후 소리내어 널 안심시키려는 듯 웃었다.) 주위에 있는 이 사람들 전부 그쪽으로 향하고 있는 걸지도.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끈보다 강하고 따뜻한 손이 당신을 밝은 곳으로 이끕니다.
그러나 당신과 에리가 관람 명당으로 향하던 도중, 불꽃놀이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악기 소리와 함께 터져 올라가는 불꽃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길을 걷던 요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아쉽지만, 길거리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英理:조금이라도 놓치면 아깝잖아. 보면서 가기엔 이미 사람이 너무 많고……. (네 곁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 예쁘다…….
小五郎:으응. 여기서 보자. (나란히 서서 하늘에 수놓이는 불꽃들을 보다가, 고개를 숙여 네 옆모습을 바라본다.) …… 예쁘네.
새빨간 불꽃은 지네 모양이 되기도, 개구리 모양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불꽃 하나가 사라질 무렵 또 다른 불꽃이 올라가고,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노점상을 장식하는,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붉은 등과 색색의 아름다운 불꽃놀이.
분명 이계는 코고로에게 무섭고, 낯설지도 모릅니다. 요괴들의 이빨이나 발톱을 보면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두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당신이 우연히라도 이곳에 왔기 때문에, 생애 동안 잊지 못할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었죠.
고개를 돌리면 에리 역시 넋을 잃고 불꽃놀이를 보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광경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혹여나 당신을 잃어버릴까, 손을 꽉 잡은 채로요.
英理:…… 누구랑 같이 축제에 와서 즐기고, 불꽃놀이를 보고……. 선생님과 있었을 때를 빼면 거의 처음인 것 같아. (손끝을 꼼질거리며 시선은 하늘에 둔 채 중얼거린다.) …… 이런 기분이구나.
小五郎:그럼 여태 혼자 다닌 거네……. (엄지로 네 손등을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러다 조금 짓궂은 걸 알면서도 굳이 물었다.) 어떤 기분인데?
英理:으응? (네 말에 뺨을 붉게 물들이며 널 돌아보면 시선이 마주친다. 우물쭈물 대답에 뜸을 들였다.) …… 으음. 축제는 처음이 아닌데도 평소보다 매 순간순간이 특별한 기분이랄까……. …… 바보! 묻지 마.
小五郎:말만 하면 바보래. (눈이 마주치자 피식거리며 웃고선 고개를 더 숙여 네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춘다.) 마저 보자. 특별한 불꽃놀이를 조금이라도 놓칠 수 없잖아.
英理:…… 으음. 저기. 그 전에……. (시선이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여전히 마주본다.) …… 있잖아. 혹시…… 기회가 된다면 말이야. 그게…….
小五郎:뭔데?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히 떠오른 표정이 되었다. 뭐길래 이렇게까지 뜸을 들이지.) 편하게 말해도 괜찮아.
英理:…… 어,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발치에 있던 시선을 들고 수줍게 웃는 낯으로 말을 이었다.) 그때는 내 쪽에서…… 또 만나러 가도…… 돼?
小五郎:…… 어? (생각지도 못한 말에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수줍은 네 얼굴과, 주변을 둘러싼 풍경에 눈이 멀 것 같았다.) …… 너무 늦기 전에 와야 해. 꼭이야.
英理:…… 후후. (네 허락과도 같은 답이 떨어지면 배시시 웃음을 지어 보인다.) 내가 오랫동안 못 가거든 그땐 또 코고로가 만나러 와 줘야 해. 알겠지?
小五郎:으, 으응. 왔는데 아저씨라고 막 쫓아내고 그러면 안 된다……? (이제 완전히 푹 익어선 웅얼거리다 고개를 숙인다. 왜 이렇게 부끄럽지. 날아갈 것 같다.)
英理:…… 조금 궁금해지는걸……. (네 얼굴이 눈에 띄게 빨갛게 변했기에 네 양뺨에 손을 얹고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냈다. 귀여워.) 어른이 된 코고로도 멋질 거야. 분명히…….
小五郎:…… 당연하지. 나 같은 남자 어디 또 없다고……. (네 손길이 닿자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우물쭈물 눈치를 보다가 널 품에 꽉 안았다.) …….
英理:……. (어느새 익숙하게 느껴지는 듯한 네 향기가 좋았다. 널 마주 끌어안고 옷깃을 꼭 잡아쥐었다.) …… 코고로. …… 숨 막혀. 엄청 끌어안고 있어. 바보. …… 후후.
小五郎:……. (안을 수 있을 때 안고 싶으니까. 돌아가면 언제 또 안아볼 수 있을까. 네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천천히 숨을 쉬었다. …… 같이 돌아가면 좋을 텐데.) 바보 하지 뭐. …… 아, 여우 불꽃이네…….
英理:…… 정말이다. (네 품에서 떨어질 생각도 않은 채 고개를 빼꼼히 내놓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러다 시선을 돌리면 똑같이 하늘을 보는 네 얼굴이 보여 뺨을 붉힌다.) …… 코고로. …… 사, 사람은 많지만……. 보는 사람은 없으니까……. …… 뽀, 뽀뽀…… 해도 돼?
小五郎:너 닮았어. (홀린 듯 하늘을 보며 미소를 짓다가, 네 시선이 느껴져 다시 눈을 맞춘다. 여전히 붉은 얼굴로 잠시 입을 우물거린다.) 나, 나는 이미 했는데……? 허락 안 받아도 돼. 멍청이.
英理:그, 그치만……. …… 부끄럽잖아……! 멍청이 코고로. (뾰로통하게 삐죽이고서는 다시 살짝 눈을 감는다. 그리고는 까치발을 들어 짧게 네 입술에 먼저 쪽 입을 맞췄다.) …….
小五郎:말하는 게 더 부끄럽지! (아까 했던 말 때문인지 곱게 눈을 감는 모습이 귀엽다. 일부러 눈을 감지 않고 입맞춤을 받고서 두어번 더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 너, 뽀뽀할 때 미간 엄청 구겨진다. 알아?
英理:에? 내, 내가 언제……! (화들짝 놀란 얼굴로 한 손으로 제 미간 사이를 문지르더니, 부끄러운 얼굴로 고개를 푹 수그린다.) …… 떠, 떨리니까 어쩔 수 없는걸! …… 아직 긴장돼서…….
小五郎:방금. (이번엔 제가 양 빰을 꼭 잡고서 미간에도 입을 맞춘다. 어쩐지 부끄러워하는 얼굴이 가장 귀여운걸.) …… 나도 그래. 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
英理:…… 우응. …… 돌아가서 다른 사람이랑 이런 거 하면 안 돼. (우물쭈물 입술을 삐죽인 채 중얼거리다 잠시 뜸을 들인 후 덧붙인다.) …… 아, 아냐. 역시…… …… 다른 사람이랑 해도 되지만……. …… 나랑 했던 걸 제일 기분 좋다고 생각해 줘야 해.
