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건 이후로도 벌써 반년이 지났습니다.
팬텀 블루 로즈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지만, 강한 빛이 있으면 어둠도 따라오기 마련이죠.
어느 순간부터 괴도를 향한 소문들이 도시에 퍼져가기 시작합니다. 아주 악질적인 소문이 말이에요.
그중 가장 두드러진 건, 팬텀 블루 로즈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한 달 전부터 도시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은, 그 방식도 대상도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별개의 사건으로 취급되었습니다만, 현장에는 언제나 푸른 장미꽃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야 팬텀 블루 로즈가 자신의 상징으로 장미꽃을 쓰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살인자가 단순히 사칭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 도시의 사람들은 팬텀 블루 로즈를 두려워하고, 미워합니다.
경찰: 아, 잠깐만, 선 안으로 넘어오지 마세요. 현재 감식 중이거든요.
물론 생활안전과인 당신이 할 일은 현장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서 있다 보면, 사람들이 심각한 얼굴로 오갑니다.
유명한: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경찰B: 동일범의 소행이 분명한데도, 전혀 일치하지 않아. 어쩌면 이건 한 명이 벌인 짓이 아니라…….
경찰A: 자료 좀 다시 보자. 어디 있다고 했지?
유명한:(일 좀 할까. 주변 눈치를 슬쩍~ 본다.)
유명한:(저쪽 차가 어느 차야. 일단 가장 가까운 차가 있는 곳으로 간다. 나도 경찰이고? 형사고? 경찰차에 좀 들어갈 수 있고?)
일행이 타고 온 경찰차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안에서 사건의 자료가 담긴 [파일]을 획득합니다.
파일 외에는 목캔디나 비타민 드링크 등등이 있네요.
유명한:(캔디와 드링크를 먼저 주머니에 쑤셔넣고 파일을 살펴본다. 잠깐, 누가 보고 있진 않나?!)
유명한:(보고서를 발로 쓰나……. 목캔디 한 알을 까서 입에 넣고 서류를 쭉 읽었다. 근데 나는 밥 안 먹어?)
공통점이 전혀 없는 사건에서의 유일한 공통점은 푸른 장미꽃의 생화입니다.
이 도시에서 푸른 장미꽃이 뜻하는 바는 오직 한 가지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자신을 나타내는 단서를 현장에 흘리고 다닐 것 같진 않은데, 범행 전에 예고장을 보내는 그 기행을 보면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파일을 다 읽으면, 마지막 페이지에 이 도시의 지도가 첨부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유명한:(날뛰고 다니니 사칭범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지. 지도 정도는 쓱싹해도 문제 없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한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장소들이 동그란 선으로 표시되어 있네요.
한곳에 몰려 있지 않고, 도시 여기저기로 퍼져 있는 게 도리어 기묘합니다.
유명한: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 장소들, 어쩐지 위치가 신경 쓰이지 않나요?
마치 어떤 규칙 위에 배열된 것처럼. 선으로 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 하나로 장소들을 잇다 보면, 확연한 별 모양이 됩니다.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기시감이 드는걸요.
피에 젖은 제단과 바닥에 그려진 기이한 마법진의 기억이 당신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캔디랜드. 모두가 사랑하는 이 도시의 랜드마크, 놀이공원입니다.
유명한:(우연일 리가 없지. 항상 우연이라 생각하다 뒤통수만 얼얼해졌다고. 지도를 잘 접어 수첩에 끼우고 주머니에 넣는다.)
갑자기, 당신이 차고 있던 차의 창문을 누군가 강하게 두드립니다.
상사: 야, 인마! 농땡이 부리고 차 안에서 노닥거리기나 하고 있어?
유명한:예? 예?! (창문을 스르륵 내린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목이 좀 말라서. 하하. 하하하…….
상사: 이게 이제 익숙해졌다고 빠져가지고……. 얼른 복귀해!
유명한:아니, 저도 짬이 있는데……. 예에. (목캔디 한 움큼을 더 챙겨 주머니에 넣고 나간다.)
이런, 더 혼나기 전에 일로 돌아가는 게 좋겠네요.
당신은 현장에 복귀했어요. 가볍게 순찰을 돌까요? 아니면 자리를 지킬까요?
유명한:가만히 있기도 뭐하니까 한바퀴 돌까. (눈치 봄. 상사 어디?)
유명한:좋아. (바로 껄렁껄렁 걸음을 옮긴다.)
걸음을 옮기면 당신의 생활안전과 동료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사건의 정보를 추가로 얻어보거나, 혹은 순찰을 마저 돌아도 괜찮습니다.
유명한:뭐 좀 있었대? (동료들 사이에 얼굴을 들이민다.)
동료A: 아, 유 형사님. 그건 아니고, 저번 현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아마 두 번째 현장이었을 거예요. 온통 검정 일색의 사람이 피를 묻힌 채 돌아다니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동료A: 팬텀 블루 로즈요? 아, 그런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유명한:그런 사람이 있었는데 임의동행도 안 한 거야? 팬텀 블루 로즈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잖냐. 여자한테 홀려가지고, 다들. (딱콩.)
동료B: (딱콩맞음) 소문이라잖아요~ 소문~~!
동료A: 조직적인 범행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공통된 사건이지만 한 사람의 짓이라고 생각하긴 힘들다던데요. 괴도는 확실히 개인이었죠?
유명한:경찰이 소문만 믿으면 어쩌냐. 그 도둑놈이 죽고 싶은 게 아니면 이렇게 티를 내면서 사람을 죽이고 다니겠어? 정말 어디 조직에서 일 치는 거 아닌가 싶다.
동료A: 정말 무시무시한 사건이에요. 사람들이 부쩍 긴장하고 있어요. 여러분들도 깊은 밤에는 혼자 다니지 마세요.
그렇게 동료들과 이런저런 잡담을 하고 있으면......
우여곡절 끝에 오늘의 업무가 끝났습니다! 퇴근입니다!
유명한:(?) 퇴근해야지. (목캔디 주물주물…….)
현장까지의 거리는 어느 정도인가요? 어떤 수단으로 돌아갈 것인지도 생각해 봅시다.
유명한:김 형사야~ 나 데려다 주라. (얻어타자!)
동료B: 네? 저요? 아...... 그러죠, 뭐. 방향은 똑같으니까. 대신 오늘 밤에 데이트가 있어서 가는 길목에서 내려드려도 되죠?
유명한:데이트? 데이트???? 누구냐. 예뻐? (친한 척 슥 붙는다…….)
동료B: 당연히 예쁘죠~ 저 눈 높은 거 아시잖아요. (슬쩍 떨어져서... 먼저 운전석에 탄다.)
유명한:염불 외던 팬텀 블루 로즈보다? (쳇. 조수석에 타서 안전벨트를 꼭꼭 맨다.)
동료B: 저 그 사람 얼굴 잘 몰라요. 물론 예쁘다는 느낌은 있긴 하던데. 그 사람이 취향이세요? (따라서 안전벨트 매고 평화롭게 출발한다.)
유명한:아니. 얼굴은 나도 몰라. 그리고 내가 지금 여자 얼굴 보고 다닐 때냐. (목캔디를 또 한 알 입에 넣는다. 이 정도론 당뇨 안 오겠지……. 그치.)
동료B: 아니~ 전부터 자주 얘기하시는 것 같길래. 관심 있으신가? 했죠. 아니면 말구요. ㅎㅎ
유명한:내가 언제 자주 얘기했어?! (울컥;)
동료B: 아니에요? 아니, 그치만 저번에 잡아오셨던 것도 유 형사님이시고....... 용케도 잡으셨던데요. 도망가긴 했지만. 어떻게 잡으셨어요?
유명한:그쪽에서 먼저 왔어. 이상하지? 진짜 이상한 놈이야. 잡은 거야 뭐……. 그렇게 날고 기는 놈 치고 약골이더라. 그렇게 약골이어도 되나? 도둑이?
동료B: 진짜요? 그쯤 되면 둘이 무슨 사이신 건지……. 경찰과 도둑을 빙자한 사랑놀이 아니에요? 농담, 농담~ 아. 여기서 세워드려도 되죠?
유명한:뭐??????? 네가 지금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나한테까지 그럴래? 어? 뻔히 내 사정 알면서? 흥……. 어. 여기 내려서 걸어가면 되겠다. 땡큐.
당신은 동료의 차에서 내려 당신의 집이 있는 골목으로 걸어갑니다.
항상 이 골목을 지날 때면 수상한 사람과 만나지 않을지 주위를 둘러보며 가곤 했었습니다.
겨우 가로등 하나만 음침하게 켜진 골목길인데, 오늘은 가뜩이나 등불의 상태가 안 좋은지 내내 점멸하고 있습니다.
유명한:아니, 이런 건 좀 그때그때 갈지. (괜히 등골이 시린 기분이다. 완전히 불 나가기 전에 들어가야지. 주변을 휙휙 둘러보며 파워 워킹을 이어나간다.)
유명한: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부스럭거리는 소리, 발을 끄는 소리. 가장 어두운 골목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유명한:? (뭐야. 혹시 몰라 휴대폰을 손에 쥐고 골목 안쪽으로 머리만 빼꼼 내민다.)
유명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가장 어두운 골목 안쪽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집니다.
고양이라고 하기엔 너무 크군요. 사람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유명한:(왕 고양이는 아니겠지. 기척을 죽이고 아주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간다. 이럴 때만 겁이 없다.)
벽을 짚은 손은 온 체중을 지탱하고 있는 듯 당장이라도 꺾일 것 같고, 허리는 잔뜩 숙이고 있네요.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쓴지라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가 한 발짝을 옮길 때마다 어디선가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유명한:이봐요. 괜찮아요? (수상한 놈이 아니라 다친 사람 같은데. 숨기던 기척도 신경쓰지 않고 급하게 뛰어간다.)
안도하는 듯한, 쉰 목소리로 당신을 부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그대로 쓰러집니다.
유명한:이게 무슨……. (쓰러진 몸을 다급히 안아들고 휴대폰 화면을 켠다. 구급차. 구급차를…… 아니, 내가 병원까지 들고 가는 게 낫나? 머릿속이 어지럽다.)
그는 어두운 색들의 옷을 입고 있고, 몸을 안아들자 상당히 축축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건...... 피 같네요. 그러나 이 사람이 다쳤다기보다는, 남의 피가 묻은 것에 가까워 보입니다.
유명한:또 무슨 이상한 일에 손을 댄 건데. (제기랄. 혀를 차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제대로 들쳐안았다. 경찰서로 데리고 가면 나까지 휘말리는 거 아닌가. 아무리 이 자식이 도둑이라곤 하지만 피해를 봤을 수도 있고……. 일단 뺨을 톡톡 두들긴다.) 정신 좀 차려. 야.
병원에 데려가기에는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고......
경찰에 신고할까요? 음, 그러기엔 그가 당신을 보고 안도했던 것 같은데요!
유명한:(신고하고 싶다……………………………….)
(하지만 그럼 또 강력계에 뺏기겠지. 싫은데. 어쩔 수 없군. 일단 그대로 어깨에 들쳐메고 집까지 걸어간다. 근데 이거 누가 보면 내가 나쁜놈 아니냐.)
당신은 그 사람을 어깨에 업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쓰러진 사람을 옮기는 건 꽤 힘든 일임에 분명합니다.
집에 들어오는 동안 다행히 아무도 목격자는 없어 보이네요.
유명한:에휴……. 일진 한 번 사납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침실로 데려가 널 눕힌다. 불, 불부터 켜야지. 벽을 쓸어 불을 켜려다 보니, 잠깐만. 온통 피범벅 된 거 아니야?) 아 진짜!!!!
당신 옷의 어깨 부근이 피로 젖어있는 것 같습니다...
유명한:이 여자가 대체 정신머리를 어디에 빼고 다니길래. (한숨만 푹푹 쉬며 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않고 물에 적신 수건을 가져온다. 피 좀 닦아주고, 옷도…… 입힐 만한 게 있으면 갈아입히고. 정신 좀 차리면 유치장에 집어넣어야지.)
당신은 그 사람에게 묻은 피를 닦아줍니다. 그동안 이 사람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유명한:으음……. (얼굴을 잘 살펴보곤 소지품이 있나 뒤져본다. 신분증 없어? 신분증!)
모자 너머로는 괴도 모습 때와는 다르게 길게 풀어내린 암갈색 머리카락이 가장 눈에 띄며, 그리고 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화장이 진한 것도 같고. 팔 부분이 살짝 찢어져 상처가 보이는 회색 니트는 이곳저곳 피로 물들어 있습니다.
무릎 아래도 잔상처로 인해 군데군데 흠집이 나 있네요. 가면을 쓰고 있을 때는 몰랐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유추하기도 쉬울 것 같습니다.
만약 잠들어 있는 그의 가방을 뒤지길 원한다면 소지품 정도도 확인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유명한:(그 목소릴 생각하면 확실한 것 같지. 얼굴은 모르지만 아무튼. 그리고 아니더라도 신고하려면 신상정보 정도는 아는 게 좋으니까. 이것만 보고 응급처치도 해 주자. 능숙하게(…) 가방을 뒤진다.)
핸드백 안에서 나온 건 지갑, 립스틱, 포도 맛 껌입니다.
유명한:……. (가방에 목캔디 한 주먹을 넣어주고 지갑을 펼친다. 신분증!!!!!!!)
지갑 안에는 만 원짜리 지폐 몇 장과......
유명한:? (고양이 사진을 빤히 본다. 어떤 고양이?)
러시안 블루 고양이입니다. 기르는 고양이일까요?
유명한:(정보는 많을수록 좋지. 그런데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이 주민등록증도 안 들고 다니냐. 쳇. 지갑을 곱게 제자리에 넣고 구급상자를 가져온다. …… 옷 좀 벗겨도 괜찮…… 겠지……?)
아직 눈을 뜰 기색은 보이지 않지만, 한층 안정적인 숨소리를 봐서는 잠에 든 것 같기도 하네요.
유명한:그럼 미안하지만, 난 댁한테 아무런 사심이 없으니까. 응. (일단 상처를 다시 확인한다. 팔하고. 무릎 아래? 스타킹 신고 있어? 아니면 바지?)
왼쪽 팔과, 그리고 다리에는 스타킹을 신고 있습니다.
유명한:(스타킹부터 익숙한 듯 벗긴다. 야밤에 외간 처녀 옷이나 벗기고 있네. 투덜거리는 사람 치고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바르는 표정은 진지하다.)
유명한:
응급처치
기준치: |
50/25/10 |
굴림: |
57 |
판정결과: |
실패 |
난 다치는 입장이지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고. (니트를 벗기고 팔도 어떻게든 해 본다.)
유명한:
응급처치
기준치: |
50/25/10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유명한:역시 난 천재야. (만족스럽게 보고 제 잠옷을 한 벌 꺼내 대충 갈아입힌 뒤 이불을 꽁꽁 싸매준다.)
유명한:이게 뭔 짐덩어리야. 정말. (계속 툴툴거리며 침실에서 나가 맥주 한 캔을 들고 소파에 앉는다. 아침 되기 전에 깨겠지? 그치?)
일련의 과정을 모두 마치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나, 한숨 돌렸을 때쯤......
유명한:?! (일어났나. 조금 졸고 있다가 번쩍 깨선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간다.)
깨어난 그 사람은, 조금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어, 어라? …… 왜 여기에……. (네 얼굴을 보고 얼떨떨한 표정을 하더니 빠르게 눈을 굴린다.) …… 아. 저, 누, 누구세요!?
유명한:어라. (그 도둑놈이 아닌가. 덩달아 당황해선 말을 더듬는다.) 그, 그, 예? 그게, 그쪽이 길에서 쓰러지는 바람에, 그렇게 됐습니다……?
?:아, 그, 그렇구나~……. (멋쩍게 소리내어 웃고는 이불에서 나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제가 쓰러졌었나요……? 너, 너무 실례가 많았었네요…….
유명한:거 다 큰 아가씨가 피를 뚝뚝 흘리고 있으니까……. (괜히 시선을 천장에 두고 문턱에 발을 꼼지락거리며 말을 보탠다.) 동네에서 본 적 없는 사람 같은데, 무슨 일입니까?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지나가던 길! 아, 쓰러진 건 제가, 그…… 야, 야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피곤했나 봐요.
유명한:지나가는 일에 팔다리를 찢기고 그러고 있어요? (아~ 수상하다. 이 말투……. 금세 기세가 돌변해선 침대 앞까지 다가간다.) 그럼 왜 형사님이라 불렀냐?
?:……. (급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발치를 내려다본다.) 제, 제가 그랬었나요……. 잘못 들으신 게…….
샐깔:아가씨. 경찰한테 거짓말하면 잡혀간다? (네 앞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올려다본다.) 이미 벗은 몸도 봤는데 솔직한 대화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아?
유명한:아가씨. 경찰한테 거짓말하면 잡혀간다? (네 앞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올려다본다.) 이미 벗은 몸도 봤는데 솔직한 대화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아?
?:…… 네? (이어지는 네 말에 그제서야 제 옷차림을 내려다본다. 이내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침대 구석으로 빠르게 물러나 멀어진다.) …… 아니, 그럼 옷을 갈아입히신……. 저기요, 아저씨! 미쳤어요!?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유명한:웃기는 사람이네. (마치 뒤쫓듯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는다. 이렇게 된 거 좀 놀려먹을까.) 아가씨가 안아 달라고 했잖아? 혹시 이제와서 발뺌할 셈이야? 좋다며?
?:…… 제, 제가요? (여전히 당황한 얼굴로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기억이 날 리가 없었다. 곧 인상을 찌푸리며 발끝으로 네 옆구리 부근을 툭 건드렸다.) 이봐요. 기억 안 난다고 없는 말 지어낼래요? 만약에 그게 진짜라고 하더라도 저는 심신미약 상태였는데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무슨 짓을 한 거라면 엄연한 범죄인데요? 형사가 그래도 돼요?
유명한:심신미약 상태인지 뭔지 일단 사람이 구해줬으면 감사합니다, 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상식이 부족해? 그래서 도둑질이나 하고 다녀? (네 말에도 까딱 않고 오히려 발목을 잡아채 가까이 당겨 코앞까지 얼굴을 마주한다.) 순순히 형사님이라 부르는 걸 보니 이제 내가 누군지 드디어 기억이 나셨나 봐.
?:앗, ……. (네게 바짝 가까이 거리가 좁혀지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시선을 힐끔 피하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놓는다.) ……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형사님 같은 사람한테 상식이라느니 그런 소리 듣고 싶지는 않은데요. …… 그래서 뭐, 또 잡아가기라도 하시게요? …….
유명한:요게 아주 입만 살았네. 지금 잡아가면 넌 연쇄살인으로 종신형이야. 알아? (벌컥 화를 내며 붙든 다리를 들어올렸다 팡팡 내리친다.) …… 무슨 일인지나 말해. 이번엔 또 어디에 손을 댔길래 그 꼴로 엎어져?
?:아, 자, 잠시만요! 잠시만요. 아니라구요……! (금세 울상이 되어서는 낑낑대며 발버둥을 치고는 가지런히 두 다리를 끌어모았다. 다리를 끌어안고서 조금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푹 파묻는다.) …… 쫓기고 있어요.
유명한:쫓겨……? (의아한 표정으로 네 말을 곱씹으며 고민하더니 머리에 손을 뻗어 슥슥 쓰다듬는다. 아무래도 계속 윽박지르는 건 안 먹힐 것 같고.) …… 저번에 그 일 이후로? 사이비 놈들이?
?:……. (눈에 띄게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그때의 잔당이 아직 남아 있어요……. 야수회는 해산됐지만, 사교도 집단은 어디서나 존재하니까요. …… 아까 형사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위험했을 거예요.
유명한:그러니까 안전하게 잡혀있었어야지. 말괄량이 어린애도 아니고……. (근거만 있다면 경찰에서 싹 잡아들이는 것도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작게 앓는 소리를 내다가 네 턱을 잡아들어 눈을 마주친다.) 더 다친 곳 있어, 없어?
?:(네가 눈을 마주하자 한층 누그러진 얼굴로 바라보다 휙 고개를 돌려버린다.) ……. 어차피 다 벗겨 보셨다면서요. 알아서 보셨을 텐데 뭘 물어요.
유명한:진짜 다 벗어 볼래?! (이번엔 손 대신 제 고개를 움직여 시선을 맞춘다.) 빨리. 나 기다리는 거 싫어해.
?:이미 다 봤는데 뭘 묻냐고요! 저질 형사. (원망스러운 눈을 담아 널 노려본다.) 없어요. 됐어요? …… 대부분은 이미 아문 지 오래니까 신경 안 써도 돼요.
유명한:너 지금 되게 관심 끌고 싶은 사춘기 꼬맹이처럼 보이는 거 아냐? (대부분 아물었다니. 지가 무슨 사이비 헌터야 뭐야.) 아 안 봤어! 안 봤다고! 그냥 상처만 치료하고 옷이 개판이라 갈아입힌 거야! 형사를 뭐로 보고…….
?:시끄러워요. 저랑 나이 차이도 많이 안 날 거면서 되게 뭐라고 하네……. 갈아입혀 준 건 맞잖아요, 그럼 봤다는 거잖아요! 어떻게 안 보고 갈아입혀 줘요? 아, 나 오늘 속옷 뭐 입었지……. (작게 중얼거리며 옷깃 안쪽으로 고개를 숙여 살핀다.)
유명한:하. 젖비린내 나는 애는 관심 없거든. 뭐가 이렇게 예민해. 그냥 유치장에 처박을 걸 그랬네. (한참 큰 옷을 입고 꼬물거리는 게 우습긴 하다. 아예 제 허벅지에 팔을 얹어 턱을 괴고 비뚜름하게 그 꼴을 쳐다본다.) 속옷은 엄한 거 입으면서 하는 짓은 왜 일곱 살인지 몰라.
?:……. (널 흘겨보는 눈길을 계속했다. 다 본 거 맞잖아. 짜증 나네…….) 젖비린내 나는 애 취급을 해 줘서 고마워 해야 하는 지, 원. …… 됐어요, 속옷을 봤든 어쨌든 어차피 지금도 저 잡아가실 생각만 만만이잖아요.
유명한:오래 살면 뭘 해. 하는 짓이 그런데. (끝없이 비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가고 싶어? 뭔가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 줄 알았다만. 가고 싶으면 급행으로 데려다 드릴게. 가자.
?:(네 태도에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쉰다.) …… 부탁하면 들어 주려고 했어요?
?:저번과는 스케일 자체가 달라요. …… 그 녀석들이 꾸미고 있는 짓들은……. …… 사전에 막지 않으면 큰일이 벌어질 거예요. (시선을 떨군다.) 저 혼자서는 무리예요. …… 이건 인정할게요.
유명한:흠……. 그거, 지금 계속 벌어지고 있는 살인 사건하고 관계 있어? (있으면 나 정말 잘릴지도.)
?:네, 맞아요. 그런데 그거……. (팟 고개를 들고서 눈썹을 늘어뜨린 채 네 다른 손의 새끼손가락을 약하게 붙잡았다.) …… 저 아니에요…….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유명한:알아. (별 것 아니라는 듯 즉답하곤 잡힌 손을 살살 흔들었다.) 그놈들한테 찍혀서 그런 거겠지. 더 알고 있는 거 있으면 미리 말해라. 안 그래도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었어.
?:(고개를 양쪽으로 저었다.) …… 제가 원흉이라고 생각한 탓인지 추적이 집요해졌다는 것밖에는 몰라요. …… 도움이 필요해요.
이 괴도가 지금까지 당신을 비롯한 경찰의 속을 얼마나 썩였던가요.
하지만, 그가 살인사건의 누명을 썼단 건 어째선지 믿고 싶어집니다.
불현듯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납니다. 거실인가요?
유명한:그럼 더더욱 숨었어야지. (몇 마디 더 훈계를 하려는데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자 침대에서 일어난다.) 침대 밑에 숨어. 숨소리도 내지 마.
?:아, 안 돼요. 그럴 수는 없어요. 위험하잖아요……. (네 말을 듣지 않고 저도 침대에서 따라 내려와 널 뒤따른다.) 저한테 제 몸을 지킬 수 있는 힘 정도는 있어요. 그러니까…….
유명한:사람 말 좀 들어라! 넌 아까 도망쳤다고 할 테니까 좀 숨어! (네 어깨를 꼭 쥐고 아주 작게 소곤거린다.) 힘이 있어서 그렇게 다치고 다니냐? 너야말로 경찰 좀 믿어. 빨리 들어가.
?:…… 그럼 조금만 보기만 할게요. 상황만 보다가 숨어야 할 것 같으면 들어갈 테니까……. (머뭇거리며 침실의 문앞에서 서성인다.)
유명한:눈에 띄잖아. 하……. 문 열지 말고 듣기만 해. 알았어?! (네 몸을 다시 침대로 밀치고 거실로 나가며 침실 문을 꽉 닫는다. 뭐야.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거냐. 이럴 줄 알았으면 서로 갈 걸 그랬네.)