小五郎:같이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돌아가면 돌아가는대로 네겐 힘겨운 삶이 이어지겠지. 네 얼굴을 보며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은 씁쓸함을 안고 있었다.) 아무랑도 안 해. 다시 만날 때까지 다른 여자 손도 안 잡을 거야.
英理:…… 그래도. 그런 약속, 어차피 이루어지기도 어려울 테고 너무 이기적이니까……. 나도 그 정도는 알아. (발끝을 땅에 톡톡 두드리며 면목 없는 얼굴을 했다.) …… 선생님처럼, 우리가 다시 못 만나게 되어서……. 코고로가 다른 여자도 만나지 않고 혼자서 사는 건, …… 싫으니까…….
小五郎:이기적인 게 뭐 어때서? 나도 내멋대로 뽀뽀하고 다 하는데……. (손을 내려 다시 널 품에 폭 안았다. 마음이 쓰리다. 쓰리고, 콕콕 찌르고, 화끈화끈해서 화상을 입은 느낌이었다.) 무조건 다시 만나러 올 거야. 어떻게든, 뭘 해서든. 더 좋은 남자가 돼서…… 꼭…….
英理:……. (어차피 서로가 다른 세계를 사는 이상, 그리고 한 번의 이별을 겪었던 기억 탓인지 곧이곧대로 믿고 기대하는 일은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며 또 기대해 버리고 만다. 작게 소리내어 웃고는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 응. 기대하고 있을게.
한참 두 사람이 불꽃놀이에 둘러싸여 있던 그때,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기도, 세계가 신음하는 것 같기도 한 소리.
크지 않은 소리지만, 대지의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집니다.
小五郎:…… 어? (무어라 대답하려다 말고 급하게 네 몸을 고쳐 안았다. 이게 무슨 소리지. 혹시 내가 여기 있어서 그런 건가? 순간 든 생각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괘, 괜찮아?
英理:…… 응? …… 응. 무슨 소리지? (처음 듣는 소리들에 당황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며 눈으로 주위를 훑었다.) ……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몇 분간 이어지는 소리는 모두에게 들리는지 모든 요괴가 웅성거릴 무렵,
금은 벌어지며 틈을 만들고, 흙이나 모래가 떨어지던 틈은 큼직하게 아가리를 벌려 요괴들을 집어삼킵니다.
축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불꽃놀이는 중지되고, 가판대는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집니다.
부모로 보이는 요괴들은 어린 요괴를 안아 들고 달립니다.
크고 작은 균열에 반사적으로 에리도 당신을 바라봅니다. 부서진 평화가 거짓말처럼 흩어지고, 절망이 잠식합니다.
우리가 밟은 땅 역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굵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小五郎:어, 이게 무슨. (마찬가지로 당황해 어쩔 줄을 모르다 네 몸을 확 끌어당기며 요괴들이 도망치는 방향을 따라 뛰었다.) 손 꽉 잡아!
뿐만이 아닙니다. 어딘가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것을 찢을 듯 날카로운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에 당신은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깊은 공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英理:코고로……. (네 손을 잡고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곁눈질로 흘끔 아수라장이 된 곳들을 보고서 네게 소리친다.) 코고로, …… 절대 뒤돌아 보면 안 돼!
小五郎:응? 아, 알았어. (상황이 심상치 않다. 네 속도로 잘 도망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멈춰서서 몸을 쭈그려 앉는다.) 업혀. 집까지 뛸 거야.
지진과 함께 알 수 없는 괴물이 날뛰기 시작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의 절규가 메아리칩니다.
생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끔찍한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구할 수 없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죠.
이 상황을 표현할 단어는 단 하나뿐입니다. 바로, '멸망'입니다.
세계를 집어삼키는 완전한 아비규환에 코고로, SanC (1/1d3+1)
小五郎:
SAN Roll
기준치: |
47/23/9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英理:(네 등에 올라타 업힌다.) …… 코고로……. (불안함이 가득 차오른 얼굴로 네 목을 끌어안고서 뒤를 돌아본다.) 뒤돌아 보지 말고 집이 있는 산 위까지 가자.
小五郎:응. 너도 눈 감고 있어! (집까지 가는 길은 이제 완벽하게 외우고 있다. 뛰기만 하면 된다. 네 다리를 꽉 쥐고서 최대한 빠르게 뛰었다.)
흥겨운 악기 소리는 사라지고, 비명과 고함만이 가득합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두 사람 역시 거대한 틈에 먹혀버릴 텐데, 혼란스러운 인파 때문에 도망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小五郎:
운
기준치: |
58/29/11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이리저리 부딪친 탓에 에리가 안고 있던 인형이 떨어집니다.
코고로는 다른 요괴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산 위로 정신없이 달립니다.
뒤에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려도, 입을 닫고 올라가야만 합니다.
英理:(눈을 꼭 감고 측면에서 보이는 네 얼굴의 일부분을 살폈다.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어 네 어깨를 꼭 붙잡는다.) …… 코고로,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더…….
小五郎:……. (무어라 대답할 여유도 없이 그저 거친 숨을 내뱉었다. 달음질하는 발바닥이 찌릿찌릿하다. 산길을 마구 뛰어가며 얼굴을 찌푸렸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허억, 젠장……!
멈추지 않고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반딧불이 호수입니다.
에리는 당신의 등에서 내려와 함께 주변을 둘러봅니다. 세상을 뒤흔들던 지진은 멈췄습니다.
산 아래 풍경은 처참합니다. 지대가 낮은 곳은 대부분 무너지고 함몰되어 새까만 구멍이 보입니다.
영월호 역시 마찬가지로……. 요괴들을 가르치던 건물은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문득 축제에서 본 다른 요괴들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다들, 무사할까요?
폐허 더미가 거대해, 신목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코고로는 신목을 통해서만 인계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래서는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합니다.
어두운 밤하늘, 반딧불이가 소리 없이 당신과 에리의 주변을 맴돕니다.
불꽃놀이로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에는 여전히 달도 별도 찾을 수 없습니다.
英理:…… 응. …… 나는 멀쩡해. 코고로는……? 괜찮아? (네 곁에 서서 옷깃을 살짝 잡고 올려다본다.)
小五郎:응. 괜찮아. (얼굴을 찌푸리며 마구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낸다.) ……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英理:…… 그럴 리가 없잖아. 바보……. …… 이런 조짐은 예전부터 살짝씩 느끼고 있었어.
小五郎: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 하필이면 왜 축제 날에 이런 일이…….
英理:…… 너무 바깥으로 나가거나 주변을 유심히 보지는 마. 아직 사라지지 않았을 거야. 혹시라도 그들의 눈에 들어서는 안 돼. (작게 말하며 네 맞은편에 마주보고 서서 호수를 등졌다.) …… 코고로.
小五郎:뭐가 있었는지 제대로 못 봤는데……. 알았어. 아무것도 안 볼게. (실제로 지금은, 눈앞의 한 명을 걱정하는 일만으로도 벅차다. 눈을 마주치며 마른 침을 삼켰다.) 응, 에리.
반딧불이 호수를 등지고 선 그 표정이 어쩐지 읽기 어렵습니다.
英理:내가 신목의 문을 여닫을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지만……. 내 능력을 쓴다면 지금 보내 줄 수 있어. …… 미안. 거짓말해서…….
小五郎:……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같이 있어서, 나도 좋았으니까……. …… 그래도. 어떻게 이대로 돌아가라는 거야. 널 두고 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英理:…… 아까 그 짐승들이 계속 돌아다니고 있을 테니까. 코고로한테는 너무 위험해. …… 그들한테 한 번 인식당하면 끝이야. …… 코고로를 그런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
小五郎:너 진짜 바보야? 나는 널 그런 위험에 내몰고 싶을 거라고 생각해? …… 같이 숨어 있자. 숨어 있다가, 같이, 응? 같이……. 내가 사는 곳으로 가자.
英理:(흔들리는 얼굴을 해 보였지만 이내 시선을 돌렸다.) …… 나는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 학생들을 두고 갈 수도 없고……. …… 아무리 코고로여도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화, …… 화낼 거야.
小五郎:…… 멍청이. 화를 내기는 커녕 울 것 같은 얼굴이면서. 몇백 년이나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난 알 수조차 없지만, 그렇지만, 한 번 정도는 내 말을 들어줄 수 있잖아…….
英理:……. (조금 우울한 낯이 되어 시무룩해진다. 귀가 축 처진 채 낮게 중얼거린다.) …… 그래, 돌아가지 않겠다는 거지……. …… 알겠어.
그토록 무시무시한 요괴들에게도 이런 재난은 위험합니다. 하물며, 인간인 당신을 보호하며 도망쳐야 하는 에리의 짐은 얼마나 무거울까요.
그럼에도 당신은, 혼자 살겠다고 에리를 두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에리는 당신을 집으로 데려다줍니다. 처음 집을 나설 때와 달리, 둘 사이의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반딧불이 호수를 지나, 달맞이꽃밭을 건너, 작은 오두막으로.
小五郎:…… 미안해. (왜인지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고개를 푹 떨군 채 입술을 깨물었다.)
英理:…… 왜 코고로가 사과해. …… 내 욕심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코고로를 붙들었는걸……. (그때 순순히 돌려보내 줬더라면. 후회가 되는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역시 후회가 된다.) 미안. …… 들어가자.
小五郎:……. (몇백 년이나 기다렸던 사람이, 물론 나는 그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재회하게 된다면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네가 사과하는 이유도 알 수 없었다.) …… 응.
당신이 무사히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에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英理:…… 나는 구조 작업을 도와줘야 해. 도와주고 올 테니, 먼저 들어가서 자고 있어.
에리는 당신이 말릴 틈도 없이 문을 닫았습니다.
늦은 밤, 작은 오두막 안에 살아 숨 쉬는 존재는 코고로뿐입니다.
小五郎:아……. (집 안에 혼자 남아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봤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건가. 같이 갈 수 없다면 적어도 이별의 말은 제대로 나누고 싶었을 뿐인데. 이대로 영영 혼자 남게 될지도 모른다. 그저 현관에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당신은 분명히 즐겁고 아름다운 축제에 있었는데, 이계의 많은 요괴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게 조금 전인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문득 오늘 스쳐 지나간 요괴 중 몇이나 목숨을 부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 혼자 있는 것은 분명 안전하겠지만,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피로해집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따뜻하고 편안한 장소였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나 서늘하고 쓸쓸한 것일까요.
小五郎:(춥다. 발로 바닥을 쓱쓱 문질러도 보고, 고개를 들어 하염없이 닫힌 문을 바라보기도 했지만 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구조 작업을 하러 간 널 두고 염치 없이 누워서 자고 싶지도 않았기에 다시 얼굴을 파묻고 눈을 감았다. 잠이 들더라도 금방 깨어날 수 있겠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코고로는 얕은 잠에 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에리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 당신은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을 깨운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에리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충돌은 잊어버렸는지 한층 나아진 얼굴로요.
小五郎:……? (부스스한 얼굴을 들었다.) 에리……?
英理:왜 이러고 잤어. 편하게 침대에서 잤어도 괜찮은데……. (네 앞에 쭈그려 앉아 눈썹을 늘어뜨리며 웃었다.) 구조 작업이 잘 끝났어. 복구가 빨리 이루어져서 축제가 계속될 거래.
小五郎:…… 그래도 괜찮은 거야? (빨라도 너무 빠르지 않은가. 멍한 얼굴로 생각에 빠졌다가, 쭈뼛거리며 네 어깨를 끌어안았다.) 다시, 못 보는 줄 알았어…….
英理:……. (힘이 없는 몸으로 네게 순순히 안겨 입술을 작게 깨물었다.) …… 많이 걱정했지…….
조금 이상할 정도로 빠르긴 하지만, 구조 작업이 잘 끝났다니 다행이네요.
小五郎:응. 계속 걱정했어. 네 생각만 했어.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손끝으로 네 얼굴을 더듬으며 울상을 지었다.) 다친 곳은 없지?
英理:그럼. 봐, 멀쩡하잖아. …… 그렇지? (널 안심시켜 주려는 듯 웃음기를 유지하며 네 손등을 겹쳐 잡았다.) 이제 다 괜찮아. 정말 다 괜찮아. …… 얼른 또 나가서 놀자. 코고로. 나 그 인형도 다시 갖고 싶어.
小五郎:……. (네 웃는 얼굴을 보니 오히려 정말 울 것 같아져 눈을 꾹 감았다 뜬다. 두려웠다. 괜찮을 것 같지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이러고 있을게…….
英理:…… 응. (제 몸을 네게 맡기다시피 얌전히 안겨 고개를 톡 기댄다. 손을 들어 저도 똑같이 네 뺨을 살살 쓰다듬었다.) 난 무지막지 강한 요괴라구……. 쉽게 위험해지지 않아. …… 걱정하게 만들어서 미안.
小五郎: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런 상황에서 멀쩡할 거라 생각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바보……. (네 몸을 한참동안 안고서 몇 번이고 얼굴을 만진다. 잊어버리고 싶지도, 잃어버리고 싶지도 않아.) 인형, 백 개 따 줄게. 금붕어도 많이 낚아 줄게. …….
英理:…… 응. 그럴게. …… 뭐든 잘 하는 코고로, 엄청 멋있었고……. 또 보고 싶어. (미소를 띠고 애교라도 부리듯 네 콧잔등에 제 코를 맞대고 부비적거렸다.) …… 나는 코고로 덕분에 강할 수 있는 거니까. 후후…….
小五郎:해달라고 하는 건 다 해주고, 하는 말도 잘 들을게. 그러니까……. (떨어지지 말자. 차마 말을 맺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힘을 준 눈도 시선이 마주치자 손쉽게 무너져내렸다.) …… 부, 부끄러워.
英理:…… 후후. (소리내어 웃고서 손으로 네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어 넘겨준다.)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코고로랑 만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럼 무척 행복했을 거야. …… 세상에서 제일.