유명한:
회피
기준치: |
37/18/7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은 것 같은데, 뭔가가 당신의 뺨을 스치고 날아가 벽에 박혔습니다.
뒤를 돌아보기가 아주 두려워져요. 스친 뺨이 화끈거리며 아파옵니다.
손으로 만지면 피가 흐르고 있어요. 이거, 어쩌면 혹시……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유리가 깨지고, 무언가 벽에 박히고, 전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총을 쏘고 있습니다. 당신의 집을 향해서……
유명한:
SAN Roll
기준치: |
57/28/11 |
굴림: |
58 |
판정결과: |
실패 |
침실에서 나온 괴도가 당신을 힘껏 누르며 몸을 숙입니다.
삽시간에 덮쳐오는 무게에 당신은 짧은 숨을 내쉴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그들이에요. 아무래도 절 쫓아서 여기까지 온 것 같은데…….
당신은 그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영화처럼 머리를 조금만 들어도 총에 맞아 날아가기 직전인 것 같습니다.
유명한:제기랄……. (몸을 뒤집어 반대로 네 몸을 아래에 깔고 누른다. 쉿. 네 입술을 손가락으로 꾹 짚으며 창가로 시선을 옮긴다.)
?:…… 형사님. (네 아래에서 고개를 돌리지 말라는 듯 네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아 저를 보게 만들었다.)
?:…… 제가 구해드리면, 저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해 주실래요?
유명한:약속하지 않아도 그렇게 만들 거잖아? (어이가 없다는 듯 네 눈을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 후후. 나는 형사님이 그럴 때가 제일 멋있더라. (붙잡은 네 양뺨을 작게 꾹 꼬집었다 놓는다.)
아니, 어디서 나온 거죠? 역시 괴도가 틀림없습니다.
‘그것’은 총알이 날아오는 곳에 정확히 직격해, 눈부신 빛을 내뿜습니다.
섬광탄이 작렬하기 직전, 그는 당신의 고개를 끌어안아 당신의 눈을 가려주던 것까지, 전부 순식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렇게나 많은 이목을 끌었다면 '그들'도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총알 세례가 천천히 멎고, 어느 정도 주위가 잠잠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유명한:이게 뭔……. (진짜 뭐 하는 놈이야. 분명 옷도 갈아입혔는데. 가방에도 별 게 없었는데. 그저 네게 안긴 채 안 굴러가는 머리를 열심히 굴린다.)
?:……. (어느 정도 빛이 멎어들었다고 생각하자 서서히 품에서 널 놓아주며 저도 고개를 들었다.) …… 끄, 끝났나……?
유명한:가만히. (어떻게 된 놈이 조심성도 없냐. 이번엔 너를 제 품에 파묻듯 안으며 홀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핀다. 갔나?)
빛은 완전히 가라앉았으며, 집에서 불이 켜집니다. 창문으로 보이는 다른 집이나 건물에서도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기웃거리는 게 보입니다.
유명한:쳇……. (그제야 완전히 일어나서 깨진 창가로 다가간다. 뭔가 흔적같은 게 남았을지도. 여태 화끈거리는 뺨을 손으로 대충 쓸어 닦는다.)
?:형사님……. 괜찮으세요? (저도 몸을 일으켜 서서는 툭툭 잠옷을 털어내고 네 뒤로 다가간다.) 아까 피가…….
유명한:괜찮아. (짧막히 대답한 뒤 주변을 살펴본다. 어차피 경찰이 오거나 하지 않으면 다들 관심을 거둘 것이다. 날카로워진 눈동자가 여기저기를 빠르게 훑었다.)
?:그, 그래도 제대로 응급 처치를 해야죠. 약이라도 바르게. 네? (보채듯 네 팔을 꼭 붙들어 잡아당겼다.) 어디 있어요? 저 치료할 때 썼던 것들이요.
유명한:아까 다 썼어. 너한테 쓰다가 좀 난리를 치는 바람에. (엎어진 소독약이며 가위질을 망쳐 난장판이 되었던 때를 떠올리며 네 얼굴을 보았다.) 일단 다시 침실로 들어가지. 위험해.
?:아니, 그치만……. 그, 그럼 반창고라도……. (여전히 찜찜한 얼굴로 얌전하게 침실 쪽으로 걸어간다.)
유명한:너한테 어떻게 보이는지 몰라도 나름 강력계 출신이거든? (먼저 걸어가는 네 등을 쭉쭉 밀고 안으로 들어간다.)
?:……. (눈에 띄게 시무룩한 얼굴이 되어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마 당분간은 괜찮을 거예요, 여기. …… 그들이 꾸미는 게 정확히 무슨 일인지 알면 방법을 더 알기 쉬울 텐데……. 하아.
유명한: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모두 이으면, 별 모양이 된다는 점을 떠올립니다.
유명한:되게 불공평한 약속을 한 것 같은데. …… 어쨌든 목숨을 구해준 건 맞으니까.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꼬깃꼬깃 접어둔 지도를 꺼내 그대로 네 허벅지 위에 펼쳤다.) 내가 아는 건 이거랑 사건 정도 정도다.
(*사건 정보 정도…….)
?:(네가 건네준 지도를 턱을 괴고 열심히 바라본다.) …… 역시, 그들이 이 도시를 무대로 거대한 마법진을 설계하려는 게 분명해요. 마법진의 꼭짓점마다 제물을 바치고, 최종적으로 이 가운데, 캔디랜드의 어딘가에서 악신을 소환하려는 거죠.
믿을만한 정보에 따르자면, 마침 돌아오는 토요일이 달이 뜨지 않는 그믐이에요. 소환 의식을 벌인다면 그날이 가장 유력하겠어요.
유명한:…… 있지. (잠자코 네 설명을 듣다가 뭔가 켕기는 게 있단 표정으로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네? (눈이 커진 얼굴로 휙 고개를 돌려 널 바라본다.)
유명한:사이비들이 종교에 푹 빠져서 소환진을 그리고 사람을 죽일 만큼 미친 건 알겠어. 그런데……. (스스로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어이가 없는 듯 웃었다.) 세상에 신이 어디 있냐.
?:뭐……. (별 거 아니라는 듯한 얼굴로 다시 지도로 시선을 돌린다. 손가락 끝으로 지도의 거리를 가늠해보며 심드렁하게 말을 이었다.) 저도 종교가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저도 이따위로 살지는 않았을 것 같고요. 아, 마지막 현장이 여기라면 잠입도 수월할지도 모르겠구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유명한:야. 뭘 혼자 그렇게 쫑알거려? (지도를 휙 거두며 짜증을 낸다. 경찰을 조력자로 눈앞에 두고 할 말인가.) 그냥 전원 출동해서 잡으면 되잖아.
?:(손에서 지도를 뺏기자 자연스레 고개를 들었다.) 전원 출동이요?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져서 이 세상에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고 말씀이라도 하시게요……? 저번에는 인질이라도 있었지, 이번에는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하물며 유력한 용의자인 팬텀 블루 로즈가 캔디랜드에 나타난다는 정보도 없고?
유명한:그러니까. 경찰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이 문제라고. 사이비 종교에서 단체로 미친 짓을 벌이고 있으니 잡아들여야지. 하,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짜증나지만, 네가 캔디랜드에 갈 거라고 미끼만 던져도 다들 몰려들 거다. 내가 지난번 놈들하고 이번 사건이랑 네가 엮인 것 같다고 말 좀 흘리면 되겠고.
?:…… 흐음. 글쎄요. 저는 여태까지 괴도를 잡지도 못 했던 다른 경찰들한테는 신뢰가 없는데. 저기요, 형사님. (네 옷깃을 툭툭 잡아당긴다.)
유명한:네가 자꾸……. 아, 왜! (머리 아파 죽겠는데 왜 자꾸. 버럭 화를 내며 얼굴을 쳐다본다.)
?:…… 왜 소리를 치고 그래요. (움찔 놀라더니 손을 거둔다.)
유명한:도둑놈 하나 잡았다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사이비랑 엮여서 그런다. 뭐?!
?:이번 주 토요일에 일정 있으세요? 한가하시면…….
저랑 데이트라도 해요.
?:제 말 안 들어 주시면 갈 거예요. 애초에 저랑 데이트하고 싶어 하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대뜸 미친놈 소리가 나와요, 지금?
유명한:철이라곤 요만큼도 안 들었네. 그럼 네 말 잘 듣는 남자 만나서 지지고 볶고 잘 살 것이지 뭐하러 도둑질은 해?!
?:아, 제 말 잘 듣고 잘생기고 눈에 차는 남자 없으니까 안 만나죠.
유명한:그래서 이혼남 붙들고 데이트 신청하냐?
유명한:이름도 모르는 여자랑 어떻게 데이트를 하라고……. 조건부 허락으로 하지.
?:아니, 저한테 이름 물어보신 적 없잖아요? 조건부는 무슨 조건부예요. 그런 애매한 대답만 계속 들으면 저도 자존심 상하니까 갈 거라구요.
유명한:어디서 범죄자가 경찰한테 대들어? 데이트하는 대신 정체를 밝힐 것. 인적사항부터 시작해서 왜 그런 짓을 벌이고 다닌지 상세하게 진술해. 잘 대답하면 경찰에 넘기지 않을 수도 있다.
?:…… 아, 짜증 나…….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를 흐트리고 붙잡힌 손목을 떼어낸다.) 당신한테 진술해 줄 이유 같은 거 없거든요. 이대로 데이트는 없던 걸로 하고 토요일이 지나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는지 같이 구경이나 하자고요, 그럼. 저도 아쉬울 거 없어요. …… 혼자서라도 어떻게 할게요.
유명한:짜증 나는 아저씨를 상대로 잡은 네 눈을 탓하지 그래. 이유가 왜 없어? 멀쩡한 사람 인생 조져놓고 한다는 말이 이유가 없어? 지금 너 때문에 내가 뒤질 뻔한 거 모르겠냐? (이번엔 멱살을 잡아 가까이 끌어당긴다. 여자라 손도 못 대네. 아.) 하도 칭얼거리니까 수준 맞춰 주잖아. 그럼 감사합니다, 해. 아니면 아쉬울 거 없는 몸이니 그대로 죽게 내버려두지 그러셨어요, 하고 화를 낼래?
?:…… 저 때문이라니, 무슨……. (잠깐이지만 상처받은 낯빛이 스쳐 지나갔다. 방황하던 시선을 곧 내리깔고 코웃음을 치며 네가 붙잡은 손을 내치지도 않았다.) 그러게요. 죽게 내버려 둬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어차피 제가 죽어도 슬퍼할 사람 없거든요. 형사님도 꼴 좋다고 비웃기나 하셨을 테고. 그러니까 놔요, 죽으러 간다잖아요.
유명한:도움이 필요하다며. 그럼 적어도 왜 도움이 필요한지 납득이라도 가게 해라. 진짜 짜증 나는 사람이 누군데, 지금……. (여태까지 중 가장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선 숨을 길게 내쉰다. 이렇게 엮였으니 오히려 놓을 수 없다는 걸 알기나 할까.) 나는 범죄자가 싫어. 그런데, 죗값도 안 치르고 무책임하게 죽어버리는 범죄자가 더 싫어. 알겠냐? 아무리 범죄자라 해도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건 지긋지긋하고 끔찍해. 세상 다 산 것처럼 군다고 정말 그렇게 볼 줄 알았나? 도와주세요, 지켜주세요, 책임은 질게요. 이게 그렇게 어려워?!
?:……. (말없이 한참이나 침묵을 유지했다. 범죄자라는 말이 평소보다도 선명하게 들리는 기분이다. 모든 상황이 저야말로 그저 지긋지긋하기만 해 입을 다물고 있다 무표정으로 네 시선을 맞춘 채 나지막하게 뱉었다.) 도와주세요.
유명한:……. (진짜 짜증 나. 밀치듯 멱살을 놓고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여전히 뺨은 화끈거린다. 이제 나도 나를 모르겠네……. 라이터 부싯돌을 탁탁 튕기는 손길이 거칠다.) 토요일, 정문. 그 외에 작전은?
?:(한두 걸음 뒷걸음질을 치며 네게 밀려난다. 구겨진 옷깃을 툭툭 털어내 정리하며 네가 정리해 둔 제 옷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본다. 입을 수 있을까, 이거. 이대로 나가게 된다면 다시 그들에게 쫓길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그것보다도 여기서 뜨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없어요. 식이 거행되는 장소라는 것만 알지 자세한 건 모르니까. 가보면 어떻게든 되겠죠, 뭐.
유명한:…… 아침에 가라. 침실 하나 더 있으니까 거기 있는 옷을 입든 뭘 쓰든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날 밝고 나가. 시체 치우기 싫어. (어머니 옷이 맞긴 하려나. 창밖을 노려보며 결국 불이 붙질 않는 라이터를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았다. 그대로 침대에 벌러덩 누워 눈을 감는다. 인생이 꼬여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꼬이면 이게 정상이 아닌가 싶어진다. 누구 말마따나 신 같은 건 없는 게 분명해.)
?:……. (매번, 말을 해도 꼭. 드러누운 네 모습을 보며 할 말이 많은 듯한 얼굴로 바라봤지만 이내 체념하고 들고 있던 옷을 내려놓았다. 침실을 나가려 문을 열고 네 쪽을 뒤돌아본다.) …… 잘 자요.
유명한:…… 그래. (무심하게 대꾸하고 오지 않는 잠이나 청해야 하나, 생각하다 문득 눈을 뜬다.) 몰래 나가면 혼나.
?:…… 하나도 안 무섭네요. (그렇게 말하며 보란 듯이 문을 소리나게 쾅 닫고 나가버린다.)
유명한:흥. (문이 닫히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떻게 자냐고. 어떻게. 창문을 열고 다른 라이터를 찾아 온 방을 뒤적거린다. 대충 시간 때우지 뭐.)
?:(침실 문을 닫고 나오면 엉망이 된 거실이 보인다. 한숨을 내쉬고 치울 게 있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마땅한 게 보이지 않아 이내 깨진 창문 앞에 쭈그려 앉아 유리 조각을 하나하나 줍는다.)
유명한:(가까스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거실로 나가니 웅크리고 있는 네가 보여 머리가 아파온다. 다쳤으면 좀 가만히 쉬지. 말려도 또 말다툼이나 할 게 뻔해 옆에 나란히 앉아 조각을 주워 모은다.)
?:……. (인기척이 느껴지자 힐끔 곁눈질로 네 옆모습을 바라본다. 잠이나 자지, 왜 자꾸 싫어하는 사람 옆에 오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모은 조각들을 버린다.) 소파에서 잘게요.
유명한:같이 자고 싶은 거 아니면 착하게 침대에서 자. 가끔 부모님이 와서 쓰시긴 하지만 깨끗해. 내 침대는 싫을 거 아냐. (네가 유리 파편을 버리자 그 손을 부드럽게 잡아 거둔다.) 나머지는 살가죽 두꺼운 아저씨가 할 테니까 아가씨는 슬슬 씻고 자라. 미인은 그런 것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나?
?:됐어요. …… 저 때문이잖아요. (네 손길을 뿌리치고 다시 앉아서 남은 조각들을 손에 얹는다.) 침대가 싫어서 소파에서 자겠다는 거 아니에요. 당신한테 더 이상 빚지기 싫어서 그런 것뿐이지. …… 담배 냄새 나니까 들어가 주실래요?
유명한:소파에서 자는 게 내 마음의 빚을 지게 하는 방법인데. 일단 내 집이고. (그 한 마디로 모든 대답을 정리한 셈 치며 근처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다. 이제 평소처럼 뻔뻔한 척을 하는 건 그만둔 건지 뭔지.) 갑자기 왜 또 자존감에 구멍이 났어? 사실 아저씨한테 안겨서 잠들고 싶다던가?
?:그냥 당신 상대하는 게 싫어서 그래요. 실랑이할 힘도 없고. 말할수록 나만 손해 같아서. (네 말에도 아랑곳 않고 무표정으로 파편만을 응시한 채 짧게 대답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자 일어나서 손을 털어낸 뒤 소파에 탈싹 앉았다.) 덮을 것만 좀 주세요. 밤엔 추우니까…….
유명한:상대하는 게 싫으면 더더욱 말을 잘 듣는 게 빨리 끝내는 길이지. 푹신한 침대도 있고 이불도 있어. 잘 쉬어야 빨리 낫는다고. (놓친 조각은 없나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다가 빗자루를 가져와 조심스럽게 치우며 중얼거린다.) 혼자 좋다고 붙다가 싫다고 칭얼거리다가……. 하긴,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내쫓겼는데 멀끔히 생긴 아가씨가 좋다고 계속 따라다니는 것도 이상하네.
?:……. (그냥 소파에 벌렁 누워 두 다리를 쭉 뻗고 네가 빗자루질을 하는 걸 지켜본다. 그러다 흥, 코웃음을 치는 것처럼 작게 웃었다.) 왜요? 아쉬워요? …… 그쪽도 잃을 거 없는 건 피차 마찬가지네.
유명한:이상하다고 생각했지. …… 뭐, 아쉽다면 아쉬운가. 좋을 대로 여겨. (이쪽 밟지 마라. 청소를 마친 곳을 가리킨다. 제 집마냥 편히 누운 모습을 보며 마찬가지로 웃었다.) 잃을 거 없는 사람이 더 생기는 게 싫어서 그러는 건가?
?:…… 그럴지도요. (누운 채로 제 팔짱을 낀 채 천장을 가만히 올려다본다.) 내 생각에는요, 그 성질머리만 어떻게 하시면 저 말고도 다른 멀쩡한 여자들이 더 따라붙을 수 있을걸요.
유명한:조언은 감사하지만. (벽을 척하니 짚고 네 시야 안에 얼굴을 들이민다.) 혼자 좋아하는 건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더라고. 그것보다 피곤한 건……. (고집쟁이 보살피는 일이지. 그대로 몸을 숙여 네 몸을 다시금 들쳐안았다.) 이만 자러 갈까, 괴도 나리?
?:무슨 의미……. (널 올려다보던 눈이 커져서는 화들짝 놀란다. 네 어깨를 약하게 밀어내며 당황한 얼굴을 했다.) 잠깐만요!? 소파에서 자겠다고 했잖아요!
유명한:뭐? 그런 이야기 못 들었는데. (그대로 척척 침실로 데려가 눕히고 그 옆에 제 몸을 끼워맞추듯 눕는다.) 생각해 봤는데…… 하룻밤 정도는 어리광도 들어줄 수 있어. 춥진 않겠군.
?:아, 아니……. (어정쩡하게 반쯤 일으킨 자세로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한다.) 왜, 왜 자연스럽게 옆에 눕는 건데요!? 잘 때 또 무슨 짓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폼 잡는 척은 다 하지만 사실 그냥 평범한 변태인 거죠?
유명한:아무 짓도 안 할 건데. (오히려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을 보듯 올려다본다.) 너는 이상한 짓 하려고? 말을 안 들으니 이러는 수밖에.
?:여…… 옆에 누울 건 없잖아요? 저기요, 당신이 저를 얼마나 애 취급을 하든 상관없고, 저를 얼마나 여자로 안 느끼는지는 충분히 알겠으니까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거든요?
유명한:보통 이런 상황에서 여자로 느껴 달라는 말을 하는 건…… 바보밖에 없을 텐데. 화 좀 가라앉히고 누워. 싸울 거 다 싸웠으니 자자고. 응?
?:…… 아니, 진짜 대체 뭐야……. (작게 중얼거리며 찜찜한 얼굴로 널 바라보더니, 머뭇머뭇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눕는다. 그리고는 네 쪽으로 홱 몸을 돌려 진지한 표정을 했다.) 아저씨, 혹시 여자 안 좋아해요? 이혼한 것도 그런 이유예요?
유명한:…… 뭐? (상상도 못한 말에 잠깐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가, 얼굴을 구깃구깃 구긴 채 네 볼을 꾹꾹 누른다.) 못 하는 말이 없네. 멀쩡하게 연애하고 결혼하고 이런저런 짓도 했거든? 그리고 엄청 많이 좋아하기도 했거든? 애초에 여자를 안 좋아하는데 이렇게 만지는 게 더 실례야! 인마!
?:그, 그치만……. (네 손길에 눈을 꾹 감았다 뜬다.) 만지는 거야 가능하겠죠. 어차피 아저씨가 나한테 한 것들은 대체로 애 취급하는 느낌의 스킨쉽이었고. 이것도 그렇고요. 옷을 갈아입혔는데 아무 짓을 안 했다는 것도……. 그런 게 아니라면 됐지만요……. 저, 저는 진지하게 물어본 거니까요? 존중해 줄 생각으로…….
유명한:다친 사람을 도와줘도 돌아오는 게 이 모양이니 원……. 네가 예쁘게 생기긴 했지만 눈앞에 여자가 있다고 막 만지고 다니는 놈이 경찰이랍시고 얼굴 내밀고 다니면 그건 말세 아니야?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 벌써 손 뻗치고 다닐 만큼 마음 사정이 좋진 않아서. 됐냐? 속이 시원해?
?:…… 흠. (그제서야 납득한 얼굴을 하고서 꼭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처럼 네게 한층 더 가까이 붙었다.) 왜요? 아직 전처를 못 잊었다거나 그런 이유? 그렇게 안 생겼는데 되게 구질구질하구나, 아저씨.
유명한:확실히 구질구질하긴 하네. (네가 가까이 다가와도 별 상관은 없다는 듯 힘빠진 미소만 지었다.) 왜 날 안 좋아했단 말을 들어도 못 잊겠냐. 괴도는 그런 마음도 훔쳐 주나?
?:후후.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법이라던데요. 근데 아저씨는 저 싫다잖아요. 방법이 없지, 뭐. (농담처럼 말하고서는 이번엔 제가 네 뺨을 꾹꾹 눌렀다.) 우리, 반년 전에 봤는데 그때도 이미 이혼했다고 들었으니까, 이제 슬슬 잊을 때도 안 됐어요? 아저씨 한창이에요. 손해보는 짓은 하고 살지 마세요.
유명한:내가 안 싫어했으면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뭘. …… 이상하지. 사랑한 기간은 그렇게 긴데, 왜 다들 빨리 잊으라고 하나 몰라. 그게 그렇게 값 싸게 먹힐 리가 없잖아. (조심스레 네 쪽의 이불을 더 올려 따뜻하게 덮어준다.) 하, 그런 말을 더 한창일 때 경찰 놀려먹는 아가씨한테 듣네.
?:(포근한 이불도 그렇고, 아주 간만에 느껴보는 타인의 온기에 배시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저 아저씨랑 나이 차이 많이 안 날 거래도요. 그리고 이전 여자 못 잊는 남자랑은 만나지 말라고들 그러던데. 형사님 꼬셔서 체포 피하는 작전은 실패했네. 눈여겨 봤을 때 독신인 줄만 알았지 이렇게 미련 뚝뚝 남자일 줄은 몰랐다고요~ 예쁘니 어쩌니 해놓고, 어쩐지 아무리 아양을 다 떨어도 안 넘어오더라.
유명한:조사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 바보였을 줄이야. 아가씨야말로 아무리 쳐내도 남자들이 줄을 설 테니까 잘 골라 봐. 보석금 내 줄 놈도 있겠네. (농담 아닌 농담을 하며 네 얼굴을 물끄러미 보았다. 나이 차이가 몇 안 날 거라 해도 하는 짓은 딱 어린애다. 그런 생각 때문일까, 무심결에 네 몸을 부드럽게 품듯 안고서 고민했다.) 아무리 안 잡히고 싶다 해도 나한테 먹히면 손해 아냐?
?:……. (자연스럽게 네 품에 안기면 잠깐 눈이 커진다. 이것도 전부 의식을 하지 않아서 나오는 언행인가? 잠시 생각하다 다시 태연한 얼굴을 유지하며 네 옷깃만 만지작거린다.) 저도 순순히 먹혀 주는 타입은 또 아니라서. 큰일이네, 토요일이 오기 전에 백마 탄 왕자님이라도 한번 찾아 봐야 하나. 어차피 아저씨는 일이 끝나면 바로 날 체포하려고 할 테니까.
유명한:보통 그런 애들이 가장 먼저 울기 시작하더라. 뭐……, 정말 날 휘어잡으면 어떻게 될 수야 있겠지. (베개 위로 놓인 머리카락으로 느긋하게 손장난을 친다. 누군가와 함께 눕는 건 정말 오랜만인데.) 잘난 변호사 하나 꼬셔 봐. 검찰은 대부분 꽉 막힌 가스통 같은 놈들이니 논외. …… 토요일에 누구 씨가 명줄이나 잘 붙들 수 있다면 좋겠군.