小五郎:바보야, 내가 요괴로 태어나도 마찬가지잖아. …… 나, 가지 말까? (눈치를 보며 겨우 말을 뱉었다. 여기에 남는다면 이렇게 아쉬워하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저쪽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대로 결국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더 아프게 느껴졌다.)
英理:…… 바보. 그럴 수 없다는 거 알면서. (바보라고 말하면서도 네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여전히 네 인생의 끝자락에 제가 있을 자리가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누군지는 몰라도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하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괜찮아, 코고로……. 나는 내가 있을 자리를 잘 지키고 있을게.
小五郎: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 거야. (조금만 욕심을 냈으면. 네 눈동자를 말없이 바라보다 품에 더 꽉 안았다. 이렇게 이 세상으로 불렀으면 고난을 해결할 힘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만들어낸 이야기보다 못하지 않아? 네 어깨에 고개를 묻고서 속삭였다.) 그러면 또 외로워져서 어떻게 할 건데…….
英理:…… 외로워지면……. (잠시 뜸을 들이며 눈은 허공을 훑었다.) 외로워지면……. …… 코고로 생각하고……. 코고로가 준 것들 보고. 그렇게 잊지 않으면서 기다리고 하면……. 괜찮지 않을까? 외롭지 않을 거야. 나.
小五郎:……. (에리는 거짓말쟁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외로워하고 있는데, 왜 거짓말을 하는 거야. 다 내 잘못이다. 멋대로 좋아해서, 너도 날 좋아하게 돼서, 그래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눈 감아 봐. 에리.
英理:(네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도 이어서 순순히 눈을 감았다.) …… 응.
小五郎:(눈을 감은 얼굴을 기억 속에 새기듯 쳐다보다가, 저도 눈을 감으며 입을 맞춘다. 서투르게나마 긴 입맞춤을 남기고 천천히 떨어진다.) …… 미, 미안. 처음이라 별로였을지도 몰라…….
英理:……. (눈을 감고 입술을 누르면 이전에 했던 입맞춤과는 달리 오랫동안 고요한 네 숨이 맞닿았다. 의식적으로 숨을 내쉬며 잠자코 있다 네가 떨어지고 나서 눈을 떴다.) …… 바, 바보. 갑자기 뭐야……. …… …… 좋았어. …… 엄청.
小五郎:…….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러나 하면 안 될지도 모르는 말이다. 좋아한다고 말하면, 네가 무너질까 봐. 긴 기다림의 끝을 울면서 맞을지도 모르니까. 애써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네……. (그러곤 품 안의 너를 놓아주었다.)
英理:……. (품에서 빠져나와 마지막으로 네 뺨을 한 번 더 문질러 주었다. 붉어진 얼굴로 슬쩍 똑같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 이제 갈까?
小五郎:…… 응. (사실 축제고 원래 세계고 가고 싶지 않다. 그저 이 오두막 안에 단둘이 고립되고 싶었다. 속내가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며 네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英理:(손을 놓지 않은 채 오두막 바깥으로 나간다. 발걸음을 옮기며 흘끔 네 얼굴을 중간중간 살폈다.) ……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 코고로 얼굴에 걱정이 다 보이고 있는걸. …… 아닌가? 그냥 기분이 안 좋은 걸까?
小五郎:어? 아, 아니야. 어제 놀란 게 아직 안 가라앉았나…… (고개를 절레절레 털고서 네게 웃는 얼굴을 보였다. 일부러 앞을 보며 평소보다 느리게 걸음을 옮긴다.) 너랑 있는데 기분이 나쁠 리가 없지.
英理:…… 으응. (그렇게 말해도 네 얼굴에서 완전한 불안을 지워낼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럴수록 죄책감은 더 커져만 간다. 아무런 말을 덧붙이지 않고 그저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국수 먹자. 코고로가 잘 먹을 수 있었던 거니까. 그밖에도 찾아보면 먹을 수 있는 게 더 많을 거야. 그럼 기분도 더 좋아질 거고.
에리는 당신을 이끌고 조금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어제의 처참했던 상황을 잊을 만큼, 날씨는 아주 화창하고 맑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파고 들어가는 숲은 나무가 높고 빽빽하게 자라 있어, 내리쬐는 빛이 점점 사라집니다.
小五郎: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영월호부터 에리의 집까지, 그리고 축제가 열리는 시내에서 에리의 집까지…….
총 두 갈래의 산길을 지나왔지만 두 사람이 지금 걷는 길은 여태까지와는 다릅니다.
小五郎:응. 그렇겠지. (아니, 사실은 가기 싫어. 점점 주변이 알 수 없는 곳으로 변해간다. 둘만 있다는 사실만이 변치 않아서 견딜 수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한참을 말없이 고민하다 겨우 물었다.) …… 어디로 가는 거야?
英理:아. (네 물음에 짧은 소리를 내고서 묵묵히 앞만 보며 걷는다.) 평지는 무너진 곳이 많아서…… 산 위로 노점상을 옮겨 진행하기로 했거든…….
小五郎:…… 그래. (거짓말인가 보다. 그럼에도 더 캐묻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전부 내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 그런 거니까. 이렇게 아무런 말 없이 지나가는 시간마저 아쉽다.)
당신과 에리는 산속,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英理:…… 살아남은 요괴는 거의 없고, 있더라도 균열 안으로 추락했겠지.
밤새 몇 번이고 지진이 더 발생하고, 사냥개가 날뛰었어. …… 이렇게 우리의 세계는 멸망하는 걸까?
노점상은커녕 쓰레기통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여긴, 그저 조금 더 으슥한 산속일 뿐입니다.
단 하나 시선을 끄는 것은 금색 새끼줄로 격리된, '거대한 나무'입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굵은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이것은…….
英理:…… 축제는 이제 끝이겠지. 후야제를 너한테 보여주고 싶었는데, …… 아쉽게 됐어.
아, 테이탄 고등학교 뒷산에 있던 거대한 나무, 영월호 앞에 있던 신목과 아주 닮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라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小五郎:…… 그래서? (이미 함께 돌아가길 거절당한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그저 묵묵히 들을 수 있을 뿐이다.)
英理:……. (네 대답은 조금 무정하게 들리는 기분이었다. 네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채 시무룩한 표정을 비치다가, 손을 잡고 새끼줄을 걷어내 나무 가까이로 다가간다.) …… 사실 이계의 신목은 두 그루야.
小五郎:……. (잠자코 네 뒤를 따라 걸었다. 익숙한 나무를 올려다보다, 네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왜 한 그루는 숨겨둔 걸까.) …… 이 나무, 우리 학교에도 비슷한 게 있어.
英理:축제 전야와 축제후야, 100년에 단 두 번 인계와 이계의 잇는 문이야. …… 그래서 코고로를 만나게 된 거겠지. …… 두 그루를 동시에 관리할 수 없어서, 통제에 두는 건 한 그루로 두고…… 이건 숨겼어. 그래서 다들 모르고 있을 거야. (나무를 올려다보다 나무 몸통에 손을 짚었다.)
그렇습니다. 에리의 집이 이렇게 외진 곳에 있었던 이유는, 또 하나의 신목을 지키기 위해서…….