?:흥, 어차피 토요일에 잘못되면 아저씨나 나나 일요일을 맞이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라요. 그러기 전에…… 최대한 후회할 일은 남겨두지 않게 있다 가야지. (나른한 목소리로 느리게 말을 이었다. 따뜻함이 느껴져 저도 네 몸을 약하게 끌어안는다.) 아저씨도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 둬요. …… 나랑 만나는 건 그날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유명한:후회하지 않으려면 죽는 게 빠른 길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가끔 해. 반대로 생각하면 살아있기에 후회하는 거니 감사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뭐가 그리 우스운지 낮게 웃다가 아예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유혹하는 건 그만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
?:…… 저도 그래요. 어차피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밑바닥 인생이고. (네가 머리를 쓰다듬으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별로 유혹하는 거 아니거든요? 사실을 말한 거예요. 나중에 제가 사라져도 외로워하지 말라고요. 뭐, 아저씨라면 안 그럴 거라는 거 알지만…….
유명한:왜 이런 아가씨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까. 그것도 내 잘못이네. (금세 미소에 씁쓸한 기색이 물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얼른 거뒀지만.) 상대가 좋은 놈이든 나쁜 놈이든 혼자 남는 건 외로운 거야. 왜, 생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키스를 해 주랴?
?:……. (평소와 같은 저질스러운 농담에도 안색은 변하지 않았다. 싫어하는 얼굴을 하지도, 웃지도 않은 채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톡 얼굴을 기댄다.) 괴도 일을 하다 보면 키스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도 하지만 말이죠. 마지막 키스마저 제게 아무런 마음도 없는 사람이랑 하게 된다면 저 스스로가 가여울 것 같아서요. 아저씨도 내일이면 후회할 걸요? 서로한테 지우고 싶은 기억으로 남을 뿐이에요.
유명한:어디서부터 이렇게 뒤틀렸나……. 네가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똑같이 중요해. (그저 전과 달리 단단히 안고서 달래듯 톡, 톡 등을 쓰다듬는다.) 딱 보니 어디 나보다 못한 놈한테 데인 모양인데. 체포 때문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사람 몇 만드는 건 괜찮잖아? 이게 무슨 꼴이냐. 짜증 나는 경찰 아저씨한테나 겨우 말하고. 근데…… 후회는 아니지. 입맞춤 한 번에 후회할 만큼 쌩쌩하진 않거든.
?:…… 주변 사람을 만들 최소한의 정 같은 게 있었으면 괴도 같은 짓 안 해요. 죄 안 짓고 살죠. 어쨌든 상대를 속이는 것도 제 일 중 하나인데 소중한 사람이 생기는 건 스스로 발목 잡는 짓이에요. (네 품에 안긴 채 담담한 눈으로 허공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럼 더더욱 싫네요. 차라리 후회라도 하면 그 기억으로 남아 주기라도 하지, 내일이면 아저씨가 후회 없이 잊어버릴 키스 같은 거…… 불공평하잖아요. 나는 내 마지막에 그 키스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유명한:발목이 많이 아픈가 보군. (간결한 대답이 전부였다. 이런 이야기는 내가 말했다 해서 공정한 답이 돌아오길 바라면 안 되니까. 네 얼굴을 보다가 등을 토닥이던 손으로 네 눈 위를 덮었다.) 멋대로 재단하기는. 난 아직도 반 년 전에 뽀뽀 당한 것만 생각하면 이를 가는데. …… 마지막에 무언갈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건 행운일까, 불운일까?
?:(네 말에 결국 작게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네 손등을 부드럽게 겹쳐 감싸쥔 채 고개를 들어 네 얼굴을 올려다본다.) 저는 행운이요. 어차피 마지막에는 모든 게 덧없을 거잖아요. 그러는 와중에 아, 맞아, 이런 때가 있었지, 하고……. 잃을 게 많았더라면 후회가 가득 남겠지만 없으니 더 후련하지 않겠어요. 그런 중요한 의미라구요? 마지막 입맞춤 같은 건.
유명한:그런가.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강력계에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 매일같이 사람이 죽고, 죽이고……. (생각에 빠져 아무런 말이 없다가, 문득 눈이 마주치자 엷게 웃었다.) 글쎄? 아가씨는 생각이 너무 많은 걸지도 몰라. 막상 그렇게 되면 아, 그 아저씨가 키스를 너무 잘해서 다시 한 번 하고 싶은데, 하고 후회한다에 만 원 걸지.
?:마지막 입맞춤의 기억에 대한 감상이 그런 거면 조금 멋없지 않아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며 웃고서는 다른 한 손을 뻗어 네 뺨 위에 얹는다.) …… 애리예요. …… …… 제 이름이요.
유명한:의외로 삶은 멋없는 거라. (장난스럽게 웃다가 눈을 조금 크게 뜬다.) …… 성은?
애리:…… 음, …… 글쎄요. 그건 해보고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요?
유명한:이름 알아내는 데에 키스 한 번이면 나쁘지 않나……. 흠.
애리:저기요, 당신은 형사고 저는 괴도이자 용의자인데요!? 간단하게 알려 줄 리가 없잖아요. 진지하게 고민하지 마세요. 게다가 그런 불순한 이유의 키스는 싫대도요.
유명한:자랑이다. 그런 식으로 나오면 오히려 집어삼키고 놀리고 싶어지는 건 아냐?! 불순한 키스 때문에 방금 잠깐 고민했으면서.
애리:아저씨야말로 사실은 지금 당장 외로우니까 제가 아니라 누구여도 상관없는 거잖아요! 싫다구요, 그런 거. (흥, 네게서 손을 떼고 거리는 유지한 채 등만 돌려 누워버린다.) 아저씨가 절 의식하든 하지 않든 일단은 여자라고요. 그런 키스 신청에 고민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유명한:내가 언제 외롭대? 화내고 방귀 뀌고 다 하네. 아주. (말과 달리 목소리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손을 아무렇게나 뻗어 네 얼굴을 만져본다.) ……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하지. 이 바보 도둑아.
애리:…… 이럴 때만. 여자라고 생각하는 상대를 그렇게, 네? 업어들고 엉덩이를 때리고 그래요? 아무렇지도 않게 옆에 눕기나 하고? (늦었네요,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삐죽인다. 네 손을 내치지는 않았다.) …… 외롭고 심심하니까 이러는 거 아니에요?
유명한:그때 네가 어떻게 굴었는지는 생각 안 나? 나 참. 귀여운 짓도 정도가 있어야지. (삐죽대는 입술을 손으로 잡았다 놓는다.) 애초에 누가 옆에 누울 거라 생각도 해본 적 없어. 이거는, 그, 네가 슬퍼 보이기도 했고…… 그 외에 이것저것.
애리:……. (널 등진 채 침묵을 지키다 힐끔 고개만 돌려 뒤돌아본다.) …… 이것저것이 뭔데요?
애리:무슨, 나한테는 다 말하라고 해 놓고 자기는 말하는 것도 없네. (다시 널 등진다.) 어차피 사실 없으면서 비밀이라고 하는 거겠죠.
유명한:아 씨. (어이가 없네?! 자기도 아직 말한 거 없으면서?) 네가 잘못하긴 했지만 나도 말을 좀…… 심하게 했나?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애리:…… 무슨 말이요? 뭔지는 몰라도 걱정 마세요. 아저씨 원래 말 심하게 해요.
애리:네? 제가 무슨 말을 했는데요! 전 아저씨한테 심한 말 같은 거 한 적 없어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다시 신경질적이게 뒤돌아본다.)
유명한:사람이 죽는다는데도 관심 없는 냉혈한으로 봤잖아!!
애리:아니, 제가 언제요? 그게 심한 말 축에 끼는 거예요? 그 정도 말에 심하다고 느끼면서 자기가 하는 말이 평소에 심하다고는 생각 못 하는 거야?
유명한:네 말이 안 심하다고 여기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네. 몇 살 차이도 안 난다면서 꼬박꼬박 아저씨라고 불러, 일하는 사람 보고 재미가 없네 경찰이 어쩌네 저쩌네 평가해, 심지어 의무를 다해 체포하겠다는데도 도망이나 쳐……. 어휴.
애리:아니, 아저씨라고 하지, 그럼 오빠라고 해요!? 그리고 저는 도망치는 게 일이잖아요? 아, 진짜. 저기요, 난 아저씨가 왜 이혼당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하려다가 참은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자기는 나한테 하고 싶은 말 다 해놓고. 심지어 다 기억하고 있네……. 기분 나빠.
유명한:참을 거면 끝까지 참아. 어? 그 말이 가장 상처받으니까……. 게다가 내 결혼생활이 어땠는지도 모르면서 알긴 뭘 아냐? 기분 좀 풀어주려 했더니 사람을 아주 무뢰한으로 만들고 말이야. 됐어. 잠이나 자!
애리:아니, 모르니까 일부러 참았죠. 저는 아저씨 같은 사람이 아니니까 삼켰다고요. 그리고 지금은 별로 그렇게 생각 안 하니까……. (네 말에 뾰로통한 얼굴이 되어서는 짜증 나, 하고 중얼거린다.) 아저씨가 먼저 내 말이 더 심하다든가 하니까……. 아, 저도 됐어요. 진짜 싫어……. 매번 윽박은 나한테 다 질러놓고.
유명한:나도 이런 식으로 만나지 않았으면, 어? 아주 정중하게 대했을 거라고. (그래도 아까처럼 무표정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네 몸을 아예 돌아눕혀 마주본다.) 매번? 매번? 너 지금 계속 나 괴롭힌 거 인정한 거다.
애리:아저씨가 정중이요? 세상에서 제일 안 어울리는 단어네요. 성희롱이나 일삼으면서? (네 얼굴을 보고서도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뭘 괴롭혀요, 진짜. 아저씨가 나한테 심하게 군 거라니까.
유명한:내가 언제 일삼았어. 오늘 처음 아니야? 어이가 없네. (이 입이 문제로군. 입이. 네 입술을 손으로 꾹꾹 누른다.) 피자 배달부 흉내부터 시작해서 계속 나타나는 꼴이 꼭 좋아하는 애 쫓아다니는 놈 같더라니만…….
애리:아니, 그건…… 우응, 좀! (입술이 가로막히자 네 손을 치워내며 변명이라도 하듯 눈을 피했다.) 그건 그냥,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라도 더 알아야 하니까…….
유명한:왜 알아내야 하는데. 맹랑한 아가씨. (역으로 네 손목을 붙들고 빤히 쳐다본다.) 뭐라도 하고 싶어서 일은 벌렸는데 혼자 감당이 안될 것 같았어?
애리:(여전히 네 눈을 마주하지 않은 채 점점 목소리가 작아진다.) …… 다른 경찰들은 못 미더웠는데 아저씨가 제일 마음에 들었고, 아저씨라면 도와줄 것 같았고……. …… 구워삶기 편해 보였고…….
유명한:마지막이 진심이군. 이게 심한 말이 아니면 뭐냐……. (힘이 풀린 듯 손목을 탁 놓더니 이번엔 제가 돌아누웠다. 에휴. 내가 뭐하러 맞춰 주냐.)
애리:과, 과거형이잖아요……. 그리고 저는 이런 걸 말할 생각이 없었다니까요!? 아저씨는 맨날 욱하면……. 아, 아저씨. (급하게 네 옷깃을 잡고 살살 흔들었다.) 전부 다 진심이라고요!
유명한:잘 거니까 건드리지 마라. (흥! 팔짱을 끼고 눈을 꼬옥 감았다. 괜히 남 좋은 일만 했다 생각하니 배가 아플 지경이다.)
애리:아니……. (시무룩한 목소리를 내고서 그 등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뒤에서 꾹 껴안는다.) …… 아저씨랑 말이 안 통해. 주무세요. 전 이렇게 잘 거니까.
유명한:…… 좀, 떨어져. (아무리 내가 신선이 된 것처럼 굴고 있다지만 이건 역시 힘들다. 말랑말랑하네……. 아. 안 돼. 슬금슬금 앞으로 몸을 움직인다.)
애리:그, 그렇게 삐칠 일이에요? 다 지나간 일인데……. 게다가 반년 전의 일이고……? (더 가까이 찰싹 붙어 어떻게든 얼굴을 기웃거리려 노력했다.) 진짜 화난 거예요? 네? 자기도 나한테 심한 말한 거 사과할 생각 없었으면서.
유명한:아. (X됐다…….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을 빙빙 맴돈다. 백 가지 말로 하는 유혹보다 유혹도 아닌 행동에 넘어갈 것 같다니. 그것도 몸뚱이만 넘어갈 것 같다니?! 그럴 수는 없다. 무슨 자격이 있어서 남의 앞길을 망쳐. 뻣뻣하게 굳어선 겨우 네 손목만 잡아 떨어뜨린다.) 키스만 할 것 같지 않으니까 좀 떨어져 줄래?! 응?!!
애리:(네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다시 태연하게 손을 원위치로 가져다 두고 떨어지지 않겠다는 양 굴었다.) 저기요, 방금 전까지 내가 언제 성희롱을 일삼았냐고 한 사람 맞아요? 어차피 옆에 누운 사람은 아저씨고, 이렇게 자는 것도 안 되나……. 아니면 그냥 나랑 닿는 게 싫은 건가? 방금 전까지는 안아 줬으면서…….
유명한:괜찮다가도 신호가 한 번 오면 곤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건 나 뿐인가. 그렇다면 그건 그것대로 절망적이다. 오히려 이쪽이 성희롱을 당하는 기분이다. 물론 아니라는 건 아는데, 왜 자꾸 밀어붙여서 날 이상하게 만들어. 왜? 왜?) …… 닿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가슴 좀 치워…….
애리:……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이상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다, 이어지는 말에 얼굴이 붉어진다. 네가 등을 돌리고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하며 안고 있던 팔을 풀려다 멈추고, 그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다시 고개를 기웃거린다.) …… 아, 아까 전까지 키스 잘 한다고 기세등등하던 아저씨 어디 갔어요? …… 게다가 삐쳐서 돌아누운 주제에 가슴을 의식한다는 부분이 제일 저질같네…….
유명한:키스나 섹스를 잘 하는 거랑 이야기가 다르잖냐. 나는 나름대로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지키려 힘내고 있는데 또 그런 말이나 하고. (매도할 것까지 있나? 슬프다. 한결같이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는 모습에 미간을 찡그린 채 천천히 숨을 고른다.) 저질이라면서 여전히 들이미는 쪽이 최저야. 멍청아.
애리:저, 저기요. 섹…… 스라든가, 여자 앞에서 스스럼없이 말하지 말아 줄래요? 별로 들이밀지도 않았고! (기웃거리던 고개가 얌전히 네 등에 파묻힌다. 캄캄하지만 혹시라도 붉어진 얼굴이 들킬까 염려되는 탓이었다.) 어, 어차피 옷 갈아입히면서 속옷 차림도 다 봤으면서 새삼스럽게 이 정도로……. 형사님이니까 더 힘내실 수 있죠? 힘내요. '철이라고는 요만큼도 안 든 여자'한테 반응해서 선을 못 지키실 리는 없으니까요. 흥…….
유명한:…… 뭐야, 경험 없어? (아차. 이것도 실언인가. 네가 당황하자 그제야 좀 나아지는 기분이라 다시금 돌아누우니, 어쩐지 뜨끈뜨끈한 느낌이 들어 네 뺨을 짚었다. 어이구.) 그땐 제발 죽거나 하지 마라, 크게 다치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밖에 없었어. 이거 진짜 바보네. 망할 선을 콱 밟아서 지워, 말아? 응? 어떻게 생각해, 철이라고는 요만큼도 안 든 아가씨?
애리:누…… 누가 경험이 없다고. (네가 뺨을 짚어 눈치를 채자 얼굴이 더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네 손을 황급히 치워내고 애써 태연한 얼굴을 했다.) 전 아저씨랑 다르게 인기도 많거든요? 없을 리가 없잖아요, 이 나이에. …… 걱정이란 걸 하기는 하시는 분이었군요. 게, 게다가 왜 다시 기세등등해지신 건데요!? 그럼 제가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아요?
유명한:인기도 많으니 아저씨 놀려먹는 건 좀 포기해라. 힘들어. (말과 달리 손은 달아오른 네 볼을 다시 만지작거린다. 따끈따끈해서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끽해야 서른 언저리 아니겠어. ……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정말 걱정했다. 눈앞에서 쓰러지는 사람 보고 잘됐다 생각할 만큼 나쁜 놈이 아니야, 난. 흥……. 정말 잡아먹히기 싫으면 구워삶기 편해 보였다는 말 사과해.
애리:……. (아닌데……. 대답을 삼키고 힐끔 널 올려다본다. 제 양손의 손끝을 만지작거리며 머뭇거렸다.) …… 아저씨도 저한테 사과 안 했잖아요. 먼저 심한 말 했으면서.
유명한:…… 아까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 (순순히 사과를 하더니 곧바로 얼굴을 바짝 붙인다.) 하지만 먼저 날 가볍게 본 건 너다?
애리:아, 아니……. 별로 가볍게 본 게 아니라……. (변명이 이어지려다 도로 입을 꾹 다물었다. 입을 삐죽이며 가까운 얼굴을 슬쩍 피했다.) …… 미, 미안…… 해요. 그런 식으로 생각했어서. …… 됐어요?
유명한:입만 열면 변명이야. 참……. (사람이 이러기도 쉽지 않다. 네 뺨에 가볍게 스치듯 입을 맞추더니 뒤통수를 감싸 제 가슴팍에 묻었다.) 아~ 지쳤다. 이제 진짜 자자.
애리:……. (네게 폭 고개를 묻고서는 방금 전에 입을 맞췄던 것 같은 뺨을 조심스레 손끝으로 만졌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괜스레 네 몸을 꼭 끌어안았다.) …… 아, 네, …… 네. 자, 잘게요…….
유명한:그래. 뭐, 대충 아빠 비슷한 거라 생각하고 푹 자. (이 이상은 네게 좋지 않겠지. 뭐 그런 직감이었다. 아이를 재우듯 부드럽게 토닥이는 손길을 계속한다.) …… 좋은 꿈 꿔.
애리:(무슨 아빠야. 반론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부정한다고 해도 서로에게 좋을 것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 잘 자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몸에 힘을 풀더니, 서서히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늦은 밤이 될 무렵에서야 잠에 들고, 당신은 늘 평소와도 같은 알람 소리에 눈을 뜹니다.
유명한:……. (언제 잠들었지. 분명 밤새 대기하려고 했는데. 경찰 실격이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리고 기지개를 편다.) …… 아?
눈을 뜨면 같이 잠에 들었을 터인 괴도, 애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유명한:(짐도 다 사라졌나?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전부 가지고 사라진 것 같네요. 침대 옆에는 가지런히 개어둔 당신의 잠옷이 보입니다.
유명한:정말 뭘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네……. (부스스 일어나 오늘 날짜를 확인한다. 요일은?)
목요일입니다. 토요일까지 이틀 가량 남았네요.
유명한:음……. (생각해보니 보안이 박살난 집에서 잘도 잤구나. 머리만 북북 긁으며 출근 준비를 한다. 밥은…… 귀찮으니 점심이나 저녁에 먹자…….)
당신이 출근 준비를 마치고 거실로 나가면......
어라? 애리의 작품인지 부엌의 식탁에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만들어 둔 게 보입니다.
유명한:뭔데. (멋쩍음에 괜히 상처가 난 뺨을 만지작거리며 식탁 주변을 얼쩡거린다. 뭐, 편지 같은 거 없어? 여태까지 정말 죄송했습니다, 같은 거?)
식탁 위엔 샐러드, 핫케이크와 스프, 스크램블 에그 같은 것이 눈에 띕니다. 편지는...... 없네요.
유명한:웬 양식이야. (순혈 한국 아저씨 입맛인지라 솔직히 당황스럽다. 하지만 한 대의 진공청소기가 되어 전부 위장에 넣었다. 뿌듯하다.)
유명한:웨에에에에에엑. (이거 그 사이비 놈들이 만들어놓고 간 거 아냐?!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도 맛이 없고... 이거 정말 애리가 만든 건가? 컨디션이 꽝입니다...
유명한:(사실 전부 악몽이었다든지? 왠지 아프기 시작한 배를 움켜쥐고 출근한다. 간밤의 일은 보고하지 않는 게 좋겠지……. 양심도 아프다.)
우여곡절 끝에 시간이 흘러, 토요일이 됩니다.
그동안 애리의 모습이나 흔적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막상 토요일이 다가오자 비장한 마음과는 반대로 날은 그야말로 화창하군요.
구름은 없고 하늘은 푸른, 선선한 가을 날씨입니다. 애리와는 캔디랜드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죠.
성인 둘이서 주말 하루를 비워 놀이공원에 간다…… 데이트라면 데이트인데 말이죠.
일어난 당신은 갈 채비를 해야겠습니다. 사복을 입을 수밖에 없겠죠?
너무 신경을 쓰면 애리가 놀리지 않을까요? 하지만 너무 편하게 입자니, 이건 또 이것대로 신경이 쓰입니다.
아무래도 시작부터 팬텀 블루 로즈에게 놀아나는 기분이 들지도......
유명한:놀림받기 싫은데. (옷장을 한참 노려보지만 죄다 타인과의 기억이 얽힌 옷이다. 결국 한참 입지 않았던 옷을 꺼내 입고서 만족했다.)
소지품을 챙기고 얼추 준비를 마치면......
유명한: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무언가 잊어버린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 서랍이 조금 열려 있네요.
유명한:(서랍을 닫을까. 말까. 닫을까. 말까.)
서랍 안에는 푸른 장미꽃 귀걸이 한쪽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지난번 사건에서 괴도에게 빼앗았던 물건이죠. 괴도와의 질긴 악연의 시작을 상징하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어쩐지, 이것을 챙겨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명한:혹시 모르니까. (적당히 담을 곳을 찾아 넣고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당신은 귀걸이를 안주머니에 넣고, 캔디랜드로 갑니다.
유명한:(부릉부릉. 분명 놀러가는 게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붕 뜬다. 이러면 안 되는데…….)
캔디랜드의 정문. 거대한 호박 조형물이 여기저기 장식되어 있습니다.
다가오는 할로윈을 테마로 벌써부터 죽은 자의 명절 준비가 한창이네요.
주변을 둘러보면, 이른 할로윈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즐겁게 매표소로 향합니다.
당신을 향해 다가오는 애리는 딱 보기에도 본격적인 데이트룩입니다.
애리:저보다 늦으셨네요. 지각하셨으니 뭔가 사주실 건가요~?
뻔뻔스레 웃는 낯짝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이 모든 게 괴도가 당신을 놀리기 위해 벌인 계획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유명한:(나보다 더 들뜬 놈이 있었네…….) 살 게 있긴 하고?
애리:놀이공원 하면 또 기념품이고 그런 법이니까. (슬쩍 네 손을 잡고서 다른 손으로 티켓 두 장을 흔들어 보인다.) 표는 제가 사 뒀어요. 들어가요, 오늘 사람 되게 많대요.
유명한:사람이 많다고? (좋지 않은데. 손을 잡은 건 아무렇지도 않은지 다른 손으로 제 뒤통수를 만지며 고개를 끄덕인다.) 좀 더 눈에 띄는 옷을 입어야 했나…….
애리:왜요? 눈에 띄는 옷을 입으면 그 녀석들의 눈에도 더 튈지 모르는데요!?
유명한:어떤 괴도가 길을 잃을지도 모르잖아. 아니지. 오히려 이런 차림이라 눈에 띄겠군.
애리:제가 애도 아니고, 안 잃거든요? 안 잃어버리게 손 꼭 잡고 있으면 되지. (맞잡은 손을 흔들어 보인다.)
캔디랜드의 안으로 들어가면, 많은 어트랙션과 먹거리들이 당신들을 반깁니다.
지도가 공개됩니다. 좋아하는 곳을 몇 군데 둘러보고 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명한:애가 아니라 더 위험한 일도 있는 법이지. (흔드는 손을 보다가 그대로 끌고 들어간다.) 기념품 먼저 살 거냐?
애리:(꺄~ 완전 신난 얼굴이다.) 네! 선물 가게부터 먼저 가요. 게다가 그 녀석들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알려면 역시 여기저기를 전~부 둘러봐야 할 테니까 겸사겸사 타고 놀기도 하자구요.
유명한:전부? 전부 가려고? (순간 질린 표정을 지었다. 난 아이스크림 하나만 먹고 돌아가도 괜찮은 사람인데. 주변을 둘러보다 선물가게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뭐, 놈들이 화려한 걸 좋아한다면 관람차가 적격이겠지.
애리:마음 같아서는 전부 타고 싶은데요! (걸으면서도 주변을 이리저리 눈으로 둘러보기 바쁘다.) 관람차는 약간 하이라이트 어트랙션 같은 느낌이긴 하죠. 오히려 그래서 더 수상할지도……. 형사님은…… 아, 밖이니까 아저씨라고 하는 게 나아요?
유명한:전부 타려면 빨리빨리 돌아다녀야겠군. 어느 쪽이든 상관 없어. …… 이름, 안 말했던가? (아. 확실히 그랬을지도. 비어있는 손으로 주섬주섬 주머니 속에서 경찰 배지를 꺼내 펼치면 아래로 신분증이 보인다.) 이제 공평해졌군.
애리:(유심히 네 신분증을 보고서 화색이 밝아지더니, 네게 살짝 더 달라붙어 올려다본다.) 그럼 명한 씨라고 불러도 돼요? 후후. 나한테 일부러 이름 안 알려 주고 있는 줄 알았어요. 예전에 당신 따라다니면서 조사해 볼 때에도 다들 서로 형사님이라고만 부르니까, 알 길이 없었다구요. 고작 이름이랑 나이 정도지만 신뢰받는다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나요?
유명한:음. 그냥 들어와서 아무나 붙잡고 그 경찰 이름이 뭐예요, 하면 알려줬을 텐데.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감에 멋적은 표정으로 널 내려다본다. 하긴, 그렇게 치면 같이 잘 땐 더 가까웠지.) 당연히 알고 있는 줄 알았어. …… 아니라고 해도 멋대로 그렇게 여길 거면서 왜 묻는 거야? 자, 자. 빨리 안으로 들어가기나 해.
귀여운 캔디 마스코트의 상품이 가장 많이 보이네요.
키링, 가방, 인형, 우산 이외에도 어딜 가나 있는 해파리 인형, 하프물범 인형, 돌고래 인형 등도 보입니다.
놀이공원 하면 떠오르는 동물 귀 머리띠, 맛 좋은 캔디와 젤리도 팔고 있고요.
유명한:…… 별천지로군. 골라 봐. 해봤자 얼마나 비싸다고……, 응? (비싸다.)
애리:마음에 드는 거 엄청 많은데요. 이것 봐요. 인형도 많고. …… 아! (진열된 고양이 귀 머리띠 하나를 발견하더니 까치발을 든 채 네 머리 위에 쏙 씌워준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슬금 웃었다.) 후후, 귀여워.
유명한:……. (뒤늦게 자각한다. 이거, 데이트 맞구나. 어색하게 머리띠를 쓴 채 헛기침을 했다.) 귀, 귀여워?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냐. 큼. (머리띠들이 있는 곳을 열심히 보다가 네 머리엔 강아지 귀 머리띠를 씌운다.) …… 뭐, 그럭저럭 어울리네.
애리:후후, 부끄러워한다. 그치만 진짜 귀여운데. (곧 제 머리 위로도 머리띠가 씌워지면 손끝으로 한 번 만져보다 가볍게 투덜거린다.) 그럭저럭 잘 어울리네, 가 아니잖아요~ 잘 어울리면 잘 어울린다고 해 달라구요.
유명한:그럭저럭! 잘 어울리네! (꿋꿋하게 의견을 고수하며 다른 기념품들도 살펴본다. 분명 고양이 사진을 가지고 있었던가……. 회색 고양이 인형이나 키링 따위가 있는지 열심히 찾는다.)
애리:치……. (한 번을 좋은 말 같은 거 안 해주네. 입술을 삐죽이며 일부러 휙 몸을 돌려 네가 있는 곳에서 멀어진다. 괜히 살 생각도 없는 마스코트 굿즈가 있는 곳에 서서 이런저런 것들을 둘러보기나 했다.)
유명한:(고양이 상품이 생각보다 많다……. 조그만 바구니를 집어 고양이란 고양이는 싸그리 집어넣고 나서야 네가 멀어진 걸 깨닫는다. 네가 삐친 것도 모르고 성큼성큼 다가가 바구니를 내민다.) 자.
애리:(내민 바구니 속과 네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서 작은 고양이 인형을 하나 집어든다.) …… 이게 뭔데요? 고양이 좋아하세요? 사달라구요?
유명한:…… 싫어해? (이상하네. 좋아하는 거 아니었나. 네 표정에 오히려 이상한 표정이 되어선 다시 바구니를 가지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애리:네? 네? 저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네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종종걸음으로 쫓아온다.) 아, 아니, 저도 고양이 좋…… 좋아하는데요. 좋아해요! 좋아한다니까. 좋아하니까 머리띠도 고양이로 씌워드렸죠!
유명한:처음부터 너한테 뭐 좀 사주러 온 거라고. (고양이 상품들을 정확히 제자리에 쇽쇽 돌려놓는다.) …… 그러니 네가 고르는 게 맞긴 하네. 그래도 나한테 고양이는 좀 아니지……. (중얼중얼중얼…….)
애리:자, 잠깐만요!? (여전히 어리둥절해져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상품을 돌려놓는 네 팔을 어정쩡하게 붙잡았다.) …… 제, 제가 고양이 머리띠 씌워드려서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신 건가……? 아, 아무튼, 사, 사주실 거였으면 사주세요, 네에? 전 아저, 아, 아니. 명한 씨가 좋아서 골라오신 건 줄 알았죠.
유명한:…… 후보를 좁혀 봤을 뿐이야. 나름 형사라고. (응. 내가 말했지만 앞뒤가 하나도 안 맞네. 바구니까지 제자리에 두고 나서 네가 잡은 팔을 빼내나 싶더니, 그대로 허리를 감싸안고 매장 안을 둘러보며 걷는다.) 골라. 대신 들고 다닐 수 있는 만큼만 골라라.
애리:(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머리에 남는 의문들을 지우고 네가 다시 되돌려놓은 것들 중 고양이 얼굴의 폭신한 키링 하나를 양손으로 조심스레 집어들었다. 힐끔 네 얼굴을 돌아본다.) …… 명한 씨도 좋아해요? 고양이?
유명한:…… 쳐다보는 건 괜찮아. 돌보는 건 자신 없어. (네가 고른 포곤폭신(…….) 키링과 네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 하는 짓이 얌체 고양이 같긴 하네? 그렇네?)
애리:……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는 건가? 저는 집에 고양이 한 마리 있어요. (네 시선을 느끼고서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거지? 곧 제가 집은 것과 똑같은 것을 하나 더 집어든다.) 똑같은 걸로 하나씩 사요. 하나는 제가 선물해드릴게요. 물론 사주시는 건 당신이…….
유명한:굳이 가려야 한다면 좋은 쪽인가……. 고양이랑 가깝게 지낼 일이 없었거든. …… 뭐야, 집에 기다리는 고양이가 있으면 더더욱 죽으니 어쩌니 하면 안 돼. 걔가 기다리게 하면 되겠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네 이마에 딱밤을 놓는 시늉을 한다. 가족도 있구만. 그러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사주겠다 했잖아. 왜 그렇게 나를 못 믿어? 신뢰 어쩌고 저쩌고 말은 잘만 하더니 정작 네가 날 못 믿으면 안 되지.
애리:그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제가 왜 필사적으로 그 사람들을 막으려고 하는데요. 고양이 때문이지……. (입을 삐죽이며 쏟아지는 말들이 지긋지긋하다는 듯한 표정을 대놓고 지었다. 한층 의욕이 꺾여 바구니 안으로 들고 있던 키링 두 개를 던져넣어버린다.) 아, 알겠다구요, 아저씨. 이게 그렇게 뭐라 할 일이에요? 짜증 나네, 진짜로……. 됐어요, 이 정도면. 더 보기 싫어졌으니까 나갈래요…….
유명한: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살기 좋은 세상에 일조하고 계시네. 응. (아, 왜 또 삐치는 건데. 나름 좋은 말을 한 거라고. 조금 더 꼬옥 안아주며 고개를 틀어 눈을 일직선으로 마주친다.) 엄청 큰 인형 같은 거 안 사도 돼? 지금 아니면 내 지갑 열 일 없다?
애리:……. (이미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티라도 내는 것처럼 네 눈을 마주하려 들지 않았다. 힐끔 큰 인형이 있는 쪽을 보며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 뭐, 물론 저런 큰 인형을 선물받아 보는 게 로망이긴 했지만…….
유명한:…… 두 개. 두 개 골라도 뭐라고 안 할게. (좀 먹히는 것 같은데. 까다롭지만 좀 귀여운 것 같기도……. 속으로 한숨을 쉬며 네가 눈길을 주는 쪽으로 끌고 간다.) 차 끌고 왔으니까 미리 결제하고 갈 때 가지고 가라.
애리:……. (여전히 뚱한 얼굴이었지만, 순순히 널 따라가더니 표정이 조금 사나운 듯한 큰 고양이 인형을 가리킨다.) 저거 명한 씨 닮았어요.
유명한:……. (나? 나?!!! 단순히 납득이 안 가는 수준이 아닌지라 고양이 인형과 제 얼굴을 번갈아 가리킨다. 아니. 아니지. 이건 아니지.) 저건 귀엽잖아!!
애리:…… 닮았는데요? 물론 당연히 명한 씨 쪽이 조금 더 무섭게 생긴 얼굴이긴 하지만……..
유명한:…… 거, 잔인하네……. (흥. 고개를 휙 돌리곤 삐친 티를 낸다.) 그럼 나 닮은 거 말고 다른 거로 고르시든지요.
애리:아, 아니……. (한참 동안 뜸을 들이다 제 손가락 끝을 만지작거리며 웅얼거린다.) 저게 갖고 싶다는 의미였는데…….
유명한:……. …… 저거 하나만? (왜인지 엄청나게 부끄러워졌다…….)
유명한:…… 하나 더 고르지? (조금 붉어진 얼굴로 다른 인형의 배를 쿡 찌른다.) 이건 너 닮았는데.
애리:……. (힐끗 네 붉어진 얼굴을 보면 왠지 제 귓가도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 저 닮은 걸 사서 어디다 써요. 물론 인형은 귀엽지만.
유명한:인형이 귀여우면 된 거지. …… 싫으면 마라. (왜 이렇게 부끄러운 건지 모르겠다. 진짜로.)
애리:솔직히 어디가 닮은지는 모르겠지만…… 그, 그럼……. 그럼 이건 명한 씨가 데려가 주면 되잖아요. …… 공평하게…….
유명한:…… 내가? 본가에? …… 그, 그러지 뭐……. (얼굴이 완전히 익었다. 이제 대충 다 고른 거겠지. 계산대로 걸어가는 도중에도 움직임이 뻣뻣하다.)
애리:……. (솔직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저도 덩달아 얼굴까지 빨개져서는 네 뒤를 따라간다.) 대, 대신 답례의 의미로 이따 제가 맛있는 것들 사드릴 테니까요…….
유명한:됐어. 나도 나름 공무원이거든? (이미 표도 샀으면서 뭘 산다고 그러는지. 계산대로 가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네게 손짓한다.) 나가자.
애리:네, 네에……. (계산을 끝마친 키링 두 개 중 하나도 네게 슬쩍 내민다.) 자요. …… 이것도 하나씩 나눠 가져요. 귀여우니까.
유명한:…… 어어. (키링을 받자마자 가격표를 뜯더니, 자동차 키를 꺼내 주섬주섬 달았다.) …… 뭔가, 부끄럽네…….
애리:……. (저도 핸드백에 키링을 달고서 어쩐지 네 얼굴을 올려다보지는 못 했다. 어색함이 밀려와 네 팔짱을 덥석 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괜한 말들을 떠들었다.) 이, 이러니까 진짜 데이트 같아요, 그쵸? 누가 보면 완전 커플 아이템이잖아요.
유명한:진짜 데이트 아니었냐. (난 아~까부터 진짜 데이트 같다고 생각했는데. 커플은 아니어도. 뒷말은 꿀꺽 삼키고 고개만 주억거린다. 거 참 민망해서 살겠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 너를 쳐다봤다.) 뭐부터 탈래?
애리:…… 데이트를 가장한 잠입 수사? 그런 거에 가깝죠. (흠흠, 헛기침을 하고서 뒤늦게 주변을 둘러본다.) 명한 씨, 무서운 거 잘 타요? 왜, 롤러코스터라든지 바이킹이라든지……. 되게 무섭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캔디랜드.
유명한:아주 예전에 탄 거긴 하지만, 아마. (아마 엄청 무서웠던 것 같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쪽팔리게그런걸어떻게말해?) 무섭다 해도 뭐 얼마나 무섭겠어. 어린애들 장난감 같은 거잖냐. 흥.
애리:진짜요? ……. 참고로 저는 엄청 좋아해요. 재미있잖아요. 다행이다, 그럼 마음 놓고 무서운 거 타도 괜찮겠네요. 롤러코스터부터 탈까요!? (밝아진 얼굴로 팔짱을 낀 네게 더 꼭 달라붙었다.)
유명한:……. (망했다. 왜 하필 저런 걸 엄청 좋아하는 거냐고. 오늘도 일진이 사납다. 어쩌면 같이 있으면 그렇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정말 연인이라도 된 듯 달라붙는 모습에 안그래도 혼란스러운지라 미묘한 표정으로 롤러코스터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줄이 너무 길지 않을까?
놀이공원에 왔다면, 역시 롤러코스터가 제격이죠.
당신의 예상대로 사람들이 제법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애리:아~…… 그러게요. 사람 엄청 많네…….
애리:그럼요!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명한 씨도 아쉽지 않아요? 후후, 이런 건 무서운 걸 잘 타는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부터 큰 행운이라고요.
유명한:해, 행운. 그렇지. 행운이지. …… 오래 기다려야 하니까 음료수라도 사서 올게. 뭐 마실래? 더 먹고 싶은 건?
애리:그럼 저는 커피 마실래요. 시원한 거. (마냥 신난 듯한 얼굴로 길게 늘어진 줄 끝에 섰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얼른 다녀오세요. 너무 멀리 가시면 안 돼요?
유명한:아니, 바로 코앞인데 뭐. 커피는 단 거? 우유 들어간 거? 아니면 아예 다른 거? (시원한 거만 말하면 모른다. 사실 제가 익숙한 거라곤 믹스 커피 뿐이었지만, 나름 챙겨주는 체를 한다.)
애리:안 단 게 좋아요. …… 커피 하나로 되게 꼬치꼬치 물으시네. 알아서 센스 있게 사와 주시면 좋을 텐데…….
유명한:따질 거면 먹지 마라. (짜증 나. 흥! 쌩하니 널 뒤로하고 간식 부스가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애리:(예상했던 반응이 그대로 나오자 남몰래 쿡쿡 웃음을 터뜨린다. 기다리는 동안 핸드백에 달았던 키링을 만지작대며 기쁜 듯한 미소도 짓는다. 어디 보자……. 앞에 얼마나 줄이 남았지?)
간식 부스에는 풍선, 솜사탕, 츄러스, 구슬 아이스크림에 각종 음료까지! 없는 게 없네요. 입이 심심할 때 가볍게 들르면 좋습니다.
유명한:아이스 커피 두 잔이랑……. 음……. 츄러스 하나랑…… 주십쇼. (이 양반도 돈 벌겠다고 고생이네.)
무사히 계산을 끝마치고 어느 정도 기다리면, 친절한 웃음으로 직원이 주문했던 음식들을 내밀어 줍니다!
유명한:감사합니다……. (아직도 여기에서 놀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고, 그 상대가 괴도라는 것도 실감이 안 나고, 저 망할 롤러코스터를 타야 한다는 것도 실감이 안 난다. 커피와 츄러스를 알차게 들고서 네게 돌아간다…….)
어느새 줄이 훨씬 가까워진 중간 지점쯤에 있는 애리가 보입니다.
그 사이에 줄이 빠졌나? 그러기에는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죠...
유명한:뭔……. (뭐지? 이 롤러코스터, 한 번에 백 명씩 타나? 의아한 표정으로 네게 가까이 다가갔다.) 나 왔어.
애리:앗. 엄청 빨리 오셨네요? (거울로 얼굴을 들여다보며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다 네 목소리를 듣고 가방 안으로 넣었다.) 마침 잘 오셨어요. 생각보다 얼마 안 기다려도 괜찮을지도요!
유명한:사람이 왜 이렇게 빨리 빠져? (진짜 싫다……. 들고 있던 커피 한 잔과 츄러스를 네 양손에 들려주고 제 커피를 쪼로록 마신다.)
애리:그러게요~ (시치미를 떼며 네가 내민 것들을 받아들었다.) 아, 츄러스! 맛있겠다. 저 이거 좋아하는데, 후후……. 참, 이 정도로 사람이 빨리 빠지면요, 한 번으로는 아쉬우니 두세 번 더 탈 수도 있겠다. 그쵸?
유명한:…… 난 사파리도 가고 싶은데. (소심하게 퇴로를 만들며 빨대를 질겅질겅 씹는다. 롤러코스터만 탔다간 수사고 뭐고 병원에 실려갈지도 모른다.) 일단 그거나 먹어. 엄청 많이 팔리더라.
애리:후후, 네. (츄러스를 한 입 베어물고 커피까지 한 모금 마신다.) 두세 번 더 탄다고 사파리를 못 가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둘 다 하면 되죠. 여기 롤러코스터, 마지막에 내려올 때에는 사진도 찍어 준다더라구요.
유명한:사파리도 가고, 귀신의 집도 가고, 회전목마랑 회전컵도 있는데? (바이킹은 쏙 빼고 이야기하다 순간 표정을 굳힌다.) 직업이 직업이라 사진은 좀……. (아, 이거 꽤 괜찮은 핑계 아닌가? 이 남자는 자신이 생활안전과로 쫓겨났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애리:괜찮아요. 찍은 사진은 우리가 사가면 그만인걸. 기념도 되고 좋으니까. (우물거리던 츄러스를 네 입가에도 가져다댄다.) 그럼 문제될 거 없죠? 아~ 해요. 이거 맛있어요.
유명한:…… 그래. 그렇겠지……. (네가 내민 츄러스를 덥석 베어물어 우물거린다. 진짜 꼼짝없이 타는 수밖에 없겠네. 오늘도 X됐다.) 진짜 맛있네…….
애리:바이킹도 잔뜩 탈까 봐요. 롤러코스터 세 번 타고, 바이킹 세 번씩 탄대도 두세 시간밖에 안 지나지 않을까요? 괜찮지 않으려나……. (줄이 당겨질 때마다 한 발짝씩 발걸음을 옮기며 남은 츄러스를 마저 먹는다.)
유명한:데이트를 가장한 잠입 수사라며. 완전 신났네. (괜히 네 볼을 콕 찌르고 다시 커피를 열심히 마신다. 금세 얼음만 남은 컵을 주무르며 줄이 줄어들 때마다 초조함을 애써 숨긴다.)
애리:그치만 이런 곳에 오면 보통 그만큼은 안 어울려 준단 말이죠. 무서운 건 질색이야, 라면서. 오히려 그런 건 남자들이 더해요. 멋없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 손이 비자 자연스레 다시 팔짱을 낀다.)
유명한:나중에 다시 오면 되는 걸 가지고. (진짜 어쩌지? 한 번 타고 나면 두 번 다시 탈 수 없는 상태가 될 게 뻔하다. 얼마나 남았지. 남은 줄을 째려보며 나오는 대로 대답한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멋져 보이고 싶은 거겠지.
애리:멋져 보이고 싶다면 차라리 명한 씨처럼 말이죠, 이런 건 애들 장난감이지! 하고 말해 주면 좋을 것을. 겁 많고 멋없는 남자는 질색이거든요. (커피를 마저 비우고서 고개를 기울이며 네 얼굴을 바라본다.) 형사와의 데이트는 처음인데요, 얼굴은 무서워도 가끔은 멋있어서 그런 부분에서는 싫지 않은 것 같네요.
유명한:기준 참 확실하네. (하긴 내가 저걸 무서워해도 상관 있나? 말 그대로 수사하러 왔을 뿐인데. 그래. 나야말로 너무 데이트 기분을 즐겨서 그런 거야. 괜찮다. 괜찮아. 괜찮다고……. 눈이 마주치자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그거 욕이야, 칭찬이야?
애리:…… 반반? 아니다, 칭찬으로 해 두죠. 무서운 얼굴 꽤 좋아해요. 저는 솔직해서 누구랑은 다르게 그럭저럭~ 같은 말은 안 하니까. (들으란 듯이 말하며 어깨를 으쓱인다.)
유명한:……. (말을 말자. 아주 평생 끌고 가게 생겼다. 아예 컵 뚜껑을 열어 얼음을 와작와작 씹어먹는다. …… 어쩌면 오늘은 안 무서울지도 몰라. 고소공포증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애리:…… 기껏 칭찬을 해 줘도 무시……. (가볍게 밀치듯 팔짱을 풀고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쳐다본다.) 흥……. 곧 우리 차례인가 봐요. 다음이면 탈 수 있겠네요.
유명한:하나도 칭찬으로 안 들려. (가까운 곳에 쓰레기통이 보이자 컵을 던져넣었다. 갑자기 장비 점검 같은 거 안 하나?!) 빠르긴 진짜 빠르네…….
애리:(저도 쓰레기를 따라 버린 뒤에도 입을 삐죽이고 있었다. 쏘아붙이고 싶은 말은 잔뜩이었지만 참기로 한다. 기껏 재미있는 걸 타기 전이니까! 비명 소리가 잔뜩 들려오는 롤러코스터 쪽을 밝은 얼굴로 올려다본다.) 제일 무서운 자리가 어딘지 아세요? 바이킹도 롤러코스터도 맨 뒷자리예요. 우리도 얼른 뒷자리에 타요.
유명한:왜 맨 뒷자린데? 보통 앞에 타려고 하는 거 아닌가? (관심이 없기에 아는 것도 없다. 결국 사형대 앞에 서게 되자 순순히 맨 뒷자리에 먼저 올라탄다. 이건 안전하고, 내 목숨이 날아갈 일도 없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그런데 놈들이 여기까지 쫓아와서 롤러코스터에 이상한 장치를 해 놓았으면 어쩌지.)
애리:다들 그렇게 생각한다더라고요. 그래도 맨 앞자리에 타는 건 아마추어들이나 하는 짓이에요. (네 옆자리에 냉큼 앉고서는 안전바가 내려올 때까지 얌전히 등을 기댄다.) 엄청 기대된다, 얼마나 무서울지. 그쵸? 여기는 올라갔다 내려오는 구간이 엄청 많대요. 그래서 무섭다고 소문난 건가?
유명한:…… 남들이 무서워하는 걸 보면 같이 무서워지는 그런 거려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보기만 해도 속이 메슥거리니까. 아. 어쩌면 고소공포증이 아니라 멀미가 심하다고 하는 게……. 이게 여태 생각한 방법 중에 가장 괜찮네. 철컥이며 고정된 안전바를 단단히 잡는다.) 엄청? 뇌가 뽑히는 거 아닌가 몰라…….
당신의 근심걱정이 무색하게도...... 롤러코스터는 출발합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롤러코스터는 어디까지 추락할 셈인지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네요......
유명한:(덜컹이며 롤러코스터가 올라갈수록 안전바를 쥔 손이 새하얗게 질린다.) …….
애리:와아, 엄청 높게 올라간다. (들뜬 목소리로 말하고서는 네 팔을 꾹꾹 잡아당긴다.) 저쪽 아래 봐봐요, 사람들이 엄청 작게 보일 수준이에요.
유명한:어……. 응……. 어……. 그러네……. 엄청…… 작네……? (겨우 고개를 돌려 아래를 보니 아직 하강하지도 않았는데 머리부터 뱃속까지 온통 메스꺼워진다. 살려줘.)
꼭대기까지 다다른 롤러코스터는, 순식간에 하강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신난 비명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합니다.
유명한:
건강
기준치: |
70/35/14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직까지는 버틸 만한 것 같습니다. 당신은,,, 눈을 질끈 감고 어떻게든 이겨냅니다...
유명한:(나 죽어……. 절대 눈 안 뜰 거야…….)
하강이 끝났나 싶었더니...... 다시금 롤러코스터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겨우 눈을 떠 건너편을 바라보면 이번에는 연달아 추락하는 구간이 눈에 들어오네요.
유명한:……. (입을 벌려 비명을 지를 여유조차 없다. 어차피 옆에선 신나게 즐기는 중이고……. 아. 차라리 앞을 보는 게 덜 어지러울지도. 용감하게 눈을 뜬다!)
애리:아하하, 명한 씨, 롤러코스터 타면서 그렇게 무서운 얼굴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한층 시원해진 표정으로 널 돌아보니 웃음이 터진다. 슬쩍 네 옆구리를 콕 찔렀다.) 그렇게 재미없어요?
유명한:누가 재밌다고 한 만큼, …… 재미있진 않네. (옆구리를 찔렸는데도 뻣뻣한 자세 그대로 의자에 착 붙어 앉은 채 안전바만 고쳐 잡는다.) …… 네가 재미있으면, 됐어…….
머지않아 끝에 다다른 롤러코스터는 또 한 번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하네요! 연속으로요
유명한:
건강
기준치: |
70/35/14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건강
기준치: |
70/35/14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나갈 것 같은 정신을 어떻게든 붙잡아보는 명한이입니다,,
이제 끝났나? 라고 생각할 때쯤, 360도 구간이 당신을 반깁니다. 자비를 모르는 롤러코스터는 빠르게 돌진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건강
기준치: |
70/35/14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건강
기준치: |
70/35/14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건강
기준치: |
70/35/14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미 영혼이 나간 것 같은 얼굴로... 무사히 롤러코스터는 도착지에 다가갑니다.
하지만 강한 멀미만큼은 역시 참을 수가 없네요.