코고로는 무의식적으로 납득하면서, 이 상황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혹은 계속된 거짓말에 화가 났을 수도 있겠죠.
小五郎:…… 왜 너만, 너 혼자만 모든 걸 짊어지고 있는 거야. (모든 일이 그렇다. 떠나버린 사람을 기다리는 이도 너 하나 뿐이었으며, 신목을 수호하는 이도 너 하나 뿐이다. 여기까지 온 이유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입술 사이로 젖은 숨이 흘러나왔다.) …….
英理:…… 거짓말해서 미안해, 코고로…….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더니 결심한 듯 네게 고개를 돌렸다.) …….
이런저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에리와 눈이 마주치면 당신의 몸이 붕 뜹니다.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당신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英理:건강해야 해. …… 코고로. 그럼 안녕.
그 순간부터 다시, 이계의 멸망이 시작됩니다. 흔들리는 대지 위를 딛고 선 에리는 당신과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두고 가면 안 되는데, 이번에야말로 정말 위험할 텐데…….
당신이 에리를 향해 뻗은 손은 닿지 않습니다.
그저 허공을 가르고, 빈 곳을 움켜쥐다, 맥없이 떨어져 내립니다.
문득, 어젯밤에 들었던 짐승의 울음소리가 바로 앞에서 울려 퍼집니다.
에리는 공포에 질리지 않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입니다.
마치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는 억지로 늘린 듯한 풍경의 연속입니다.
이대로라면 에리 역시 어제의 그 사람들처럼,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게 분명한데…….
그럼에도 에리는 당신을 배웅하듯,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마지막으로 눈에 새겨넣으려는 것처럼요.
코고로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여는 에리입니다.
小五郎: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하나 확실한 것은, 그건 당신의 이름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던 것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이전에는 코고로가 무언가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억지로 틈을 내어 벌린 생살 안으로 집어넣어진 기분입니다.
이물질을 주입당한 신목이 당신의 귓가에 비명을 지릅니다.
눈앞에 수많은 점들이 점멸하며, 당신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입니다. SanC (1/1d6)
小五郎:
SAN Roll
기준치: |
46/23/9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검은색, 보라색, 초록색…….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상의 보이지 않는 촉수, 혹은 다리 같은 것이 당신을 감싼다고 느꼈을 때,
타의에 의해 강제로 비틀린 공간과 시간은 제 아가리를 벌려 당신에게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 이야기이자, 지금의 이야기이며, 언젠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코고로가 '본다'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어른들 몰래 창고 문을 여는 어린애가 보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아이는 문득 두툼하고 먼지가 잔뜩 쌓인 책을 집어듭니다.
'이계탐험록'이라고 또렷하게 적힌 표지를 잡고 여는 순간…….
딸랑, 소리와 함께 방울 목걸이가 굴러떨어집니다. 아이는 오밀조밀 작은 손으로 방울 목걸이를 들어, 제 목에 겁니다.
대대로 물려졌다거나, 중요한 물건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 방울만은 목에 걸었을 때 무척 따스한 느낌이 듭니다.
이계탐험록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여행을 끝내고 와서 쓴 책이라고 했습니다.
지병이 있던 먼 선조는 여행에서 얻은 방울 목걸이 덕분에 말끔하게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나, 언젠가 자신의 후대가 소원을 이루어 줄 것이라 믿고 이 책을 썼다는 글과 함께 책은 마무리됩니다.
한참 책에 집중하던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납니다.
딸랑, 아이가 움직이자 방울 소리가 울립니다. 언뜻 보인 아이의 얼굴은, 분명히 당신도 아는 사람입니다.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요? 이계에 대한 모든 것은 당신이 어린 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또한, 에리가 기다리던 선생님은 당신의 혈연이었던 거겠죠. SanC (0/1)
小五郎:
SAN Roll
기준치: |
43/21/8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말도 안 돼……. (전부 거짓말 같아서 얼굴을 감싸쥐었지만, 아니, 감싸쥐려고 했지만 가릴 수 없는 진실이다. 그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말도 안 된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신목 앞을 지키고 선 작은 여우 귀의 요괴가 있습니다.
조금 더 큰 요괴가 말하면, 작은 요괴는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선생님을 기다려야 해요. 많이 아파 보이셨는데, 제가 부축해 드려야 한단 말이에요."
이 작은 요괴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에리입니다.
에리는 눈이 내리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신목 앞을 지킵니다. 때로는 낮잠을 자고, 때로는 신목과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에리는 문에서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립니다.
혹시나 선생님이 돌아왔는데, 자신이 듣지 못했을까 봐, 그게 걱정되어서…….
걱정에도 불구하고 100년, 100년, 그리고 또 100년이 흐릅니다.
축제가 시작해,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인간이 있다면 돌려보내는 건 늘 에리의 몫이었지만, 선생님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분명 그 인간은 공간의 주인님께 저주받은 거야. 기다려봤자 다시는 올 수 없는 몸이 된 게 분명하다고!"
"맞아, 인간은 나약하니까 벌써 죽어버렸을걸."
다른 요괴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든, 에리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간절한 바람은 신념으로 자라났습니다. 선생님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고, 언제나 신목을 지켜왔습니다.
이계도 인계도 아닌 무한한 어둠의 공간, 작은 유리 돔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습니다. 기이한 형상의 그림자들은 유리 돔을 관리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코고로는 그중 절반 가까운 유리 돔들이 엉망으로 박살이 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가늠할 수 없게 거대한, 무수한 다리를 가진 그림자들이 그것을 두고 말다툼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림자를 보고, 멀리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0/1D6)
小五郎:
SAN Roll
기준치: |
42/21/8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한 번에 제거하면 쉬운데, 왜 일을 귀찮게 처리하는 거지?"
"그러면 잔여물이 남잖아. 가급적이면 틀을 유지한 채 청소하는 편이 좋으니까."
미호나 에리가 말한 대로 이계는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있으며,
그들이 이야기하는 '처분'은 이계에 관한 것이라는 걸요. SanC (1/1d4)
小五郎:
SAN Roll
기준치: |
42/21/8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제거니, 청소니, 처분이니. 본 것들을 믿을 수가 없다. 이래서야 완전히 장난감이잖아. 장난감보다 못하잖아. 내가 본 것들은 장난이 아니었단 말이야. 다들 정말로 살아서 숨쉬고 있었단 말이야.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입술을 짓씹었다.) …….
수많은 필름들이 재빠르게 흐르며 당신의 사고에 주입됩니다.
강제로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이야기들에 대해 곱씹어볼 틈도 없이, 의식이 차츰차츰 아득해집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코고로는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익숙한 공기와 지독한 침묵, 당신이 아는 곳입니다.
모든 것이 익숙한 코고로의 세상, 숲과 나무로 가득 차 있지만, 이계의 산과는 확연하게 틀린 이곳은…….
귀신이 나온다는 학교 뒷산, 신목이라고 불리는 나무 앞입니다.