애리:아~ 재미있었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몸에 힘을 쭉 빼고 도착할 때까지 한숨을 돌린다.) 진짜 최고네요, 여기 롤러코스터…….
유명한:우욱……. (멀미가 너무 심해서 무서움을 느낄 틈도 없었다……. 심호흡을 해야 하는 건 알지만 온 내장이 뒤틀리고 있어 창백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문다.)
애리:(네 쪽에서 아무런 말이 없자 고개를 돌려 의아하게 바라본다.) 명한 씨???
유명한:웩……. (커피만 마셔서 다행이다. 헛구역질을 하며 네게서 고개를 돌리고 제 가슴팍을 주먹으로 퍽퍽 내리친다.)
애리:어라!? 명한 씨!? (화들짝 놀라서는 허둥지둥 고개를 기웃거렸다.) 왜, 왜 그래요!? 괜찮아요?
유명한:무, 물……. (안전바가 열리자마자 잽싸게 코스터에서 튀어나가…… 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주먹질을 멈추는 대신 쓸어내리며 고개를 숙이고 겨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애리:명한 씨……. (먼저 내려서서는 네 쪽으로 손을 건넨다.) 내, 내릴 수 있겠어요……?
유명한:……. (아. 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네 손을 잡을 여유도 없어 좌석 양옆을 손으로 짚고 오로지 근력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리:(그저 우물쭈물거리며 네 곁을 서성거리기만 하다, 비틀거리는 네 팔을 붙잡아 제 어깨에 둘렀다. 조금씩 부축하며 네 안색을 살핀다.) 자, 잠깐 벤치에 가서 쉬어요…….
유명한:응……. (내장을 전부 입으로 쏟아도 개운해지지 않을 듯한 이 기분……. 무섭지 않았다는 점에 감사해야 하나, 아니면 차라리 그게 나았다고 저주를 해야 하나. 벤치에 앉자마자 고개를 뒤로 젖히고 계속 숨을 고른다.)
애리:조금만 기다려요. 무, 물이라도 금방 사올 테니까……. (널 벤치에 앉혀놓은 뒤 지갑만을 챙겨 서둘러 편의점이 있는 쪽으로 뛰어간다.)
유명한:(어지러워……. 대체 이 빙빙 도는 감각은 언제 멎는 거야. 네가 자리를 뜨고 얼마 되지 않아 결국 화장실을 찾아 급하게 들어간다. 차라리 죽여라.)
애리:(서둘러 생수를 사들고 벤치로 오면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잔뜩 불안한 얼굴이 되어 두리번거리며 근처를 기웃거리며 걸어다닌다. 어, 어디 갔지…….)
유명한:(게워낼 것도 없으면서 한참 지옥을 맛본 후 세수까지 멀끔히 하고 벤치로 돌아간다. 한층 나아진 얼굴이긴 했지만, 아직도 어지러운 것 같다. 네 뒷모습이 보이자 허리를 붙들어 끌어당긴다.) …… 애리. 휴…….
애리:……. (온갖 걱정이 뒤섞여 반쯤 울상이 된 채로 깜짝 놀라 뒤돌아본다. 그제야 한층 안심한 듯 한숨을 쉬고 네 뺨을 손으로 감싸쥔다.) 어디 갔었어요? …… 화장실? …… 괜찮아요?
유명한:이렇게 어지러울 줄은 몰랐네……. 어어. 이제 괜찮아. (네 손에 얼굴을 기댄 채 눈을 몇 번 감았다 뜬다. 아닌가. 아직도 상태가 안 좋은가. 모르겠다.)
애리:…… 이, 일단 다시 앉아요……. (네 어깨를 부드럽게 잡고 다시 벤치가 있는 곳으로 널 데려가, 생수를 건네준다.) 물도 사왔으니까, 이거 마시고요.
유명한:(털썩 자리에 앉아 얌전히 물을 마신다. …… 한결 낫다. 반쯤 남은 물병을 다시 네게 건넨다.) 너도 놀랐을 테니까 마셔라. 하아……. 빈속으로 온 게 잘못이었나…….
애리:……. (물병을 받고서도 양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마시지 않았다. 조금 말을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혹시 롤러코스터 같은 거 잘 못 타요?
유명한:…… 그냥 멀미야. (죽어도 고소공포증 있다곤 말 못 해. 못 한다고. 고개를 숙이고 마른세수를 몇 번 한다.)
애리:…… 진짜죠?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 …… 그래도 일단 멀미가 심하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는데요…….
유명한: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멀미가 심한지 몰랐다……. 그냥 평범하겠거니 했는데 이렇게까지 사람을 흔들 줄은…….
애리:…… 그런 거라면 됐어요. 난 또 못 타는데 아닌 척했던 건 줄 알고. (그제서야 물을 조금 마시며 목을 축였다.) 이래서야 다른 것들도 타기 어렵겠어요. 이대로 쉬다 갈래요?
유명한:아냐. 너, 놀고 싶어 했으니까. (몸을 기울여 네 어깨에 툭 기댄다.) 그래도 몇 살이나마 나이가 많은 사람을 위해 좀 덜 흔드는 놈으로 타면 참 고맙겠다.
애리:저 괜찮아요. 무리 안 해도 된다구요. (가만히 어깨에 힘을 빼고 생수병을 만지작거린다.) 컨디션 나쁜 사람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취미 없거든요.
유명한:무리 아니야. 내가 언제 싫은 일 하는 거 봤냐? (괜히 거드름을 피우며 네 몸을 안고서 토닥토닥 달랜다. 멀미한 건 난데 왜 내가 달래는 거야.) 아니면 내가 멋없는 사람이라 이제 놀기 싫어졌어?
애리:멋없다는 생각 안 했거든요? (홱 고개를 돌려 가까워진 얼굴을 바라본다.) 걱정되니까 그렇죠! …… 거기다 뭐, 진짜 데이트도 아니고 놀러 온 게 아닌 건 사실이니까……. 별로 멀미하는 몸으로 놀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뜻이에요!
유명한:참 나. 멀미 한 번 했다고 사람을 아주 약골 취급하고……. 내가 너보다 백 배 튼튼하거든. 그리고 휙휙 돌지 않는 놀이기구도 많은데 왜. 조사 겸 조금 더 타자고.
애리:…….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이었지만 어차피 말을 들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 그럼, …… 사파리 가고 싶다고 하셨으니까.
유명한:사파리랑 귀신의 집이랑 회전목마랑 대관람차. (회전컵은 조금 위험한가……? 중얼거리며 고민에 빠진다.)
애리:그럼 사파리부터 가 봐요. 사파리 갔다가, …… 저 회전목마 타러 가고 싶어요. 회전컵은 금지예요.
유명한:그래. 네가 마구 돌려서 내가 용수철처럼 튕겨나갈지도 몰라. (그대로 툭툭 털고 일어나 네게 손을 뻗었다.) 갑시다. 스릴 만점 아가씨.
애리:네에.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 네 손을 잡았다. 남은 물은…… 혹시 또 모르니 핸드백 안에 넣어 챙겨둔다.) 움직이기 무리일 것 같으면 꼭 얘기해 줘야 돼요?
유명한:걱정도 팔자다. 내가 고작 저 롤러코스터 한 번에 졌다고 생각해? (졌다. 잡은 손을 꼭 쥐고 사파리를 향해 걸어간다.)
사파리 내부로 들어가 적당한 인원이 올라타는 차에 몸을 싣습니다.
평화롭게 동물을 지켜보며 이동할 수 있는 어트랙션이니 괜찮을지도 몰라요.
원래는 동물이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몬스터존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마다 몬스터 분장을 한 아르바이트생들이 돌아다닙니다.
유명한:말…… 보고 싶었는데……. (시무룩.)
애리:마, 말이요……? (웬 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저도 못내 아쉬운 얼굴을 지워낼 수 없었다.) 귀여운 동물들이 왜 좀비로…….
유명한:분장 실력이나 구경하자……. (여전히 시무룩한 얼굴로 창밖을 응시한다.)
좀비들이 창문을 쾅쾅 두드리거나, 기어 올라오거나, 상당히 리얼하고 무섭네요!
유명한:어우. (굳이? 이렇게까지? 보너스는 잘 받을까. 잠깐 놀랐다가도 현실적인 고민에 빠져버렸다.)
애리:힉……. 깜짝 놀랐네. 귀신의 집을 잘못 들어온 거 아닌가요? 이거……. (창밖에서부터 조금 떨어져 네 몸에 찰싹 달라붙어 앉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창가에 안 앉았어요.
유명한:뭐야. 이런 거 싫어해? (놀릴까 싶다가도 얻어맞으면 골로 갈 것 같아 순순히 네 몸을 꼭 안아준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까 즐겨.
애리:물론 좀비 영화 같은 건 평범하게 괜찮지만, ……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좀비를 보는 건 별로 달갑지 않네요. 그래도 깜짝 놀래키는 건 질색이라구요……. (놀래키는 건 괴도의 역할이니까. 그렇게 덧붙이며 몸을 톡 기댄다.)
유명한:그럼 보지 말고 내 얼굴이나 보던가. 어떤게 더 무서운지 가늠하면 되겠네. (아까부터 생각했지만 조금씩 귀여운 부분이 있다. 평소엔 귀여움이라곤 일 그램도 안 보이는데 말이다. 씩 웃으며 네 머리를 쓰다듬는다.) 너는 놀래키기보다 사람들이 기다리게 만드는 편이었지.
애리:그랬나요? ……. (네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떨어뜨린다.) 지금은 당당하게 예고장도 보내기 어려울 만큼 모두에게 미움받는 공포의 대상인 연쇄 살인마에 지나지 않지만요.
유명한:흥. 그전에 경찰이 듣던 소리도 네가 하던 소리랑 다를 게 없어. (손끝으로 부드럽게 네 턱을 들어올리곤 이마를 꿍 박는다.) 그러니 해결해야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종신형 받으면 서럽지 않겠냐?
애리:……. (가까워진 얼굴을 바라보다 결국 실없는 웃음을 흘려버린다.) 후후……. 있죠, 이번 일이 끝나면……. 명한 씨도, 아니, 형사님도……. 다시 저를 기다려 주실 거예요?
유명한:그러니까, 그게 문제야. 형사한테 할 말이 있고 아닌 말이 있지……. (혀를 차다가도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린다.) 조금 허전하긴 했지만…….
애리:…… 정말요? (고개를 기울여 네 시선 안에 들어가서는 한가득 기쁜 얼굴로 배시시 웃는다.) 이제 앞으로 더 허전해질지도 몰라요? 제 매력을 잔뜩 아셨으니까? 같이 잠도 잔 사이고? 후후…….
유명한:…… 자꾸 얼굴로 꼬시지 마라. (진짜 더럽게 예쁘네……. 괜히 뺨이 화끈거린다.) 그것도, 결국 아침에 혼자 도망갔으면서.
애리:……. (얼굴이 붉어져서는 금세 수줍은 웃음으로 변한다. 어색하게 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고개를 살짝 물렸다.) 도망가긴 누가 도망갔다고 그래요? 더 아쉬우라고 그랬죠. 그리고 그게 더 서로한테 좋을 것 같아서…… 아, 혹시 그날 아침에 뭐 놀란 점 없었어요?
유명한: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 아침에? 아. (그거. 솔직히 피하고 싶었던 주제가 나오자 입을 꾹 다문다. 먹고 거하게 배탈이 났는데 이걸 어쩐다.) …….
애리:응? (이어나올 말에 기대감이 서린 눈을 빛낸다.) 아직 아무런 말도 못 들었으니까요, 그거.
유명한:…… 만드느라 고생했다. 열심히 먹었어. (오. 제법 괜찮은 대답이다. 생각보다 괜찮은 말이 나왔다고. 반짝거리는 눈을 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녹아내렸다. 뭐야. 뭔데.)
애리:…… 그게 전부예요? (뭐, 그게 형사님다워서 싫지는 않지만…….) 뭔가 제대로 된 감상평은 없는 거예요? 맛있었다든가? 아니면 특히 이게 맛있었다든지?
유명한:네가 양식을 좋아하나? 싶었지. …… 응. 맛있었어. (거짓말이 아니다. 맛은 있었다. 좋은 맛이냐 묻는다면 아니지만.)
애리:후후. 그럴 줄 알았어요. 간만에 실력 발휘 했으니까.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창밖으로 힐끔 시선을 돌렸다.) 나중 되면 제가 해준 요리가 그리워질지도 몰라요. 그리고, …… 나름대로의 답례였으니까요.
유명한:……. (앞으로 그 실력을 볼 일이 없길 기도해야겠다. 몰래 생각한다.) 그러니까 자꾸 오늘 죽을 사람처럼 굴지 마라 했지. 답례라니, 무슨…… 아. (거기 보면 좀비 나올 텐데.)
유명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피가 흐르는 고기를 뜯어먹는 좀비 아르바이트생이 보입니다.
애리:안 죽어요! 안 죽을 거예요. 그런 거 아니에요. 저는 괴도고 당신은 형사니까 말한 것뿐이죠. 자주 만날 사이도 아니니까.
유명한:식인하고 있네……. (혼잣말을 하다 네 말에 시선을 다시 네게 준다.) 평생 그만둘 생각 없어? 괴도.
애리:……. (네 말에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에 뜸을 들였다. 그러다 몸을 휙 떼고서는 밝은 목소리로 화제를 돌린다.) 아, 다 왔나 봐요. 이제 속은 좀 괜찮아졌죠? 내리자구요.
유명한:그래. (아. 이거 다시 물어본다 해도 평생 도망만 치겠네. 본능적으로 깨닫곤 안고 있던 팔을 푼다. 먼저 일어나 버스에서 내린다.) 어떻게 된 게 두 번 연속으로 꽝이야.
애리:회전목마는 실패할 일 없으니까 괜찮겠죠? (버스에서 내려 바깥으로 나오면 자연스레 다시 손깍지를 잡아온다.) 그치만 사파리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기쁜 말 투성이였으니까. 후후.
유명한:아마. 할로윈이라고 꾸미지만 않았으면 오히려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귀신의 집도 비슷한 꼴일 것 같아 가야 하나 망설여진다. 회전목마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널 바라본다.) 남이 볼 땐 아주 극성 커플이었겠군.
애리:…… 뭐, 그렇게 보였다면 영광으로 생각하셔야 할 거예요! 저 같은 여자랑 극성 커플로 보이는 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유명한:예, 예. 아주 영광입니다. 너 같은 여자가 나 같은 남자랑 극성 커플로 보여서 어쩌냐. (가볍게 농담하며 회전목마 주변을 살핀다. 여기도 줄이 긴가?)
알록달록한 말과 마차가 가득한 회전목마입니다.
호박 마차와, 평범한 말들 속에는 드문드문 듀라한 말도 보이네요.
유명한:아까보다 금방 타겠다. 어떤 놈 탈래? (이 말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하다.)
애리:으응, 글쎄요……. 하나같이 귀여운데. (줄의 끝에 서서 기웃거린다.) 명한 씨는요? 아, 저기 봐요. 되게 귀여운 말도 있어요. 유니콘 같은 거.
유명한:너랑 어울리네. (같이 고개를 길게 빼고 기웃거린다.) 나야 뭐……. 내가 타도 발이 바닥에 안 닿는 거.
애리:그럼 되게 큰 말이어야겠다. (쿡쿡 웃으며 가장 덩치가 커 보이는 듯한 말을 가리킨다.) 저건 어때요? 그나마 제일 큰 것 같은데. 저것도 닿으면 어쩔 수 없겠지만요.
유명한:다리가 길어도 불편하다니까. (네가 가리키는 말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네게로 시선을 돌린다.) 너는 타면 아주 둥둥 뜨겠다? 같이 탈래?
애리:…… 그래도 돼요? 그럼……. (귀끝을 살며시 붉히며 잡은 손을 꼼질거린다.) 같이 탈래요.
유명한:이상한 일 하는 것도 아닌데 안될 거 있나. (…… 역시 묘하게 귀여워. 빨개진 귀끝을 빤히 쳐다본다.) 그러지, 그럼.
잠시 회전목마의 운행이 멈추고, 새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다행히 바로 탈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네요!
애리:어디 있더라, 아까 그 말……. 아! (주변을 둘러보다 발견하고서는 종종걸음으로 널 데려간다.) 이 말이었죠? 가까이서 보니까 더 커보이네.
유명한:네 키보다 큰 거 아니냐. (그건 아닌 듯하지만 농담을 건네고 먼저 말에 올라탄다. 다행히 제 체격에 딱 맞는 듯했다. 그대로 상체를 숙여 네 몸을 가볍게 들어올려선 제 앞에 옆으로 앉힌다.) 혹시 모르니까 안 떨어지게 잘 잡아.
애리:앗. (몸이 가뿐히 들어올려지자 작게 놀란다. 떨어지지 않게끔 잘 붙잡고서 휙 널 뒤돌아본다.) 예전부터 되게 아무렇지도 않게 제 몸을 들고 그러시는데요, 이럴 때마다 체포당했던 때가 생각나서 깜짝깜짝 놀란다구요.
유명한:엉덩이도 안 때렸는데 유난은. 언제 체포할지 모르니 항상 긴장하는 게 좋잖아?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한쪽 팔로 네 허리를 감아 안고 다른 손으로 손잡이를 단단히 쥔다.) 아. 출발한다.
애리:흥,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야말로 언제 또 도망칠지 모른다구요? (네가 제 몸을 안으면 풀썩 등을 기댄다. 들뜬 탓인지 입꼬리가 올라간 채 다리를 작게 달랑거린다.) 명한 씨한테 있어서 저는 완전 딸 같은 존재인 거죠? 엉덩이도 때리고. 완전 기분 나빠~
유명한:다른 의미로 엉덩이 맞게 되면 정신 못 차릴 텐데. (매를 버는 타입인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이 위로 떠오르자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아, 이런 거였지. 너무 오랜만이라 잊고 있었다.) 그럼 나는 너한테 어떤 존재길래 그런 말을 다 하냐.
애리:맨날 그런 식으로 저질같은 농담만……. 전 그런 취향 아니에요. (흥, 단호하게 말하고서는 저를 안은 네 손의 손등 위를 겹쳐잡는다.) 음……. 적어도 아빠는 싫구요. …… 비밀이에요.
유명한:그럼 꼬리 잡힐 말을 하질 마. (애초에, 딸 같은 존재라니. 말 그대로 기분 나쁘다. 고개를 내리면 겹쳐진 손이 보인다. 작다. 작은데, 가늘고 길다.) 됐다. 됐어. 어차피 더 물어도 기분 나쁜 형사 아저씨니 뭐니 하는 말만 듣겠지.
애리:난 형사님이 나한테 흥미 가져 줄 때가 제일 기쁘더라. (시선은 천천히 돌아가는 바깥 풍경으로 던진 채 잔잔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사실 형사님께 어떻게 생각되고 있든 제가 생각하는 존재는 바뀌지 않을걸요. 안 가르쳐 줄 거지만.
유명한:너 진짜 취향 이상하다. (분명 놀이기구를 탔으니 주변 구경을 해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네 모습만 보고 있었다. 천진난만하기도 하고 그만큼 우울한 구석도 있다. 왜일까. 하지만 그조차 숨겨버릴 것임을 안다.) 그래. 그렇게 혼자 다 해먹고 살아라.
애리:후후. 귀여워. 언젠가 말해 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죠. (작게 웃으며 네게로 고개를 돌리더니, 머리띠가 씌워진 머리 위를 쓰다듬듯 톡톡 두드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본질은 상냥한 사람이다.) 있죠, 저 사실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보다 회전목마가 제일 좋아요.
유명한:뭐? 자꾸 어른을 귀여워하고 말이야……. (물론 너도 어른이라는 건 안다. 그래도 기분이라는 게. 불만족스러움에 입술만 우물거리다 네 말에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왜? 아까 롤러코스터 타러 갈때 더 신나하지 않았나.
애리:음, 글쎄요……. 당연히 재미로 따지면 그쪽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회전목마는 가물가물하게 기억에 오래 남아있거든요. (기억을 되감아보듯 잠시 뜸을 들이다 다시 바깥으로 시선을 돌린다.) 뭔가, 엄청 행복했던 기억 같은……. 그래서 지금도 행복해요. 상대가 당신이라서도 한 몫 할지도요.
유명한:어쩌면 놀이동산이란 공간 자체가 그런 걸지도 모르지. (특히 회전목마나 관람차 같은 것들은. 평화로운 음악이나, 풍경, 그리고 몽글몽글하게 풀어지는 기분까지. 이어지는 말에 잠시 흠칫한 표정을 짓더니 네가 다른 곳을 보고 있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대로 전부 멈춰 버렸으면 좋겠네. 그럼 앞으로도 쭉 행복할 수 있잖아.
애리:그러게요, 후후……. 그렇지만. (네 손등을 감싸쥔 손이 미세하게 굳어 쭈뼛거린다.) …… 명한 씨도 행복해요? 이대로 멈췄는데 나만 행복해서야 안될 거 아니에요.
유명한:나 같은 놈도 어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거지. (한때는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 믿었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으니까. 그저 네 허리를 더 단단히 안아주었다.)
애리:마음에 안 드네. 자신의 행복이 우선이에요. 그래야 저처럼 뻔뻔하게 살 수 있으니까.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네 얼굴을 마주한다.) 게다가 기껏 제가 당신 덕분에 행복하다고 말했잖아요? 조금 더 성의있는 대답을 내놓으세요.
유명한:싫네요. 나도 비밀로 할 거야. (단순히 지금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우리는 누구보다 복잡한 관계가 아닌가.) …… 가끔은 남을 우선하는 게 행복해지는 길일 때가 있어.
애리:…… 글쎄요. 그 말이 진짜라면, 남을 우선해서 행복해지지 못 했던 건 순전히 내 진심이 부족해서였나. 그런 거면 내 탓이겠네요. (픽 웃고서 마침 멈춰세워진 말에서 폴짝 뛰어내려버린다.) 차라리 앞으로도 혼자서 행복해지는 나쁜 역할만 맡을래요.
유명한:글쎄, 그렇다고 전부 네 탓으로 돌릴 필요 있나?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고, 단순히 운이 안 좋아서 그렇게 될 때도 있는데. (천천히 말에서 내려온다.그래서 여태 행복하기만 했냐고 묻는 건 실례겠지.) 그래도 욕심이 많은 건 좋은 거야.
애리:흐흠, 당신이 말하니까 전혀 좋게 들리지 않는데요? 당신은 욕심이 너무 부족해서 탈인 것처럼 보이는걸. (다시 네 손을 붙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금 느린 발걸음을 타박타박 옮기며 간식 부스를 가리킨다.) 저 츄러스 하나 더 먹을래요.
유명한:그거야 네 이미지일 뿐이고. (가볍게 네 평가를 부정하며 나란히 걸음을 옮긴다. 욕심이 부족하다니. 몰라도 너무 모르지 않나.) 하나면 충분해? 아예 밥을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
애리:음……. 그치만 명한 씨, 아직 속이 완전히 괜찮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뭐 같이 먹었다가 다시 속이 안 좋아지면 어떡해요!?
유명한:바이킹만 안 타면 돼. 간식만 먹으면 속 버린다. (마음을 먹은 듯 너를 질질 끌고 간식 부스가 아닌 푸드코트 쪽으로 간다.)
푸드코트에는 꽤 비싸지만 맛은 평범한 음식들을 팔고 있습니다.
할로윈용 특별 괴기 음식도 보이네요. 손가락 모양의 감자튀김, 눈알 사탕, 해골 모양 초콜릿, 피 주스, 뼈가 그대로 붙은 스테이크!
꿈틀거리는 벌레 젤리가 유난히도 리얼해보입니다.
애리:지, 진짜 괜찮은데……. (일단 따라는 오지만 곁에 붙은 채 계속해서 조잘거린다.) 저는 원래 밥보다는 간식이 좋다구요.
유명한:…… 그러니까 빼빼 말랐지. (물론 나올 곳 나오긴 했다만. 요상한 음식들 앞에 널 세워놓고 겁을 준다.) 자꾸 투정부리면 벌레 먹일 거야.
애리:으아, 징그러워. (꿈틀거리기까지 한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슬금슬금 네 뒤로 물러난다.) 밥 먹을 거면 저는 양식이 좋아요.
유명한:벌레 젤리 하나 시켜야겠다. (밥보다 간식이 좋으면서 왜 그러시나 몰라. 실실 웃으며 뒤를 돌아본다.) 양식만 좋아하나?
애리:시, 싫어요. 그런 흉측한 거 시키지 마세요. (약하게 네 팔뚝을 콩 때린다.) 그건 아닌데……. 밥은 배부르니까. 양식은 비교적 가벼운 느낌이잖아요. …… 아닌가? 괴도는 몸이 가벼워야 돼요.
유명한:양식이 가벼워? 너 한국 사람 아니냐? (어이가 없어서, 진짜……. 네 앙탈에 코웃음을 치면서도 양식 종류가 있는 진열대를 죽 훑어본다.) 죄다 기름덩어리구만. 뭐, 양식 먹어라. 댁은 좀 무거워야 돼요.
애리:…… 아니, …… 그, 그런가. (네 말을 듣고 보니 조금 고민하는 얼굴을 하며 서성거린다.) 파스타 같은 건 꽤 가벼운 것 같은데요. …… 이, 이렇게 말해도 저 평소에는 밥도 잘 먹고 있으니까요? 괴도 일을 할 때에만 조금 졸라매는 느낌이지…….
유명한:평소엔 뭘 하는데? (태연히 유도하면서 옆의 진열대도 본다. 역시 국밥은 없군. 카레도 괜찮고……. 볶음밥도 괜찮고……. 아.) 나는 오므라이스로 해야겠다. 런치 깃발 꽂아주겠지? 너 줄게.
애리:됐어요. 안 줘도 되거든요? 자꾸 애 취급……. (네 쪽을 흘겨보며 제 팔짱을 낀다.) 그럼 저는 토마토 파스타 먹을래요. …… 뭐, 평소에도 그냥 평범하게 지내는데요? 당신이랑 다를 거 없을걸요.
유명한:왜. 그것도 기념품인데. (네가 삐치든 말든 오므라이스와 토마토 파스타, 벌레 젤리를 주문한다.) 평범하게 경찰서에 출퇴근하진 않으니 묻는 거지. …… 혹시 다른 피자 가게 배달부?
애리:……. (싸늘한 얼굴로 네 얼굴을 바라보다 비어있는 테이블의 의자에 털썩 앉는다.) 뭐, 괴도도 나름대로 바쁘게 살아요. 물밑 작업이랑 정보 수집이 제일 중요한 직이라. 이래저래 교섭도 많이 해 둬야 편하고. 그치만 규칙적으로 쉬어 주지 않으면 몸의 컨디션이 안 좋아지니까요. 쉴 땐 확실히 쉬어요.
유명한:전업 괴도라니……. (왜인지 시무룩해졌다.) 머리 쓸 일 많고 몸 쓸 일 많은데 토마토나 깨작깨작 먹으면 몸이 남아나겠냐. 뭐 내가 이런 말을 할 입장도 아니군. (먼저 나온 벌레 젤리를 받아 반쯤 물고 질겅질겅 씹는다. 제법 맛있다.)
애리:아, 진짜 징그러워……. (비위가 상하는 기분이라 오만상 얼굴을 찡그리고서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정보를 얻으려면 그만큼 사람을 엄청 만나야 하잖아요? 대부분 남자들이고, 구워삶기 제일 편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으니 관리를 잘 해야 되죠, 뭐. 운동도 하니까 제 몸 제법 튼튼하거든요?
유명한:……. (조용히 네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그러니까 왜 그런 일을 하냐고. 그런 능력이 있으면 충분히 자기 앞가림을 하고도 남는데 왜 그러냔 말이야. 이 이야기를 해봤자 지난 밤으로 돌아갈 뿐이다. 그래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음식을 받아가는 구역만 쳐다보았다. 이상하게 짜증이 나네.)
애리:……. (말수가 사라진 네 얼굴을 의아한 듯 바라본다. 묘하게 표정이 굳은 것도 같은데, 기분 탓인가 싶어 넘겨버린다. 테이블에 턱을 괴고 그런 네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명한 씨는요? 주말에는 뭐 하고 지내요? 괴도 잡아넣을 생각하고 지내나?
유명한:주말에. …… 출근하지. (휴일이 딱 정해진 직업이 아니다. 그리고 전부터 주말에 출근하는 일이 잦았다. 아, 그것도 감점 요인이었을까. 아니면 애초에 그런 건 신경쓰고 싶지도 않았을까. 초점이 한순간 흐려진다.) 괴도 전담은 우리 과 아니야. 나는 이제 동원 인력일 뿐이고.
애리:아, 그렇겠구나. 그럼 휴일로 정정할게요. (다리를 꼬고 앉아 다리 끝을 까딱거린다.) 참고해 둘게요. 유 형사님을 만나고 싶다면 직접 만나러 가는 수밖에 없겠네. 그동안은 운이 좋았나 봐요.
유명한:이제 휴일도 줄었고 외근이 잦으니 안 오는 게 좋아. (하긴 이 아가씨에게도 만만하게만 보였으니 오죽했을까. 저도 모르는 사이 젤리가 들어있던 봉투를 마구 쥐어짜듯 뭉개 주무르다 뒤늦게 손을 편다. …… 죽이 됐네. 어쩐지 자신도 별 다를 게 없는 듯해 웃고서 쓰레기통에 버리곤 음식을 받아온다.) 먹자.
애리:……. (네 태도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입을 다물었다. 앞에 놓인 파스타를 먹을 생각도 않고 내려다보기만 한 채 입을 열었다.) 이제 찾아오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돼요?
유명한:명색이 괴도라는 녀석이 경찰 뒤만 쭐래쭐래 따라다니면 어떡해? 잡히고 싶단 뜻인가.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처럼 대답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엄한 생각도 적당히 해야 한다. 누구 말처럼 하루이틀 지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오므라이스를 퍽퍽 떠 입에 넣어 삼키다 말을 덧붙인다.) 그리고 기껏 왔는데 없으면 김 새잖아.
애리:…… 알았어요. (그 이상의 말은 덧붙이지 않고 대답만 내뱉었다. 저도 뒤늦게 포크를 들고, 마찬가지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파스타를 우물거린다. 진짜 데이트라도 된 것마냥 자꾸 착각하게 되니,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직면할 때마다 울적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꿈에서 자꾸만 깨는 것처럼. 어떻게든 먹는 것을 계속해나가고 있긴 하지만 삼키기가 어려운 기분이었다.)
유명한:…… 맛이 없어? (반쯤 먹었을 즈음 네 얼굴을 보니 영 말이 아닌지라 제 얼굴에도 걱정이 가득 차오른다. 물론 이래선 안 되는 관계라는 건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 이놈의 정은 제멋대로 붙는 데에 선수다. 물을 한 잔 따라 네 앞에 놓아주며 우물쭈물한다.) …… 미안. 억지로 먹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애리:…… (눈을 마주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저었다. 가끔 이런 식으로 네게 있어서 저는 아무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싫었다. 싫을 이유가 없다는 건 알고 있는데, 오히려 미워하는 존재가 아님에 고마워 해야 하나 싶었다.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작게 웃는다.) 무슨 억지로예요. 저 원래 먹는 것도 느리고 입이 짧아서 그래요. 생각보다 맛있는데요? 평범할 줄 알았는데. 형사님도 마저 드세요.
유명한:기분 상한거 다 보이거든. 안 들어가는 거 나 때문에 일부러 안 먹어도 돼. (먹을 생각이 사라진 건 마찬가지다. 이렇게 말이 길어지는데 누가 믿겠어. 바보네. 습관처럼 손을 뻗어 올라간 입꼬리를 슬슬 쓸어주며 달랜다.) 간식이나 왕창 사러 갈까, 응? 그…… 뭐더라. 솜사탕도 있었는데. 좋아해?
애리:……. (애써 아무렇지도 한 척을 하던 연기가 네 손길 하나에 무너뜨려질 것만 같았다. 매섭게 네 손을 탁 쳐내고는 널 노려보듯 인상을 찌푸렸다.) 제가 기분이 상할 게 없는데 왜 상해요? 아저씨. 그리고 슬슬 진짜로 기분 나쁘니까 애 대하듯 굴지 마세요. 필요없어요. 어차피 조금만 이렇게 굴어 줘도 금방 풀리겠지, 하고 생각하는 게 훤히 보여서 짜증 나니까……. (그리고는 포크를 내려놓고 물을 마신다.)
유명한:…… 마음대로 해. (애 대하듯 구는 게 아니라 한들, 그래. 오늘만 해도 비슷한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더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도 모르겠고. 도망치고 싶었다.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저 표정을 거두며 다시 숟가락을 집었을 뿐이지만. 그 이상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식사를 이어간다. 밥알이 아까보다 한층 더 까끌까끌하다. 조금 피곤해지려고 하네.)
여러 어트랙션을 타고, 가끔 진짜로 데이트 같은 기분을 내기도 했건만......
우리의 기분과 다르게 놀이공원 평화롭기만 합니다.
누가 보아도 둘은 온전히 캔디랜드를 즐기러 온 관광객일 뿐이겠죠.
유명한: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푸드코트의 많은 인파 사이에서, 너무나도 신경 쓰이는 대화가 드문드문 들려옵니다.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면 어째선지 노골적으로 수상해 보이는 검정 일색의 사람 두 명이 걷고 있습니다.
할로윈 코스튬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조금 전 들은 대화를 미루어보면 분명……
유명한:놈들이군. (너네도 타이밍 참 못 잡는다. 기껏 다시 든 숟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널 내려다보며 괜히 셔츠를 탁탁 털어 옷매무새를 고친다.) 일어나. 할 일은 해야지.
애리:네? (일어선 네 얼굴을 여전히 신경질이 묻어난 채로 올려다본다.) 갑자기 뭐예요?
유명한:의식 이야기를 하는 놈들이 있어. (목소리를 낮춰 말하며 빨리 일어나라는 듯 네게 손을 뻗었다.)
애리:(어깨 너머로 일행을 발견하고서는 그제서야 순순히 네 말을 따라 일어났지만, 네 손길을 무시한다.) 일단 몰래 따라가 보죠. 목적지를 알아내면 막을 수 있겠지.
유명한:(왜 혼자 성이 나서는. 내밀었던 손을 제 주머니에 찔러넣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대로 먼저 걸음을 옮겨 수상한 일행의 뒤를 쫓는다.)
그들은 푸드코트를 나가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깁니다.
유명한: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애리: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직원: 캔디랜드! 즐기고 계신가요~? 저쪽에 계신 잘 어울리는 커플분들! 와서 사랑이 가득한 게임 한 판 하고 푸짐한 상품을 타가지 않겠어요?
가만히 보니 다트 게임을 할 수 있는 부스 같은데요.
유명한:……. (당연하게도 자기를 불렀다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뒤에 커플이 있나?)
애리:(이러다 저 녀석들이 이쪽을 돌아볼 것만 같았다. 대체 뭐야? 짜증스러운 얼굴로 뒤를 돌아보면 직원과 시선이 마주친다.) …… 우리?
유명한:응? (네 목소리에 그 누구보다 험상궂은 얼굴로 나란히 직원을 노려본다.) 뭐.
직원: (꿋꿋하게 확성기로 잡아세운다.) 게임 한 판 하고 상품 받아가세요~~~~~~~~~~~~~
유명한:아, 씨……. (이러다 놓치면 어쩔 건데. 대놓고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네 팔을 톡톡 건드리며 속삭인다.) 대충 끝낼 테니까 계속 지켜봐 주라.
애리:…… 알겠어요. (일단 어느 정도 너와 가까이 있긴 해야 할 것 같아서 부스가 있는 쪽에 살짝 붙는다.)
직원: 여기, 이 다트로 다트판에 던져 주시면 됩니다~
유명한:이게 뭔. (결국 부스로 가 다트를 들고 휙 던진다.)
유명한:
사격(권총)
기준치: |
60/30/12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애리:풋……. (그 광경을 보더니 입을 가리고 슬쩍 비웃는다.)
유명한:멋있다고 생각한 사람 눈이 삔 거지. (별로 기분이 상하지도 않았다. 아, 시간 낭비했네. 급하게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 시야에 보입니다. 다시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명한:빨리 가자. (네 손을 잡아끌어 발걸음을 재촉한다.)
유명한: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우르르 지나가는 단체 일행과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줄이 끊이질 않습니다.
조금 무식하더라도 반으로 가르고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애리:……. (못마땅하지만 일단 가까이 붙는다.)
유명한:잠깐 지나갑니다. 아내가 아파서요. 죄송합니다. 조금만 비켜주십쇼. (네 몸을 꼭 끌어안고 사람들 사이를 어깨로 밀친다.)
애리:무슨, 무슨 소리……. (네게 당장이라도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눈치껏 입을 꾹 다문다.)
유명한: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저놈들은 대체 어디까지 이동하는 걸까요?!
캔디랜드의 절반은 주파한 것 같은데, 그들은 내내 걷고 있습니다.
차라리 미행을 포기하고 제압이라도 해볼까? 그런 생각을 할 즈음입니다.
유명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쪽을 슥 돌아보는 그들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러자마자,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돌리고 다시 걸어가네요.
미행을 시작했을 때와 다름없이 ‘일정한 보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요.
유명한:
지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들은 우리가 미행하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보기 좋게 허를 찔렸어요!
유명한:아, 더럽게 꼬이네. (욕을 꾹꾹 눌러 삼키며 고민에 빠진다.) 이걸 계속 가, 말아…….
애리:…… 왜요? 포기하시려고요!? 뭘 고민하시는 거예요.
유명한:쟤네, 지금 우릴 유인하는 거야. 잘 따라오는지 확인도 하고 있어.
애리:네? 그, 그럴 리가……. 언제부터……. (당황스러운 얼굴로 두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들의 낌새가 변하더니 곧 그들은 전력으로 뛰어 달아납니다!
유명한:빌어먹을. (그대로 훌러덩, 널 안아들고 놈들의 뒤를 쫓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번엔 공주님 안기니까 안 혼나겠지?!)
애리:앗, 아니, 잠깐만요! (놀란 기색으로 네 어깨를 두어 번 팡팡 때렸다.) 이러고 뛰면 힘들잖아요! 누가 봐도 눈에 띄고!
유명한:지금 그런 거 신경쓰고 있을 때냐. 어차피 뛸 힘도 없잖아? (조용히 해. 속삭이며 허리와 다리에 힘을 주어 계속 뛴다.) 치마나 잘 잡아!
애리:……. (흥이다. 입술을 삐죽이며 말없이 꾹 치마를 눌러 잡았다.)
사방이 확 트인 캔디랜드에서 벗어날 곳이 없는 건 우리도 상대도 마찬가지겠지요.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은 당신을 본 그들은......
대기열이 하나도 없는 대관람차 안으로 쏙 들어가 타버립니다!
유명한:뭐야?! (어차피 기다리면 다시 내려오는 건데? 멍청이야? 관람차 앞에 서서 널 조심스레 내려준다.) 쟤네 바보야?
애리:…… 그러게요. 그냥 여기서 기다리는 게…….
직원: 네~ 순서대로 줄 서서 타주세요! 이 관람차 먼저 들어가실게요~
운도 나쁘지, 우르르 몰려온 단체 탑승자 때문에, 여러분도 그만 다음 관람차에 밀려 들어가게 생겼습니다.
유명한:아, 아니. 저희는 타려는 게 아니고요. (필사적;)
저희 타는 거 아니에요, 열심히 말해보지만...
당연하지만 꼭대기에 도달하는 것만으로도 한참 남은 것 같습니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사교도의 음모는 진행되고 있을까요......
애리:(위에 있는 관람차를 보려고 창밖으로 애써도 잘 보이지 않는다.) …… 두, 둘만 남았네…….
유명한:그러게. (네 몸 위를 덮듯 일어나 마찬가지로 보일 리 없는 쪽을 열심히 쳐다본다.) 하…….
애리:……. (시선이 곧 힐끔 네 얼굴로 향해 올려다본다. 그러더니 다시 창밖으로 돌려 투덜거린다.) …… 별로 이런 거 탈 기분, 아니었는데…….
유명한:……. (누군 그런 기분이었나. 직설적인 말이 왠지 쓰리게 느껴져 빈 자리에 몸을 구기듯이 끼워 앉았다.)
애리:(네 맞은편에 앉을지 옆에 앉을지 조금 서성거리더니 그냥 맞은편에 앉아버린다. 애꿎은 창밖에만 시선을 고정시켰다.) …… 흥. 별로 커플 같은 짓도 안 했는데 직원은 멋대로 커플 취급이나 하고 말이죠.
유명한:(반대쪽 창밖만 쳐다보고 있다 네 말에 뒤따라 코웃음을 친다. 알고 저러는 거야, 모르고 저러는 거야.) 예쁘장한 애가 지나가니 눈에 띄었겠지.
애리:마음에도 없는 말 하지 마요. 어차피 명, …… 아저씨는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을 거면서. 그렇게 생각했으면 진작 넘어왔을 테고. (턱을 괸 채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한다.)
유명한:얼굴이 예쁘다고 해서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니까.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왜 그래? (사실 사랑의 문제보단, 일의 문제다. 실제로 오늘 대부분은 정말 데이트를 하듯 헤롱거리고 있었으니. 그런 자신이 못마땅해 입술을 질근 씹는다.)
애리:…… 그냥 해본 소리예요. (무슨 말을 해도 보이지 않는 벽에 튕겨져 나오는 것만 같아 제 자존심만 구겨지는 기분이다. 하필이면 이 좁은 공간에서 둘만 남겨질 게 뭔가 싶다. 표정 관리를 하기가 어렵다.) 아쉽겠네요. 이런 곳에서 하필 같이 어울리게 된 게 나라서. 거기다 쓸데없는 오해도 사고…….
유명한:오해야 아무래도 좋은데. 너야말로 결국 아저씨랑 종일 시간 낭비만 했으니 손해지. 인기 많다며. (결국 환상 같은 하루로 치부하고 만다. 흘끗거리며 저쪽 관람차를 계속 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 …… 오기 싫었다던가 재미가 없었다던가 하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라?!
애리:…… 오기 싫었던 건 사실이잖아요. 데이트 신청에 미친놈 소리를 들었는데. (네 입에서 흘러나온 시간 낭비라는 소리에 형용하기 어려운 허전함이 밀려온다.) …… 만약에 사교도 건이 아니었으면 안 왔을 테고, …… 왔더라도 아까 진작 돌아가셨을 것 같은데요.
유명한: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왜 상상하고 그래. (이제 맞는 말을 해도 뭐라고 하는군. 천천히 네게로 고개를 돌린다. 진작 표정 관리는 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뜬금없이 데이트 신청을 하면 당황하는 게 정상이지. 그것도 놀이공원이니까……. 그, 좀, 천천히 알아간다거나……. 그런 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응. (멋적게 웃고서 다시 창밖을 본다.)
애리:…… 우리가 천천히 알아갈 사이였어요? 냅다 체포부터 했던 주제에. (그런 널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휙 돌아본다.) 게다가 데이트에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계신 거예요. 정말……. …… 오늘은요? 조금 알아갔다고 생각하세요?
유명한:거기서부터 짚고 넘어가려면 한도끝도 없어. 아가씨. (시선이 느껴지자 더 꿋꿋하게 창밖만 본다.) 한 번 다녀온 사람이 가볍게 구는 게 더 별로 아닌가……. …… 뭐어, 아주 조금. 놀이기구 좋아하는 거, 달지 않은 커피 마시는 거, 휴일엔 잘 쉰다는 거, 몸이 좋다는 거, 간식 좋아하는 거, 양식 자주 먹는 거. …… 아, 츄러스도 좋아하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천천히 되짚는다.)
애리:……. (하나하나 손가락을 접을 때마다 귀끝이 붉어진다.) …… 그, 그런 사소한 것까지 기억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엄청 많잖아요? 아주 조금도 아니잖아요. …… 알아서 좋았다고 생각해요?
유명한:온 세상 사람을 전부 늘어놓으면 다 비슷해 보이겠지. 그래도 이렇게 일대일로 보고 있으면 엄청나게 다양한 면모가 있으니까…… 아주 조금. (다시 손가락을 펴 턱을 괸다.) …… 비밀.
애리:어차피 아저씨가 저한테서 알고 싶은 건 체포하기 좋은 신상 정보 정도 아니에요? (등을 기대고 못마땅한 얼굴로 가만히 흘겨본다.) 아까까진 서로 비밀 하나씩이었는데 이건 반칙이죠. 그냥 내가 들어서 실망할 것 같은 대답이면 다 비밀이래.
유명한:거짓말 하지 마라. 비밀은 네가 훨씬 많거든? (뻔뻔하기도 해라. 한참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찔끔 움직였다는 걸 확인하곤 미간을 구긴다. 그러더니 아주 작게 중얼거린다.) …… 이러면 안 되는 걸 아는데도, 좋았어.
애리:……. (널 보던 시선은 금세 바닥으로 향한다. 얼굴을 붉힌 채 가만히 침묵을 유지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네 옆자리에 몸을 밀어넣어 앉았다. 그럼에도 해야 할 말을 찾지 못해 입을 앙다물고 있었다.)
유명한:…… 왜. (굳이 좁은 제 옆자리로 와서 앉자 의아한 듯 네게로 시선을 돌린다. 어찌나 열심히 바닥을 보는지 머리통밖에 보이질 않았다.)
애리:몰라요. (얼굴이 식을 때까지는 고개를 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꼴을 보이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 좋았다고 대답해 놓고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볼 생각 없잖아요.
유명한:이제 내가 손쓸 수 없는 일도 다 내 탓으로 돌리게? (하긴 그게 신을 원망하는 것보다 낫겠군. 손을 올려 머리띠가 떨어지지 않도록 네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가씨는 데이트를 가볍게 생각하는 거 아니었나.
애리:……. (말할수록 제가 정말 투정이라도 부리는 어린애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좌석을 짚고 있던 양손에 힘이 꾹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 당연하죠. 마음 없는 데이트 정도는 거의 매주마다 잡혀 있고. 모두 저를 내버려 두지 못해서들 안달이라니까요, …….
유명한:그 귀한 시간들 중 하나를 낼름 삼켰으니, 앞으로 내가 괴도에게 뭐라 할 수도 없겠어. (웃는 건지 한숨을 쉬는 건지 모를 숨을 뱉고 천천히 손을 거둔다. 뭐, 그런 거다. 자신이야 대하기 쉬운 봉 같은 놈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나처럼 전부 망치지 않길 바라야겠네.
애리:맞아요. 아저씨처럼요, 무신경하게 말하지도 않고 모두 매너가 좋은 사람이에요. 잘 어울리냐고 하면 그럭저럭이라고 대답하지도 않고, …… 기껏 신경써서 입고 나왔는데 오늘 예쁘다든가 한 마디도 안 해주는 사람들도 아니니까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입술을 꽉 깨물었다 놓았다.) …… 잠시나마 꿈처럼 행복했는데 자기가 시간 낭비를 하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상대도 없을 테죠.
유명한:응. 그렇겠지. (이 아가씨는 왜 모질게 끊어낼 줄을 모를까. 그것도 할 줄 모르면서. 이번엔 명확한 한숨을 쉬며 네 몸을 안고 토닥인다. 왜인지 계속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비슷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그 뒤는 아무것도 없었다.) 꿈을 꾸게 하는 재주 정도는 있는 줄 알았더니 결국 망쳐버렸잖아. 솔직히, 뭐가 그렇게 네 심기를 건드렸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어. 나도 내 잘난 맛에 살아. 그래도 가끔 턱없이 부족한 상대가 나타나지.
애리:…… 모르면 됐어요. 앞으로도 몰랐으면 좋겠고. (이번에는 네 손을 내치지 않고 가만히 몸을 기댄다.) …… 제가 성가시다는 걸 그렇게 길게 말하실 필요도 없고요……. 알고 있으니까. …… 그만 이야기해요.
유명한:인간이 별을 탐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더라. 나도 참 바보 같았네……. (지금 이 주변에 얽혀 조여드는 실들을 하나씩 거두면, 결국 자신은 또 같은 길을 택했으리라. 작게 웃고서 네가 그대로 안겨있게 두었다.) 성가신 건 피차 마찬가지 아닌가?
애리:…… 글쎄요. 난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 (짧게 대답하고서 몸에 힘을 뺀다. 별 것도 안 했는데 몸도 마음도 지친 기분이었다.)
유명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꼭대기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캔디랜드의 정경이 창문 아래로 한눈에 보입니다.
저마다 화려하게 할로윈 장식을 달고 있는데, 유독 한 곳만 잠잠하기 그지없네요. 귀신의 집, 이라는 낡은 간판이 달려 있습니다.
유명한:그 성가신 점이 제법 귀여우니까 괜……. (무심히 창밖을 내려다보다 자연스레 귀신의 집 쪽으로 시선이 묶인다.) …….
제물 의식을 벌이려면 아무리 그래도 충분한 공간이 필요할 테니, 어쩌면……
거기까지 생각할 때, 곁에 앉은 애리가 움직이는 게 느껴집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당신에게 손을 뻗어, 가슴께 쪽을 더듬는 게 아니겠어요?!
유명한:?! (어, 어, 어어. 어어어?! 어?!!!!! 뻣뻣하게 굳는다.)
애리:(동시에 네게 얼굴이 가까워진 채 그 눈을 마주하며 더듬는 손길을 계속한다.) 아저씨, 혹시……..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신경 쓰이기 그지없습니다.
유명한:…… 왼쪽 안주머니. (방금까지 축 처져있던 사람이 이렇게 나올 이유는 하나밖에 없지. 그렇지? 놀라운 둔감함이 빛을 발한다.)
그가 안주머니에서 들어올린 것은…… 당신이 가지고 나온 푸른 장미꽃 귀걸이의 한쪽입니다.