小五郎:…… 아……. (엉망이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다. 온몸이 욱신거리는 듯했다.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를 더듬었다.) 다시 돌아가게 해 줘!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 않아……!
가까운 곳에 당신의 학교 건물이 보입니다. 고요하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평화롭습니다.
코고로가 아무리 신목을 두드려도, 발로 걷어차거나 소리를 질러도, 한 번 닫힌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완전한 단절과 상실감이 당신을 집어삼킵니다. 정말 이렇게 이별이며, 이렇게 끝인 걸까요.
문을 넘어오며 본 기이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킵니다.
어렴풋하게 지금이 매우 늦은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진 않습니다.
나무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건물의 불빛, 창백한 달, 간간이 자동차의 경적이 들리고…….
이제서야 실감이 납니다. 여기는 완전한 인계입니다.
그리고 코고로는 모든 것이 멸망하는 세계에, 에리를 남겨둔 채 귀환했습니다. SanC (0/2)
小五郎:
SAN Roll
기준치: |
38/19/7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小五郎: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사냥개의 울음소리가 잔상처럼 남아, 코고로를 괴롭힙니다.
에리는 무사히 도망쳤을까요? 도망치지 못했다고 해도, 이계의 시간은 인계보다 빠르게 흐른다고 했던가요.
코고로가 어떻게든 이계로 되돌아가더라도, 그때는 너무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되돌아갈 그 어떤 뾰족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코고로에게는 에리처럼 강제로 문을 여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코고로는 어떻게 할 건가요? 집으로 돌아갈까요, 아니면 신목 앞에 남을까요.
小五郎:돌아갈 때가 아니잖아…….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 콜라를 사다 주겠다는 시답잖은 약속도 했다고. 울분이 가득 차오른 얼굴로 주변을 둘러본다. 여긴 인간 세상이니까,) 반딧불이 같은 건 이제 없겠지…….
평소라면 무섭다고 느꼈을 학교 뒷산이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을 만큼 에리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위험에 처했던 당신을 유일하게 구해주고, 따스하게 대해준 사람.
비록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대체품으로 여겼다고 하더라도…….
반딧불이는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처럼, 당신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돕니다. 곧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 빛을 내뿜으면서요.
小五郎:……. (멍하니 제 주변을 맴도는 반딧불이를 보다가 그 뒤를 쫓는다. 그게 마치, 네가 날 부르는 목소리처럼 느껴져서 주먹을 꽉 쥐었다.)
코고로가 유심히 살펴보면, 반딧불이의 날개가 반쯤 찢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반딧불이는 날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추락할 듯 위태롭게 내려앉다가도 금세 날아올라 앞으로 향합니다.
小五郎:…… 힘 내. 나도 그럴 테니까……. (반딧불이가 알아들을 리 없겠지. 조심스레, 너무 가까워져 부딪히지 않을 간격을 유지하며 걸었다.)
코고로는 추락할 때의 여파인지, 오른쪽 발목이 욱신거린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반딧불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산을 내려오다 보면, 잔가지에 볼이 긁히고 나무뿌리에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문득 이계의 산에서 늘 앞장서서 걸었던 에리가 생각납니다. 걷기 쉽도록 가지를 치고, 나무 뿌리를 정리하며 걸어갔던 거겠죠.
밀려오는 멸망에 휩쓸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건 아닐까요? 약한 생각들이 자꾸만 밀려와, 당신의 시야를 가립니다.
小五郎:
정신
기준치: |
60/30/12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은 여기에 멈춰 서서는 안됩니다.
반딧불이는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 주고, 인연의 상대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 준다고 했죠.
반드시, 이 빛을 따라가야만 합니다. 그 끝에 분명히 에리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小五郎:조금만, 참아……. (네게 하는 말이기도, 내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반딧불이에게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끌었다. 마음 같아선 채찍질이라도 하고 싶었다.)
학교 뒷산을 완전히 내려오자, 반딧불이는 잠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펜스를 넘어 교내로 향합니다.
그 빛은 수명을 다해가는지 차츰차츰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小五郎: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학교와 반딧불이를 보자 스치듯 무언가가 생각납니다.
인계에는, 아직 열렸는지 닫혔는지 확인해보지 않은 문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이 이계로 넘어가는 것에 사용한 사물함이죠.
小五郎:…… 열려 있어야 하는데. (문이 닫혔다면 이 몸으로 담을 넘어야 한다. 못할 건 없지만 네게 닿기도 전에 쓰러지면 안 된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교문으로 향했다.)
교문 옆 경비실에서 수위 아저씨는 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테이탄고의 학생인 당신이 펜스를 열어달라고 한다면 분명 열어 주시겠지만, 이런저런 질답 시간을 가지다 보면 시간은 지체될 것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야 하는 당신에게 좋은 선택이 아니겠죠.
총 세 번의 민첩 판정을 거쳐 두 번 이상 성공 시 들키지 않고 펜스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小五郎:
민첩
기준치: |
75/37/15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민첩
기준치: |
75/37/15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민첩
기준치: |
75/37/15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무사히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성공하고, 3학년 B반 교실은 4층에 있습니다.
小五郎:……. (반딧불이는? 이리저리 주변을 살펴 반딧불이를 찾는다.)
익숙하게 계단을 향해 반짝이는 빛이 이동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당신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小五郎:……. (가야 한다. 땅에 발을 딛을 때마다 발목이 시큰거렸다. 하지만 이깟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를 악물고 빠른 걸음을 내딛었다.)
계단이 오늘따라 무척 높게 느껴집니다. 아픈 발목을 끌고 올라가는 것도 무척 고역일 테죠.
마침내 코고로는 교실 앞에 도착했습니다. 교실 문과 창문은 마찬가지로 잠겨있어, 잠긴 자물쇠를 처리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열쇠공, 혹은 근력 판정을 성공할 때까지 시도가 가능합니다.
小五郎: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주변에 문을 부술 만한 도구도 보이지 않아서, 무작정 주먹으로 자물쇠 주변을 마구 내리쳤다. 문이 낡은 덕인지 악을 쓴 탓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걸쇠가 떨어져나갔다. 화끈거리는 손으로 거칠게 문을 열어젖혔다.)
달빛과 야경이 내리쬐는 교실, 코고로의 사물함 안에 익숙한 검은 소용돌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여태 당신을 안내한 반딧불이는, 교실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빛을 다해 스러집니다.
처음 문이 열렸을 때와는 달리, 반짝이는 인도자조차 없는…… 완전한 어둠입니다.
小五郎:……. (기다려. 제발 살아서 기다리고 있어 줘. 반딧불이가 사라진 지점을 잠시 바라보다 사물함으로 다가간다.)
코고로는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하고, 사물함에 가까이 다가갑니다.
이런 불확실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小五郎:(네가 만나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건 성질에 맞지 않는다. 어떻게든…… 단 일 초 만이라도 다시 만나고 싶어. 사물함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이제는 익숙한 어지러움이 당신을 집어삼킵니다.