유명한:…… 네가 준 거잖아. (사실 그냥 보였을 뿐이지만.)
애리:…… 그걸 저랑 만나는 데이트에 가지고 나오신 거구요? (조금 기쁜 마음이 들어 어쩔 수 없다는 듯 옅게 입꼬리를 올리며 귀걸이를 흔들어 보인다.)
유명한:으, 응……. (이게 양심이 아픈 건지, 아니면 눈앞의 네가 너무 예뻐서 아픈 건지 모르겠다…….)
애리:뭐야, 가지고 나오셨으면 가지고 왔다고 말이라도 해 주지……. (소중한 것을 대하듯 양손에 귀걸이를 감싸쥐고 후후 작게 웃는다.) 어떻게 쓰는지는 안 알려드릴 거예요.
유명한:그러든가……. (멀어지는 이성을 애써 붙잡고서 헛기침을 한다.) 그거,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냐?
애리:글쎄요~ (시치미를 떼는 얼굴을 하고서 네 한쪽 손을 잡아온다. 그 손바닥 안에 다시 귀걸이를 올려두며 포개어 잡는다.) …… 모처럼 드린 거니까. 앞으로도 소중히 가지고 있어 주세요. 제 생각이 날 만한 물건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유명한:물론 잘 보관은 할 건데. (방금 되게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다? 아니, 그것보다. 다시금 창밖을 흘끔 본다.) 저기…… 귀신의 집 쪽이 이상해서. 저기만 조용해. 봐.
애리:(네게 찰싹 달라붙어 저도 창밖을 함께 내려다본다.) 신경 쓰이면 이따 가보죠, 뭐.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것도 신경 쓰이고……. 아, 저것 봐요. 우리 롤러코스터에 탔을 때보다 훨씬 높이 올라와 있어요. 사람들 진짜 작다. 우리가 탔던 회전목마도 저어기 보여요.
유명한:공간이 넓으니까, 의식인지 뭔지를 하기에도…… 야. (이렇게까지 바짝 붙으면 아무래도 의식하게 된다. 난감함이 가득 차오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어어. 그렇네. 엄청 높, 이……. (그대로 뻣뻣하게 얼었다. 너무. 높다.)
애리:(이제서야 관람차를 탔다는 실감과 즐거움이 나기 시작했다. 네게 팔짱까지 껴오며 바짝 붙어 밖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관람차는 멀미할 일도 없어서 아저씨한테 딱이겠어요.
유명한:아, 아……. (이제 네게 제대로 된 대답도 할 수 없어져 그저 눈을 꾹 감고 네 옷깃을 세게 붙들어 쥐었다. 관람차는 높게 올라가는 거였지……. 왜 잊고 있었을까. 왜…….)
애리:……? 아저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 어디 아파요? (고개를 기울이며 의아하다는 얼굴을 했다.) 아니면 자는 거야?
유명한:싫어……. (모기 소리만큼 작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되도록 천천히 숨을 고른다. 이게 롤러코스터보다 더 무섭다는 게 말이 돼? 제 몸이 떨리는지 아닌지도 구분이 가질 않았다.)
애리:뭐, 뭐가요……? (곧 얼굴에 걱정이 번진 채 옷깃을 쥔 네 손 위를 만진다.) 역시 어디 아픈 거예요? 어쩌지……. 아직 내려갈 수가 없는데……. 어, 어디가 아픈 거예요? 머리 아파요?
유명한:…… 너무, 높아. (당장 미쳐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높아서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었다. 하도 힘을 줘 손이 저리기 시작하자 어쩔 수 없이 폈다가 금세 다시 너를 꼭 잡는다.) 나갈래. 나가게 해 줘.
애리:네, 네에? (저도 모르게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여기는 물론 높긴 하다. 높긴 한데……. 그 손등 위를 살며시 쓸어주며 저도 초조해진 기색으로 말했다.) 나, 나갈 수 없다구요? 지금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해요……. 그러니까 어디가 아픈 건지 말해 주세요. 멀미라기엔 눈에 띄게…… 땀도 흘리시고…….
유명한:아픈 게 아니라……. (그 잠깐 사이 등줄기가 축축해진다. 여기는 안전하다. 엄청나게 안전하다. 머릿속으로 주문이라도 외듯 반복하며 겨우 말을 짜낸다.) 높은 건 무리야. 정말, 무리야…….
애리:……? (네 말을 이해하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얼떨떨한 얼굴이 되어 손수건을 꺼내 네 이마를 톡톡 두드려 땀을 닦아준다.) …… 아까 롤러코스터는 잘 타러 가셨잖아요? 멀미 빼고는…….
유명한:그건 너무 흔들어대니까. (이거 대체 언제 내려가냐. 원래 정상에서 멈춘다는 거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다른 관람차보다 유독 정지 시간이 긴 게 아닌가 싶어 자꾸만 초조해진다.)
애리:그, 그치만 아까 롤러코스터 같은 거 잘 못타냐고 물었을 땐 아니라고 하셨고, 단순 멀미라 했잖아요……. 그럼 거짓말이에요? 거짓말하고, 숨기고 탄 거예요?
유명한:인식하지 않으면 괜찮아. 괜찮은데, 지금은……. 그리고 네가 너무 좋아하니까…….
애리:…… 왜……. (눈썹을 늘어뜨린 채 시무룩해져 낯빛이 좋지 않은 네 얼굴만을 바라본다.) …… 거짓말인 걸 알아도 제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유명한:…… 이왕이면. (자꾸 대화가 이어지는 이 상황이 버겁다. 그럼에도 가까스로 눈을 뜨면 네 얼굴이 바로 앞에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즐거웠으면 해서. 멋져 보이고 싶기도, 하고…….
애리:……. (계속해서 네 얼굴을 바라보다 한숨을 폭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창가를 등지고 네 무릎 위에 조심스레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네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준다.) 이 사람을 어떡하면 좋아. …… 나한테 애 취급은 다 하더니 이 아저씨야말로 덩치만 큰 애랑 다를 게 없네…….
유명한:……. (무서워서 죽는 것보다 창피해서 죽는 걸 걱정해야 할 것 같다. 엉망이 된 얼굴을 신경쓸 겨를조차 없이 네 얼굴만 올려다보다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괴도면 좀 빨리 내려가게 해 봐. 응?
애리:무슨 괴도가 마법사인 줄 아세요? 차라리 사교도한테 비는 게 더 빠르겠다……. (귀엽다. 진짜 덩치만 큰 고양이처럼 보여 쿡쿡 웃었다. 그 뒤통수를 약하게 끌어안아 제 품에 가두고는 달래듯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괜찮아요, 이제 바깥에 안 보이니까……. 별로 안 높다고 생각해요. 저한테만 집중하세요.
유명한:맨날 마법처럼 사라지면서……. (네게 그대로 안겨선 몸을 약하게 떨었다. 정말 내려갈 때도 되지 않았나. 그러다 입술을 꾹 다문다. 얘는 정말 바본가. 너한테만 집중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라고.) …… 귀걸이, 쓰면 안 돼……?
애리:싫어요.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긴다. 물론 걱정이긴 하지만, 모처럼 둘이서만 있고, 거기다 이 상태를 조금만 더 즐겨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착하다, 이대로 내려갈 때까지 쭉 안아줄게요. …… 어리광쟁이가 따로 없다, 그쵸?
유명한:……. (싫다는 건 쓸 수 있는데 안 쓴다는 거야? 너무한 것도 정도가 있지. 이쪽은 지금 사람이 죽어가는데. 가망이 없다 싶어 네 말에 긍정도 부정도 않은 채 관람차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느낌이 들 때마다 흠칫거린다.)
애리:…… 있죠, 아저씨…….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네 몸이 떨릴 때마다 쓰다듬어 주기를 반복하다, 줄곧 생각하고 있던 말을 꺼낸다.) …… 아까 아저씨가 했던 말 기억나요?
유명한:…… 무슨 말. (네가 물어도 그게 무슨 말인지 스스로 생각할 여유는 개미만큼도 없었다.)
애리:…… 왜, 있잖아요. (머뭇머뭇거리다 네가 안 보이는 제 얼굴을 발그레하게 붉히며 조그맣게 말한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멋져 보이고 싶은 거겠지, 하고……. …… …….
유명한:…… ……. (내, 내가 그랬나. 내가 그랬었나?! 벌떡 고개를 들었지만 제 얼굴도 못잖게 붉어진 채였다.) 그, 그건. 그거는…….
애리:…… …… 아저씨도 그런 거예요? (붉어진 얼굴로 힐끗 네 눈치를 살핀다.)
유명한:그게, 그러니까……. (제 함정에 스스로 걸려든 꼴이 되어 당황하다 시선을 바닥으로 떨군다.) …… 그래.
애리:(얼굴이 잔뜩 뜨거워진다. 오히려 너무 부끄러워서 입꼬리가 올라가지도 않을 정도였다. 덩달아 고개를 푹 수그린 채 가만히 있다, 한 손으로 네 뺨을 감싸더니 저도 모르게 네 입가에 쪽 입을 맞춘다.) …….
유명한:……?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안그래도 요 며칠간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이 결국 터진 기분이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대답 대신 자신도 쪽 입을 맞추고, 다시 쪽쪽 입을 맞춘다.)
애리:아, ……. (무어라 변명을 하려던 말은 네 입맞춤에 가로막힌다.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도 네 눈치만을 살피며 그대로 굳어 있다가, 눈을 감고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입맞춤 정도에 떨리는 스스로가 이상할 정도였다.)
유명한:미안, 그게……. (말 한 마디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것과 달리 방금까지 덜덜 떨고 있었던 게 우스울 만큼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역시 이러면 안 되는데 싶은 마음과 기쁨이 부딪혀 다시금 속이 시끄러워진다. 네 입술이 다시금 닿자 그대로 머금어 삼키며 등을 살살 쓰다듬는다.)
애리:(네가 등을 쓰다듬으면 몸을 조금 더 네게 밀착시킨다. 괜스레 마음이 간질거리고 애가 타는 기분이었다. 머금은 입술로 네 아랫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놓아주며, 네 귓가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
유명한:(온몸을 꼭 붙이고 있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 입술이 떨어지는 사이를 틈타 숨을 고른다.) …… 조금만, 더. (네 손이 닿는 곳마다 불길이 일었다. 머리는 여전히 이게 무슨 일인지 따라잡을 수 없었음에도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 네 뺨을 감싸 매만지며 입술을 겹치고, 진득히 핥아 간지럽히듯 굴었다.)
애리:(아, 그치만……. 애타고 좋은 마음과 동시에 불안감도 몰려왔으나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 했다. 결국 다시 입술이 닿으면 그런 생각은 하얗게 잊어버린 채 저도 모르게 비음을 흘렸다.) 으응……. (곧 네 뒷목에 제 팔을 감고서, 저도 똑같이 네 입술 위를 몇 번이고 할짝인다.)
유명한:(목을 끌어안는 행동을 허락으로 받아들이곤 혀를 내밀어 네 입술 사이로 파고든다. 마치 처음 입을 맞추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안쪽을 탐색하듯 훑다가, 곧 능숙하게 네 혀를 끌어당겨 뒤섞으며 쪽쪽대는 소리를 흘린다. 단순히 뜨겁고 축축하기만 한 게 아니라 달콤하게까지 느껴져 한참동안 입술을 맞대고 탐하다 겨우 떨어진다. 가빠진 숨이 잘게 새어나왔다.) 하아…….
애리:(서슴없이, 하지만 동시에 섬세하게 제 안을 헤집는 네 혀를 섞었다. 한층 누그러진 얼굴로 눈을 뜨자 익숙한 네 얼굴이 보인다. 얼마나 뜨거워진 건지 모를 제 얼굴이 뒤늦게 자각되어 부끄럽다.) …… 흣, …… 변태.
유명한:…… 왜, 별로였어? (그럼 곤란한데. 붉어진 뺨을 꾹 누르며 마무리 삼아 젖어든 네 입술에 다시금 쪽, 입을 맞춘다.)
애리:…… 아니, 그, 그런 건 아니구요……. (슬쩍 시선을 피하며 네 어깨를 잡은 채 만지작거렸다.) …… 좋았어요. …… 엄청.
유명한:그럼 됐어. (숨을 한 차례 더 가다듬고 등을 계속 쓰다듬다가, 무심결에 창밖을 바라본다.) …… 힉.
애리:자, 잠깐……. 보지 마세요! 보지 마세요. (네 뺨을 양손으로 꾹 붙잡고 제 얼굴을 향하게 만들었다.) …… 아래 쳐다보지 말라구요. 거기다 무드 없게 그럼 됐어, 가 뭐예요? 나도 좋았어, 라든지 뭔가……. 그런……. …… 흥.
유명한:좋았으면 된 거지……. (네가 얼굴을 붙잡아도 자꾸만 눈동자가 창가를 향한다. 대체 언제 내려가…….) 이쪽은 지금 혼신의 힘을 다해서 공공장소에서 풍기문란으로 잡혀간 경찰로 내일 조간 1면에 실리지 않기 위해 힘내는 중이니까 네가 감당해.
애리:……. (입술을 삐죽이며 네 몸을 밀어내고서 맞은편으로 가 탈싹 앉아버린다.) 짜증 나. …… 자기도 좋아서 했으면서. 몰라요, 무서워하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쓸 거예요.
유명한:나 원……. 애초에 날 보고 무드를 바라는 게 잘못된 거 아냐? 꿈이 크네……. (나는 이미 진이 쏙 빠진 상태였다고. 다리를 뻗어 네 발끝을 톡톡 두드린다.) 이대로 끝나면 나중에 엉엉 울 거면서 그런다.
애리:웃기는 소리만 하시네요. 이봐요, 아저씨, 아저씨 나이에 저 같은 여자랑 키스한 것만으로도 기뻐하셔야 할 상황이거든요? (인상을 찌푸린 채 다리를 더 오므려 발을 치워버린다.) …… 됐어요, 기분 다 상했네. 아까까진 자기도 얼굴 막 빨개져서, 네? 말도 더듬고 그랬으면서.
유명한:그럼 백날 후회하든지. (어찌나 힘을 줬는지 종아리가 뻣뻣하다. 저쪽은 뭐, 그냥 잠깐 흔들린 것 같기도 하네. 아니면 평소처럼 삐쳤거나. 유감스럽게도 널 어르고 달랠 만큼 제정신이 돌아오진 않았다. 가만히 네 얼굴을 보다가 눈을 감는다.) 그런 거 몰라. 안 그랬어.
애리:…… 무책임하네요. 아저씨도 그냥 다른 남자들이랑 똑같아요.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다리를 꼰 채 창밖만 내려다 본다. 이거 그냥 확 추락이라도 해 버리면 좋겠다. 더 이상 여기 있기 싫으니까…….)
유명한:너는 뭐 다른 여자들이랑 다른 줄 아냐. (무책임하다 밀어붙이면 할 말이 별로 없다. 아니, 근데 먼저 쭉쭉 다가온 게 누구냐고. 하여간 남 탓 하는 데엔 선수로군. 말하는 투를 보니 역시 그저 가지고 논 수준인 모양이라 단정하곤 얕은 한숨만 내쉰다.)
애리:……. (기분이 상한 얼굴로 눈을 내리깔고 있다 제 핸드백을 들더니 네게 약하게 팍 집어던진다. 잔뜩 성이 난 채 어깨를 작게 들썩였다.) 말 다했어요, 지금!?
유명한:다했다. 왜. (눈을 감고 있었으면서도 네가 던진 핸드백을 낚아챈다. 이런 짓은 왜 하는 거야. 정말. 성가시기 짝이 없다. 천천히 눈을 떠 무뚝뚝한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친다.) 특별한 게 뭐가 대단한데. 세상에 그런 건 없어.
애리:……. (울컥하는 기분에 고개를 휙 돌린 채 침묵을 유지했다. 이런 얼굴은 별로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최악이야. 이럴 거면 키스고 뭐고 애초부터 그냥 오는 게 아니었는데.)
덜컹, 여러분이 탄 관람차만이 거세게 흔들립니다.
유명한:
민첩
기준치: |
75/37/15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애리가 잡아주,,, 려다 말고 모르는 척을 합니다.
애리:바깥에 보세요. 아래요. (널 무시한 채 균형을 잡고 창밖에 달라붙어 심각한 얼굴로 내려다본다.)
유명한:…… 아래? (아. 진짜진짜너무싫다……. 가까스로 일어나 네 뒤에 붙어 창밖을 흘끔…… 아주 흘끔, 바라본다.)
관람차의 바로 아래, 이쪽을 바라보는 검은 후드의 사람이 있습니다.
. 이쯤 되면 사교도는 거의 정체를 숨길 생각도 없다고 봐야겠죠!
무슨 술수를 쓰는지, 당신이 탄 관람차만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주먹이 쥐어, 떼어내려는 것처럼요.
유명한:주술사야 뭐야……. (어이가 없어 중얼거리면서도 네 허리를 잡아채듯 단단히 안았다.) 이래도 귀걸이 쓸 생각이 없어? 물론 쿠션 노릇할 준비는 됐는데.
유명한:
SAN Roll
기준치: |
56/28/11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음별루무섭진않네.)
이 상황에서 당신이 빠져나오는 방법은 하나뿐이겠죠.
애리:…… 하아. 알려 주고 싶지는 않았는데……. 사용법까지 알려 줄 생각은 없었는데요, 귀걸이 하나에 한 명만 가능하니까 어쩔 수 없네요. (아직도 화가 안 풀린 얼굴로 휙 널 째려본다.)
유명한:별로 너 혼자 탈출해도 괜찮지만? (끝까지 깐죽거리며 흥! 코웃음을 친다.)
애리:진짜 두고 가버려요? 살고 싶으시면 귀걸이 꺼내요. (주섬주섬 제 품에서 귀걸이 한쪽을 꺼낸다.)
유명한:두고 가면 나만 후회하나, 뭐. (그러면서도 재빨리 다른 한쪽을 꺼낸다.)
애리:다른 곳에 악용하지 마시고, 꼭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만 써야 해요. 알겠어요? 약속해요!
이제 여러분이 탄 관람차는 한 번만 흔들리면 낙하할 만큼 위태롭습니다.
아래에서 연신 사람들의 비명이 들립니다. 직원들이 주변 사람을 대피시키고 있으니, 관람차 한 칸이 떨어지더라도 인명피해는 없을 것 같네요.
유명한:지금 쓰고 나면 주인한테 돌려줄 생각이라 더 쓸 일 없네요. 빨리 말이나 해. 이러다 정말 떨어지겠어.
귀걸이에 손을 대고, 마력 1D3을 지불하여 가고자 하는 장소를 강하게 떠올리면 근거리에 한하여 텔레포트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애리:준비됐어요? (귀걸이를 손에 꼭 쥔 채 다른 손으로는 네 손을 잡았다.) …… 손 잡고 있으면 같은 곳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죠.
실패한다고 해도, 천국이든 지옥이든 말이에요. 이런 와중에도 그는 지독한 농담을 합니다.
유명한:꿈도 크군. 이왕이면 귀신의 집 앞에서 만나는 게 어때? (창밖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린다. 저 미친 마술사놈 머리 위로 떨어지게 해달라고 생각해야겠군. 흘깃 맞잡은 손을 보더니 깍지를 껴 잡아준다.) 쫄지나 마.
당신은 귀걸이를 쥡니다. 1d3 판정으로 마력 주입이 가능합니다.
(저 망할 놈 대가리에 헥토파스칼 킥을 먹일 수 있는 자리로 가게 해주쇼! 염불을 왼다.)
마력을 주입하면, 귀걸이에 은은한 푸른빛이 돕니다.
직후, 관람차가 종잇장처럼 뜯겨 나와 아래로 떨어집니다. 쾅!
눈을 뜨면, 그곳은 여전히 캔디랜드의 한복판.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습니다.
노을에 물든 할로윈 오브젝트가 더 기이하게 보이네요.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관람차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사상자는 없다고 하네요.
어쩐지 얼떨떨한 기분입니다. 짧은 백일몽을 꾸면 이런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애리:위대한 대마술을 체험해본 감상이 어때요?
애리는 아직 당신과 손을 잡고 있습니다. 마술이라기보단 그야말로 마법이었지만요.
유명한:…… 아까 그 새끼 대가리에 한 방 날릴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빌었는데.
애리:…… 떠올리는 게 너무 추상적이지 않아요? 뭐, 결론적으로 살아남았으니 된 거잖아요. 그 녀석들은 우리를 무사히 제거했다고 생각할 거예요.
유명한:그래……. (시무룩하다. 손에 쥐고 있던 귀걸이를 네게 돌려준다.) 덕분에 잘 썼다.
애리:됐어요. 이대로 돌아갈 것도 아닌데 가지고 계세요. (네 손을 놓고 휙 뒤돌아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 귀신의 집이 신경 쓰인다고 하셨으니까, 그쪽으로 가보죠.
유명한:왜 다 네 마음대로야? (짜증을 내며 네게 억지로 쥐여주고 더 빠르게 걷는다.) 무슨 사람이 말을 하면 네, 하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어. (투덜투덜투덜…….)
애리:네? 이봐요, 귀신의 집에 가면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계속 가지고 있으라는 거잖아요. 사람 말 뜻을 제대로 알아 주실래요?
유명한:뜻은 아주 자알 알겠지만 괜찮아. 내가 이런 곳에서 죽을 놈도 아니고, 혹시 하나가 고장날지 어떨지 누가 알아? 그럼 네가 써야지. 잔소리 말고 따라오기나 해라!
애리:자기야말로 그냥 순순히 넘어가는 일은 없는 주제에……. (들리라는 듯이 한숨을 쉬고 네 뒤를 터덜터덜 따라간다.)
문에는 ‘수리 중’이라는 표지판이 덩그러니 걸려 있네요.
캔디랜드 구석에 위치해있고, 주변에 별다른 어트렉션도 없는 터라 사람의 인적이 아주 드뭅니다.
유명한:(주변에 직원이 없는지 휘휘 둘러본다.)
유명한:좋아. (표지판을 무시하고 문을 벌컥 연다!)
안쪽은 지독히도 어둡고, 어쩐지 텁텁한 냄새가 풍겨오는 듯합니다.
애리:잠겨 있었으면 제가 또 화려한 솜씨를 보여드리려 했는데 유감이네요. (농담을 던지며 슬쩍 안쪽을 들여다본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여요.
유명한:그런 솜씨 필요 없어. (먼저 안으로 발을 내딛으며 휴대폰을 꺼내 앞을 비춘다.)
원래라면 정상적으로 영업했을 건물이지만, 지금은 먼지와 거미줄로 엉망이 되어 있습니다.
아니, 거미줄은 인테리어인가? 조금 혼란스러워집니다.
플래시를 여기저기 비춰보면 이쪽을 노려보며 굳은 귀신 인형들과, 덜컥거리다 마는 도깨비의 기계장치, 어딘가 허술한 오브젝트들이 있습니다.
유명한:수리 중이면 아예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하든지. (아주 작게 투덜거리곤 재미라곤 요만큼도 없는 오브젝트들을 노려본다.)
애리:…… 아저씨, 귀신은 안 무서워하세요? (놀리려는 끼가 다분한 얼굴로 곁을 걸으며 네 얼굴을 올려다본다.)
유명한:사람이 더 무섭지. (네 시선을 느끼지 못했는지 무심하게 보폭이 큰 걸음만 옮긴다.)
애리:저도요. (보폭이 벌어지면 종종걸음으로 다시 네 곁을 쫓으며 말을 이었다.) 누구나 살면서 나쁜 짓은 한 번쯤 저지른다지만, 도를 넘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길을 어긋나 계속 걸어가서, 무슨 수를 써도 돌아오지 못할 이들……. 그런 사람들요. 제가 상대하는 이들이기도 해요. 평범한 방식으로는 막을 수도 없죠.
유명한:평범한 방식으로 막을 수 없다고 해서 나란히 선을 넘는 건 또 어떤가 싶군. (그저 그 말만 하고서 입을 다물었다. 세상에 그 무엇이든 완전한 것은 없으며, 특별한 것 또한 없다. 자신도 누군가를 특별하다 여겼었기에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렇기에 다들 망가지고, 돌아오는 걸 두려워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걸까.) …… 담배나 한 대 피우고 들어올걸.
애리:……. (네 말을 모르는 척하는 얼굴을 하고서 한 걸음 느리게 뒤를 따라간다.) 제 방식이 완벽하게 옳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방식이 가장 유효하거든요.
유명한:왜 그걸 나한테 설명하는데? (이해자가 필요하다면 골라도 한참 잘못 고른 게 아닌지. 누구 말마따나 짜증만 나는 아저씨에게 무얼 바란단 말인가.) 난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선의가 죄를 덮을 수 없듯 죄 또한 선행을 완전히 잡아먹을 수 없지. …… 흥.
애리:…… 알겠어요. 미안해요, 괜히 쓸데없는 이야기만 해서.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뱉고서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유명한:…… 너, 사람 말을 제대로 듣긴 한 거야?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곤 네 손을 잡고서 계속 걷는다.) …….
애리:……. (네가 손을 잡아도 여전히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발치만 바라보며 천천히 뒤를 따라간다.)
유명한: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방해물, 처리, 도망, 수색. 띄엄띄엄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유명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주변을 둘러보면, 바로 옆에 세워져 있는 관 오브젝트가 보이네요.
이렇게 어두우니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들키진 않을 거예요. 성인 둘이 들어가기에 무리가 없는 크기입니다.
유명한:위험한데. (일단 휴대폰 플래시부터 끄고 관짝 문을 열어 네 몸을 밀쳐넣는다. 뒤이어 제 몸도 끼워 맞추듯 넣고서 문을 닫는다. 아. 좁아.)
애리:가, 갑자기 뭐하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는 큰소리를 내며 빠져나가려 문을 열려고 한다.)
유명한:쉿. 쉬잇. (아, 진짜 얘는 눈치도 없냐?! 네 몸을 짓누르듯 꽉 안고서 얼굴을 바짝 맞대고 속삭인다.) 놈들이 있어. 조용히 해.
애리:…… 아, 알겠어요……. (바짝 가까워진 거리에 흠칫 고개를 물리고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당황한다. 그저 입술을 깨물고 어떻게든 네게서 멀어지려 꾹꾹 밀어냈다.) 알겠으니까, 가깝다구요…….
유명한:문 열리면 안 되니까 가만히 좀 있어. (사람 짜증 돋구는 데 천재인지도 모른다. 잔뜩 인상을 쓰며 네 몸을 반 바퀴 돌리더니 뒤에서 안고 입을 손으로 덮어 막는다. 이게 백 배 낫네.)
애리:……. (진땀을 뻘뻘 흘리며 난리를 치고 나니 어쩐지 더운 느낌이었다. 네 손 위를 겹치고서는 어떻게든 밀어내며 고개를 돌린다.) 아,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손 치워요……!
유명한:지금도 말하고 있잖아. 아니면 뭐 입으로 막을까? (누가 들어도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손에 힘을 준다. 뭐 더 들리는 건 없나. 그 와중에도 고개를 돌려 문에 귀를 바짝 댄다.)
사교도A: 수색조를 더 풀어. 캔디랜드에서 나가기 전에 처리한다. 번번이 쥐새끼처럼 구는 그놈을 이번에는 꼭 잡아 죽여야겠어.
사교도B: 그놈, 동료가 있던 것 같던데요. 항상 혼자 행동하지 않았습니까?
사교도A: 상관없지. 동료가 있다면, 같이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유명한:(앞뒤가 안 보이니까 그런 이상한 신이나 믿는 거겠지? 명줄 협박하는 소리를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었기에 태평이 듣고 있다가, 네가 반응하자 손에서 힘을 빼고 뺨을 살살 토닥인다.)
애리:……. (눈을 내리깐 제 눈꺼풀이 작게 떨렸다. 네게 그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 등진 상태 그대로 몸에 힘을 뺀다. 저를 끌어안은 네 팔만을 만지작거렸다.)
유명한:(같이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어른인 척을 하는 아이라고밖엔 생각이 안 든다. 조금 더 단단히 안아주며 속삭인다.) 절대 살아서 나가게 할 거니까 엄한 생각 금지.
애리:…… 응.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힐끗 뒤돌아본다. 무언가 말하려다 다시 입을 다문 채 네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더니, 퍼뜩 네 팔을 풀었다.) …… 아, 저, …… 이제 조용하니까……. 나, 나가도 되겠죠.
유명한:……. (시선이 마주치자 입을 다물었다. 이어지는 말에 고개만 끄덕이더니 문을 살짝 열고 바깥 상황을 살핀다.)
유명한:(혹시 모르니 먼저 쇽 나가 주변에 불빛을 비춰 한 차례 더 살핀다. 이쯤 되니 역시 억지로라도 모든 인력을 끌고 오는 게 맞았던 것 같다…….)
주변을 비추면 사교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구석 안쪽에 돌돌 말려 있던 검은 천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걸 잘 뒤집어쓰면, 사교도의 일당인 척 변장할 수 있겠어요.
애리:(뒤따라 나와서는 네 시선이 닿은 검은 천을 성큼 집어들었다.) 와아, 운이 좋은데요.
유명한:하아……. (알아서 하라는 듯 지친 표정으로 네 행동을 지켜본다.)
애리:왜요? 아저씨도 이거 쓰세요. 안 들키고 잠입하기 딱 좋잖아요. (휙 네 쪽으로 천 하나를 던져 준다.)
유명한:그으래. (그런데 그놈들 이런 복장이었어? 대충 망토처럼 둘러싼다…….)
유명한:
변장
기준치: |
5/2/1 |
굴림: |
40 |
판정결과: |
실패 |
(나는 앞날라차기를 하면서 봐도 유명한이다. 오오라 발산 중.)
어디가 머리를 내놓는 구멍이죠? 검은 천 안쪽에서 꼴사납게 발버둥 칩니다.
유명한:이게 뭐하는 짓이람……. 강력계도 아닌데 왜 매번 잠입이야…….
애리:이걸로 이제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겠어요! (네 곁에 딱 붙어 서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더 들어가 봐요.
유명한:넌 변장해도 목소리부터 티가 나. (그래. 이놈이 원흉이군. 그새 기분이 풀린 건지 뭔지 다시 붙어오는 몸을 슉 피해 걸음을 옮긴다. 뭔놈의 귀신의 집이 이렇게 커……. 그냥 크게 느껴지는 건가?)
조금 전보다 더 긴장한 채로, 사교도로 변장한 여러분은 걸음을 옮깁니다.
모퉁이를 돌면서부터는 일반적인 귀신의 집이 아닌 괴이한 광경이 나타납니다.
모독적인, 도통 지구에 존재할 수 없는 형태의 조각상과 석상이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공기는 더욱 무겁게 내려앉아 숨을 쉬기도 힘들어질 정도입니다.
또 다시 사교도들이 지나갑니다. 여러분과 똑같이 검은 후드를 푹 눌러쓴 모양새네요.
다행히 별다른 의심은 받지 않고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직원 전용’의 표시가 붙은 철문이 나타납니다.
애리:…… 잠깐만요, …… …… 아저씨. (네 뒤에서 옷깃을 꾹 잡아 끌어당긴다.)
유명한:…… 왜. (고개만 돌려 널 쳐다본다.)
애리:……. (천을 걷어내고서 네 눈을 또렷이 마주한 채 말했다.) 이 문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어쩌면 당신도 돌이키지 못할 길을 걷는 걸지도 몰라요. 여기까지 어울려주신 건 고맙지만…… 아직 되돌릴 수 있잖아요.
아무래도 진심처럼 보입니다. 지금까지 실컷 휘두른 주제에, 새삼스레 신경이라도 쓰인 걸까요?
하지만 애리의 말대로, 이 문을 넘어서면 당신의 삶이 크게 변하리라는 직감이 듭니다.
한 번 있었던 일은 다시 일어나기 쉽고, ‘기이하고 비상식적인’ 사건에 엮일수록 당신의 일상은 뒤틀리고 말 것입니다.
당신이 없더라도, 이 넓은 세계의 누군가는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요? 당신 앞의 괴도처럼요.
애리:저 혼자서도 어떻게든 할 수 있어요. …… 항상 그래왔으니까.
애리:…… 그건……. (주춤거리더니 슬쩍 시선을 피한다.) …… 어쨌든 근거지를 알아냈으니 목적은 달성했으니까요.
유명한:내가 그렇게 멍청이로 보이냐? (미묘한 웃음을 뱉으며 널 등지고 선 채 문고리를 잡는다.) 잘못되면 감방 좀 갔다가 탐정이나 하지 뭐.
유명한:너도 후회하잖아. 웃기는 애네. 나는 지금, 이놈들을 죄다 잡아넣고 너까지 잡아넣으려면 여기로 들어가야 하거든? 게다가 네가 죗값 다 치르고 나오면 투정받이 할 준비도 해야 한다고. 이해했어?
기뻐하지도, 안도하지도 않은 당황한 얼굴이요.
유명한:싫어. 찌질한 계획일 것 같아. (농담?)
유명한:너 또 내가 싫다고 해도 강행할 거지?
애리:이 문 너머에는요, 그때처럼 소환 의식을 위한 제단이 있을 거예요. (네 말을 무시하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애리:지난번엔 마법진을 지우고, 경찰을 통해 체포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이번엔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거예요.
유명한:…… 하. 그래서? (사람도 둘 뿐이잖아. 진짜짱난다는표정.)
애리:제게 작은 폭탄이 있어요. 제단 자체를 무너트릴 거예요. 그러면 다시는 아무것도 부를 수 없게 되겠죠. 제가 시선을 끌 테니, 아저씨…… 형사님이 폭탄을 던져주세요.
유명한:왜 네가 총알받이 역할인데? (이제 아예 팔짱을 끼고서 듣다가 고개만 옆으로 기울인다. 이상한 놈일세. 뒤지고 싶어서 이 난리를 떠는 게 아닐 텐데.)
애리:탈출은 귀걸이를 사용하는 게 좋겠어요. (한쪽 귀걸이를 꺼내더니, 미리 가져온 목걸이 줄에 주섬주섬 끼워넣기 시작했다.) 당연히 귀는 안 뚫으셨을 것 같아서, 이러면 언제든지 쓸 수 있겠죠.
유명한:사람을 등쳐먹으려면 제대로 하든가. 방탄조끼라도 가지고 왔으면 입혔을 거 아니야. (이제 아주 쌍으로 자기 할 말만 해댄다.) …… 그거 쓰기 싫은데.
애리:…… 왜요? 그냥 여기서 죽고 싶으셔서요?
애리:…… 한 번쯤은 좀 참아요! (등짝 팍 때림)
유명한:기운이 쭉 빨리는데 어떡하라고. (안 아프지롱. 메롱.)
애리:그래서, 쓸 거예요, 안 쓸 거예요? 빨리. (목걸이로 만든 귀걸이를 네게 건넨다.)
유명한:……. (얌전하게 고개를 숙여 들이민다.)
애리:…… 해, 해 달라구요? 이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잖아요……. (한 발짝 물러나면서도 목걸이 줄을 양손으로 쥔다.)
유명한:빨리. 시간 없잖아. (그리고 목도 아프다. 장승처럼 가만히 서 있는다.)
애리:……. (말없이 네게 목걸이를 걸어 주기 시작했다. 몇 번 손가락을 꼼질거리다가 떼어낸다.) …… 다 됐다.
유명한:의외로 이런 건 서투르네. (문고리를 쥐었다 놓았다 쥐었다 놓았다 한다.) 수류탄, 아니지. 폭탄은 어디 있어.
애리:(품 안에서 언제부터 품고 있었는지 모를 폭탄을 꺼내 네 손에 쥐여 준다.) 수류탄이랑 똑같이 쓰시면 돼요. 준비되면 들어가죠. 천도 다시 쓰시구요.
유명한: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으면서 말리긴. (일부러 농담을 던지고 후드를 쓴 뒤 문고리를 돌린다.) …… 혹시 모르니 내 뒤에 숨어.
애리:…… 아니거든요. 혼자서 하려고 했거든요. (입술을 삐죽이며 순순히 네 뒤에 서서 저도 다시 천을 덮어쓴다.)
유명한:데이트 한다고 불러서 쫓아낸 다음에 테러? (이건 뭔 개소리야. 문을 열고 발부터 쑥 들이민다.)
그 건물의 지하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네요. 기이하고 모독적인 형태를 한 제단이 당신을 마주봅니다.
사람 여럿이 기괴하게 꼬인 모양의 화로에서 불이 타오르고, 제단은 여전히 피와 살점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그리고 꽤 많은 수의 사교도들이 몰려 있습니다.
다들 검은 후드를 쓰고 있고, 여러분이 들어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네요.
그들은 곧 있을 모독적인 의식에 흥분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제단에 최대한 가까운 위치까지 이동해 봅시다.
유명한:……. (단체로 미쳐버렸나……. 다시 봐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다. 숨소리조차 죽인 주제에 태평하게 보이는 걸음을 옮긴다.)
눈이 마주치면, 그는 당신에게 윙크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금일 캔디랜드를 찾아주신 여러분! 특별 게스트, 팬텀블루로즈가 왔습니다!”
펑, 색색의 종이가 흩날리며, 공동의 한가운데에서 괴도가 등장합니다.
언제 옷을 갈아입었는지 당신이 아는 바로 그 모습으로요.
얼굴을 가린 가면, 한쪽 귀에서 흔들리는 푸른
장미꽃의 귀걸이. 펄럭이는 망토와 장갑!
아우성치는 사교도들 사이에서, 괴도는 언제나 당당한 얼굴입니다.
팬텀 블루 로즈:절 향한 러브콜이 얼마나 몰아닥치는지 참 곤란했어요~ 하지만! 괴도는 모두의 것! 야수회 여러분께만 너무 시간을 쓸 수도 없다구요.
괴도가 누구보다 화려한 것은, 그 이면에 반드시 감춰야만 하는 게 있기 때문이겠죠.
팬텀 블루 로즈:그러니 질긴 악연은 이것으로 끝내기로 해요!
유명한: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지만 안전핀을 뽑은 이상 들고 있으면 내가 폭사당한다. 눈을 가늘게 뜨고 제단을 겨냥한 뒤 폭탄을 던진다.)
콰앙,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요란한 소리가 울립니다.
당신이 던진 폭탄은 제단의 정중앙에 부딪치더니, 눈부신 불꽃과 함께 터집니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당신에게도 그 뜨거운 열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제단에서 비명이 들립니다. 이 제단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던 걸까요.
그러나 그런 끔찍한 일들도 이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거대한 제단의 구조물이 뿔뿔이 흩어지더니, 그대로 이쪽을 향해 기울어집니다.
유명한:어이쿠야……. (이놈들도 노인 공경을 모르네. 이 와중에도 농담거리나 생각하며 잽싸게 몸을 움직인다. 아니, 아까 그 새끼 여기 있으면 한 방 날리고 가고 싶은데. 없나 봐.)
유명한:
회피
기준치: |
37/18/7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어깨를 스쳤는지, 순간 날카로운 고통이 밀려옵니다. HP를 1 잃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에요. 빠르게 탈출합시다!
푸른 장미꽃의 귀걸이를 사용한다면, 당신은 바로 발을 뺄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한패가 있었다!” 라며 사교도들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으니까요.
유명한:쫑알쫑알 시끄럽네……. (경찰이 도망쳐도 되는 걸까. 전부 두들겨 패는 한이 있다 해도 현장에 남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단독 행동이다. 늘 멍청한 짓만 한다고 면박을 주던 남자를 떠올렸다. 아, 또 혼나기 싫은데. 그렇기에 더더욱 갈등에 빠진 채 자신을 노려보는 이들에 맞서 눈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어깨 너머에, 사교도에게 망토를 붙잡힌 팬텀블루로즈가 눈에 들어옵니다.
당황하는 기색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저래서야 도망칠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마침, 당신의 발치에 데굴데굴 굴러온 제단의 잔해, 벽돌이 있습니다.
유명한:(아니 일단 나 경찰이고? 벽돌로 사람을 패면 안 되고? 그런데 좀 패고 싶고? 몇 초간 고민하다 맨몸으로 사교도들에게 돌진한다. 저 멍청이는 저럴 줄 알았어. 벽돌 대신 어깨빵 맛 좀 봐라!)
괴도의 망토를 붙잡고 있던 사교도가, 당신에게 부딪쳐 쓰러집니다.
손이 떨어지면, 그 찰나의 순간 괴도는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유명한:빨리 튀어! (쓰러진 사교도를 발로 걷어차 완전히 떨쳐낸다. 에이씨. 이제 난 몰라. 네 뒷덜미를 잡아채 품으로 당기며 목에 걸린 귀걸이를 쥐었다. 어디든 안전한 곳으로!!)
마지막으로 마주한 건 이를 가는 사교도의 얼굴입니다.
당신이 눈을 뜨면, 그곳은 여전히 캔디랜드의 한복판.
깊은 밤, 사람들이 한곳에 뭉쳐 퍼레이드를 보고 있습니다.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퍼레이드 마차 위에서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춤을 춥니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들은 당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었습니다.
애리: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왜 저를 구해줬어요, 형사님?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괴도는 당신의 옆에 서 있습니다.
다시 평상복을 입고 있으나 표정만큼은 괴도일 때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자신만만하고, 뻔뻔한, 언제나 무대 위에 올라선 배우와 같은.
애리:형사님은 좀 바보같은 구석이 있어요. 얼굴 팔리셨잖아요. 저로 인해서 형사님도 그들한테 아주 유명해지신 거예요. 정말로.
유명한:이미 팔렸거든? 어이가 없네……. 넌 진짜 나한테 화낼 자격 없어. 자수할 준비나 하시지~
애리:붙잡아가시는 게 아니고 자수를 권유하는 건가요?
유명한:혹시 그런 페티쉬 있는 거면 친절히 들쳐메고.
폐장 시간이 가까워졌는지, 캔디랜드가 마지막 불꽃놀이를 쏘아올립니다.
붉고, 노랗고, 푸른 불꽃 속에서 사람들이 탄성을 지릅니다.
불꽃 아래에서 로맨틱한 말을 하는 건 정석적인 연출이죠.
눈이 마주치자, 한 발짝 다가온 애리가 속삭입니다.
유명한: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애리: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 그래도, 이제 다시는 만나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때 누군가 중심을 잃었는지, 인파가 한 번에 기우뚱합니다.
당신은 중심을 잡기 위해 잠시 시선을 뗍니다.
넘어지지는 않았으나, 고개를 돌리면 애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유명한:……. (이 망할……. 나 혼자 커버 쳐야 하잖아. 귀신의 집 쪽을 바라보며 멍하니 불꽃이 터지는 소리만 듣는다……. 아, 씨. 멍청한 놈이 끝까지 멍청한 짓만 하긴. 조금만 쉬다가 서에 연락하자…….)
(폭발 사고가 있었다고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괴도에 대해선 말을 해야 해, 말아야 해?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와 한쪽 구석에서 경찰서에 전화를 건다. 아무튼 저 난리통을 혼자 정리할 수도 없고, 도망치게 둘 수도 없으니까. 사라진 괴도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머리가 꽉 차 엉망이 된 표정으로 지원 요청을 마쳤다.)
당신은 무사히 지원 요청을 했습니다. 아마 머지 않아 경찰차들이 곧 도착하겠죠.
당신의 역할은 다한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그런데…… 저놈들이 진술하면 나…… 그냥 폭탄 테러범 아닌가? 단체로 미쳐 있었던 거니까 어떻게든 밀어붙일 수 있으려나. 현장에서 빠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네 마지막 말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는 걸 깨닫고 기운이 쭉 빠졌다. …… 잠깐만.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그 귀걸이를 사용한 게 아니라면 여기 어딘가에 아직 있을 수도 있지 않나?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찾아 보자. 내 손으로 잡아 넣기로 했잖냐.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고. 이럴 땐 의외로 무식하게 돌진하는 게 잘 먹히니까. 그러니까. 뭘 좋아한댔지. 회전목마? 회전목마가 있는 쪽으로 무작정 뛰어간다.)
지금까지 실컷 당신을 흔들어놓은 건 바로 괴도였는데 말이에요.
당신은 포기하지 않고, 퍼레이드가 끝나고 불꽃이 잦아들고, 폐장 안내 방송이 흘러나와 모든 인파가 스러질 때까지 괴도를 찾아갑니다.
그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어트렉션, 회전목마가 있는 곳으로요.
이 추리는 아주 엉터리고, 운에 맡긴 결론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말로 훌륭한 형사는 목표를 잡는 데에 노력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법이잖아요.
애리:이거, 한 번 더 타고 싶었는데……. …… 뭐가요? 순순히 체포되지 않은 점?
유명한:그것도 그렇지만. …… 다음에 또 같이 타러 오면 되잖아.
애리:(네 말에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형사님, 그치만 앞으로 저랑 안 보실 것처럼 말했잖아요. …… 물론, 아까 모든 일이 다 끝나거든 제 투정을 또 들어 주겠다고 말씀하신 건 기뻤어요.
유명한:결국 같은 선을 넘었는데. (네가 왜 이별을 고했는지 안다. 알고 있기에 말이 잘 나오지 않아서, 인상만 잔뜩 찌푸린 채 뒷머리를 긁는다.) 나로선, 나름…… 네가 안고 있는 것까지 감당할 수 있단 말이었어. …… 거절로 받아들이면 될까.
애리:……. (난간에 걸터앉아 웃음기가 남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 네. 형사님은 심한 말 했다고 저한테 사과하셨었지만, 사실이잖아요. 저 때문에 형사님이 죽을 뻔했다는 거. 그것도 몇 번이나요. ……. 그러니까…… 거절할게요.
유명한:넌 정말 네가 대단한 줄 아나 봐.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선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 그제야 허탈한 웃음을 뱉으며 시선을 거두고 등을 돌린다.) …… 나는 방금 아무것도 못 봤어. 들은 것도 없다.
애리:…… 정말 그러실 거예요? …… 저라고 쉽게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형사님은 왜 매번 그런 식으로, ……. (주저하듯 뜸을 들이다 네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 너머로 속상한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채였다.) …… 늘 상처 주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유명한:알아. 알고 있어. (제 입으로 뱉는 말조차 모르면 네게 사람 취급이나 받을 수 있을런지. 여전히 주제에 안 맞는 짓이라는 것 또한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빈 주먹을 꽉 쥐고서 대답한다.) 난 네가 말한 대로의 사람일 뿐이야. 그게 가장 나은 방법이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잡을 수 없을 게 뻔한데 너한테 미련만 남겨서 어쩌겠어. 그러니까…….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애리:……. (고개를 숙인 채 제 발치만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제 와서 흔들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작별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 이런 일을 할 땐 혼자가 편해요. 혼자여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고요. 약점은 없는 게 낫더라고요. 솔직히, 제가 여태까지 형사님을 엄청 이용했잖아요. …… 그런데…… 뭐라고 할까. 많이 미안해졌어요. 더는 휘두르기 싫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미안해요. 형사님도 분명 편하실 거예요. 제가 없으면요…….
유명한:말이나 안 하면……. (이쪽은 일부러 모진 말만 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부딪쳐오니 어깨가 무거워진다. 이젠 형사고 뭐고,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괴롭게만 느껴져 구겨진 얼굴을 손으로 몇 번이나 문질러 훑는다.) 편하다느니 어떻다느니 하는 말은 안 해도 돼. …… 너야말로 앞으로가 중요하지 않겠냐. 괴도고 뭐고 됐으니 네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군. 아저씨 잔소리도 지겹겠어……. …… 이만 갈게.
애리:(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뿌리박힌 그곳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제 한쪽 팔을 쓸어내리며 입술을 꼭 깨문다.) …… 무서웠어요. 형사님이 제 새로운 약점이 될까 봐……. …….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힘없이 손을 늘어뜨린다. 여전히 네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기가 힘들어 고개를 들지 않았다.) …… 정말 미안해요……. 잘 가요.
유명한:……. (바보. 이미 약점투성이인 놈이 뭘 그리 두려워하는지. 몇 걸음 가다 말고 다시 네게로 돌아간다. 미치겠네. 그대로 축 처진 네 몸을 세게 안고 등을 팡팡 두들긴다.) 넌 괜찮을 거야. 금방 잊어버릴지도 몰라. …… 잘 지내라. (진짜 갈게. 어느덧 목이 메어 잘 나오지 않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망설임 없이 네게서 떨어진다. 그래. 잠깐 따스한 바람이 불었던 거라 생각하자. 이별이 처음도 아닌걸. 네겐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겠지. 도망치듯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애리와 작별한 후 집까지 돌아가는 동안, 당신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노려지지도, 총을 맞는 일도 없었고요.
캔디랜드의 일 이후, 연쇄살인사건은 흐지부지하게 종결되었습니다.
더는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팬텀블루로즈가 말한 대로, 야수회의 사교도들은 당신을 노리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조용하고, 잔잔하고, 평화롭습니다.
팬텀블루로즈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딱 그때부터였습니다.
모든 신문은 앞을 다투어 도시의 유명한 괴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정말 괴도가 살인사건의 범인이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추측 투성이의 기사를 냅니다.
괴도가 사라진 이유를 오직 당신만 알고 있네요. 당신 몫까지 사교도들에게 시선을 끌다가, 다치지나 않을까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얄밉게 성명서를 보냈던 일이 거짓말처럼, 괴도는 당신에게도 더는 접촉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꽃이 피고 지듯이 당신에게서, 그리고 이 도시에서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적어도 괴도가 당신의 평정심은 갖고 달아나버린 것 같죠.
푸른 장미꽃의 귀걸이를 볼 때마다, 당신은 그날의 애리를 떠올리곤 합니다.
당신이 제 새로운 약점이 될까 봐 무서웠다는, 힘없는 목소리로 떨어진 고백을요.
보상 : 사랑스러운 당신을 위한 이성 회복
2, 캔디랜드의 추억