딸랑, 딸랑. 목에 내걸린 방울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코고로는 또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小五郎:……. (진짜 바보네. 아직까지도 선생님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웃는 듯 우는 듯한 표정으로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 욱신대는 손발은 아무래도 좋았다.)
끔찍한 지진과 정체 모를 괴물들 속에서, 부디 그가 살아있기만을 얼마나 바랐던가요.
에리에게 전할 말이 많습니다. 간신히 만났다는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려버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에리가 보입니다.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SanC (0/1D3)
小五郎:
SAN Roll
기준치: |
36/18/7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끝도 없이 흐르는 붉은 피 속에서, 에리가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응급처치도, 아니…… 당신이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에리는 살아날 수 없을 거라는 걸요.
그는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 가지 못할 것일 테죠.
밟히는 것이 누군가의 시신인지, 폐허 더미의 일부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황량하고 끔찍한 이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에리와 코고로뿐입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에리는 당신을 보고……. 그저 웃어버립니다.
英理:…… 선생님이 아니네. …… 코고로였어.
小五郎:…… 바보, 멍청이. 같이 돌아가자고 했잖아……. (넋이 나간 얼굴로 어쩔 줄을 모른 채 네 뜯겨나간 팔 주변의 허공을 더듬었다.) 바보…….
英理:…… 미안. 코고로……. 제대로 도망쳤을지 걱정했는데…… 이렇게 돌아와 버리면 어떡해. (쓴웃음을 지으며 흐릿한 초점은 확실하게 네 얼굴로 향해 있었다.)
小五郎:제대로 인사도 못 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헤어져. 아직 좋아한다는 말도 제대로……. (목이 메어 말과 숨을 함께 삼킨다. 네 몸을 감싸안으며 이를 갈았다. 그 개자식들.) 용서할 수 없어……. 절대 용서 못 해…….
英理:……. (네 말에 기쁜 듯이 배시시 웃었다. 네게 몸을 기대고서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뜬다.) …… 그럼 지금 말해 줘. …… 듣고 싶어.
小五郎:…… 좋아해. (네 얼굴을 보며 또렷하게 고백했다. 고작 세 글자가 이리도 무거울 수 있는지. 네 뺨을 쓰다듬으며 울상을 지었다.) 에리, 너를 좋아해…….
英理:…… 처음이야. …… 누군가한테 그런 말을 들어본 거……. (숨을 쌕쌕거리며 내쉬다 네 손에 뺨을 부비적거린다.) 아마 말하게 되는 것도…… 처음이 되려나. …… 으응. 좋아해. 코고로……. 짧은 시간이어도 누군가한테 필요로 해지고 사랑받는다는 게, …… 어떤 건지 알려 줘서 고마워.
小五郎:네 처음을 모두 가지고 싶어. …… 내 처음은 모두 네게 주고 싶어. 그러니까……. (네 얼굴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았으나 착각이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계속 좋아할 거야. 네가 언제든지……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할 거야.
英理:…… 정말? 이런 꼴이 되었어도 여전히 날 좋아해 주려고? ……. (자꾸만 감기려는 눈에 힘을 주려 애쓰며 쓴웃음을 짓는다.) …… 괴로운 일, 잔뜩 겪게 해서 미안해. 여기에 온 이후로……. …… 후후, 아쉽다. 코고로가 멋진 어른이 되는 모습, 나도 곁에서 같이 지켜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小五郎:외모 같은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어.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뱉으면서도 자꾸만 네 상태를 살폈다. 강한 요괴라던 너는 지금 제 품 안에서 너무나 나약하게 보였다. 고개를 숙여 눈가에 입을 맞춘다.) 사과하지 마. 거짓말해도 돼. 나쁜 짓을 해도 돼. …… 언젠가 돌아오기만 해 줘. 기다릴게. 계속 계속 기다릴게. 어른이 되고, 할아버지가 되고, 죽기 직전이라도, 아니 그 뒤라도 좋으니까…….
英理:……. (울상이 된 얼굴로 널 올려다보다 이내 작게 훌쩍이는 소리를 냈다. 걱정을 끼칠까 또다시 우는 모습을 보여 주긴 싫었는데. 이미 시야가 희뿌얘져 입술을 짧게 깨문다.) …… 내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코고로를…… 그렇게 기다리게 만들 가치가 있는 여자야?
小五郎:…… 너는,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대단해. 누군가를 그렇게 오래 기다렸잖아. 그런 멋진 여자가, 나를 좋아한다는데……. 바보. 에리는 나보다 더 바보야. (네가 울기 시작하자 가까스로 입꼬리를 올리곤 몇 번 더 입을 맞춘다.) 이번엔 내가 기다릴게. 언제까지나 계속 기다릴게.
小五郎: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에리는 분명 코고로의 선조에게 방울을 줬고, 그로 인해 선조는 삶을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요력이 생명력과도 이어진다면, 방울을 돌려줬을 때 에리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英理:…… 그치만 코고로에게 같은 기억을 안겨 주고 싶지는 않은걸. (울먹임이 뒤섞인 어투로 칭얼거리며 네가 입을 맞출 때마다 눈을 감았다 떴다. 오랜 시간 동안 희망 고문에 가까운 기대감과 더불어 커졌던 외로움은 이미 커지다 못해 무뎌지기까지 했었으니까.) …… 너무 힘들면, …… 그러면 다른 사람이랑 지내고 있어도 화내지 않을게.
小五郎:나는 너랑 같은 걸 가지고 싶어. 다른 사람은 쳐다도 안 본다고 했지? (네 칭얼거림에 단호히 대답하곤 조금 더 길게 입을 맞춘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데, 가치를 논할 필요도 없다. 가만히 네 얼굴을 보다 주섬주섬 목걸이를 풀어 네 남은 손에 쥐어주었다.) …… 선생님은, 몸이 아픈 사람이었대.인계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는데 돌아와 버렸대. 그런데…… 이 방울이 있어서, 아픈 게 전부 나았대. …… 그리고…….
英理:……. (더듬더듬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에 방울을 감싸쥐었다. 갑자기 사라져 버렸던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다시 네게로 시선을 돌렸다.) …… 그리고……?
小五郎:아마 이 방울을 소중하게 보관했겠지. 여기에서 겪은 일들을 책으로 쓰면서 언젠가는 돌아오고 싶다고, 본인이 아니면 후손이라도 그러길 바라셨을지도 몰라. (네 몸을 소중히 안고서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인간의 명은 짧잖아. 그 자손의 자손, 또 자손과 자손이 핏줄을 이어나가고……. 어느 날, 어떤 아이가 그 책을 읽었어. 목걸이도 목에 걸었지. 그렇게 어린 날의 기억으로 남겨두고 살았는데…… 갑자기 어떤 사물함 속으로 빨려 들어간 거야. 그 뒤로는…… 너도 알고 있지.
英理:…… 역시. (네 이야기가 끝나면 입꼬리를 올렸다.) …… 이 방울을 보고 짐작했어. 분명 선생님과, 관련이 있는 사람일 거라고……. …… 그런데 그런 사람한테 사랑받다니, 난 행운아야. (네가 제게 이 방울을 건넨 의도는 짐작이 갔다. 그랬기에 제 손을 네 앞으로 다시 되돌려준다.) …… 긴 시간 동안 이 방울은 곧 인연의 결정체가 되어 줬어. 코고로가 신목을 보고 이계의 말을 알아듣고, 나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이 방울 덕분이야. …… 그러니까. 이 방울을 줘 버리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몰라.
小五郎:…… 하지만, 에리. 그렇지만……. (목걸이와 네 얼굴을 바라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기뻐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모르겠다.) 이게 있으면 네가 다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 돌아가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시도 정도는 해도…….
英理:…… 코고로. (조금씩 감겨가는 눈꺼풀의 시야가 탁했지만 굳은 확신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무거운 숨을 내쉬며 고개를 작게 기울인다.) …… 정말 정말로, …… 나를 기다려 줄 의향이 있어?
小五郎:응. 무조건 기다릴 거야. 네가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기다릴 거야. (고민조차 하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 그보다 네 온기가 점점 사라지는 것만 같아서, 겨우 웃고 있던 표정도 내던지고 네 몸을 고쳐 안았다.) 에리…….
英理:(힘이 빠져나가는 몸을 네게 완전히 맡기고서 애써 입꼬리를 올려 보인다.) 지금 죽는다면, 난 언젠가 다른 생명으로 되살아날 거야. 하지만 네가 방울을 잃는다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겠지. …… 코고로, 나는 너와……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 기다려 줄래? 내가 선생님을 기다렸던 것처럼……. (그리고는 네 손에 목걸이를 올려 건네 주었다.)
小五郎:…… 알았어. 네 말, 잘 듣기로 했으니까……. (목걸이를 손에 쥐었다. 너의 끝도 내가 지켜보리라. 다시 태어나는 순간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르니, 이것만은 내가 전부 가지겠다. 북받치는 눈물을 기를 쓰고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릴게. 으응, 기다릴게…….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에리는 죽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신목 근처에 몸을 뉘였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에리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코고로'와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붉은 끈의 인연은, 올곧고 똑바르게 당신과 에리를 잇습니다.
英理:…… 어떤 모습이어도 날 싫어하면 안 돼. 그동안 짧지만 함께했던 시간들, 약속 모두 잊어서도 안 돼……. 기다려 주겠다고 했으니, 나는 평생 그 말 잊지 않을 거야. 다시 태어나도……. (목걸이를 건네 준 손이 미끄러지듯 힘없이 떨어지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 다행이야. 코고로를 만나서 다행이야…….
小五郎:…… 에리? 잠깐만, 에리? (너무 빠르다. 좋아한다는 말도 이제 겨우 했잖아. 욕심은 가질수록 늘어난다지만 이 정도는 욕심도 아니잖아. 축 늘어진 네 몸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 고개를 숙이고 귓가에 속삭였다.) 좋아해. 아주 많이 좋아해.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땐, 네가 먼저 말해줘야 해…….
英理:…… 반드시 다시 만나러 갈게. 좋아한다고, ……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말, 꼭 하러 갈게. …… 그땐,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불을 밝혀 줘.
에리의 몸은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되어 흩어집니다.
어느 밤의 호수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반딧불이는 당신을 둘러싸고, 너울너울 갖가지 색을 흘리며 춤을 춥니다.
반딧불이가 내뿜는 빛은 무척이나 따스해, 꼭 에리가 당신의 곁에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신목이 제 무게를 가누지 못하고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가야 할 시간이 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小五郎:…… 꼭 다시 만나. (네가 사라지고 나서야 눈물이 쏟아졌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주변을 물들인 빛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리려면 강해져야 한다. 너보다 더 강해져서, 다시 만났을 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끌고 신목에 가까이 다가간다. …… 너는, 여기서 나무에게 말을 걸곤 했지.) …… 에리를 만나게 해 줘서 고마워. 이제…… 돌아가자.
반딧불이와 함께, 코고로는 한 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잊지 말고, 이 빛을 따라가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약속되어 있어.
당신이 에리를 기다리는 시간은 10년이 될 수도, 10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에게는 기다린다는 목적이 있어서, 평화로운 나날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기대에 찬 하루를 보낼 겁니다. 당신이 언젠가 아이가 생긴다면, 방울과 함께 그 만남을 맡길 수도 있겠죠.
인연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몇백 년의 시간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마음을 소중히 하며…….
훗날의 만남을 기약하며 두 사람은 잠시 이별합니다.
인연이 끊어지는 일은 없기에,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가을과 겨울의 경계답게 창문 틈새로는 쌀쌀한 밤바람이 들이치기에, 당신은 무릎 위의 담요를 고쳐 덮습니다.
당신의 아름답던 순간은, 가족은,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은 세월의 흐름이 앗아갔겠죠.
10월의 그날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세월은 당신의 소중한 기억마저 걷어가려 합니다.
잊지 않은 것은 단 하나, 당신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어떤 사람인가요, 어떤 말투를 지니고, 어떤 성격이었으며, 어떤 사건이 있었던가요. 기억은 일부가 됩니다.
당신의 세상은 낡아가지만, 당신이 지닌 방울만큼은 언제나 새것처럼 반짝입니다.
매년마다 기억에 의지해 찾아온 옛 모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허탈하고 그리운 마음만이 가득해, 숙소에 들어온 지금까지도 창문 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음에도, 앞이 뿌옇게 번져갑니다.
묵직하게 눈가에 고여오는 것은 낯선 감정입니다. 당신은 이 빛을 너무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약속해 주는 빛이 소중해서, 이제는 그 광경을 쫓아갈 수 없는데도, 가장 그리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당신은.......
당신은 창문을 밀어젖힙니다. 매큼한 매연에 기침이 차오릅니다.
창문 밖은 도심이며, 회색 세상 위로 분명하게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경적, 행인의 말소리, 익숙한 소음을 비롯한 잡음이 일제히 소거됩니다.
무릎을 덮고 있던 담요가 흘러내리고, 짚은 창틀이 위태롭게 흔들려도 당신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다른 세계에 빠져드는 것처럼 몸이 가볍습니다.
곧게 뻗은 마른 손바닥 위로 차가운 것이 흩어집니다. 창문 밖으로 몸을 빼고 정신없이 누군가를 찾노라면, 반짝이는 반딧불이 하나가 당신의 시야를 가로지릅니다.
당신은 그 빛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내릴 것이고,
그리고 보겠죠. 모든 것이 잿빛인 풍경 속에서, 오롯이 붉은 우산을.
우산의 주인은 낯익은 뒷모습을 한 채, 눈 내리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인연은 이어지고, 대물림되고, 마침내 마주하는 것. 흩날리는 눈발은 그날의 나뭇잎과도 같습니다.
찬바람은 날카로운 면도칼처럼 얇은 피부를 내리긋고, 목구멍에서는 금속의 마찰음 같은 쇳소리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우산을 쓴 사람은 당신을 향해 천천히 돌아봅니다.
너무나도 길었던 10월이 끝나고, 드디어 찾아오는 것은 11월의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